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안 팔리는 지금, 내가 책방을 연 까닭 - Title 책방 주인 츠지야마 요시오

2017. 9. 28. 10:57

2016년부터 도쿄 오기쿠보에서 책방 Title을 운영중인 츠지야마 요시오

 

 

"전체적으로 책이 안 팔린다는 통계와 지금 이곳에서 책을 판다는 개별 행위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른 소매업종에선 당연히 하고 있는 걸 서점계에선 잘 안 하고 있다는 느낌을 책방 열기 전부터 받았어요. Title 책방에서 당연한 방식으로 책을 팔아보고 그래도 안 팔린다면 책은 정말로 안 팔린다고 말할 수 있겠죠.

기존 일본 서점들은 매번 비슷한 일을 해왔어요. 도서 유통사로부터 자동으로 오는 신간을 기다리고, 베스트셀러만 확보해서 진열하면 팔렸죠. 많은 이가 책을 읽는 시대였으니까요.

 


요즘은 즐길 거리가 늘어나서 예전 방식으로는 매출이 계속 줄어듭니다. 독서가 대중적인 취미에서 내려오고 있는데도 예전 판매 방식을 고집하는 부분에 서점인의 딜레마가 있다고 생각해요. 책방을 해보니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책방에 사람이 오지 않더군요. Title 앞을 지나가는 사람 중 90%는 책방에 눈길 한번 안 주고 지나칩니다. 이게 책의 현 위치죠.

 

그래도 Title의 매출과 이익은 생각보다는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어요. 그 까닭은 책방을 열 때부터 '모든 이'를 상대할 생각을 버려서예요. 책은 모든 이가 사는 게 아니라고 포기하면 발상의 전환이 됩니다. Title에는 보통의 일본 서점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잡지와 만화는 일부를 제외하고 갖다두지 않습니다. 그 대신 소수라도 찾는 이가 꼭 있는 고액의 전문서와 독립 출판물을 진열하지요. 그리고 그 가치를 전하기 위해 긴 시간을 들여서 제가 추천하는 책을 손님이 사게끔 궁리합니다. 서점 일의 본질은 책을 소개하는 데 있습니다. 저희 웹사이트와 트위터에서도 매일 책을 소개해요. 


손님이 책을 사는 환경을 만들려면 저는 손님과 책 사이에 쓸데없는 건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책이면 손에 쥔 순간 책에서 어떤 묵직함이 뿜어져 나와요. 그건 자연스럽게 손님에게 전해지니까 서점이 할 일은 손님이 그 책을 만나는 데 방해를 하지 않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Title에서는 책의 표지에 집중하도록 POP는 절대 달지 않고요. 옆에 있는 책도 같은 가치관과 분위기를 공유할 수 있는 종류로 진열해서 흐름을 깨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그리고 차분한 배경 음악을 깔아서 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요. 그렇게 하면 책이 저절로 손님을 만나러 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판다는 사실입니다. 책을 깊게 알고 파고드는 일이 서점 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책은 만들면 그걸로 끝, 책은 진열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식이 아직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새로운 일을 안 해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 판매 방식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게 아닐까요.


책은 한 권 한 권이 다 달라서 모든 책에 맞는 판매 방식은 없어요. 책은 안 팔리는 게 아니고 안 파니까 안 팔리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출처 - http://gendai.ismedia.jp/articles/-/52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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