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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판사가 문고판 내는 타이밍

2013. 5. 28. 03:44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같은 책을 미국의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처럼 일반판과 문고판으로 나누어 낸다. 문고판이 훨씬 싸기 때문에 일본 독자들은 문고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는 사람도 있어 문고판 출간 시기를 궁금해 한다. 이에 대해 신쵸샤(新潮社)의 편집자가 인터뷰했다.

*기준은 없지만, 가장 많은 패턴은 일반판이 나오고 2년 반에서 3년 후 문고판 출간이다.
*영화화 등의 이슈가 있으면 문고판이 빨리 나오기도 한다.
*안 팔리는 책은 문고판이 나오기 어렵고, 반대로 잘 팔리고 있는 책은 굳이 문고판을 낼 필요가 없다.
*저자가 문고판은 절대로 내지 말라고 해서 못 낼 때도 있다.
*보통, 일반판보다 문고판이 더 많이 팔린다.
*아예 처음부터 일반판 안 내고 문고판으로 나오는 경우가 최근 많다. 젊은 독자가 대상일 경우는 특히 그렇다.
*문고판을 내는 타이밍은 책마다 다르다. 문고판이 나오는 시기를 미리 공표하면 일반판이 안 팔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문고판이 자리 잡지 못했는데 값이 싼 전자책이 문고판 역할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일본의 문고판 출간 시기는 전자책 출간 시기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출처 - http://biz-journal.jp/2013/04/post_1991.html


GRIJOA 전자책

1인 출판사 나츠하샤 대표 시마다 준이치로 인터뷰

2012. 10. 2. 11:15


편집 경험도 없이 무작정 1인 출판사를 차린 뒤, <렘브란트의 모자(버나드 맬러머드)>, <지난날의 손님(세키구치 요시오)>을 내서 모두 재판에 성공한 일본 나츠하샤(夏葉社) 대표 시마다 준이치로.

그가 낸 <렘브란트의 모자>의 저자 버나드 맬러머드는 상당한 수준의 문학 애호가가 아니면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적지만, 70년대 일본에서는 그의 많은 작품이 번역되었다. 지금은 작품 대부분이 절판이다. <지난날의 손님>은 30여 년 전에 자비 출판으로 간행되었다. 이런 매니아 성향의 책이 나츠하샤에서 복간된 뒤, 여러 언론의 반향을 얻어 착실히 독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날의 손님>은 아사히 신문 서평란에서 크게 다뤄지고 일본의 개그맨 마타요시 나오키가 이 책을 애독한다는 것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츠하샤의 사무실은 JR 기치죠지 역 근처의 원룸 오피스텔에 있다. 책상, 책장, 소파만 있고 휑하다. 아무리 봐도 출판사로 보이지 않는다.


나츠하샤 대표 시마다 준이치로 인터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다 2008년 31살에 교과서와 참고서를 만드는 출판사에 채용되어 영업 일을 했습니다. 전국의 고등학교를 돌아다녔지요. 들어간 지 1년도 안 되어서 수십 명의 영업자 중 실적 톱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다 다른 출판사에 들어가려고 1년 만에 그만뒀는데요. 리먼쇼크 탓인지 50개의 출판사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다 떨어졌어요.

그 당시, 젊고 작은 출판사가 단지 존재만 하는 게 아니라 서점에서 존재감을 내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보게 되었습니다. 미시마샤를 비롯해서 아르테스, 나나로크샤, 프리스타일 같은 출판사죠. 내는 책도 훌륭하고 정중하게 영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을 얻었다고 할까 기뻤습니다. 저는 책을 한 권도 만들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런 출판사들의 활약을 보면서 왠지 저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Q 경험도 부족한데 갑자기 출판사를 차리다니 대단하군요. 준비나 자본금은 어떤 상태였습니까?

"파견 사원으로 일해서 받은 월급이 22만 엔이고 그중에 18만 엔 정도를 매달 저금했습니다. 돈을 잘 안 쓰는 성격과 부모님 집에 사는 게 컸다고 생각합니다. 6개월 정도 일하면 100만 엔 정도 모였습니다. 출판사 시작할 때는 저금이 300만 엔 정도 있었죠. 

2009년에 3월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단행본 출판에 관해 아무것도 몰라서 출판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서점 영업을 도우면서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나츠하샤를 시작한 것이 2009년 9월입니다."



Q 나츠하샤의 출판 방향은 기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애서가의 세계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잘 팔리는 책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아요. 시마다 씨가 책을 내는 방향은 확실히 엄선해서 책을 갖추는 '보통의 서점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네. 그건 아주 기분 좋은 얘기네요. 독자가 출판 방향을 정해주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솔직히 칸바야시 아카츠키의 수필집을 이렇게나 사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반응이 '다음엔 이걸 낼까' 하고 저를 밀어줍니다."



"저는 타겟 독자가 이렇고 경쟁서는 몇 부 팔렸다는 식의 기획서를 아주 싫어합니다. 출판사 인원이 많으면 아무래도 그런 책을 만들어야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혼자라면 스스로 팔 수 있는 부수를 목표로 하면 되지요. 저는 초판이 2,500부이고 5,000부가 넘으면 히트작으로 봅니다.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대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든가 '유명해지고 싶다'든가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이기 때문에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결과적으로 히트작이 되면 그걸로 만족입니다."


"좋은 책이어도 서점에서 손에 넣을 수 없는 책이 많아요. 그런 상황에 저는 큰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츠하샤에서는 우선 '좋은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좋은 책이 뭐냐는 건 어려운 얘기지만, 나츠하샤의 경우는 이 책과 같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없는지입니다.

제가 좋다고 생각한 책이라도 독자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해 안 팔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책, 이 책으로 회사가 망해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정중히 만들어서 정중히 팔고 싶습니다."



"<렘브란트의 모자(맬러머드)>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단편입니다. 지금까지 읽은 단편 중에서 가장 좋아해요. 저는 이 책을 25살 때 만났습니다.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책방에서는 자주 보이지 않았어요. 맬러머드라는 작가가 눈에 띄는 사람도 아니고 출판된 것도 1975년이니까요. 맬러머드뿐 아니라 그 세대의 미국 소설가 작품은 일본에서 거의 절판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이 책이 독자의 눈에 들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까웠어요. 이 책을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마음 쓰는 점은 모든 독자가 펼쳐보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겁니다. 일부 사람들을 위해 쓰인 책, 독자를 고르는 책도 있지만, 저는 책을 그런 것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맬러머드의 표제작은 보통 책을 안 보는 사람이 읽어도 쉽게 이야기에 빠질 수 있는 단편을 골랐습니다. 그런 생각이 겹쳐서 <렘브란트의 모자>를 냈습니다.


멜러머드 책의 원서를 보면 250쪽에 글자가 아주 빼곡합니다. 번역판에는 줄 간격을 널찍하게 줘서 읽기 편하게 고쳤더니 페이지 수가 400쪽을 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되면 종이값과 인쇄단가가 올라서 정가를 2,800엔으로 매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맬러머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몰라도 일반인에게는 연이 닿지 않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8편의 단편을 모두 넣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읽기 편함과 볼륨감을 기준으로 3편을 엄선했습니다."



Q 나츠하샤를 창업하고 2년 동안 3권은 너무 적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경영 면에서 괜찮은가요?

"여기까지 온 것이 기적입니다.(웃음) 하지만 한 해 3권 내는 게 한계예요. 지금은 2년에 3권이지만. 두 달 동안 책을 만들고 한 달 동안 영업하고 한 달 휴식 하지 않으면 숨이 멎을 거예요. 물론 한 달 동안 완벽히 쉬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지냅니다.(웃음) 제 머리에 자신이 없어서 바짝 움츠러든 상태로는 무슨 일을 결정하지 못해요. 늘 머리 한구석에 있던 것이 나왔을 때 좋은 것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저에게 책을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면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은 있는데 무리죠.


하지만 1년에 3권 만들어서 그 책이 확실히 팔리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회계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그것은 단언합니다. 결혼도 하고 싶고.(웃음) 작년(2011년)은 2권밖에 내지 않았으니 설득력이 없지만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남이 하지 않는 것, 세상에 부족한 것을 확실히 메우고 싶습니다.


유일한 자랑은 반품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직접 영업하러 가기 때문이죠. 게다가 배본도 많이 하지 않아요. 주문을 많이 받는 것이 무서워서 서점 직원이 '10권 주문할게요' 해도 '아뇨, 5권만 하세요! 별로 안 팔릴 거예요!' 하고 말해요.(웃음) 만일 팔리면 더 주문하시라고 해요. 이 방식에 익숙해져서 계속 이대로 가면 이상적이겠지요.


책을 내는 속도는 1년에 3권 정도 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두 달 만들어서 두 달 영업하는 식으로 넉 달에 책 한 권을 내는 겁니다. 단, 내고 싶은 책이 없으면 무리해서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만고만한 책을 만들어봤자 누구한테도 좋을 게 없으니까요. 그럴 바에는 아르바이트를 할 겁니다. 그렇게 해도 회사는 유지됩니다. 이것은 1인 출판사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원래부터 돈을 벌려고 출판사를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지금도 아르바이트 수준의 돈밖에 벌지 못하니까요. 부모님 집에 살면서 돈을 잘 안 쓰는 성격 때문에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의 유혹이 전혀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이렇게 하면 좋은 돈벌이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은 있습니다.


가령 <지난날의 손님>은 옛날 일본어 가나 표기를 현대 일본어 가나 표기로 바꿔서 복간했습니다. 그 부분을 고서 애호가분들에게서 몇 번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서 현대 일본어 가나 표기로 수정했지만, 돈벌이만을 생각한다면 고서 애호가만을 위한 한정판으로 만들어서 높은 가격을 매기는 편이 더 쉬웠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독자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책과 독자의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아요. 예상대로의 독자가 예상대로 책을 사서 그걸로 끝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같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모든 사람에게 읽히고 싶습니다."


"나츠하샤 이념에도 있지만, 나츠하샤는 1만 명, 10만 명의 독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서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케팅이 아닌, 보이지 않는 독자가 아닌, 지금 살고 있는 한 사람의 독자가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목적입니다.

독자는 구체적인 독자였으면 합니다. 아무리 대상 독자를 늘어놓아도 추상적인 독자를 향해 책을 만들면 어긋난다고 봐요. 단지 마케팅이 제 성격에 맞지 않을 뿐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문학은 '옛날엔 읽혔지만, 지금은 안 읽히는 책'이 아니라 '옛날부터 마이너리티이고, 이제부터 읽혀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사람을 구할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19살의 제가 <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와 <산시로(나츠메 소세끼)>를 읽고 책의 힘, 말의 힘, 활자의 힘을 느꼈습니다. 책에는 사람을 구하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가진 그 힘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특정인에게 향하는 마음은, 역설적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도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구체적인 독자를 보면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출처

http://www.mishimaga.com/hon-watashi/057.html

http://synodos.livedoor.biz/archives/1890325.html

책의 잡지 2011년 4월호

GRIJOA 소출판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