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2017. 3. 6. 13:22

이 블로그에 소규모 출판에 관한 글을 꾸준히 올렸습니다. 그게 결실이 되어 그리조아 출판사에선 편집자로서 <중쇄 미정>을 출판했고, 유유 출판사에선 번역자로서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을 냈습니다.



서평

http://bookedit.tistory.com/572

http://blog.naver.com/hamsuk77/220947907872 

GRIJOA

바르셀로나 여행을 앞두고 산 책들

2013. 2. 21. 16:12

바르셀로나의 흔한 관광정보들은 인터넷 검색하면 더 최신정보로 나오기 때문에 일반 여행서는 살 필요가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이라는 나라 뒤에 있는 것들을 알고 싶어서 고른 책들이다.



이원복 교수의 세상만사 유럽만사

다른 나라는 대충 보고 '스페인''유럽연합'편만 집중해서 봤다. 만화인데다 한 나라의 분량이 짧다 보니 스페인의 역사에 관해 수박 겉 핥기 정도로만 알 수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만큼의 재미나 깊이는 없다. <먼나라 이웃나라 스페인편>은 시리즈 마지막작으로 저자가 집필중이라고 한다. 그게 더 기대된다.

 

스페인 디자인 여행

안그라픽스가 만든 책답게 만듦새가 좋다. 근사한 디자인과 사진, 두께에 견주어 가벼운 종이... 이런 나라별 디자인 책을 꾸준히 내주는 것 자체가 고맙다.

책 내용은 디자인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그리 친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잡지처럼 읽고 싶은 부분만 읽었다. 제목에 '스페인'이 들어가지만, 거의 바르셀로나의 디자인 얘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소개한 디자인 호텔 카사 캠퍼(Casa Camper)에서 묵어볼까 하고 알아봤는데, 비싸기도 하고 방이 없어서 포기.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건축가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오영욱 씨가 바르셀로나에서 살았던 이야기를 만화와 사진으로 담았다. 여행 에세이가 아닌 바르셀로나 일상을 저자의 독특한 시선으로 그린 체류기이다. 고독하고 담담한 느낌의 그림이 대부분이라 부담없이 술술 읽으면서 피식 웃을 수 있는 책이다. 갈만한 곳들을 조금 소개했는데, 일반 여행서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곳은 거의 나오지 않고 저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이 주로 나온다.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

FC바르셀로나의 부사장을 역임했던 페란 소리아노가 쓴 축구 구단 경영학 책.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좋은 책이다. 축구와 구단 매니지먼트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일반 기업들에도 적용할만한 것들이 많다. FC바르셀로나가 위기에서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는지 경영의 관점으로 보여준다. 제목처럼 그냥 운으로 치부할 수 있는 부분도 모두 노력에 따른 결과라는 관점이 멋지다.

 

바람의 그림자

바르셀로나 출신의 작가가 옛날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쓴 장편소설. 스페인 소설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단다. 바르셀로나가 배경이라는 점, 한 권의 책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만으로 무작정 골랐다. 아마도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거나 갔다와서 읽을 것 같다.

GRIJOA

<서점 숲의 아카리>를 통해 본 우리나라 서점

2013. 1. 24. 21:43



일본 서점인의 일상을 그린 <서점 숲의 아카리>에는 재밌게도 일본의 서점이 서울 지점을 내서 운영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작품 안의 일본 서점인이 서울의 대형서점을 보고 느낀 점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 바닥에 주저앉아 장시간 책을 보더군요! 그게 일반적인 것 같아요. 점원도 주의를 주지 않죠. 그리고 선반이 전체적으로 높아요. 일본은 선반을 낮게 만들고 책을 높이 쌓아올리는데, 그렇게 하지 않더군요."


*한국 서점의 도서 할인을 본 일본인 점장

"한국에서는 할인 경쟁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원래 서점 숫자가 일본에 비해 적어서 인터넷뿐만 아니라 점포로 고객을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서점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점포에서는 고객이 책을 찾을 때 친절하게 대응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일본 서점에서는 할인제도가 없어서 아직까지는 상당한 거부감이 드네요. 책의 가치를 우리 스스로 떨어뜨리는 것 같아서요."


"일본도 언젠가 도서정가제가 없어지면 서점은 어떻게 되는 거야?" 

→ 그래서 작품 안의 일본 서점 고위층은 도서정가제가 무의미한 한국 서점들을 보고 미리 대비하자고 한다.


*작품을 통해 본 우리나라와 일본 서점의 차이

일본 서점의 도서 POP는 서점 직원이 손글씨로 직접 쓴다. 서점 직원의 개인 평이 들어가 있어 개성이 있고 손글씨라 인간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서점 직원이 아니라 출판사가 POP를 만들고, 손글씨로 쓰면 없어 보여서 출판사가 컴퓨터로 디자인하고 코팅해서 서점 직원에게 건넨다. 만화책은 비닐포장해서 파는데, 이것도 일본은 출판사가 아닌 서점에서 작업한다. 파는 것은 우리 서점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일본 서점은 반품률이 높으면 다음번 배본에서 원하는 책을 원하는 수량만큼 받을 수 없다. 이는 출판사와 직거래가 많지 않고 도매상의 영향력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서점과 같은 금액으로 팔기 때문에 일본 오프라인서점이 책을 팔고자 하는 의욕이나 마케팅은 우리나라보다 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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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UMAN의 편집자

2012. 12. 18. 13:09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 여러 타입의 작가와 편집자를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소년만화 잡지 쪽 얘기지만, 일반 단행본 편집자하고도 기본은 통한다.

편집자를 참견쟁이로 보고 무시하는 작가, 편집자를 믿고 의기투합하는 작가...
작가의 심리와 욕망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장황한 편집론보다는 이렇게 만화로 다양한 시점을 볼 수 있는 게 편집자에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재미가 없을 법한 만화 잡지업계를 소재로 배틀과 우정, 연애 요소를 넣어서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다른 작가 작품을 의식해서 승부를 건다는 배틀 요소는 만화의 재미를 위한 과장.


*만화에서 편집자 역할이 대체 뭘까 궁금했다. 소설이나 만화는 작가의 최종 원고를 보고 재미있으면 책으로 내고, 아니면 돌려보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점프 잡지의 시스템에선 편집자가 방향을 설정해주고 첫 번째 독자로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함께 기획한다. 여기서 편집자의 능력에 따라 작가가 성장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저자가 자신의 작품을 편집자 없이 주변 사람에게 평가를 받아 고쳐가며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 주변 사람과 편집자의 가장 큰 차이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다. 저자와 같이 죽고 같이 살겠다는 마음가짐의 편집자 의견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이 만화를 보고 새삼 느낀 건 편집자는 저자 위에 서서 평가하고 참견하는 사람이 아니라 저자와 한배를 타고 저자의 작품이 성공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 존재라는 점이다. 그러려면 많은 연구와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매주 독자의 앙케이트 인기순위를 보고 작품의 수준과 종료 여부를 결정하는 점프의 방식은 베스트셀러 공식으로 책을 만드는 단행본 출판사들 속성과 비슷하다. 대단히 상업적이지만 그것이 지금까지 먹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독자의 반응과 성공 공식에 따라 작품을 만드는 방식은 비슷비슷한 책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의 만화잡지 '점프'라는 플랫폼은 대단하다. 여기서 인기를 얻으면 금세 애니메이션화가 결정되고 단행본 판매도 보장된다. 10만 부 이상 만화책이 즐비하니 작가에 대한 대우나 지원도 우리나라와 견줄 수 없다. 만화가 초청 신년회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작품에 만드는 데 필요한 참고 서적을 왕창 제공하는 장면을 보고 참고 도서 책값을 출판사에 청구한 모 저자가 생각났다. 지원해주면 좋았겠지만...


*주인공이 만화로 인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지만, 주인공이 만화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빠져있다. 많이 팔리면 다 좋은 만화일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가장 재미있었던 작가&편집자는 히라야마&요시다 콤비. 재능이 있으면서도 일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쉴 기회만을 노리는 만화가 히라야마와 소개팅을 미끼로 없는 의욕을 끌어내는 편집자 요시다 보고 많이 웃었다.

"일하고 싶지 않고 그리고 싶지도 않은데 할 수 없이 그린 만화가 재미있다!! 천재야! 그런 작가는 또 없다. 나는 너의 그런 재능에 반한 거야."


*인상적인 대사

"편집에 필요한 것은 만화를 만드는 힘이 아니죠?"

"그래. 물론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필요한 것은 작가 쪽이지. 고스기는 편집에 가장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해?"

"저는 만화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눈이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재미있는지 없는지 어디가 재미있고 어디가 그렇지 않은가."


"회사와 작가가 대립할 때, 작가 쪽에 서는 것이 진짜 편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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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퀘스트 25주년 기념서 <드래곤 퀘스트 모험의 역사서>

2012. 10. 27. 15:01


일본의 국민 RPG <드래곤 퀘스트>는 <드래곤볼>로 유명한 토리야마 아키라의 그림과 호리이 유지의 깨알 같고 감동적인 시나리오, 스기야마 코이치의 장쾌한 음악이 어우러진 걸작 시리즈입니다.


학생 시절 불타올랐던 기억이 떠올라서 이 책을 찾았을 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게임 공략서가 아니라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즐겼던 분들을 위한 추억 보존용 책입니다. 드래곤 퀘스트 1편부터 9편, 그리고 <톨네코의 모험>을 비롯한 관련 작품까지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448쪽에 올컬러로 명장면과 숨은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25년 연표

1986년부터 2011년까지 나왔던 드래곤 퀘스트 상품에 관한 모든 정보와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첫 장은 드래곤 퀘스트 1편

줄거리→게임 시스템 TOPICS→이식&리메이크 작품→캐릭터 도감→지도→모험의 여로→추억 앨범→시리즈 연구 순으로 보여줍니다.



드래곤 퀘스트 1·2의 이식작&리메이크 작품 소개

패미콤판, MSX판, 슈퍼패미콤판, 게임보이판, Wii판, 휴대폰판... 많이 나왔군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연구1 - 이야기의 역사

1~3편의 로토 전설과 4~6편의 천공의 성이 시리즈에 각각 어떤 관련이 있는지 다루는 페이지.


역대 주인공 소개



역대 보스 소개

데스피사로의 3단 변신을 보면 프리더 같음.


드래곤 퀘스트4 패미콤판의 명장면들

각 장마다 주인공이 달라지는 옴니버스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던 패미콤 최고의 RPG.


드래곤 퀘스트5 슈퍼패미콤판의 명장면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되기까지 시리즈 중 가장 파란만장하고 감동적이었던 5편.



외전격인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1&2 소개


아직 <드래곤 퀘스트>를 즐기지 못한 분들에게는 미리니름이 될 수 있어 추천 드리지 않지만, 드래곤 퀘스트 팬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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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콘솔 게임 카탈로그 책자들

2012. 10. 1. 18:17

우리나라에는 시장 크기상 나오기 어려운 책들이지만, 역시 일본은 게임의 나라답게 이미 흘러간 게임들을 정리한 책자가 다수 나와 있다. 보고 있으면 '아! 이 게임!' 하고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책들이다.

패미・컴플리트 (산사이북스, 2003)



상하권 구성으로 패미콤으로 발매되었던 모든 게임이 오십음도순으로 정리된 책이다. 가격은 무려 4,381엔... 그러나 일본에서 발매되자 금세 절판이 되었고, 재판 예정도 없는 듯하다. 현재는 일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데, 중고책 시장에선 값이 몇 배로 뛰었다고 한다.

1983년에 패미콤 롬팩 제1호로 발매된 동킹콩부터 1994년 고교명인의 모험도4까지 무려 1,249개의 패미콤 게임이 롬팩과 디스크드라이브판 모두 실려 있다.

 


페이지 대부분이 올컬러이며, 게임은 한 페이지에 4개씩, 종이 케이스 표지와 롬팩의 그림, 타이틀 화면, 게임 화면, 간단한 게임 소개로 구성되어 있다. 권말에는 패미콤 게임의 묘수와 주변기기들이 소개되었다. 패미콤 게임을 정리하는 최고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GB1236 타이틀 완전 카탈로그 (아스펙트무크, 2005)

 

게임보이만을 다룬 책자는 구하기 어려웠는데, 그나마 나와줘서 기뻤다. 게임보이로 발매된 1,236개의 게임타이틀이 발매연도별로 실려 있다. 패미・컴플리트와 견주면 판형과 글씨가 작아 읽기 힘들고, 게임의 케이스 사진이 실려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2008년에 판형을 키운 개정판이 나오기도 했다.



세가 컨슈머 히스토리 (엔터브레인, 2002)

세가가 만든 게임기의 역사와 주요 게임들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는 책이다. 8비트 게임기인 SG1000부터 세가마크3, 게임기어, 메가드라이브, 메가시디, 드림캐스트까지 게임기 사진과 주변기기, 주요 게임들이 실려 있다.

특히 하드웨어 사진들은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어 게임기 자체에 흥미가 있는 사람한테 좋다. 하지만 한 권에 세가 게임기의 게임 모두를 담기에는 지면이 모자랐는지 모든 게임이 다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개발자 인터뷰도 실려 있다.

 


ALL GAME CATALOG '93 (제우미디어, 1993)


게임챔프를 발간했던 제우미디어에서 나온 책. 90년 11월 21일부터 1993년 8월까지 나온 슈퍼패미콤용 게임 400여 종이 게임 사진과 함께 장르별로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게임 소개 글들이 일본어 번역 냄새가 풍긴다. 아마도 일본 것을 그대로 번역만 해서 낸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당시에는 일본 잡지사들의 허락도 안 받고 번역해서 기사나 책을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도 그런 쪽에 속한다.

각 게임에는 명인의 평가 점수가 매겨져 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수도 있었다. 제본 상태가 좋지 않아 금방 너덜너덜해진다.



'93 슈퍼패미콤 게임연감 (미래시대, 게임월드 1993년 9월호 부록)



게임월드 9월호 별책부록. 부록이라 두께가 얇고 게임 수도 제우미디어 것보다 적다. 역시 일본 것 그대로 낸 것 같다.


슈퍼패미콤 1432 에뮬레이터 완전가이드 (마이웨이출판, 2005)


슈퍼패미콤 에뮬레이터가 CD로 제공된다. 책 표지에 '죽을 때까지 놀 수 있는 고문적 볼륨!!'라 쓰여 있다.

에뮬레이터 사용법이 실려 있으며, 슈퍼패미콤의 게임 1,432개가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다. 젤다의 전설, 파이날 판타지 같은 명작은 한 페이지를 다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다. 권말에는 게임의 버그 모음과 슈퍼패미콤으로 나온 야한 해적판 게임들이 소개되어 있다.



超패미 1445 타이틀 완전망라 에뮬레이터북 (아스팩트무크, 2004)


위의 책과 비슷한 구성이다. 에뮬CD가 부록이고, 좀 더 많은 슈퍼패미콤 게임 1,445개가 소개되어 있다. 글씨가 작아서 읽기가 좀 피곤하다.



메가드라이브 大全 (오오타 출판, 2004)

 


메가드라이브의 모든 게임이 실려있다. 부록으로는 제네시스 게임기 모형인데 조잡하다. 책에서는 약간의 오탈자가 있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메가드라이브 게임을 모두 소개한 카탈로그 책자는 이 책이 유일하다.



에뮤카탈로그 네오지오&원더스완편 (미디어웍스, 2006)


에뮤카탈로그는 네오지오와 원더스완의 게임이 소개되어 있는데, 흑백인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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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의 심리 - 수줍어하는 사람은 상처 받는 것이 두렵다.

2012. 9. 24. 13:26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부끄럼을 타는 사람은 크게 4가지를 두려워한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강박적으로 명예를 얻으려 하는 사람이다. 보통 이상으로 부끄럼을 타는 사람은 심리적 건강의 조건인「자기존중」이 부족한 사람이다. 

부끄럼을 타는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서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심리학자 Zimbardo는 말한다. 어떤 사람이 거절을 두려워하느냐 하면 한없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사람이 그렇다. 이런 사람은 우울병적인 경향이 강한 사람이기도 하다. 

거절을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에는 허영심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신경증적 자존심」이다. 거절당해서 상처받는 것은 그 사람의 허영심이다. 자신의 허영심이 상처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남한테 부탁을 하거나 설득을 할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에게 생각만 해도 울적해지고 마음에 걸리는 약점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거의 문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내가 저걸 못하니까 저 사람이 나를 가벼이 여긴다」고 생각해도 상대방은 거의 잊고 있다.

부끄럼을 잘 타는 사람은 쉽게 상처받는다. 보통 사람은 체험에서 상처를 받지만, 이러한 사람은 잘못된 생각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 『부끄러움의 심리』(가토 다이조, 미카바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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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즈 (Mars) - 70년대 SF만화

2012. 9. 24. 13:02

어린 시절 만화가게에서 봤던 만화 중에 아주 재미있게 본 작품이 '바벨 2세'였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만화인 줄 알았고, 왜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는 사람 작품이 '보물섬'이나 '소년중앙' 같은 당시의 인기만화잡지에는 연재되지 않는 것일까 의문을 품기도 했다. 훗날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린 일본만화라는 것을 알고 나서 마치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우리나라에는 '삼국지'나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역사만화로도 많이 알려져는데, 올드팬이라면 아마도 이 작가의 작품 중에 '바벨 2세'를 가장 많이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그 '바벨 2세'보다도 더 재미있게 본 작품이 바로 '마즈'다. 어린 시절 해적판으로 본 기억을 잊지 못해, 최근에 원본을 구했다. 시원시원하게 큰 판형을 원했지만, 내가 구한 것은 작은 판형이라 좀 아쉽다. 어린 시절 본 해적판은 이보다는 더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용은 이렇다. 화산 폭발로 '마즈'란 소년이 긴 잠에서 깨어난다. 마즈는 수백만 년 전 외계인들이 지구에 남겨놓은 인조인간으로 지구인들의 문명이 우주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면, 거대로봇 가이아에 내장된 폭탄을 터뜨려 지구를 멸망시키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었다.

그러나 예정보다 일찍 깨어난 탓인지 마즈는 기억을 모두 잃고 있었고, 인간의 가정에서 따뜻함을 느낀 마즈는 인간은 위험한 생명체가 아니라고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마즈 말고도 지구멸망 임무를 부여받은 자들이 또 있었으니 그것이 '육신'이다. 인간이 위험한 생물이라고 생각하는 이 여섯 인조인간과 마즈는 인류 멸망이 아닌 보호를 위해 싸우게 되는데, 나중에 육신의 로봇들이 다 파괴되어도 가이아의 폭탄이 작동된다는 사실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끝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치닫는데, 어린 시절 그 갑작스러운 결말 때문에 충격을 받고 일주일 내내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로봇들이나 메카닉의 디자인도 아주 괴이한데, 당시에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 참 놀랍고, 그것이 신비감을 더해주는 것 같다. 마즈의 첫 번째 부하로봇 타이탄이 허무하게 파괴되는 장면에서도 주인공 로봇이면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는 어린이 로봇 만화영화들과는 다른,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옛날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전쟁과 살인을 일삼는 인류에 대한 경고'라는 철학적인 메세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즈가 발표되었던 70년대가 일촉즉발의 냉전시대였던 점이 작품의 메시지에 영향을 미쳤고, 작가는 당시 소년소녀들에게 전쟁에 대한 경고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작품이 발표된 지 30년이 넘은 오늘날에도 인류의 전쟁과 환경파괴는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야말로 무서운 괴물이다"는 육신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마즈가 처음 등장할 때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 어린 시절에는 괴이하게 느꼈음.

*1권 초반부 5쪽 분량에서만 마즈 머리색깔이 엷다. 작가가 검게 칠하는 걸 잊은 건지?

*육신들이 모여서 지구멸망을 기다리는 최후의 만찬 장면. 시간이 되어도 멸망을 안 하니까 표정들이 싹 바뀌면서 마즈를 없애러 간다.

*육신 중에서는 스핑크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뜨거운 온도의 발을 물에 담궈서 마즈를 삶아버리려는 장면이 제일 인상적.

*마즈의 부하로봇 가이아가 두 발로 걸어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발은 장식용?

*등장인물 중에 여자라고는 초반에 나오는 의사 외동딸 하루미뿐이다. 마즈하고 연애할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론 마즈가 하루미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는데, 가장 중요한 마지막 부분을 고쳐버려서 작품을 완전 말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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