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 "팔고 싶은 책과 잘 팔릴 책만 만드세요"

2012. 10. 11. 08:58
작가도 출판사도 서점도 책을 팔아서 먹고삽니다. 책은 작가와 출판사 사이에서는 작품이지만, 출판사와 서점 사이에서는 상품이라고 저는 자주 말합니다.
저는 엔터테인먼트 작가니까 제가 예술을 한다거나 문학을 한다든가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2~3시간 동안 책을 읽고 '아~ 재미있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렸네~' 하고 느낄 수 있는 오락 상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걸 바라고 씁니다.
저는 몇 시간 동안 두근두근 벌렁벌렁하는 것을 상품으로 팔고 있는 것입니다. 그 두근두근함이 커지면 커질수록 독자는 돈 주고 산 보람을 느낍니다.

지금 출판사는 팔고 싶은 책 아니면 잘 팔릴 책, 둘 중 하나를 만들면 된다고 봅니다. 팔고 싶은 책이란 '이것은 팔릴지는 모르지만 좋은 책이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이 보게 하자'고 담당자가 생각하는 책입니다.
잘 팔릴 책이란 좋은 책인지 나쁜 책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출판사를 넉넉하게 해주는 책. 출판사와 서점을 돈 벌게 해주는 책이죠.
'팔릴지 어떨지 모르겠고 별로 잘 팔고 싶지도 않아요.' 이런 책을 만드는 것은 그만둬야 합니다.






오사와 아리마사(大沢在昌)

1990년 <신주쿠 상어>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1993년 <무간 인형 - 신주쿠 상어 4>로 제110회 나오키 상을 받은 하드보일드 소설가. 현재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츠히코와 '다이쿄쿠구'라는 사무실을 만들어 함께 활동 중.


GRIJOA 소출판시대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가 말하는 전자책 시대

2012. 9. 28. 16:38

"언젠가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5대5가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오겠지요.

전자책 단말기가 유행해서 모든 사람이 단말기를 갖게 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 정도 보급이 되어서 도시 인구의 20~30%가 갖게 되거나 주위 사람이 가지고 있는 때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출판사는 전자책을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출판사, 도매상, 서점이 지금처럼 벽을 쌓고 있다가 타업종에서 만드는 전자책이 점점 늘어나면 벽 너머에 있던 쪽은 무너지고 맙니다.

예를 들어 우수한 편집자가 작가와 손을 잡고 편집 프로덕션을 차려서 콘텐츠를 기존 종이책 출판사가 아닌 전자책 만드는 업체로 팔 수도 있습니다. 또는 출판사 내부를 판매 부문과 편집 부문으로 나눈다면, 편집 부문은 종이책과 전자책 양쪽에서 돈이 들어오니까 괜찮지만, 종이책 판매 부문은 갈수록 쇠퇴하게 되지요.

전자책 서점은 100만 타이틀이 있으면 1년에 종당 2권씩 팔려도 200만 타이틀은 팔리니까 충분히 돈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 저자와 출판사가 만든 책이 1년에 2권 팔린다면 먹고살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아주 큰 문제라서 생각해야 합니다.

전자책을 출판사가 하고 저자가 거기에 응해서 성공하게 하려면 지금까지 출판사가 해온 종이책 마케팅 방법으로는 절대 부족합니다. 플러스 알파가 필요합니다.
이 플러스 알파라는 것은 방대한 상품 중 하나를 손님의 눈에 들게 하고 파는 홍보 방법입니다.

전자책이 보급되면 될수록 안목이 있는 MD와 많은 팬을 가진 서평가들이 전자책 시장에 흡수될 겁니다. 그 사람들이 책을 추천하는 코너가 생기겠죠. 아마존에서 페이스북의 정보를 수집해서 책을 추천하는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면 골프 책을 추천하거나 친구가 어떤 책을 좋아하면 친구가 이런 책 좋아하는데 선물하면 어떨까요? 하는 시스템이지요. 

이것은 결국 수동적인 책 선택이고 개인정보 노출, 정보조작의 우려가 있으나 전자책에서는 손님을 끄는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출판 시장이 종이책과 전자책이 5대5가 되더라도 5+5가 10이 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종이책이 5이고 전자책이 8이라면 13이 되지요. 조금 자화자찬이지만, 인터넷의 <호보 닛칸 신문>에서 제 글을 읽고 종이책 독자가 늘어난 일이 있습니다. 

전자책에서는 유통사, 출판사, 작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전자책 유통사가 나와서 작가와 직접 손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출판사가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패키지 판매도 나쁘지 않겠죠. 예를 들어 제 소설을 세트판매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 권에 500엔인데 시리즈 중 세 권을 자유롭게 고르게 하고 1,000엔을 받는 방법도 좋습니다. 독자를 확대하면 반드시 그 중 몇 퍼센트는 종이책으로 돌아온다고 봅니다. 사람에게는 소유욕이란 것이 있습니다. 전자책은 소유욕을 채우지 못합니다. 남에게 빌려줄 수도 없지요. 빌려서 읽으면 출판사나 저자가 곤란하겠지만 빌려서 읽고 싶은 독자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10년 전 어느 조사에 따르면 나오키 상 후보 책을 빌려서 읽었다는 사람이 전체 독자 중 52%였습니다. 빌려서 읽은 사람이 더 많지요. 하지만 다음 책부터는 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책을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서 얘기고, 책도 상품이니 팔아야 합니다."



오사와 아리마사(大沢在昌)
1990년 <신주쿠 상어>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1993년 <무간 인형 - 신주쿠 상어 4>로 제110회 나오키 상을 받은 하드보일드 소설가. 현재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츠히코와 '다이쿄쿠구'라는 사무실을 만들어 함께 활동 중.



2010
http://blog.livedoor.jp/hbk3253/archives/cat_10032060.html?p=3

GRIJOA 전자책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가 말하는 편집자의 중요성

2012. 9. 28. 13:38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大沢在昌)
1990년 <신주쿠 상어>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1993년 <무간 인형 - 신주쿠 상어 4>로 제110회 나오키 상을 받은 하드보일드 소설가. 현재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츠히코와 '다이쿄쿠구'라는 사무실을 만들어 함께 활동 중. 그가 제18회 도쿄 국제 북페어에서 강연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전자책에서 작가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 팔 수 있는지 자주 질문을 받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 사무실에서도 만들려고 하면 만들 수 있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절대로.

우리뿐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훌륭한 작가들은 누구 한 사람 자체 제작, 직접 판매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수한 편집자가 자기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표지에는 제 이름만 쓰여 있으니 저 혼자 다 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취재하고 교정 교열하고 홍보해서 내보내는 일 모두 작가 혼자서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작가는 소설을 쓰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작품의 질은 그런 일에 에너지를 쓰면 분명히 떨어집니다. 작가에게는 우수한 편집자가 필요합니다. 우수한 작가일수록 우수한 편집자의 필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판사와 관계를 끊고 자기만 돈 벌면 된다는 야랑자대(夜郞自大)한 생각으로 자가출판하는 일은 아마 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단 하나. 공부를 잘해서 일류 대학을 나와 대형 출판사의 편집자가 된 사람이 모두 우수한 편집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숫자에 강해도 재미있는 소설이 뭔지 모르는 편집자라면 곤란합니다. 우리 작가들은 정말 책이 좋아서 근사한 이야기를 사랑하는 편집자와 손을 잡고 싶습니다. 이게 있는 한, 아무리 전자책이 보급되어도 그런 편집자가 있는 출판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훌륭한 편집자를 가진 출판사와 함께 가려는 훌륭한 작가들 역시 사라지지 않습니다.

작가는 지금 잘 나가는 사람과 앞으로 잘 나갈 사람이 있습니다. 출판업계에는 신진대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 이제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길입니다. 프로야구로 말하면 아무리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했어도 바로 1군에 들어가는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그중에는 연습생으로 입단해서 2군에서 계속 실력을 쌓다가 비로소 1군에 오르는 선수도 있습니다. 1군에 올라가도 처음에는 대타나 대주자를 맡습니다. 그 기회를 살리면 6번이나 7번 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거기서 두각을 나타내면 주전이 됩니다.

그러나 누군가 주전이 된다는 것은 그때까지 주전이었던 사람이 내려간다는 얘기입니다. 그 자리를 뺏은 거지요. 작가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아 그 자리에 섭니다. 야구 선수는 결국 쇠퇴기가 와서 타순이 내려갑니다. 1군과 2군을 드나들다가 감독, 코치, 해설자가 됩니다만, 안타깝게도 작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원로 작가라는 자리가 작가계에 없는 것은 그 때문이라 봅니다.

하지만 이른바 재생공장. 가령 실력과 재능이 조금 떨어져서 밀려난 작가를 부활시키는 방법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작가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감독이나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편집자입니다. 좋은 편집자를 만나면 작가는 주전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가진 편집자와는 절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작가도 편집자에게 질투합니다. '저 녀석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하고만 붙어 다니는구나. 난 이제 필요 없다는 건가...' 하고요.
한편, 어떤 편집자가 누구를 담당하는지, 나 이외의 누구를 담당하는지 살펴보면 '아, 나도 그런대로 괜찮은 작가일지도. 이녀석이 담당하는 작가들은 잘 나가지는 않는데 다 좋은 작가들이구나. 그렇다면 혹시 나도 좋은 작가...'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편집자가 '이제 저 작가에게는 글을 맡기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면 일이 오지 않습니다. '만나서는 선생님 선생님 하지만 이 녀석이 나를 자르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좋은 편집자는 아부해도 선물을 보내도 일과 전혀 관련짓지 않습니다. 그런 편집자와는 언제까지나 함께하고 싶어요. 그들이 있는 한, 기존 출판계가 전자책에 쉽게 먹히는 일은 없다고 봅니다."



2011

http://blog.livedoor.jp/hbk3253/archives/513143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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