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마키시 시장의 헌책방 우라라

2015. 8. 21. 18:19



일본에서 가장 작은 헌책방이 있다. 그것도 오키나와의 시장 한켠에 있다. 우다 토모코가 차린 '헌책방 우라라'다.

"작은 서점이라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어요. 제가 좋다고 생각하면 어떤 책이든 들여올 수 있고, 그걸 주목 상품으로 진열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150엔짜리 ritokei(이도경제신문) 타블로이드판을 좋은 자리에 진열한다든가. 큰 서점이라면 그렇게 하기 힘들지만, 여기선 할 수 있어요. 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재밌으면 앞에 진열합니다.

서점에서 일할 때는 보이지 않는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어요. 직원 처지에선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지만, 지금은 어떤 일이든 제가 책임지고 판단해서 실행하니까 스트레스가 사라졌어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우다 토모코는 도쿄 대학을 졸업하고, 준쿠도 서점에 취직했다.

"취직할 때 다른 직업도 생각은 했어요. 출판사 입사시험도 봤는데, 전 어떤 책을 내고 싶다는 열의도 없는 데다가, 지금 출판되고 있는 책들만으로도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더구나 출판사에 있으면 그 회사 책만 다루지만, 서점이라면 어떤 책도 다룰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취직한 대형 서점에서 오키나와 북페어가 열렸다. 상상을 뛰어넘는 오키나와의 책 종수에 토모코 씨는 놀랐다고 한다.

"오키나와에서 출판되는 책은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많아요. 출판사 수가 100개 이상이죠!"

오키나와가 이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본 본토와 문화가 다르고, 연중행사, 요리, 음악 등도 다른 지역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오키나와만의 책들이 자체적으로 많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전쟁과 미군 점령 시기에 본토에서 책이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라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출판했다고 한다. 오키나와의 주체성이 강한 덕도 있을지 모른다.






토모코 씨는 헌책방을 내려고 대형 서점 부점장 자리를 박차고 나왔는데, 당시 마키시 시장에 있던 '일본에서 제일 작은 헌책방' 자리가 비게 되어 토모코 씨가 들어갔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은 말렸지만, 지금도 그 결심에 후회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헌책방을 내고 싶었거든요. 이곳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손님 한분 한분과 정중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껴요. 가령, 연배가 있으신 손님이 많은데요. 책이 좋아서 어떤 책을 몇 년 동안 찾아다니는 분도 있어요. 대형 서점에 있을 때는 절판되었다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최선을 다해 찾을 수 있어요. 인터넷에서 찾을 때도 있죠. 계속 찾고 있던 책을 드디어 찾았다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쁩니다."






헌책방 우라라는 '오키나와 관련서'와 '일반서'로 공간을 나누었다.

"장르에 상관없이 진열해요. 다양한 손님이 오시니까 제 취향에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데요. 그래도 오키나와 관련서 쪽에는 문학, 역사, 민족, 일반서 쪽에는 문학, 철학, 사상에 관한 책이 주로 진열되어 있죠."


"책은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게 매력 같아요. CD라면 CD플레이어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눌러야 들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책은 손에 들고 펼치면 바로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런 손쉬움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꼭 글을 읽지 않아도 들고 쓱 넘겨보면 글꼴이나 여백, 배치, 디자인 등의 정보가 들어와요. 안 사고 다시 책장에 넣더라도 그 책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은 게 아닐까 해요."



"사야 해! 읽어야 해! 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이곳처럼 작은 서점이라면 부담이 없지 않을까요.

서점 주인의 존재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도 있어서 되도록 저는 공기 같은 존재로 있으려고 해요. 잡화점에 가서 구경만 하고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우리 서점에 오시면 좋겠습니다. 그 자체가 책과 만나는 일이 되니까요. 그걸로 좋아요."



마흔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서점 앞에서 발을 멈추고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시집에 그림이 들어간 책 있어요?" 하고 물었다.

토모코 씨는 곧바로 일반서 책장에 있는 몇 권의 책을 남자에게 제시했다. 처음부터 남자는 '아마 없겠지. 좀처럼 없는 책이라' 하고 포기 모드였지만, 토모코 씨는 놓치지 않았다.



마키시 시장 앞에 있어서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책, 얼마에 사주나요?", "한국어책 파나요?"라는 책 관련 질문부터 "맛있는 소바 집은 어디예요?", "~ 가려면 어떻게 해요?"라는 관광 관련 질문까지 나온다.

정겹고 소박한 책방이다.

우다 토모코 점장의 이야기는 
2013년 <나하 시장에서 헌책방-문득 시작한 '우라라'의 나날>(한국어판-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이라는 에세이로 나오기도 했다.



출처-http://calend-okinawa.com/culture2/cultureshopnavi/urara.html

GRIJOA 소출판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