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서점 케이분샤 이치죠, 그리고 서점인 호리베 아쓰시

2015. 9. 16. 15:03

교토에 있는 '케이분샤 이치죠 점(恵文社一乗寺店)'은 영국 가디언지가 2010년 7월에 선정한 '세계의 베스트 10 서점' 중 하나이다. 케이분샤의 분점으로 1975년에 개업한 이 서점은 교토의 한 귀퉁이에 있으면서도 지명도가 높다. 교토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교토의 관광명소'라고 알려질 정도다.

이 서점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가 점장이 되기까지 13년간 일했던 호리베 아쓰시(堀部篤史 1977년생)의 인터뷰.



케이분샤 이치죠 점의 역사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취직할 생각이 없었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했어요. 교토 안에서도 사쿄 구는 학생 문화가 강한 지역이에요. 졸업하고 나서도 취직하지 않고 이 지역에 남아서 가게를 차리는 사람이 제 주위에 몇 명 있었습니다. 그게 저한텐 익숙한 모습이어서 교토에 남기로 한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죠. 1996년, 케이분샤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친구 소개로 이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게 되었어요. 간단한 면접 후, 사장님이 느닷없이 '하고 싶은 대로 진열해봐!'라고 하셨어요. 

서점이 어려워져서 사장님이 대형서점 점장 출신을 데려오셨는데, 자기 취향대로만 책을 진열하는 걸 보고 전 '아, 저런 방식으론 안되는구나' 하고 배웠죠. 그분이 그만둘 때 사장님이 '네가 점장 해'라고 하셔서 2002년에 25살의 나이로 케이분샤 이치죠의 점장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태프가 바뀔 때마다 주문하거나 진열하는 책들의 종류가 바뀌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어요. 그러다 보니 경영이 어려웠죠. 다행히 사장님이 '이곳이 적자라도 케이분샤 전체에서 채산을 맞추면 된다'며 스태프에게 다 맡겨주셨어요. 오랜 시행착오 끝에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에 서점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우리 서점의 이미지를 세상에 내보내고 나서 변화가 있었어요. 그전까진 스태프에 따라 서점의 이미지가 바뀌어서 일관된 느낌이 없었어요. 책 선정이나 진열에 관해 스태프들끼리 공유는 했지만, 어떤 철학 없이 개인의 감으로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웹사이트를 만들고 서점의 철학을 문자로 표현한 뒤로, 케이분샤 이치죠 점만의 철학을 모든 스태프가 강하게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점의 이미지, 책 선정과 진열이 어떤 방향성을 갖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전에는 근처에 사는 분들만 왔는데, 웹사이트가 생긴 뒤로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도 생겼어요. 그 뒤로 경영도 조금씩 안정되었습니다."



일하는 방식

"평일은 개점 시간 전에 신간이 들어와요. 도매 업체로부터 책이 오는 시간이 9시 전이고, 그 책들을 10시까지 모두 풀어서 진열합니다. 그 일이 끝나면 직거래하는 출판사에서 책이 와서 그것들을 진열합니다. 그다음엔 책을 촬영해서 온라인 쇼핑몰에 올리거나 메일과 이벤트 일정을 확인하면 금방 오후 6시가 되어 버려요. 물론 서점에 오시는 손님의 문의나 주문도 많아서 한가할 틈이 없어요. 그게 다 끝나면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읍니다."


"우리 서점에서 2~3시간 머무는 손님도 적지 않아요. 10시 개점 시간에 맞춰 들어오셔서 점심때까지 있다가 식사하고 다시 오시는 분도 있어요. 우리 서점은 오래 계시는 손님을 대환영하니 편하게 즐기셨으면 합니다."


"케이분샤 이치죠 점의 일은 2단계로 나뉩니다. 책을 들여오는 단계와 책을 책장에 진열하는 단계.

웹에서 검색해서 얻는 정보는 기본적으로 실용 정보예요. 영화의 상영 시간이나 계란말이 만드는 법 같은 거요. 그런 정보는 웹에서 필요할 때 찾으면 되니까 굳이 책이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앞으로 나오는 책들은 실용 정보 이상의 것이 요구됩니다. 웹이라는 비교 대상이 있어서 책의 역할이 바뀌었어요.

예를 들어 소설은 실용적인 정보도 아니고, 소설 줄거리를 아는 것과 소설을 실제로 읽는 행위는 본질이 다릅니다. 소설은 이야기를 읽고 거기서 무언가를 느껴야 의미가 있습니다. 계란말이도 그냥 만드는 법만 보여주면 단순한 실용 정보이지만, 식탁이나 접시와 어울린 예쁜 사진을 싣거나 저자가 쓴 에세이와 함께 편집하면 단순한 정보를 뛰어넘어 정서적인 것이 됩니다. 우리 서점에선 그런 실용 정보 이상의 것이 담긴 책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책 진열은 알파벳순, 가나다순, 작가순처럼 '검색 지향'과는 전혀 다른 발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검색 잘 되는 형태로 진열하면 모처럼 실용 정보 이상이 담긴 책을 진열해도 그 책이 실용서로밖에 안 보입니다. 필요한 책을 찾기 쉽게 하기 위함이 아니고 모르는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끔 진열하고 있어요. 책장에도 XX 코너라고 쓰지 않고, 어떤 키워드를 두고 거기서 소재를 넓히는 방식으로 진열하고 있어요. 어떤 책을 정말 사고 싶은 손님은 검색해서 재고 있는 서점으로 갑니다. 매일 수많은 책이 세상에 나오는데, 이렇게 작은 서점에 자신이 찾는 책이 다 있을 가능성은 낮으니까요. 그렇다면 특정 책을 찾기 편한 구조보다 '서점에 왔더니 이런 책이 있더라' 하고 어떤 책과 손님을 만나게 하고 싶어요. 목적 없이 편하게 들렀다가 흥미가 없었던 책을 집어 드는 모습을 보면 기쁩니다. 그렇다고 무작위로 진열하는 건 아닙니다. 보면 바로 알 수 있도록 책장별로 주제를 정해요. 예를 들어 요리책이라면 레시피 정보집으로 소개하는 게 아니라 음식에 관한 수필, 예술서, 역사서, 만화와 함께 진열합니다. 그렇게 하면 요리책을 사러 왔던 손님이 식문화의 역사에 흥미를 보이기도 하죠.

우리 서점이 하는 일은 책이 원래 가지고 있는 문맥을 재조합해서 새로운 문맥을 제안하는 일이에요. 책 내용을 서점이 바꿀 순 없지만, 책들의 문맥은 바꿀 수 있습니다.



한 예로 1950년에 초판이 나온 『도안사전』이란 책이 있는데요. 이 책은 원래 연하장용 배경컷 모음집이라 실용서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요즘 누가 이걸 보고 연하장을 만들어요. 하지만 문고판 크기라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예쁜 복고풍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책입니다. 그래서 '소녀를 위한 코너'를 만들어서 여성의 감수성이 담긴 수필이나 여성용 그림집과 함께 진열했더니 꾸준히 팔리고 있어요.

이 책이 대형 서점에선 디자인, 도안 코너에 있을 텐데 그러면 거의 눈에 띄기 어려울 거예요. 이렇게 묻힌 책을 빛을 보게 해서 책과 독자를 만나게 하는 일이 우리 서점의 '책장 편집술'입니다."


"뭔가 있어 보이는 책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면 굳이 POP로 설명 안 해도 손님에게 잘 도달합니다. 케이분샤 이치죠 점에는 POP가 없어요. 원래 책 자체가 정보량이 많아서 POP는 만들지 않아요. 일본책은 띠지도 있고, 손님이 들고 읽어보니까요.

주문해서 들여온 책은 다 팔겠다는 각오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우리 서점에서는 반품 없는 매절을 전제로 외서, 인쇄물, 잡화도 팔고 있어요. 책은 출판사로 반품할 수 있지만, 다른 상품처럼 다 팔 자신이 있는 책만 들여옵니다."



서점과 책에 관한 생각

"서점은 하나의 미디어예요. 그래서 출판 경향이나 팔림새 보고 있으면 지금 어떤 것이 가치관으로 형성되고 유행하는지 알게 됩니다. 그것을 이벤트해본다든가 관련서들로 코너를 만들어 진열한다든가 해서 소개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앞으로 이런 것이 유행한다'가 아니라 손님과 출판의 흐름을 보고 '지금 이런 게 재미있구나' 하는 것을 보이게 만들어서 제시합니다. 편집자 같은 역할이라고 봐요."


"온라인 서점은 검색해서 자기가 원하는 책만 사는 곳이죠. 하지만 서점은 책을 사는 장소만이 아니에요. 보다가 아무것도 안 사고 돌아가는 분도 있지요. 이런 책이 나왔다든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요즘은 그런 정보의 위치 관계를 잘 아는 것이 지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책은 기호품입니다. 책 중에서도 이른바 실용서는 어떤 '방법'을 알기 위해 읽는 것이라 바로 도움이 됩니다. 그에 반해 소설은 읽어도 어떤 도움이 될지 바로 알 수 없어요. 가령, 커피나 술도 살기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식사는 아니잖아요. 배를 채우려면 햄버거가 더 낫지요. 그러나 커피나 술을 마시면 눈에 보이게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나쁜 일을 잊어버리거나 똑같은 일상을 리셋할 수 있어요. 소설도 그래요. 읽어서 실용적으로 바로 도움은 되지 않지만, 그 세계에 들어감으로써 간접체험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남의 인생과 사고방식을 들여다보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상상력이 생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기호품 같아요."


"트위터 같은 SNS에서 짧고 간단한 글들이 주목받으면서, 단순한 주장이 늘어났다고 봐요. 예를 들어 '이거 아니면 저거'로 논점이 두 개로 좁혀지는 경우가 많아서 복잡한 논리가 받아들여지기 힘든 세상이에요.

생각은 두 개만이 아니죠. 그런 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많이 읽은 사람은 단순한 주장에 쉽게 안 빠져요.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면 복잡한 사고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생깁니다. 꼭 책이 아니라도 됩니다. 가령 다양한 사람과 깊은 얘기를 나누며 남의 인생을 간접 체험한다든가 영화를 보고 뭔가를 얻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책이든 영화든 대화든 자기가 모르는 것에 접하려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토는 개인이 차린 가게 문화가 아직 남아 있는 게 매력이에요. 사쿄 구를 비롯한 교토 주변은 아직 재미있는 가게나 주인들이 많아서 먼 곳에 있는 사람도 불러들이는 힘이 있어요. 다만 같은 교토라도 카와라마치는 개인이 차린 가게들이 폐점 직전이에요. 노래방이나 드럭스토어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죠. 합리성과 편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논리가 작용한 결과이지요.

케이분샤 이치죠 점는 그런 흐름에 돌 하나를 던지고 싶어요. 합리성, 편리성, 효율성을 추구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지키고 싶습니다. 합리성만으로 인간의 생활이 성립된다면 운치 있는 가게도, 맛있는 식사도 존재 이유가 사라집니다. 인간이 영양제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와도 그런 생활이 풍요롭다곤 생각 안 해요. 언어로 말할 수 없는 곳, 합리성을 넘어선 곳에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 서점은 그런 것을 지키고 싶고 '문화적'인 서점으로 남고 싶어요."



호리베 아쓰시는 케이분샤 이치죠 점에서 13년 근무를 마치고 2015년, 교토에 '세이코샤(誠光社)'라는 서점으로 독립했다.



출처

http://www.mishimaga.com/hon-asobi/022.html

http://con-trast.jp/dialogue/92


GRIJOA 소출판시대

일본에서 한국문학 시장을 키우는 출판사 CUON

2013. 6. 21. 14:20

해마다 일본 책은 900여 종 이상 한국에 번역 출판되는 데 비해, 일본에서 출판되는 한국 책은 한 해 평균 80여 종(한국 문학서는 20여 종)도 안 된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판권이 10억을 넘겼다고 하는데, 한국 책이 일본에 그 정도 대우를 받고 나간 사례는 없다. 출판계에서는 일류(日流)가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축구 한일전처럼 비등한다면 라이벌 의식이라도 가질 텐데, 아예 맞서는 것이 무모해 보일 정도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일본 책에 열광하는 것처럼 일본인에게 두루 읽힐 한국 책은 없을까.


바꿀 수 없어 보이는 이 대세의 반대편에 있는 출판사가 있다. 일본에서 한국문학을 전문으로 내고 있는 출판사 CUON이 그렇다.


일본에서 한국문학을 출판한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지만,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일이며 험난한 길이다. 일본에서는 한국문학의 인지도가 낮고 한국어를 이해하는 일본인 편집자도 무척 적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본다면 비즈니스로 성립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CUON의 김승복 대표는 과감하게 이 험난한 길을 선택했고 일본에서 한국문학의 전도사로서 꾸준히 한국문예서를 내고 있다. 단순히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에서 한국 책 시장을 키우고자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시장이 작다고 실망하지 않고 시장을 키우는 것이다.


그 일환의 하나로 CUON은 ‘K-문학진흥위원회’을 만들어 2013년 6월 4일 도쿄에서 출판사와 번역가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 콘텐츠 보급을 위한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의 책’ 50권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문예 작품만 아니라 그림책, 수필, 실용서, 만화 등 2000년 이후 한국에서 발간된 다양한 책들이 포함돼있다.



K-문학진흥위원회는 2011년, 작가이자 호세이(法政)대학교 교수인 나카자와 게이 씨를 위원장으로 번역가, 출판사 대표, 자유기고가 등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로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다. 이들은 양국 문화의 상호이해 심화를 위해 한국 책의 일본어 번역을 늘리는데 한몫하자는 것이다. 



설명회에는 한국 문화를 일본에 적극 알리고 있는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 씨도 발표자로 나왔다.

구로다 후쿠미 "일본과 한국은 비슷하면서도 좀 다릅니다. 그 차이가 서로를 끌어당기리라 생각합니다"


설명회와 함께 가이드북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의 책 - 추천 50선>도 배포했다. K-문학진흥위원회에서는 이 가이드북을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무상으로 보내 한국 책이 더 많이 번역 출판될 기회를 만들고 있다. 덕분에 배포 한 달도 안 되어서 가이드북에 실린 한국 책 중 4권이 이미 계약되었다고 한다.



김승복 대표에게 질문

Q 한국 책 선정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K-문학진흥위원회'에서 추천한 책 또는 한국 출판사들에 연락해서 책을 받거나 직접 사서 읽어본 뒤 선정해요. '일본에서 될 것 같은 한국 책'이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 책은 계약될 것 같다'고 생각한 책이 실제로 계약이 되면 희열을 느껴요. 일본 출판 관계자들이 선호하는 한국 책을 조사했는데, 1 일본에 없는 콘텐츠, 2 학습만화 시리즈물, 3 한일 공동기획/제작/동시발매였어요."


Q 일본에 없는 콘텐츠라... 일본은 별의별 책들이 다 나와 있는데, 그런 독특한 콘텐츠가 한국에 있을까요?

"예를 들면 한국 고유의 것들. 뭐 떡볶이에 관한 책이라든가... 이런 것은 일본에 없는 콘텐츠예요."


Q 이러한 설명회와 가이드북 출간으로 출판사 CUON이 얻는 메리트는 무엇인가요? 에이전시 역할을 하시나요?

"일본 출판사가 에이전시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면 마다하진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우리가 전문 에이전시도 아니고 일이 번거로워서 에이전시 일을 주력으로 삼고 싶진 않아요. 일본 출판사가 다른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을 진행해도 상관없어요. 이러한 활동의 목적은 에이전시 수수료가 아니라 일본에서 한국 책 시장을 키우는 것이니까요. 한국 책이 일본에 더 많이 나와야 CUON의 한국 책도 더 많은 일본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Q 가이드북에 상당한 공을 들이신 것 같습니다.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한국 책들을 CUON에서도 내나요?

"우리는 한국문예서 전문 출판사라 조건에 맞으면 하겠지만, 형편상 우리가 모든 책을 다 낼 수는 없어요. 꼭 우리 출판사에서 내지 않더라도 일본 출판사들이 한국 책을 많이 내주었으면 합니다. 가이드북은 앞으로 6개월에 한 번씩 내고 한국 책 시장이 만족할 만큼 커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출간을 멈출 생각이에요."



Q CUON에서 펴낸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의 표지가 근사하네요? 디자이너는 어떤 분인가요?

"일본 서점에서도 표지에 대한 평이 좋아요. 디자이너는 유명한 일본 분인데 CUON의 뜻을 잘 이해해줘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해주셨어요. 뜻을 같이하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었죠."


Q 한국문학을 읽는 일본 독자는 어떤 분들인가요? 

"지한파, 재일한국인, 한국문학 마니아가 주독자층이에요. 한국문학독서감상문 대회도 열어봤는데, 의외로 참가자의 80% 이상이 직장인이었어요. 그 중 반이 남성이구요. 주부나 학생이 많을 거라 예상했는데, 여기서 가능성을 봤어요."


Q 일본에서 한국문학을 출판한다는 것...?

"한국 작품은 안 팔린다는 이유로 번역 출판이 많이 되지 않아요. 책장에 책이 없는데 어떻게 팔리겠어요. 상품 진열장에 상품이 없고 썰렁하면 손님들이 그 가게를 찾지 않듯이 서점의 진열장에 한국문학 코너를 만들고 다양한 작품들이 진열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 모범을 스스로 보이겠다고 마음먹었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과감하게 개척해나가는 출판사 CUON의 김승복 대표. CUON의 노력에 힘입어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책이 일본에 나오기를 바란다.

GRIJOA 소출판시대

일본 출판 불황의 원인은 중고책 탓?

2013. 5. 28. 12:19

일본의 출판 시장은 완전도서정가제인 대신에 중고책 구매가 간단하고 활발하다. 출판 불황의 원인 중 하나로 중고책을 꼽는 사람도 있다.

신간이라도 한 달이 지나면 중고책이 유통된다. 유통되는 순간, 신간의 중고책 구입율은 40%, 구간은 70~80%에 이른다. 일본 아마존에서 유통되는 책의 60%는 중고라는 얘기도 있다.


출판사는 '전자책 가격을 싸게 하면 종이책이 안 팔린다'고 하지만, 차라리 중고책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까지 내리면 어떨까. 신간이 나오고 2개월은 종이책만 팔다가 중고책이 유통되는 타이밍에 중고책 가격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전자책을 낸다. 빨리 읽고 싶은 사람은 종이책을 살 테고, 출간 2개월 후는 어차피 종이책이 중고책에 먹히기 시작하니까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전자책을 내면 중고책은 메리트를 잃는다.



출처 - http://d.hatena.ne.jp/yasudeyasu/20121129/1354150131

GRIJOA 전자책

드래곤 퀘스트 25주년 기념서 <드래곤 퀘스트 모험의 역사서>

2012. 10. 27. 15:01


일본의 국민 RPG <드래곤 퀘스트>는 <드래곤볼>로 유명한 토리야마 아키라의 그림과 호리이 유지의 깨알 같고 감동적인 시나리오, 스기야마 코이치의 장쾌한 음악이 어우러진 걸작 시리즈입니다.


학생 시절 불타올랐던 기억이 떠올라서 이 책을 찾았을 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게임 공략서가 아니라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즐겼던 분들을 위한 추억 보존용 책입니다. 드래곤 퀘스트 1편부터 9편, 그리고 <톨네코의 모험>을 비롯한 관련 작품까지 순서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448쪽에 올컬러로 명장면과 숨은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25년 연표

1986년부터 2011년까지 나왔던 드래곤 퀘스트 상품에 관한 모든 정보와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첫 장은 드래곤 퀘스트 1편

줄거리→게임 시스템 TOPICS→이식&리메이크 작품→캐릭터 도감→지도→모험의 여로→추억 앨범→시리즈 연구 순으로 보여줍니다.



드래곤 퀘스트 1·2의 이식작&리메이크 작품 소개

패미콤판, MSX판, 슈퍼패미콤판, 게임보이판, Wii판, 휴대폰판... 많이 나왔군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 연구1 - 이야기의 역사

1~3편의 로토 전설과 4~6편의 천공의 성이 시리즈에 각각 어떤 관련이 있는지 다루는 페이지.


역대 주인공 소개



역대 보스 소개

데스피사로의 3단 변신을 보면 프리더 같음.


드래곤 퀘스트4 패미콤판의 명장면들

각 장마다 주인공이 달라지는 옴니버스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던 패미콤 최고의 RPG.


드래곤 퀘스트5 슈퍼패미콤판의 명장면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되기까지 시리즈 중 가장 파란만장하고 감동적이었던 5편.



외전격인 드래곤 퀘스트 몬스터즈1&2 소개


아직 <드래곤 퀘스트>를 즐기지 못한 분들에게는 미리니름이 될 수 있어 추천 드리지 않지만, 드래곤 퀘스트 팬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GRIJOA

韓日 서점과 출판사 수 비교

2012. 10. 12. 12:30

韓日 오프라인 서점 수 비교

 

한국 (인구 약 5천만 명)

일본 (인구 약 1억 2천7백만 명)

1994년

5,683

26,224

2012년

1,752

14,696


일본의 인구는 우리나라보다 2.5배 많을 뿐인데 서점 수는 2012년 현재 8.3배나 많다. 우리나라 서점 수는 인구 2만 8000명당 한 개꼴이며 일본과 격차가 크다.


이는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일본의 완전도서정가제 덕도 있다. 일본은 신간이든 구간이든 출판사가 정한 가격을 온오프라인서점이 지켜야 하기 때문에 세계 최대의 온라인서점 아마존조차도 일본에서는 할인할 수 없다.(일본 아마존 사이트는 아예 도서 할인 자체가 없다) 일본의 경우, 오프라인서점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 우리나라 서점들보다는 나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는 있으나 온라인서점은 신간 10%+9%, 구간과 실용코드 도서는 무차별 할인할 수 있어서, 잘해야 10% 할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서점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독자 처지에선 100원이라도 싼 쪽에서 사는 게 당연하다)


단, 완전도서정가제가 있는 일본조차 해마다 400개 가까운 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그래도 비율상 우리나라보다 느리게 사라진다) 이는 일본 출판 유통에 큰 축을 차지했던 잡지가 인터넷의 읽을거리에 밀려난 것이 크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등에 독서가 밀려나고 있는 원인도 한몫하고 있다.


韓日 출판사 수 비교

 

한국

일본

2007년

 29,977 (2,771) 

4,055

2008년

 31,739 (2,777) 

3,979

2009년

 35,191 (2,902) 

3,902

2010년

 35,626 (2,623) 

3,817

2011년

 ? 

3,734

괄호 안 숫자는 1년에 한 권이라도 낸 한국 출판사 수.
일본은 저 중에서 대형출판사 수가 446사.


서점 사정이 그러한데, 희한하게도 우리나라는 출판사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사정이 좀 나은 일본도 해마다 조금씩 출판사가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출판사가 계속 등록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가 아닐까 추측되는데,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견주어 신생출판사 꾸리는 데 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 두 번째는 돈이 덜 드는 전자책 출판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최근에 늘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출판사가 그렇게 많아도 1년에 한 권이라도 내는 출판사는 전체의 8%도 안 되고 5권 내는 출판사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 또한, 1년에 한 권이라도 내는 출판사 수(2,623사)보다 오프라인서점 수(1,762사)가 더 적다는 것은 출판사들이 얼마나 심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고 불균형이 심한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서점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대로라면 출판 상황이 더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출판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이대로라면 전국의 오프라인서점들은 붕괴가 불가피하며, 독자들은 책을 만날 기회가 대폭 줄어들어 출판사도 하나둘씩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출판이 꾸준히 성장하기 때문에 현재의 출판 위기는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한국엔 관심無)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으며, 도매상을 통하는 전통적인 유통방식을 버리고 직거래를 통해 서점도 살리고 자사도 살리는 출판사가 나타나고 있다.


출판이 사라질까 말까 하는 이런 시대에 앞으로 어떤 자세와 전략으로 대처할지 궁리가 필요하다.

GRIJOA 소출판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