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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서 할인 판매의 말로

2013. 1. 19. 13:37

어학서는 ISBN를 실용코드로 잡아서 신간 할인 제한에서 빠져나간다. 전에 있던 출판사에선 그리 했다. 영업자들이 애타게 원한다. 그러니 어학서는 신간 여부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할인이 가능한 자유경쟁구조다. 처음부터 온라인에서 천원 이천원 할인쿠폰은 기본이다. 

작은 출판사가 어학서를 갖고 들어와서 할인해서 팔지만 그건 큰 출판사들도 다 한다. 할인은 마케팅이 아니라 그냥 기본인 거다. 할인해도 눈에 띄지 않으니 할인어학서가 특별히 더 잘 팔리진 않는다. 통 크게 반값으로 팔거나 뭘 더 끼워줘야 움직인다. 그 분야 1위의 어학서는 경쟁서가 나오면 할인을 더 많이 해서 방어한다. 이익이 줄어드니 개정판 낼 때 예상할인금액만큼 정가를 올린다. 이게 책값이 올라가는 큰 원인이다. 

그나마 1위 어학서는 할인을 좀 덜해도 순위노출로 버티지만 작은 출판사 어학서들은 어렵다. 다음달 운영비가 아쉬우니 반값이라도 팔아서 현금 만든다. 저자 인세도 잘 얘기해서 반으로 깎는다. 돈이 없으니 다음 책 만들 돈이 부족하다. 저자도 인세가 적으니 원고 안 주려고 한다. 그러다 사라진다.

GRIJOA 소출판시대

어학서 편집자의 두 부류

2012. 10. 1. 16:33

어학서 편집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독학용 어학서 편집자와 강의용 어학서 편집자. 외국어를 잘하면 어떤 어학서든 편집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두 분야의 일하는 방식이나 발상은 아주 다르다.


강의용 어학서는 독자가 수강생들이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강생들이 자기가 공부할 책을 고르지 못한다. 채택 권한은 강사(또는 더 높은 사람)에게 있다. 그러니 '강사가 강의하기 편한 책, 선호하는 책'이 가장 큰 기준이 되고 영업도 강사, 학원장, 교수에게 집중된다. 이 '강사가 강의하기 편한 책'이란 곧 '익숙한 것'인지라 편집에선 가장 보편적인 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괜히 창의력 발휘한다고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것을 시도하면 익숙함에서 벗어나서 경력 있는 강사들에게 외면받기 쉽다.


좋은 점은 채택권한자와 얘기가 잘 되면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거고, 나쁜 점(?)은 창의력이 충만한 편집자에게는 일이 다소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거다. 강의할 과목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획이 상자 안에 갇힌 느낌이라고 할까. 창의력보다는 정확함과 교정 능력이 더 우선되는 분야다.


반면, 독학용 어학서는 학습자에게 직접 선택받는 책이라 학습자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기존의 교수법에 연연하지 않고, '학습자가 보기 편하고 쉬워 보이는 것'이 우선시된다. 그래서 같은 원고라도 편집자와 디자이너에 따라 각양각색의 책이 나올 수 있다. 새로운 학습법을 결합하거나 아예 만화나 소설로 구성하는 등등, 창의력이 발휘해야 할 곳이 정말 다양하다. 다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잘 팔리는 건 아니다. 이미 어느 정도 채택 약속을 하고 들어가는 교재와는 달리 판매량을 가늠할 수 없어 전혀 안 팔릴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다.


모험심 있고 기획을 하기 좋아하는 편집자라면 독학용 어학서, 기획보다는 외국어의 교정과 안정적인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 편집자라면 강의용 어학서 쪽을 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건 어느 한쪽에 오래 머물면 나머지 한쪽에 감이 떨어진다는 거다. 비슷한 분야라도 그 안에서 선택해야 한다.

 

 

GRIJOA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