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TUS가 진부해지지 않은 까닭

2013. 7. 27. 19:04

BRUTUS 편집장 니시다 젠타 <B&B 도쿄 편집 큐레이터즈 토크> 강연에서 (2013. 2. 5)



"잡지 BRUTUS는 1980년 창간했습니다. 발매일은 매달 1일과 15일이고 주 독자는 33~34세이며 전체 독자의 70%가 남성, 30%가 여성입니다. BRUTUS의 독자층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BRUTUS라면 무조건 사는 사람'과 '특집이 마음에 들면 사는 사람'입니다. 특집에 따라 사는 사람만 노리고 만들면 비중이 높은 일반 독자층을 놓칩니다. 수효가 많다고 해서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려는 특집을 기획하면 이번엔 특정 팬들을 놓칩니다. 

잡지가 '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재미있게 봐주면 고른 사람에게 문화를 만들 힘이 생기는 것이죠."



"BRUTUS의 기획은 세 종류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잘 팔리기 위한 BRUTUS'. 고양이 특집처럼 잘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 기획이죠. 두 번째는 '광고를 따기 위한 BRUTUS'. 세 번째는 '색깔을 내기 위한 BRUTUS'입니다. 저는 신입 때부터 '색깔을 내기 위한 기획만 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특집을 만들다 보면 이 세 가지가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이 세 요소가 그라디에이션처럼 겹치지만, 실험호처럼 지금까지 없던 내용을 낼 때는 이 세 요소로 정리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저는 마케팅 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두 함께 결정한 것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재미가 없어서요. 가령, 대단히 반응이 좋았던 '최고의 아침식사' 특집을 예로 들자면, 담당 부편집장이 '표지를 일러스트로 가고 싶다'고 했지만, 저는 사진으로 가자며 계속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까지 부편집장이 일러스트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 그게 좋다면 할 수 없지' 하고 OK 했더니 결국 그 호는 매진되었어요. 그 부편집장은 현재 POPEYE의 편집장으로 옮겨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편집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그 자리에 있고 싶다',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이 이야기하고 싶다', '좋은 반응을 얻고 싶다' 이 네 가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의 '좋은 반응을 얻고 싶다'가 편집자한테 가장 중요하고,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BRUTUS를 만들 수 없습니다. 잡지에는 편집장과 편집자의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만드는 사람이 남보다 많이 웃고, 울고, 화내고, 슬퍼하며 계속 달리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기획을 하거나 특집을 만드는 일은 '시대를 읽는다'처럼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어렴풋한 감각이 있을 때 그것을 하나로 묶는 말을 찾아내서 막연한 감각을 한 마디로 나타냅니다. 그렇게 하면 걸릴 사람은 걸립니다. 늘 생각대로 되지는 않지만 여기서 배우는 일이 많습니다.

좋은 잡지도 나온 지 2년이 지나면 대부분 시들하고 진부해집니다. BRUTUS가 진부해지지 않은 것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위험한 다리를 건너서 아무도 손대지 않은 산딸기를 따 먹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부서지지 않게 다리를 건너는 기술은 무의식 안에 있습니다."



출처

http://tokyo-edit.net/archives/23093754.html

GRIJOA 편집자

BRUTUS 편집장 "매체가 바뀌어도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힘은 바뀌지 않는다"

2013. 7. 27. 16:23

일본 잡지 BRUTUS 편집장 니시다 젠타 인터뷰 발췌 (2013. 7. 26)



Q 업계에서는 '잡지가 안 팔린다'고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BRUTUS라는 잡지는 계속 잘 팔리고 있습니다. 잡지를 사는 독자가 줄어드는 요즘, BRUTUS를 만들 때 의식하는 점이 있나요?

"BRUTUS 자체는 최근 몇 년 동안 판매부수가 변하지 않았어요. 아주 많이 팔린 호도 있고 특정 독자에게만 팔린 호도 있지요. 청개구리 같지만 '반응이 좋았던 특집은 반복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업무 회의에선 항상 과거 수치를 참고 자료로 내놓고 확실하게 팔릴 것만 하자고 하지만, 같은 기획을 단기간에 되풀이하면 독자는 냉정해서 금방 지겨워합니다. 무엇보다 만드는 쪽이 피폐해지죠.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은 편집부를 망칩니다. 그래서 전에 냈던 기획과 다른 면을 발견하기 전까진 계속 참습니다. 'BRUTUS는 커피 특집을 자주 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큰 착각이에요. 커피 특집을 다시 내는 데 5년이나 기다렸어요. 새롭게 기획할 가치가 있는 테마가 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잡지 전체의 앞날에 대해서는 제 힘이 닿지 않는 부분이라서 별로 생각하지 않거나 생각해봤자 소용없다고 봅니다. 편집부 모두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종이 잡지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1권이라도 많이 종이로 세상에 내자는 겁니다. 무조건 종이를 고집하진 않아요. 언제라도 디지털로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순수하게 편집에 몰두하는 데는 종이 잡지라는 형태가 현재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매체가 바뀌더라도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힘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기획과 편집 능력을 누구한테도 따라잡히지 않는 수준까지 올리자고 해요."



Q BRUTUS를 디지털로 만든다면, 전자 잡지를 그대로 기존 플랫폼에 올리는 것 이외에 종이 잡지로 나왔던 특집의 속편을 웹콘텐츠로 계속 제공하는 모델을 전에 얘기하셨는데요. BRUTUS 1월 특집 '몸에 좋은 것'의 속편이 DESCENTE 독점 웹콘텐츠로 9월에 나오네요?

"종이 잡지에 맞게 만든 BRUTUS의 기사를 웹에 그대로 올리는 건 맞지 않아요. 웹콘텐츠의 특징은 유동성과 갱신 관리죠. 날마다 새로운 게 나오고 내용도 바뀌어야 합니다. 갱신하는 일이 중요하죠. 하지만 웹페이지를 만들어 매일 갱신한다는 것은 현재 BRUTUS의 편집 사이클 안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종이 잡지로 기사의 후속편을 또 내진 않지만, 웹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가령, 특집이었던 '고양이다', '몸에 좋은 것', '아름다운 말'의 속편을 웹에 맞게 만드는 것이지요. 이 특집에 관심을 보이는 스폰서에게 광고를 싣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 이 돈으로 속편을 웹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게 되지요."




출처

http://dotplace.jp/archives/3293

GRIJOA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