BAKUMAN의 편집자

2012. 12. 18. 13:09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 여러 타입의 작가와 편집자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소년만화 잡지 쪽 얘기지만, 일반 단행본 편집자하고도 기본은 통한다.

편집자를 참견쟁이로 보고 무시하는 작가, 편집자를 믿고 의기투합하는 작가...
작가의 심리와 욕망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장황한 편집론보다는 이렇게 만화로 다양한 시점을 볼 수 있는 게 편집자에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재미가 없을 법한 만화 잡지업계를 소재로 배틀과 우정, 연애 요소를 넣어서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다른 작가 작품을 의식해서 승부를 건다는 배틀 요소는 만화의 재미를 위한 과장.


*만화에서 편집자 역할이 대체 뭘까 궁금했다. 소설이나 만화는 작가의 최종 원고를 보고 재미있으면 책으로 내고, 아니면 돌려보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점프 잡지의 시스템에선 편집자가 방향을 설정해주고 첫 번째 독자로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함께 기획한다. 여기서 편집자의 능력에 따라 작가가 성장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저자가 자신의 작품을 편집자 없이 주변 사람에게 평가를 받아 고쳐가며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 주변 사람과 편집자의 가장 큰 차이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다. 저자와 같이 죽고 같이 살겠다는 마음가짐의 편집자 의견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이 만화를 보고 새삼 느낀 건 편집자는 저자 위에 서서 평가하고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저자와 한배를 타고 저자의 작품이 성공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 존재라는 점이다. 그러려면 많은 연구와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매주 독자의 앙케이트 인기순위를 보고 작품의 수준과 종료 여부를 결정하는 점프의 방식은 베스트셀러 공식으로 책을 만드는 단행본 출판사들 속성과 비슷하다. 대단히 상업적이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먹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독자의 반응과 성공 공식에 따라 작품을 만드는 방식은 비슷비슷한 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의 만화잡지 '점프'라는 플랫폼은 대단하다. 여기서 인기를 얻으면 금세 애니메이션화가 결정되고 단행본 판매도 보장된다. 10만 부 이상 만화책이 즐비하니 작가에 대한 대우나 지원도 우리나라와 견줄 수 없다. 만화가 초청 신년회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작품에 만드는 데 필요한 참고 서적을 왕창 제공하는 장면을 보고 참고 도서 책값을 출판사에 청구한 모 저자가 생각났다. 지원해주면 좋았겠지만...


*주인공이 만화로 인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지만, 주인공이 만화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빠져있다. 많이 팔리면 다 좋은 만화일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가장 재미있었던 작가&편집자는 히라야마&요시다 콤비. 재능이 있으면서도 일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쉴 기회만을 노리는 만화가 히라야마와 소개팅을 미끼로 없는 의욕을 끌어내는 편집자 요시다 보고 많이 웃었다.

"일하고 싶지 않고 그리고 싶지도 않은데 할 수 없이 그린 만화가 재미있다!! 천재야! 그런 작가는 또 없다. 나는 너의 그런 재능에 반한 거야."


*인상적인 대사

"편집에 필요한 것은 만화를 만드는 힘이 아니죠?"

"그래.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필요한 것은 작가 쪽이지. 고스기는 편집에 가장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해?"

"저는 만화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재미있는지 없는지 어디가 재미있고 어디가 그렇지 않은가."


"회사와 작가가 대립할 때, 작가 쪽에 서는 것이 진짜 편집자다"

GRIJ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