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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0.08.03 -- 장인 정신의 1인 출판사 카메나쿠야
  3. 2020.08.02 -- 1인 출판사 뉴트럴 컬러스 대표의 이야기
  4. 2020.07.31 -- 일본 1인 출판사 대표 4명의 말
  5. 2019.06.21 -- 1인 출판사로 10년을 살아온 나츠하샤 대표 시마다 준이치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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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아내와 함께 2인 출판사 - 치이사고샤

2020. 8. 11. 12:54

치이사고샤(小さ子社)의 하라 고이치(原宏一) 대표

학술 출판사에서 25년간 일하다 50세를 코앞에 둔 2018년에 출판사 '치이사고샤(小さ子社)'를 차린 하라 코이치 대표.
출판사 퇴사 직전, 저자인 대학교수들에게 독립한다고 알리자 원고 주겠다는 분이 많았다고 한다.

 

교토의 차야마 역 앞에 사무실을 내고 그가 처음 출판한 책은 <고시엔을 바라보는 법-역사로서의 고교야구>와 <일본 중세 촌락 문서의 연구>였다. 첫 출판으로선 이례적으로 두 권을 동시에 냈다.

 

"저자분들에겐 감사할 따름입니다. 출판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열심히 해왔을 뿐이에요. 출판사 다닐 때 생긴 인맥이 치이사고샤 운영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고맙게도 아내가 조판과 디자인을 할 줄 알아서 도움받고 있어요."

2020년 4월에 출간한 <연명하는 동물원>은 아내의 일상적인 인맥이 출판과 이어졌다. 타나카 마사유키 동물원 센터장이 아내와 같은 중학교의 PTA 임원을 맡았던 인연으로 책을 내게 되었다. '문과계, 이과계 틀에 얽매이지 않는 책을 내고 싶다'는 치이사고샤와 '연구하는 동물원'의 이미지를 어필하고 싶었던 동물원의 희망이 일치했다고 한다.

 

<연명하는 동물원>은 '동물 복지'의 관점에서 교토 시 동물원의 대응을 해설한 책이다.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아 지역지와 전국지에 서평이 실렸다.

 

치이사고샤의 홈페이지에서는 유튜브와 연동해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제작한 책 관련 데이터와 일본 역사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책만으로 끝내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지역을 잇다 - 키타시라카와 어린이 풍토기에서>는 학자와 크리에이터 14명이 풍토기를 바탕으로 교토 키타시라카와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 얘기하는 책이다. 집필 멤버들이 유튜브에서 책의 주제에 관해 토크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発刊記念オンライン・トークイベント 『学校で地域を紡ぐ―『北白川こども風土記』から― |

6月25日(木)から毎週1回、4週にわたって、本書の概要を紹介するとともに、今後の課題を考えるイベント。各回、設定したテーマに沿って本書の執筆者数名が報告をおこない、関連分野の��

www.chiisago.jp

인문서를 출판하는 까닭에 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문지(人文知)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문지는 인간이 살려고 하는 행위 그 자체이니까요. 저도 책을 통해 인문지를 접한 뒤, ‘삶이란 좋은 것이구나’ 하고 위안받은 적이 많아요. 인문지는 안에서부터 사람을 살리기도 합니다. 그런 체험을 치이사고샤 독자에게 선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지요."


하라 코이치 대표는 자비 출판(종이책&전자책)도 병행하고 있다. 이때는 '치이사고샤'가 아닌 '리틀즈'라는 자비 출판 전용 브랜드로 책을 낸다.

"독립 후 실적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실패든 성공이든 제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굴곡이 있는데, 한 2년은 어렵다가 이제 겨우 궤도에 오른 것 같아요.
출판사를 꼭 교토에다 차리겠다고 고집한 건 아니지만, 교토엔 우수하고 수준 높은 저자가 많습니다. 그 부분은 도쿄보다 이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출처
www.bunkanews.jp/article/220775/

www.chiisago.jp/about/

GRIJOA 소출판시대

장인 정신의 1인 출판사 카메나쿠야

2020. 8. 3. 16:10

카메나쿠야(亀鳴屋)는 카츠이 타카노리 씨가 45세(2000년)에 창업해서 20여 년째 가나자와에서 운영해오고 있는 1인 출판사다. 올해로 65세(1955년생)인 그는 직접 인디자인으로 조판까지 하며 1년에 3~4권씩 단편소설, 시집, 에세이, 사진집을 출판하고 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가와 시인을 발굴해 펴내는 등, 지금까지 그가 만든 책은 50권 이상. "다른 출판사가 낼 것 같은 책을 내가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는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낼 것 같은 책은 만들 필요가 없고, 누가 이미 낸 내용의 책도 제가 낼 필요가 없어요.
갖고 싶지만, 서점에 없다든가 아무도 만들지 않는 책이라면 제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안 하면, 세상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채 묻히는 작품을 책의 형태로 남기고 싶습니다."

 

카메나쿠야 출판사의 책은 서점에서 팔지 않고, 메일과 팩스로만 주문을 받는다. 1권당 500부밖에 안 만드는 영세 출판이라고 겸손해하지만, 츠게 요시하루, 와다 마코토 등 유명 작가의 표지를 담당하는 등 책 만드는 실력을 인정받아 카메나쿠야가 만든 책이라면 내용도 안 보고 사는 고정 팬이 많다. 책이 나오면 전국에서 주문이 온다.

 

창업 이후 20년 동안 흑자를 내기 시작한 것은 최근 5년 정도라고 한다. 회사원인 아내의 수입이 그동안 생활을 받쳐줬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출판하고 10년이 지나도 다 안 팔리는 책이 많다.
그래도 카츠이 대표는 흔들리지 않는다.
"좋은 작품을 세상에 계속 알리고 싶습니다."

 

카츠이 대표의 철학은 처음 출판한 <후지사와 세이조 빈곤 소설집>에 담겨 있다.
"불우한 말년을 보낸 작가의 작품에 공감합니다. 가난에 관한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 츠게 요시하루의 그림을 표지에 썼어요. 책을 넣는 나무 케이스도 만들었는데, 오래된 느낌을 주려고 그을린 들깨를 섞은 도료를 칠했죠."

 

"읽기 쉬운 글자 간격, 글자 크기 등을 염두에 두고 책을 만들어요. 읽는 사람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쾌적하게 읽히겠죠."

카메나쿠야 출판사는 책 제목과 표지에 고급스러운 후가공을 넣어 소장 가치를 높인다.

 

무로 사이세이의 자택이 주제인 <마고메의 집>은 책 케이스에 그 집을 연상시키는 대나무를 붙였다.
정원사에게 의뢰해서 실제 대나무를 그 집의 울타리처럼 짜 넣었어요. 한 권 주문 오면 부부 둘이서 툴툴거리며 20일 정도 걸려 만들어요. "이제 하기 싫다. 주문 오는 게 귀찮다" 하면서요(웃음).

 

<센토 단편 일기>는 책에 9장의 그림 종이(扉絵)를 책 안에 직접 붙여서 만든다. 100권 주문 들어오면 둘이서 붙이는 데 이틀 걸린다고 한다.

 

카메나쿠야에서 책을 낸 그림 작가 무토 료코 씨는 말한다.
"책 안에 그림 종이를 직접 붙이자고 제안했더니 정말로 해주시겠다는 거예요. 꼭 내고 싶은 책, 재미있는 책을 위해서라면 어려운 일도 마다하시지 않는 점이 다른 출판사와 다른 점이죠."

 

카츠이 대표와 일해본 저자들은 그가 책 만드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끼며 그 재미에 같이 빠진다고 한다.

 

 

출처

www.reallocal.jp/1042

www.nikkei.com/article/DGXMZO57902560Q0A410C2CR0000

 

GRIJOA 소출판시대

1인 출판사 뉴트럴 컬러스 대표의 이야기

2020. 8. 2. 19:23

출판사, 편집 프로덕션, 여행 잡지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2018년 11월 ‘뉴트럴 컬러스’라는 1인 출판사를 차린 카토 나오노리 대표. 그의 블로그에는 그가 책을 만드는 과정이 계속 올라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Q. 혼자 출판사를 차린 계기는?
출판사, 편집 프로덕션, 디자인 회사를 저니맨처럼 옮겨 다니다 혼자 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좇다 보면 혼자서 할 수밖에 없어요.
회사나 조직이 추구하는 건 매출 아니면 제 생각과는 동떨어진 누군가의 ‘의향’이에요. 이제 마흔이 넘다 보니 누군가의 의향으로 제 일이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싫었어요. 물론,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건투하는 조직은 부러운 부분도 있어요.

 

Q. 전부 자기 책임으로 일하신다는 얘기네요?
그렇습니다. 2018년에 디자인 사무소에 다닐 때, <ATLANTIS>라는 잡지의 편집을 담당하면서 영업도 직접 해봤어요. 6000부 정도 팔려서 혼자 할 자신이 생겼죠.

 

Q. 혼자 일하시면서 괴롭거나 기쁜 일이 있다면?
거래처에 결제해야 하는 월말이 무서워요. 아주 예민해지죠(웃음). 또, 혼자서 실수하면 안 되니까 술을 잘 안 마십니다. 건강을 잘 챙기려다 보니 건강식품도 잘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옛날부터 집단에 있으면 우울해졌어요. 인간관계가 서툴러서 직설적으로 말하다 나중에 곧잘 후회했죠. 그래서 혼자 일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불안한 마음은 있지만요.

Q. 책을 만드는 일은 혼자가 좋다고 생각하나요?
제 규모로는 혼자가 좋습니다. 동료가 있으면 분업할 수 있어서 효율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책은 편집장이나 컨셉을 생각한 사람 것이니까 쓸데없는 잡음으로 일이 멈추면 안 되잖아요.
팔릴지 안 팔릴지 하는 판단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 맡기면, 아무래도 안전하고 무난한 쪽을 선택하기 쉽습니다. 혼자서 하면 ‘몇 승 몇 패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논픽션, 잡지, 사진집, 그림책을 1권씩 만든다면, 논픽션과 잡지는 꼭 이익을 내고, 사진집과 그림책은 본전만 해도 좋다는 식으로 2승 2무를 생각하는 거죠. 제 책임으로요.

 

Q. 1인 출판사에서 외부 협력자와 일을 할 때랑 회사에서 동료와 일할 때 다른 점이 있을까요?
출판사 다닐 때는 친한 동료가 거의 없었어요. 고교 시절부터 혼자 밥 먹었거든요. 편집부 직원과 식사나 회식 자리를 갖는 게 부담스러워요. 사람마다 먹고 싶은 게 다 다르고 같이 밥 먹으면 꼭 다른 사람 뒷담화를 하게 되잖아요(웃음). 자리를 늘 피했더니 혼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 “그게 팔리겠어?” 하는 얘기밖에 안 나와요. 그럼 혼자 하겠다고 마음먹었죠.
회사 소속일 땐, “OO출판사의 XX입니다”라고 말하면, 사회적 신용도 덕에 유명 저자를 끌어들일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간판이 있든 없든 결과는 마찬가지예요.

Q. 역량만 있으면 간판은 상관없다는 말씀인가요?
혼자서 하니까 책임이 동반되잖아요. 무슨 일을 하든. 그 컨텐츠가 꼭 필요하면, 그 저자의 강연회에 가서 만난다든가 편지를 쓰거나 하면서 설득하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죠.
전부 혼자 하는 건 힘들지만, 대형 출판사가 아니라고 책을 못 내는 시대는 아니에요. 재고를 둘 공간과 ISBN만 확보하면 누구나 출판을 할 수 있습니다.

 

Q. 독립한 뒤,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시대의 요청이 없기도 하지만요(웃음). 조직의 중요 인물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은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조직 내부의 자리싸움에서 졌다고 인생 게임에서 진 건 아니에요.
출판사에 있을 때 생각했지만, 회사는 피라미드와 같아서 가장 윗자리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은 한 줌밖에 안 됩니다. 정점에 서기 위해 다른 사람 험담을 하고, 나이 먹으면 젊은 사람의 기획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물간 꼰대가 되기 쉬워요. 조직 안에서 혼자가 되는 것보다 진정한 의미로 혼자가 되는 게 편해요.
나쁜 사원의 전형이겠지만,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 가장 커요. 회사에 공헌하지 못한 날이 길어서 조직에 돌아가도 방해만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지금은 만족하시나요?
그렇습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의 제품을 스스로 만들어서 만족할 수량만큼 파는 식이니까요. 물론 잘 팔릴까 하는 공포는 늘 있습니다. 2~30대의 젊은 편집자는 만들고 싶은 책이 있어서 그걸 만들 수 있으면 최고예요. 그렇게 할 수 있는 편집자도 한 줌밖에 되지 않지만, 조직에서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일을 여러 번 하면, 점점 자기 이외의 외적 요소가 얽히게 됩니다. 혼자 할 수 있으면 정년도 없고, 만들고 싶다고 강렬히 느꼈을 때 바로 만들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금전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정신적으로 성장했다고 해야 하나. 혼자가 된다는 것은 ‘책임 있는 자유’를 얻는 것이고,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살게 된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금전 면 말고는 불안이 없어요.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일을 이어나갈 수 없다는 무서움으로부터 해방되었으니까요. 그러고 나니 정말로 만들고 싶은 것이 명확하게 보였어요. 혼자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출처

https://danro.asahi.com/article/12483285

GRIJOA 소출판시대

일본 1인 출판사 대표 4명의 말

2020. 7. 31. 15:11

2015년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는 3307사의 출판사가 있습니다. 상시근로자 4명 이하가 1496사이며, 그중 1인 출판사는 100사 정도입니다.

출판사가 출간한 책의 대부분은 도서유통회사를 통해 전국 서점에 유통됩니다. 책은 위탁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3개월 이내엔 안 팔린 책을 출판사에 반품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신간은 한 해 약 8만 종이 나오며 매일 200종 이상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2017년 이후 일본의 출판 시장은 1996년 매출의 절반까지 규모가 축소된 상황입니다.

 

1996년을 정점으로 매출이 감소하며 2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출판 불황 속에서 단 혼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의 기획부터 편집, 영업, 배본까지 여러 가지 일을 혼자서 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힘든 일입니다.
현재 일본에 100사 정도 있다는 1인 출판사의 실정을 알아봤습니다.

 

왼쪽부터

스탠드북스(STAND! BOOKS) 모리야마 히로유키 / 치이사이쇼보(小さい書房) 야스나가 노리코

타바북스(タバブックス) 미야카와 마키 / 에코샤(恵光社) 다테 쥰

모리야마 - 요시모토 흥업의 출판 부서에서 일하다 마흔을 넘긴 시점에 남은 삶 동안 책을 몇 권 낼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제 힘을 다 쏟아 만들 수 있는 책을 1년에 5권이라고 보면, 환갑까지 100권밖에 못 만들잖아요. 그래서 남은 삶은 제 판단과 책임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출판사를 차렸어요.

야스나가 - 저자에게 지급하는 인세는 책 정가의 10%가 일반적입니다. 대형 출판사나 1인 출판사나 똑같죠. 작은 출판사가 인세마저 낮추면 원고를 받기 어렵습니다. 저는 작은 출판사이기 때문에 더욱더 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야카와 - 대형 출판사도 인세 10%를 넘기지 않아요. 요즘엔 초판 부수도 1인 출판사와 별 차이가 없죠.

미야카와 - 1인 출판사의 강점은 스피드죠. 혼자라서 회의가 없어요(웃음). 괜찮은 필자가 보이면, 바로 말을 걸 수 있습니다. 출판사 다닐 때는 저자의 출판물 성적을 자료로 만들어 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했지만, 지금은 실행으로 옮기는 게 빨라요.

모리야마 - 스탠드북스는 정치부터 음악까지 출판 장르의 폭이 넓은데요. 이른바 '1인 종합 출판사'죠. 특별한 컨셉은 없고, 제가 빠져든 저자의 책을 내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책의 장르가 제각각이라서 책마다 서점 담당자가 다르다며 영업 도와주시는 분이 힘들다고 해요.

 

모리야마 - 책은 1권 만드는 데 보통 200만 엔(한화 약 2270만 원) 정도 듭니다. 인세, 인쇄비, 종잇값, 디자인비 등등 포함해서요. 게다가 책값 중 저자 10%, 출판사 60%, 유통사 10%, 서점 20%로 배분이 됩니다.

미야카와 - 초판 2000부 찍으면 800부 정도는 팔려야 적자를 면하는 이미지입니다. 800부 팔릴지 예상은 데이터도 보긴 하지만, '예측'이 기본이에요.

야스나가 - 몇 권 내보면, 이 책이면 이 정도는 팔리지 않을까 대충 알게 됩니다. 대형 출판사와 견주면 마케팅에서 코끼리와 개미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에 똑같이 따라 하는 건 무리예요. 우리 출판사는 원화전을 연다든가 인터넷으로 소소하게 알리는 등, 돈을 많이 안 들이고 알리는 방법을 택합니다.

야스나가 - 출판사 창업 자금은 600만 엔(한화 약 6830만 원)이에요. 제가 번 돈으로 마련했습니다. 법인이 아니라서 제 급여는 계산에 넣지 않았지만, 빚은 지지 않겠다고 정했죠. 처음에는 창업 자금이 줄어들기만 하고 낸 책이 잘 나간다는 보장이 없어요. 가끔 1인 출판사 하겠다는 분과 상담하는데, 초반에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없으면 힘들다고 말하죠.

모리야마 - 600만 엔 있어도 3권 만들 수 있는 비용이죠. 저는 600만 엔의 자본금에 지자체에서 빌린 창업지원금 600만 엔을 더해 1200만 엔(한화 약 1억 3600만 원)으로 시작했어요. 다행히 차입금에는 손을 안 대고 조금씩 갚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금전적으로 힘든 시기가 오리라 생각해서 언제든 돈을 빌릴 수 있도록 공과금 이체 계좌를 가까운 신용금고로 옮겼습니다(웃음).

미야카와 - 재고도 자산으로 보기 때문에 세금이 나가죠. 창고보관비도 무시할 수 없고.

다테 - 저는 처음엔 거래처 창고와 별도로 다른 창고를 따로 빌려서 재고를 보관했어요. 이사한 뒤로는 춤 선생인 어머니가 쓰던 교실의 넓은 방을 창고로 쓰고 있습니다.

 

Q. 회사 그만두고 출판사 시작하신 뒤 수입이 줄었나요?

미야카와 - 그건 당연하죠(웃음).

야스나가 - 수입이 전혀 다르죠. 역시 회사원이 편합니다.

모리야마 - 저희는 아내가 음식점을 하고 있고, 아이가 3명 있어서 1년에 드는 생활비를 계산한 다음, 거기서 역산해서 제 급여를 결정해요. 돈을 얼마나 벌었으면 좋겠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있으면 살아갈 수 있는지로 계산하죠.

Q. 출판사 하면서 고생한 기억은?

다테 - 전에는 차가 없어서 자전거 타고 서점 영업을 다녔습니다. 마쓰에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이치바타 전차가 있어서 이웃 이즈모 시까지 자전거로 영업한 적도 있어요. 땀을 많이 흘려서 서점 직원이 이유를 묻기도 했죠.

 

모리야마 - 힘든 건 사실이지만, 고생이라고 느끼진 않아요. 회사 다니던 시절과 견주면 일을 농땡이 부릴 수가 없게 되었어요. 대낮 미팅 중 맥주를 마시던 것도 못 하게 되었죠(웃음). 비용 문제도 전보다 훨씬 의식합니다.

미야카와 - 모든 작업을 혼자 해요. 경리 일도 하고, 반품된 책의 커버와 띠지를 새로 싸는 일도 하죠. 메일로 아마존에서 들어온 주문을 보고, 팔림새를 확인하는 것이 아침에 제일 처음 하는 일이에요.
불안한 건 내가 죽으면 출판한 책들은 어찌 될까 하는 점이에요. 그 밖에도 혼자이기 때문에 내 안목과 감성이 시대에 뒤처져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어요. 1인 출판사의 리스크죠. 그래서 곧 제 작업 모두를 도와줄 직원을 뽑을 예정이에요.

야스나가 - 전 제가 사라지면, 저자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지 생각합니다. 지금 40대 중반이니까 앞으로 최대 30년 산다고 치면, 신간 내는 건 어려워도 기존 책들은 계속 살릴 방법을 찾고 싶어요. 다른 출판사가 물려받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테 - 에코샤(恵光社)라는 사명은 할머니 계명에서 따온 거예요. 그래서 저는 회사를 없앨 수 없어요. 낸 책은 절판하고 싶지 않아요. 아직 작지만, 언젠가 아들이 책에 흥미를 보여서, 함께 출판사를 운영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합니다.

모리야마 - 출판사를 시작하고 새삼 느끼는 것은 낸 책은 백년 후에도 남는다는 것. 책은 저 한 사람의 것이 아니고 사회의 것이라는 감각이죠.

 

 

출처

www.cataloghouse.co.jp/yomimono/0025 

www.cataloghouse.co.jp/yomimono/0025/index2.html

 

치이사이쇼보(小さい書房)의 야스나가 노리코 대표, 타바북스(タバブックス) 미야카와 마키 대표의 이야기는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에서 더 자세하게 다룹니다.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일본에서 나 홀로 출판사를 차린 대표 10명의 이야기를 편집자 출신의 저자가 취재하여 쓴 책. 어떻게 출판사를 차리게 되었는지,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 자기 출판사의 방향과 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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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JOA 소출판시대

1인 출판사로 10년을 살아온 나츠하샤 대표 시마다 준이치로 인터뷰

2019. 6. 21. 12:56

일본의 1인 출판사 나츠하샤(夏葉社) 대표 시마다 준이치로(島田潤一郎)의 2018년 9월 인터뷰 요약

"애가 태어난 뒤론 ‘내 일을 오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제 결론은 ‘다른 회사가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거예요. 다른 회사가 귀찮다거나 안 팔린다는 이유로 안 하는 일이요. 그런 일을 과감하게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안 팔려서 실패하기도 합니다(웃음). 

하지만,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나타나요."


"일엔 경험이 오히려 방해되기도 합니다. 이 시기까지 이 정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회사 차원에서 목표를 세운 뒤, 책을 짧은 기간에 만들어 확실히 매출을 올린 경험 말이죠. 돈은 벌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책은 ‘좋은 것’과는 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해선 제 일을 오래 할 수 없다고 봤어요.

 

제 출판사처럼 작은 곳에 원고를 주는 저자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선 오래오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인 회사의 이점이라고 하면, 작업자와 이야기 나눈 뒤, “회사로 돌아가서 검토해보겠습니다” 하는 식이 없고, 즉석에서 전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디자이너들도 그래서 편하다고 해요. 저자나 독자에게도 마찬가지예요. 독자가 다음엔 이런 책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면, 할지 말지 바로 답할 수도 있죠.

 

회사에 가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일 처리 방식은 회사가 두 사람 이상인 시점부터 생깁니다. 혼자냐 두 사람이냐는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10년간 29권을 냈지만, 두 사람이었다면 내지 못했을 책이 많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혼자가 좋아요.

 

잘 얘기해놓고 회사로 돌아가서 다수가 검토하면, 표지 등 전혀 다른 안이 여럿 나오거나 가장 높은 사람이 진부한 걸로 결정해버려서 당초 의도와 다른 게 나오는 일이 곧잘 있지 않나요?"


"나츠하샤는 보통 초판 2500부를 찍기 때문에 2500명을 보고 책을 만듭니다. 10명이 기뻐해 주면 시작하는 사업도 있으니 거기에 견주면 많다고 생각해요.

 

그 2500명은 새롭고 특별한 걸 원합니다. 2500명의 독자 중 1년에 500명 정도가 바뀐다고 보면, 새로운 500명의 독자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업은 서점만이 아니고 독자를 향해 합니다. 서점과도 독자와도 되도록 대등하게 지내고 싶어요. 영업과 편집을 나눠서 생각하는 게 아니고,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관계로 이어지는 편집이기에 ‘전에 저 사람이 이걸 사줬지, 저 사람은 저걸 사줬지’ 하고 떠올리다가 새로운 책을 기획하게 됩니다."

 

 

"출판편집자는 책을 읽어야 해요. 전 사놓고 안 읽은 책이 1000권이나 있습니다. 아마 평생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산 걸 후회하진 않아요.

 

저보다 몇천배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몇 년에 걸쳐 쓴 걸작이 세상에는 가득합니다. 이제 반평생이 지난 42세이니 그 책들을 못 읽고 죽을 순 없습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저는 스마트폰 보는 걸 1년 반 전부터 그만뒀어요. 스마트폰을 좋아하지만, 한 번 보면 멈추지 못하고 계속 봐버려요. 50세쯤 되면 다시 스마트폰을 보려고 해요. 8년 후 스마트폰 세계가 어떨지 무척 기대됩니다. 8년 안 하다 하면, 계속 보는 습관을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못 하면 또 그만둘 거예요.


지금은 40대니까 아이와 지내는 시간과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려면, 스마트폰은 없는 편이 나아요. 편집자는 역시 책을 읽어야 하니까요."


"2016년에 둘째가 태어났는데, ‘넌 애 둘 좀 봐줘. 난 일 할게’라는 식으론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둘째가 좀 클 때까지 일은 1일 5시간만 하기로 했습니다. 2017년 1월부터 점심시간 포함한 근무시간은 오전 10시~오후 4시입니다. 일이 많을 때는 조금 일찍 출근하구요. 보통은 9시 반에 나와서 10시부터 일을 하다 12시에 식사하며 한 시간 쉬고 오후 4시까지 일해요. 일하는 시간은 절반이 되었지만, 책을 만드는 일의 양은 변함이 없습니다.

 

4시에 사무실을 나오면 5시에 집에 도착하는데요. 그때부터 저녁을 만들고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면, 밤 10시쯤 됩니다. 1시간 정도 아내와 얘기하거나 책과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죠. 그리고 다음 날 신선한 기분으로 사무실로 갑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책을 산다는 건 시간을 산다는 것이다. 미래의 자신을 사는 것이다”고 했어요.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돈을 주고 책을 산다는 건, 미래의 시간을 사는 것이죠. SNS를 보면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인데, 그걸 끊고 책을 보는 시간에 돈을 들인다는 건 호사스럽게 느껴집니다.

 

모든 것이 더 빠르고 편리한 것으로 바뀌는 시대이지만, 책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부모가 재밌게 읽는 걸 보고 아이도 흥미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이 후대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헌책방을 오래 운영해온 분에게 오래 해온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오래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하더군요. 편했던 적은 한 번도 없대요.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얼마나 지나야 안정이 될까 하고 생각하면서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60세까진 바둥바둥 허둥지둥 하면서 지내지 않을까요."

 

 

출처

https://kurashicom.jp/4208

https://kurashicom.jp/4209

GRIJOA 소출판시대

책이 안 팔리는 지금, 내가 책방을 연 까닭 - Title 책방 주인 츠지야마 요시오

2017. 9. 28. 10:57

2016년부터 도쿄 오기쿠보에서 책방 Title을 운영중인 츠지야마 요시오

 

 

"전체적으로 책이 안 팔린다는 통계와 지금 이곳에서 책을 판다는 개별 행위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른 소매업종에선 당연히 하고 있는 걸 서점계에선 잘 안 하고 있다는 느낌을 책방 열기 전부터 받았어요. Title 책방에서 당연한 방식으로 책을 팔아보고 그래도 안 팔린다면 책은 정말로 안 팔린다고 말할 수 있겠죠.

기존 일본 서점들은 매번 비슷한 일을 해왔어요. 도서 유통사로부터 자동으로 오는 신간을 기다리고, 베스트셀러만 확보해서 진열하면 팔렸죠. 많은 이가 책을 읽는 시대였으니까요.

 


요즘은 즐길 거리가 늘어나서 예전 방식으로는 매출이 계속 줄어듭니다. 독서가 대중적인 취미에서 내려오고 있는데도 예전 판매 방식을 고집하는 부분에 서점인의 딜레마가 있다고 생각해요. 책방을 해보니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책방에 사람이 오지 않더군요. Title 앞을 지나가는 사람 중 90%는 책방에 눈길 한번 안 주고 지나칩니다. 이게 책의 현 위치죠.

 

그래도 Title의 매출과 이익은 생각보다는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어요. 그 까닭은 책방을 열 때부터 '모든 이'를 상대할 생각을 버려서예요. 책은 모든 이가 사는 게 아니라고 포기하면 발상의 전환이 됩니다. Title에는 보통의 일본 서점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잡지와 만화는 일부를 제외하고 갖다두지 않습니다. 그 대신 소수라도 찾는 이가 꼭 있는 고액의 전문서와 독립 출판물을 진열하지요. 그리고 그 가치를 전하기 위해 긴 시간을 들여서 제가 추천하는 책을 손님이 사게끔 궁리합니다. 서점 일의 본질은 책을 소개하는 데 있습니다. 저희 웹사이트와 트위터에서도 매일 책을 소개해요. 


손님이 책을 사는 환경을 만들려면 저는 손님과 책 사이에 쓸데없는 건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책이면 손에 쥔 순간 책에서 어떤 묵직함이 뿜어져 나와요. 그건 자연스럽게 손님에게 전해지니까 서점이 할 일은 손님이 그 책을 만나는 데 방해를 하지 않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Title에서는 책의 표지에 집중하도록 POP는 절대 달지 않고요. 옆에 있는 책도 같은 가치관과 분위기를 공유할 수 있는 종류로 진열해서 흐름을 깨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그리고 차분한 배경 음악을 깔아서 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요. 그렇게 하면 책이 저절로 손님을 만나러 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판다는 사실입니다. 책을 깊게 알고 파고드는 일이 서점 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책은 만들면 그걸로 끝, 책은 진열하면 그걸로 끝'이라는 식이 아직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새로운 일을 안 해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 판매 방식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게 아닐까요.


책은 한 권 한 권이 다 달라서 모든 책에 맞는 판매 방식은 없어요. 책은 안 팔리는 게 아니고 안 파니까 안 팔리는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출처 - http://gendai.ismedia.jp/articles/-/52995

GRIJOA 소출판시대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2017. 3. 6. 13:22

이 블로그에 소규모 출판에 관한 글을 꾸준히 올렸습니다. 그게 결실이 되어 그리조아 출판사에선 편집자로서 <중쇄 미정>을 출판했고, 유유 출판사에선 번역자로서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을 냈습니다.



서평

http://bookedit.tistory.com/572

http://blog.naver.com/hamsuk77/220947907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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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 출판사의 일상을 그린 만화 <중쇄 미정> 출간

2016. 12. 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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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판계가 완전도서정가제를 시행한 까닭

2015. 11. 19. 14:12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책값을 단 1%도 할인할 수 없는 완전도서정가제(일본 명칭 '재판매가격유지제도')를 시행하는 나라입니다. 일본인이 쓴 완전도서정가제의 취지를 요약 정리해서 공유합니다.



완전도서정가제의 두 가지 취지

1. 일본 어디에 살든 돈이 많건 적건 누구나 평등하게 책을 살 수 있게 한다.

만일 완전도서정가제가 없어서 서점이 책값을 자유롭게 정하는 구조라고 합시다. 도쿄 같은 수도권은 서점이 많아서 서로 지지 않기 위해 할인 경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서점이 많고 경쟁이 치열한 도쿄에서는 책값이 내려갑니다. 그래서 도쿄 같은 도심지에서 거주하는 사람은 책을 싸게 살 수 있겠지요.

반면, 지방은 도쿄보다 서점 수가 훨씬 적기 때문에 서로 할인 경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방 서점들은 가격을 내리지 않고 팔고, 지방 사람들은 책을 할인 없이 사야 합니다. 이로 인해 지역간 격차가 생겨버리죠.


또한, 완전도서정가제가 없으면 가격경쟁으로 인해 작은 서점들이 망해버립니다. 동네 서점은 사라지고 도심의 대형서점만이 남게 되어 지방 사람들은 책을 쉽게 볼 수 없게 됩니다. 누구나 평등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지역 격차를 없애자는 것이 완전도서정가제의 필요성 중 하나였습니다. 

(역주-온라인서점의 할인율이 높고, 전국에 택배가 하루면 도착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이 취지가 무색한 부분이 있다)


2. 유명하고 큰 출판사와 이름 없고 가난한 출판사가 평등하게 출판할 수 있다.

완전도서정가제에서는 아주 작은 출판사라도 출판업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가장 큰 출판사와 가장 작은 출판사가 있다고 합시다. 규모가 큰 출판사는 만화, 소설, 경영서, 잡지 등 온갖 책을 대량으로 출판합니다. 반면, 일본에서 가장 작은 출판사는 장수풍뎅이에 관한 책만을 전문으로 출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책값을 서점이 자유롭게 결정하는 시스템이라면(완전도서정가제를 없앤다면), 서점은 다른 서점보다 책값을 할인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책을 많이 팔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여기서 힘들어지는 건 장수풍뎅이 책을 전문으로 내는, 일본에서 가장 작은 출판사입니다. 대형 출판사는 책값이 내려가서 이익이 줄어도 규모가 크기 때문에 비교적 영향이 적습니다. 규모의 메리트(merit of scale)가 있는 거죠. 그러나 작은 출판사는 그렇지 않아도 책 종수가 적은데, 가격이 내려가면 이익이 줄어서 출판사 운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수요가 정해진 책이고 원래 이익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이익 감소는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되지요.


그래서 책값을 서점이 마음대로 할인하는 구조가 되면 작은 출판사들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장수풍뎅이에 관한 책들도 내지 못하게 되고, 그 책을 읽고 싶었던 독자들은 난감해집니다.

완전도서정가제가 있으면 작은 출판사라도 가격을 자유롭게 정해서 출판 활동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서점 구석 책장에 있는, 그다지 수요가 없는 책의 가격이 비싼 까닭은 작은 출판사가 생존을 위해 이익을 낼 수 있는 가격을 매겼기 때문입니다.

출판사 크기와 상관없이 여러 출판사가 다양한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완전도서정가제의 필요성 중 하나입니다.


일본이 완전도서정가제를 앞으로도 지속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몇 년 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필요성 여부를 가지고 갑론을박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할인을 원천 봉쇄당한 쪽의 불만도 있기 때문에 보완책에 대한 의견도 나왔습니다. 1980년 일본처럼 할인할 수 없는 책과 할인할 수 있는 책을 출판사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한다든가 한국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가를 내릴 수 있게 한다든가요.

2001년, 일본의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혼란을 막기 위해 당분간 완전도서정가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출처 - http://kot-book.com/%E5%86%8D%E8%B2%A9%E5%88%B6%E5%BA%A6%E3%81%AE%E4%BB%95%E7%B5%84%E3%81%BF/ 

GRIJOA 소출판시대

일본 서점 직원들이 싫어하는 손님 유형

2015. 11. 19. 11:52


1. 안 사고 서서 읽으며 시리즈물을 독파하려는 손님

매주 토요일이 되면 8시간 동안 읽고 돌아가는 용자도 있음.


2. 바닥에 앉아서 읽는 손님

통로가 좁아져서 방해되고 서점의 품위도 떨어진다. 무엇보다 책을 안 산다.


3.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를 내버려두는 부모

서점은 조용한 공간이라는 모토에 방해가 된다.


4. 비에 젖은 우산을 들고 서점 안을 돌아다니는 손님

책의 최대 적은 '물'. 

책에 물이 닿는 순간 책은 끝장.


5. 책의 내용을 휴대폰으로 찍거나 메모하는 손님

죄 의식이 없는 듯.


6. 책을 읽고 원래 위치에 놔두지 않는 손님

가장 잘 흐트러지는 곳이 잡지 코너


7. 더러운 손으로 책을 넘기는 손님

라이트노벨 코너에 자주 나타난다. 

심지어 손가락에 침 묻혀가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사람도 있다.


8. 책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가방이나 짐을 올려두는 손님


9. 서점 의자에 앉아서 자는 손님

자다가 침 흘려서 책에 닿을까 걱정된다.



출처 - http://kot-book.com/bookstore-h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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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 서점 케이분샤 이치죠, 그리고 서점인 호리베 아쓰시

2015. 9. 16. 15:03

교토에 있는 '케이분샤 이치죠 점(恵文社一乗寺店)'은 영국 가디언지가 2010년 7월에 선정한 '세계의 베스트 10 서점' 중 하나이다. 케이분샤의 분점으로 1975년에 개업한 이 서점은 교토의 한 귀퉁이에 있으면서도 지명도가 높다. 교토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교토의 관광명소'라고 알려질 정도다.

이 서점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가 점장이 되기까지 13년간 일했던 호리베 아쓰시(堀部篤史 1977년생)의 인터뷰.



케이분샤 이치죠 점의 역사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취직할 생각이 없었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했어요. 교토 안에서도 사쿄 구는 학생 문화가 강한 지역이에요. 졸업하고 나서도 취직하지 않고 이 지역에 남아서 가게를 차리는 사람이 제 주위에 몇 명 있었습니다. 그게 저한텐 익숙한 모습이어서 교토에 남기로 한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죠. 1996년, 케이분샤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친구 소개로 이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게 되었어요. 간단한 면접 후, 사장님이 느닷없이 '하고 싶은 대로 진열해봐!'라고 하셨어요. 

서점이 어려워져서 사장님이 대형서점 점장 출신을 데려오셨는데, 자기 취향대로만 책을 진열하는 걸 보고 전 '아, 저런 방식으론 안되는구나' 하고 배웠죠. 그분이 그만둘 때 사장님이 '네가 점장 해'라고 하셔서 2002년에 25살의 나이로 케이분샤 이치죠의 점장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태프가 바뀔 때마다 주문하거나 진열하는 책들의 종류가 바뀌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어요. 그러다 보니 경영이 어려웠죠. 다행히 사장님이 '이곳이 적자라도 케이분샤 전체에서 채산을 맞추면 된다'며 스태프에게 다 맡겨주셨어요. 오랜 시행착오 끝에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에 서점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우리 서점의 이미지를 세상에 내보내고 나서 변화가 있었어요. 그전까진 스태프에 따라 서점의 이미지가 바뀌어서 일관된 느낌이 없었어요. 책 선정이나 진열에 관해 스태프들끼리 공유는 했지만, 어떤 철학 없이 개인의 감으로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웹사이트를 만들고 서점의 철학을 문자로 표현한 뒤로, 케이분샤 이치죠 점만의 철학을 모든 스태프가 강하게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점의 이미지, 책 선정과 진열이 어떤 방향성을 갖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전에는 근처에 사는 분들만 왔는데, 웹사이트가 생긴 뒤로 멀리서 찾아오는 분들도 생겼어요. 그 뒤로 경영도 조금씩 안정되었습니다."



일하는 방식

"평일은 개점 시간 전에 신간이 들어와요. 도매 업체로부터 책이 오는 시간이 9시 전이고, 그 책들을 10시까지 모두 풀어서 진열합니다. 그 일이 끝나면 직거래하는 출판사에서 책이 와서 그것들을 진열합니다. 그다음엔 책을 촬영해서 온라인 쇼핑몰에 올리거나 메일과 이벤트 일정을 확인하면 금방 오후 6시가 되어 버려요. 물론 서점에 오시는 손님의 문의나 주문도 많아서 한가할 틈이 없어요. 그게 다 끝나면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읍니다."


"우리 서점에서 2~3시간 머무는 손님도 적지 않아요. 10시 개점 시간에 맞춰 들어오셔서 점심때까지 있다가 식사하고 다시 오시는 분도 있어요. 우리 서점은 오래 계시는 손님을 대환영하니 편하게 즐기셨으면 합니다."


"케이분샤 이치죠 점의 일은 2단계로 나뉩니다. 책을 들여오는 단계와 책을 책장에 진열하는 단계.

웹에서 검색해서 얻는 정보는 기본적으로 실용 정보예요. 영화의 상영 시간이나 계란말이 만드는 법 같은 거요. 그런 정보는 웹에서 필요할 때 찾으면 되니까 굳이 책이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앞으로 나오는 책들은 실용 정보 이상의 것이 요구됩니다. 웹이라는 비교 대상이 있어서 책의 역할이 바뀌었어요.

예를 들어 소설은 실용적인 정보도 아니고, 소설 줄거리를 아는 것과 소설을 실제로 읽는 행위는 본질이 다릅니다. 소설은 이야기를 읽고 거기서 무언가를 느껴야 의미가 있습니다. 계란말이도 그냥 만드는 법만 보여주면 단순한 실용 정보이지만, 식탁이나 접시와 어울린 예쁜 사진을 싣거나 저자가 쓴 에세이와 함께 편집하면 단순한 정보를 뛰어넘어 정서적인 것이 됩니다. 우리 서점에선 그런 실용 정보 이상의 것이 담긴 책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책 진열은 알파벳순, 가나다순, 작가순처럼 '검색 지향'과는 전혀 다른 발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검색 잘 되는 형태로 진열하면 모처럼 실용 정보 이상이 담긴 책을 진열해도 그 책이 실용서로밖에 안 보입니다. 필요한 책을 찾기 쉽게 하기 위함이 아니고 모르는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끔 진열하고 있어요. 책장에도 XX 코너라고 쓰지 않고, 어떤 키워드를 두고 거기서 소재를 넓히는 방식으로 진열하고 있어요. 어떤 책을 정말 사고 싶은 손님은 검색해서 재고 있는 서점으로 갑니다. 매일 수많은 책이 세상에 나오는데, 이렇게 작은 서점에 자신이 찾는 책이 다 있을 가능성은 낮으니까요. 그렇다면 특정 책을 찾기 편한 구조보다 '서점에 왔더니 이런 책이 있더라' 하고 어떤 책과 손님을 만나게 하고 싶어요. 목적 없이 편하게 들렀다가 흥미가 없었던 책을 집어 드는 모습을 보면 기쁩니다. 그렇다고 무작위로 진열하는 건 아닙니다. 보면 바로 알 수 있도록 책장별로 주제를 정해요. 예를 들어 요리책이라면 레시피 정보집으로 소개하는 게 아니라 음식에 관한 수필, 예술서, 역사서, 만화와 함께 진열합니다. 그렇게 하면 요리책을 사러 왔던 손님이 식문화의 역사에 흥미를 보이기도 하죠.

우리 서점이 하는 일은 책이 원래 가지고 있는 문맥을 재조합해서 새로운 문맥을 제안하는 일이에요. 책 내용을 서점이 바꿀 순 없지만, 책들의 문맥은 바꿀 수 있습니다.



한 예로 1950년에 초판이 나온 『도안사전』이란 책이 있는데요. 이 책은 원래 연하장용 배경컷 모음집이라 실용서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요즘 누가 이걸 보고 연하장을 만들어요. 하지만 문고판 크기라 공간도 차지하지 않고 예쁜 복고풍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책입니다. 그래서 '소녀를 위한 코너'를 만들어서 여성의 감수성이 담긴 수필이나 여성용 그림집과 함께 진열했더니 꾸준히 팔리고 있어요.

이 책이 대형 서점에선 디자인, 도안 코너에 있을 텐데 그러면 거의 눈에 띄기 어려울 거예요. 이렇게 묻힌 책을 빛을 보게 해서 책과 독자를 만나게 하는 일이 우리 서점의 '책장 편집술'입니다."


"뭔가 있어 보이는 책을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하면 굳이 POP로 설명 안 해도 손님에게 잘 도달합니다. 케이분샤 이치죠 점에는 POP가 없어요. 원래 책 자체가 정보량이 많아서 POP는 만들지 않아요. 일본책은 띠지도 있고, 손님이 들고 읽어보니까요.

주문해서 들여온 책은 다 팔겠다는 각오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우리 서점에서는 반품 없는 매절을 전제로 외서, 인쇄물, 잡화도 팔고 있어요. 책은 출판사로 반품할 수 있지만, 다른 상품처럼 다 팔 자신이 있는 책만 들여옵니다."



서점과 책에 관한 생각

"서점은 하나의 미디어예요. 그래서 출판 경향이나 팔림새 보고 있으면 지금 어떤 것이 가치관으로 형성되고 유행하는지 알게 됩니다. 그것을 이벤트해본다든가 관련서들로 코너를 만들어 진열한다든가 해서 소개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앞으로 이런 것이 유행한다'가 아니라 손님과 출판의 흐름을 보고 '지금 이런 게 재미있구나' 하는 것을 보이게 만들어서 제시합니다. 편집자 같은 역할이라고 봐요."


"온라인 서점은 검색해서 자기가 원하는 책만 사는 곳이죠. 하지만 서점은 책을 사는 장소만이 아니에요. 보다가 아무것도 안 사고 돌아가는 분도 있지요. 이런 책이 나왔다든가 자기가 좋아하는 책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요즘은 그런 정보의 위치 관계를 잘 아는 것이 지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책은 기호품입니다. 책 중에서도 이른바 실용서는 어떤 '방법'을 알기 위해 읽는 것이라 바로 도움이 됩니다. 그에 반해 소설은 읽어도 어떤 도움이 될지 바로 알 수 없어요. 가령, 커피나 술도 살기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식사는 아니잖아요. 배를 채우려면 햄버거가 더 낫지요. 그러나 커피나 술을 마시면 눈에 보이게 도움이 되진 않더라도 나쁜 일을 잊어버리거나 똑같은 일상을 리셋할 수 있어요. 소설도 그래요. 읽어서 실용적으로 바로 도움은 되지 않지만, 그 세계에 들어감으로써 간접체험을 즐길 수 있습니다. 남의 인생과 사고방식을 들여다보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상상력이 생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기호품 같아요."


"트위터 같은 SNS에서 짧고 간단한 글들이 주목받으면서, 단순한 주장이 늘어났다고 봐요. 예를 들어 '이거 아니면 저거'로 논점이 두 개로 좁혀지는 경우가 많아서 복잡한 논리가 받아들여지기 힘든 세상이에요.

생각은 두 개만이 아니죠. 그런 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많이 읽은 사람은 단순한 주장에 쉽게 안 빠져요.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면 복잡한 사고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생깁니다. 꼭 책이 아니라도 됩니다. 가령 다양한 사람과 깊은 얘기를 나누며 남의 인생을 간접 체험한다든가 영화를 보고 뭔가를 얻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책이든 영화든 대화든 자기가 모르는 것에 접하려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토는 개인이 차린 가게 문화가 아직 남아 있는 게 매력이에요. 사쿄 구를 비롯한 교토 주변은 아직 재미있는 가게나 주인들이 많아서 먼 곳에 있는 사람도 불러들이는 힘이 있어요. 다만 같은 교토라도 카와라마치는 개인이 차린 가게들이 폐점 직전이에요. 노래방이나 드럭스토어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죠. 합리성과 편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논리가 작용한 결과이지요.

케이분샤 이치죠 점는 그런 흐름에 돌 하나를 던지고 싶어요. 합리성, 편리성, 효율성을 추구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지키고 싶습니다. 합리성만으로 인간의 생활이 성립된다면 운치 있는 가게도, 맛있는 식사도 존재 이유가 사라집니다. 인간이 영양제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와도 그런 생활이 풍요롭다곤 생각 안 해요. 언어로 말할 수 없는 곳, 합리성을 넘어선 곳에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 서점은 그런 것을 지키고 싶고 '문화적'인 서점으로 남고 싶어요."



호리베 아쓰시는 케이분샤 이치죠 점에서 13년 근무를 마치고 2015년, 교토에 '세이코샤(誠光社)'라는 서점으로 독립했다.



출처

http://www.mishimaga.com/hon-asobi/022.html

http://con-trast.jp/dialogue/92


GRIJOA 소출판시대

오키나와 마키시 시장의 헌책방 우라라

2015. 8. 21. 18:19



일본에서 가장 작은 헌책방이 있다. 그것도 오키나와의 시장 한켠에 있다. 우다 토모코가 차린 '헌책방 우라라'다.

"작은 서점이라서 할 수 있는 일도 있어요. 제가 좋다고 생각하면 어떤 책이든 들여올 수 있고, 그걸 주목 상품으로 진열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150엔짜리 ritokei(이도경제신문) 타블로이드판을 좋은 자리에 진열한다든가. 큰 서점이라면 그렇게 하기 힘들지만, 여기선 할 수 있어요. 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재밌으면 앞에 진열합니다.

서점에서 일할 때는 보이지 않는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어요. 직원 처지에선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지만, 지금은 어떤 일이든 제가 책임지고 판단해서 실행하니까 스트레스가 사라졌어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우다 토모코는 도쿄 대학을 졸업하고, 준쿠도 서점에 취직했다.

"취직할 때 다른 직업도 생각은 했어요. 출판사 입사시험도 봤는데, 전 어떤 책을 내고 싶다는 열의도 없는 데다가, 지금 출판되고 있는 책들만으로도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더구나 출판사에 있으면 그 회사 책만 다루지만, 서점이라면 어떤 책도 다룰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취직한 대형 서점에서 오키나와 북페어가 열렸다. 상상을 뛰어넘는 오키나와의 책 종수에 토모코 씨는 놀랐다고 한다.

"오키나와에서 출판되는 책은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많아요. 출판사 수가 100개 이상이죠!"

오키나와가 이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본 본토와 문화가 다르고, 연중행사, 요리, 음악 등도 다른 지역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오키나와만의 책들이 자체적으로 많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전쟁과 미군 점령 시기에 본토에서 책이 들어오기 어려운 상황이라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출판했다고 한다. 오키나와의 주체성이 강한 덕도 있을지 모른다.






토모코 씨는 헌책방을 내려고 대형 서점 부점장 자리를 박차고 나왔는데, 당시 마키시 시장에 있던 '일본에서 제일 작은 헌책방' 자리가 비게 되어 토모코 씨가 들어갔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은 말렸지만, 지금도 그 결심에 후회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람들이 오가는 곳에 헌책방을 내고 싶었거든요. 이곳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손님 한분 한분과 정중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껴요. 가령, 연배가 있으신 손님이 많은데요. 책이 좋아서 어떤 책을 몇 년 동안 찾아다니는 분도 있어요. 대형 서점에 있을 때는 절판되었다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최선을 다해 찾을 수 있어요. 인터넷에서 찾을 때도 있죠. 계속 찾고 있던 책을 드디어 찾았다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쁩니다."






헌책방 우라라는 '오키나와 관련서'와 '일반서'로 공간을 나누었다.

"장르에 상관없이 진열해요. 다양한 손님이 오시니까 제 취향에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데요. 그래도 오키나와 관련서 쪽에는 문학, 역사, 민족, 일반서 쪽에는 문학, 철학, 사상에 관한 책이 주로 진열되어 있죠."


"책은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게 매력 같아요. CD라면 CD플레이어에 넣고 재생 버튼을 눌러야 들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책은 손에 들고 펼치면 바로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런 손쉬움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꼭 글을 읽지 않아도 들고 쓱 넘겨보면 글꼴이나 여백, 배치, 디자인 등의 정보가 들어와요. 안 사고 다시 책장에 넣더라도 그 책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은 게 아닐까 해요."



"사야 해! 읽어야 해! 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이곳처럼 작은 서점이라면 부담이 없지 않을까요.

서점 주인의 존재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도 있어서 되도록 저는 공기 같은 존재로 있으려고 해요. 잡화점에 가서 구경만 하고 아무것도 안 사고 나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우리 서점에 오시면 좋겠습니다. 그 자체가 책과 만나는 일이 되니까요. 그걸로 좋아요."



마흔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서점 앞에서 발을 멈추고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시집에 그림이 들어간 책 있어요?" 하고 물었다.

토모코 씨는 곧바로 일반서 책장에 있는 몇 권의 책을 남자에게 제시했다. 처음부터 남자는 '아마 없겠지. 좀처럼 없는 책이라' 하고 포기 모드였지만, 토모코 씨는 놓치지 않았다.



마키시 시장 앞에 있어서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고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책, 얼마에 사주나요?", "한국어책 파나요?"라는 책 관련 질문부터 "맛있는 소바 집은 어디예요?", "~ 가려면 어떻게 해요?"라는 관광 관련 질문까지 나온다.

정겹고 소박한 책방이다.

우다 토모코 점장의 이야기는 
2013년 <나하 시장에서 헌책방-문득 시작한 '우라라'의 나날>(한국어판-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이라는 에세이로 나오기도 했다.



출처-http://calend-okinawa.com/culture2/cultureshopnavi/urara.html

GRIJOA 소출판시대

편집자들이 들려주는 일본의 대형 출판사 다이아몬드사 이야기

2015. 6. 23. 11:57

다이아몬드사에서 근무한 편집자들이 자사를 평가했다. 신입사원 모집을 위해서 한 거라 좋은 얘기만 나오지만, <미움받을 용기>,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 등등 베스트셀러를 다수 출간해온 대형 출판사답다는 인상이다.



"편집자가 1년에 책을 몇 권 내야 한다는 할당량이 없는 대신, 개인별 목표를 매출로 설정합니다. 매출로 설정하면 출판종수에 연연하지 않고, 잘 팔리는 양서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어요. 매출 목표만 달성하면 몇 권을 내든 상관 안 해요. 한 달에 책 한 권씩은 무조건 내야 한다고 정하면 편집자는 일정에 맞추기 위해 '이 정도 선에서 끝낼 수밖에 없겠다'고 적당히 끝내는 경우가 나올 수 있지요."


"편집부에 매달 개인별 매출 데이터가 배포됩니다. 여기엔 권당 수익, 반품부수 등도 들어가요. 신간뿐 아니라 구간의 매출도 평가대상이 됩니다.

옛날부터 이런 시스템이었던 게 아니라 조금씩 바뀌어 온 거죠. 편집자에도 여러 타입이 있어요. 종수는 적게 내지만 히트하는 비율이 높은 사람, 판매속도는 느리지만 길게 꾸준히 팔리는 책을 내는 사람... 그런 걸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종수나 신간 매출로만 평가하면 목표가 오히려 걸림돌이 됩니다. 지금은 각 구성원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서 좋은 편집자들이 모일 수 있었어요."



"회사가 관리하려고 들수록 의욕이 있는 편집자는 오히려 매출 최대치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의욕이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가만 놔둬도 잘해요(웃음). 하지만 그걸 허용해주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죠."


"다이아몬드사의 좋은 점은 10만 부 이상 팔린 책을 낸 경험자가 많다는 거죠. 어딜 봐도 모두 그쪽 전문가라서 조금만 물어봐도 참고할만한 답변이 잔뜩 나와요. 편집 마니아로서는 아주 즐거워요(웃음). 만일 일본 최고의 편집자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들어온다면 그 목표를 가장 달성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봅니다."



"다이아몬드사에 입사 후, 처음 참석한 편집회의에서 입사 3년 차의 막내 직원이 편집장이 낸 기획에 반대 의견을 내는 걸 봤어요. 전 그걸 보고 이 회사에 들어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의견도 말할 수 있고 나눌 수 있으니 제가 성장할 수 있겠다 싶었죠."


"중소형 출판사의 경우, 카리스마 있는 사장의 생각에 직원들이 따라가는 케이스가 많지만, 다이아몬드사는 그런 게 없어요. 다양한 모델이 존재해서 젊은 직원이 선택할 수 있어요. 제목은 길게 지으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6글자 이내로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책은 기획이 80%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저자의 매력에 이끌려서 만드는 사람도 있고... 각양각색이에요."



"다양성이 보장받는다는 점이 중요해요. 진중한 책을 만드는 사람은 가벼운 책이 잘 팔려도 인정하지 않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다이아몬드사의 경우, 세상엔 다양한 가치관이 있고 다양한 상품이 있으니 다 좋다는 문화예요. 다 인정하죠."


"보통 책을 처음 쓰는 저자는 표본으로 삼을 숫자가 없어서 잘 팔릴지 영업부가 판단하기 어려운데, 다이아몬드사의 영업부장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신인 저자를 찾아서 책을 팔자'고 공언해요. 그게 편집부엔 힘이 되죠."


"현시점에서 다이아몬드사의 영업은 일본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영업부는 '이 책은 팔린다, 5만 부 가자'처럼 의욕을 가지고 목표를 정해서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을 짜요. 물론 잘 팔릴 책과 안 팔릴 책은 확실히 분류하지만요. 보통 매주 목요일에 신간이 나오는데, 배본한 뒤, 토요일, 일요일 움직임을 보고 월요일에 재판할지 말지 확신을 가지고 결정해요."



"다이아몬드사는 출판을 비즈니스로서 성공시키겠다는 자세가 아주 강해요. 물론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려는 제약은 있지만, 그것도 장기적인 경제 합리성을 따진 것이고, 컨텐츠를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요."

"우리 회사엔 '연간 12권을 낸다. 그게 내 방식이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그것대로 대단한 스타일이에요. 우리 회사 시스템이면 꼭 베스트셀러를 노리지 않더라도, 길게 꾸준히 팔리는 책만 만들어도 매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어요. 베스트셀러 타입이 아닌 사람도 왔으면 좋겠고 그런 책도 우리 영업부가 잘 팔아줍니다."



"판매부수를 가장 큰 기준으로 삼는 편집자든 그렇지 않은 편집자든 다 좋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판매부수밖에 생각하지 않는 건 그다지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안 팔리는 책은 곤란하지만, 최소한의 매출 목표를 달성해서 자기만의 장르를 확립하고 그 장르로 일본 최고를 꿈꾸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출처 - http://diamond.jp/articles/-/73462

GRIJOA 편집자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가 보는 일본 작가의 수입

2015. 5. 28. 10:15

"20대에 출판했던 골드러시는 초판을 5만 부 찍었는데, 요즘은 초판 1만 부 전후예요. 이건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극소수의 초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에는 모두 초판부수가 적어요. 전철에 탈 때마다 절망해요. 옛날에는 많은 일본인이 문고판 책이나 주간지를 읽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만 봐요. 그걸로 전자책을 읽는 것도 아니에요."



"글로 먹고사는 일본 작가는 30명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주 현실적인 숫자라고 생각해요. 같은 작가인 제 친구는 권당 판매부수가 줄어든 것에 대한 대처로 출판종수를 늘렸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많이 양산할 수 없어요. JR우에노 역 공원 출구를 쓰고 신작 가난의 신이 나오기까지 1년 걸렸어요.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작가 중에는 대학, 학원, 문화강좌에서 강의하거나 강연회나 토크쇼를 자주 열어서 원고료와 인세 이외의 부수입에 의존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강연회를 거의 안 해요. 듣기론 강연회 개런티도 거품기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하더군요. 강연회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작가도 힘들어진 것 같아요.
강연을 안 하는 까닭은 제가 원래 사람들 앞에 서는 걸 힘들어해서 쓰는 일을 선택한 거예요. 다른 일로 돈을 버는 건 생각할 수 없어요. 다만, 한때 소설가를 그만두고 개 훈련사가 되려고 학원에 다닌 적은 있어요. 개를 상대하는 훈련사라면 사람과 얘기 안 해도 되니까요."


"제 연 수입이 많았을 때는 1억 엔 이상, 적을 때는 400~500만 엔이에요. 적을 때도 일본의 평균연봉 정도는 되었는데요. 1억 엔일 때 산 집의 대출금과 유지비가 많이 들어서 수도요금과 전기세도 못 낼 지경이 되기도 했어요. 그 집은 팔려고 내놨고, 4월에 이사할 집은 월세 6만 엔 정도라 앞으로 굶어 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출판사들 자체가 경영난이라서 작가에 대한 대우가 더 좋아지는 건 어렵다고 봐요. 옛날엔 논픽션일 경우, 집필 전에 취재비가 나왔는데, 지금은 작가가 부담합니다. 집필 중에는 수입이 없으니까 경제적인 기반이 없으면 논픽션을 쓸 수 없어요."


"강연회를 열거나 TV에 출연하는 작가를 보고 부러워한 적은 전혀 없어요. 제가 돈을 버는 수단은 쓰는 일밖에 없지만, 돈을 위해서 쓰는 건 아니에요. 작품을 쓸 때는 '그 작품에 대한 봉사'라는 마음밖에 없어요. 저에겐 10년, 20년 계속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출처

http://biz-journal.jp/2015/05/post_10102.html

GRIJOA 소출판시대

표지 디자이너 스즈키 세이이치(鈴木成一)

2014. 12. 4. 14:29

스즈키 세이이치(鈴木成一)는 30년 동안 10,000권의 표지를 작업한 일본의 북디자이너이다. 



책에서 표지 디자인은 얼굴인 동시에 서점에서 독자의 눈길을 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의 편집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표지의 비결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불필요한 요소를 떼어 내고 철저하게 책의 개성만 남기는 거죠. 어떤 책이든 그 내용은 새로울 거예요. 그럼 지금까지 나온 책과 뭐가 다른지 파악해서 그걸 남겨야 해요. 그 개성이야말로 사람의 눈길을 끄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스즈키 씨는 일본 출판업계에서 마감을 잘 지키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것도 상습범이다. 완성품에 만족하지 않는 한, 아무리 재촉해도 표지를 내주지 않는다. 일개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대형 출판사를 기다리게 하는, 괴이한 구도를 만든 것은 스즈키 씨의 강한 신념 때문이다.


"아무리 경영이 힘들어도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이 있어요. 그건 '일 좀 주세요'라는 말이에요. 그걸 말해버리면 일에 아첨이 들어가서 상대에게 계속 휘둘리게 됩니다. 그래서 남에게 부탁받으니까 한다는 스타일을 바꾸고 싶지 않아요.

일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부탁받아서 하는' 게 원칙입니다. 부탁받으니까 하는 거예요. '하고 싶다'가 아니고 '해야 한다'는 감각이죠.

또 하나의 원칙은 본문 원고를 주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아요. 당연한 것 같지만 이 차이는 커요.

표지 디자인은 바로 칭찬받는 일이 드물어요. 설령 '디자인이 좋다'고 칭찬받아도 속으론 기뻐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 표지의 근거는 어디까지나 책의 내용에 있는 것이고, 표지 자체는 내용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죠.

독자가 '표지 디자인이 좋아서 읽었더니 재미없었다. 표지에 속았다!'고 한다면, 그건 표지가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거예요(웃음).

이상적인 것은 표지가 좋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 한 채 손이 가게 하는 거예요. 그 책이 이미 처음부터 그런 얼굴이었다는 느낌이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잘 팔린 책은 표지도 눈에 잘 들어와요. 그런데 100만 부나 팔리면 편집자 눈은 완전히 맛이 가버려요. 그 표지를 특별하게 보지요. 돈에 눈이 먼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하면 '저 표지처럼 만들어줘' 하고 의뢰해요. 따라 하고 싶은 편집자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표지에서 중요한 것은 뜻하지 않는 발견이에요. 전에 본 적이 없는 것과 만날 때의 놀라움 말이죠. 그런 걸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남의 것을 따라 할 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출처

http://www.nhk.or.jp/professional/2007/0522

http://matogrosso.jp/soutei-47/soutei-47.html


GRIJOA 편집자

일본의 유명 저자가 말하는 출판사, 편집자의 존재 가치

2014. 12. 2. 12:13

일본에서 경력관리나 취업에 관련된 책을 다수 낸 저자 츠네미 요헤이(常見 陽平)의 글


"이건 사람에 따라 의견이 갈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중대형 출판사에서 상업출판으로 나오는 책과, 개인이 아마존 등에서 출판사의 편집자를 통하지 않고 낸 전자책, 블로그 글은 전혀 다른 물건, 전혀 다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같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출판사의 책에는 프로 편집자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책을 만들고 파는 행위에 큰 차이가 생긴다.


혼자서 쓴 것은 혼자만 좋아하는 내용이 되기 쉽다.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는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사고 싶어하는 내용인지는 저자 혼자서 알 수가 없다.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역할이 출판사와 편집자에 있다고 생각한다. 판다는 행위에서도 지명도가 높으면 모를까 개인이 책을 알리고 파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내가 편집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타겟 독자의 기대와 반응을 냉정하게 판단해주는 일이다. 물론 지금은 인터넷 시대이니까 저자가 덧글이나 책의 리뷰를 통해 반응을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한편으로 치우친 목소리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만 믿으면 안 된다. '실제 독자의 다수는 말을 하지 않는 시민'이다. 아마존이나 각종 리뷰 사이트에 서평을 올리는 사람은 팬 아니면 안티라서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저자에게는 편집자의 시야나 감각이 필요하다. 나는 '이거 재밌나요?' 하고 편집자에게 자주 묻는다. 특히 책을 쓸 때는 몸도 마음도 다 바쳐서 쓰기 때문에 자기가 쓴 것을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원고 마감 기한은 물론, 퀄리티 관리, 무엇보다 방향성에 관해 프로듀스해주는 것이 편집자에게 기대하는 일이다.

그래서 출판사, 편집자는 존재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단, 이것은 출판사, 편집자가 제대로 움직이는 경우이다. 그들이 책을 잘 팔아주거나 프로듀스를 잘해주지 못하면, 출판사, 편집자가 필요없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출판사와 편집자가 앞으로도 남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것은 자기 일을 잘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내가 만난 어떤 편집자는 지금까지 낸 나의 저서를 다 읽고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있었고, 써달라는 책의 내용이 매우 재미있었다.

'강한 기획, 재미있는 기획으로 설득하는 일'은 편집자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맨에게 적용된다고 본다. 당신 기획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기획이 약하고 재미없기 때문이다. 편집자의 의뢰 내용이 재미없으면 답이 없다. 이건 출판사의 지명도와 상관이 없다."


출처

http://agora-web.jp/archives/1594562.html


GRIJOA 편집자

일본의 1인 출판사 이와타쇼인(岩田書院)

2014. 11. 30. 23:44

창업 21년째, 그동안 출간한 책은 825권이나 된다. 한 달에 4~5권, 연간 50~60권의 신간이 나온다. 연매출은 약 1억 2천만엔. 혼자서 달성한 숫자로서는 충격적이다.


일본의 출판사 '이와타쇼인(岩田書院)'은 도쿄 세타가야의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출판사다. 역사와 민속을 중심으로 지리, 종교, 언어 등 다양한 학술서를 출판하고 있다.
이와타쇼인의 대표 이와타 히로시가 1인 출판사를 차렸을 때는 1993년, 44세였다. 그때까지는 '메이초 출판(名著出版)'이라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20년 남짓 보냈다.


"연매출과 연수입을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외주로 맡기는 부분이 있고, 인쇄, 제본, 창고 관리비 등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연수입은 그냥 먹고사는 정도예요."



"특별히 출판사에 들어가려고 했던 건 아닌데, 대학교 교수님이 '메이초 출판에서 한 사람 필요하다고 하는데 갈래?'라고 해서 입사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입사 20년쯤 되었을 때, 창업하신 사장님이 돌아가시고 아드님이 그 자리에 올랐죠. 그보다 나이 많은 저 같은 잔소리꾼은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마흔이 넘은 나이로는 재취직이 힘들어서 독립을 선택했어요."


"출판사명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제 이름(이와타)으로 했어요. 그 뒤에 '서점(書店)', '책방(書房)', '출판(出版)', '서원(書院)' 중 하나를 붙이려고 했죠. '서점'으로 하면 책 파는 서점과 혼동하기 쉽고 '출판'은 너무 흔해서 '서원(書院 쇼인)'을 붙였습니다."


"출판 일은 20년 동안 해서 민속이나 역사 관련 전문서가 몇 년 동안 몇 권 팔리는지 알고 있었고, 혼자서 먹고는 살 수 있겠다고 예측할 수 있었어요.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면서 경리나 영업 일도 봤기 때문에 출판 일의 흐름을 알고 있었죠. 저는 사람을 잘 다루지 못해서 처음부터 직원을 데려올 생각은 없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범위의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 이상을 욕심내면 매출을 위해 책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이와타쇼인의 책은 민속과 역사 전문서가 대부분이다. 연구자가 연구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하고 잡지 연재나 논문이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면 자신의 연구를 체계화할 수 있다. 연구자는 책을 꼭 낼 필요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잘 팔리는 책이 아니라서 여유가 없는 연구자에게는 비용 부담이 크다.


"직원이 많은 출판사에서는 처음부터 100만 엔이 필요하다든가 저자가 100부 사는 조건이 아니면 책을 낼 수 없어요. 우리 출판사는 한 명이니까 손익분기점이 낮아요. 인세 대신 책을 저자에게 드리는 조건으로 논문을 책으로 만들어 드리죠. 400부 찍으면 20부를 드린다든가요."


"발행부수가 적으면 한 권의 단가가 비싸지죠. 그렇다고 너무 많이 찍으면 재고만 많아져서 창고 임대 비용이 늘어나요. 『산토끼의 민속지』라는 책을 낸 적이 있는데요. 산토끼를 연구하는 사람은 드물죠. 그런 종류의 책을 누가 사겠어요(웃음). 교재로 채택되어도 학생 수가 1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집단적 자비출판'이라는 말이 있지요.

전문서나 학술서는 많아야 1000~1500부 찍어요. 사는 사람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고 연구나 참고를 위해서 책을 사요. 독자가 다음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같은 학계 사람이 낸 책을 같은 학계 사람이 사서 회전되니까 '집단적 자비출판'이라고 할 수 있죠. 동업자들이 만든 말입니다만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1년에 6권 내서 600만 엔의 연이익을 내려면, 권당 100만 엔의 이익을 내야 해요. 이건 아주 어렵죠. 하지만 60권을 내서 권당 10만 엔의 이익을 내면 달성할 수 있어요."


"한 달에 4~5권 내는 건 혼자서는 한계가 있어서 제작이나 재고 관리를 외주로 돌렸어요. 그나마 전보다 업무시간이 줄어들었죠. 전에는 새벽 3시에 퇴근해서 아침 7시에 일어났지만 지금은 새벽 1시쯤에는 퇴근합니다. 집에서 20분 정도라서 걸어서 출근하죠. 가족여행은 갔던 기억이 없어요. 집중해서 일을 하다보니 휴가도 잘 쓰지 못해요.

그래도 혼자 일하면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없어서 즐거워요." 


"학회에 가면 책을 사려는 분들이 많이 모여요. 큰 학회에서는 이틀에 100만 엔어치가 팔리기도 해요. 기분이 좋죠. 하지만 안 팔리는 학회에서는 전혀 안 팔려요."


살 사람만 사는 전문서라도 가끔 뜻하지 않는 히트작이 나오기도 한다. 인간이 죽어서 뼈가 될 때까지 9단계를 그림으로 만든 구상도(九相図) 자료집성이라는 8900엔짜리 책은 3쇄까지 찍었다. 일본인의 사생관(死生観)에 관한 역사 연구서 사자의 행방도 신문 서평이 나온 뒤, 4쇄를 찍었다.



"잘 팔리는 책이 가끔 나오니까 책을 낼 수 있지만,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책들이 팔리는 책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출판문화를 지킨다거나 그런 거창한 것보다는 남에게 의뢰받아 책을 내서 기쁘게 하고, 저는 그걸로 먹고삽니다. 그래서 계속 할 수 있는 거죠. 지금 가장 무서운 건 제가 갑자기 쓰러지는 상황입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저만 알고 아무도 모르죠. 통장의 돈도 뺄 수 없어요. 혼자서 출판을 한다는 건 그런 거예요. 후계자가 없으면 그걸로 끝이죠. 제 아들은 저처럼 되고 싶지 않았는지 공무원이 되었어요. 

'그러고 보니 옛날에 이와타쇼인이라는 출판사가 있었지' 하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면 충분해요."

 


출처

http://wedge.ismedia.jp/articles/-/3698?page=1



GRIJOA 소출판시대

출판사 창업자에게 출판사 대표들이 했던 조언들

2014. 11. 17. 13:14

책 크기는 판형보다 비례에 집중하라

디자인을 배워야 디자이너들의 엄살을 간파할 수 있다

인디자인은 두 달이면 배울 수 있다. 명함은 자기 손으로 만들어봐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똑같이 만들어보면서 배워라

확신이 없으면 디자인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라

안에 있는 내용이 표지에 반영된 표지가 좋은 표지

표지는 나보다 잘하고 감각있는 사람에게만 보여줘라

후가공이 많으면 돈도 많이 들고 재생이 힘들다 가급적 기본으로 해라

마케팅책은 쉬지 말고 챙겨봐라

-비용은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힘들지만, 한번 오른 매출은 유지되지 않는 것이 출판이다.

서점으로 나간 책의 30%는 반품이 들어올 수 있음을 전제로 손익 계산을 해야 한다.

국내서는 원고청탁 뒤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2년을 넘기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국내 기획도서를 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획원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번역서를 전진배치해야 한다.

■'출산율 저하 고령화 사회이므로 간병과 복지에 관한 책은 분명히 잘된다'는 식의 시장성에 기반한 생각을 출판에 옮기는 것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라든지 '나이 드신 분을 위해서'처럼 뜻한 바를 향한 집념이 필요하다.

■당장의 시장과 독자의 잠재적인 갈증은 일치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시장의 요구가 아니라 독자의 잠재적인 갈증에 마음을 열어라. 시장이란 독자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차선의 결과이다.


GRIJOA 소출판시대

한미일의 출판 유통 구조 차이

2014. 4. 7. 09:20

일본

1. 출판사는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판권만 있다.

2. 전자책을 만들 때는 저자 허락이 필요. 따라서 잡지는 전자책이나 단행본으로 만들 때 허락받을 사람이 많음. (글쓴이, 카메라맨,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3. 위탁 판매 제도 (안 팔리면 반품)
4. 완전 도서정가제 (할인 불가, 책값이 안 바뀜)
5. 도매 업체 중심의 유통 시스템 (책과 잡지가 같은 유통 경로)
6. 책값이 싼 편. (대량유통으로 비용 감소)
7. 서점이 많아서 책을 손에 넣기 쉬운 환경


ⓒbrewbooks


미국

1. 책과 2차 저작권 등 모든 권리를 출판사가 갖는 조건으로 계약.
2. 보통, 전자책을 만들 때는 출판사만 허락하면 된다.
3. 서점이 책을 매절로 삼. 
4. 책값이 바뀐다. 할인 제한 없음.
5. 서점이 출판사와 직거래하는 게 기본. (도매 업체는 보조적 존재) 잡지는 대부분 정기구독 (일반 책과 유통 경로가 다름)
6. 책값이 비싸다. (하드커버가 2만 6천 원 정도)
7. 서점 수가 적다. 아마존이 있지만, 미국이 워낙 커서 지역에 따라 배송이 오래 걸림.

ⓒ4season_santa


한국

1. 종이책 판권 계약시 전자책 판권을 함께 계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 종이책 계약서에 전자책 판권 계약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저자 허락이 필요.
3. 위탁 판매 제도 (안 팔리면 반품, 매절도 반품)
4. 나온 지 18개월 이하인 책은 정가의 10%까지 직접 할인 허용하지만, ISBN을 실용 코드로 받으면 신간도 무제한 할인할 수 있다(2014년 11월 도서정가제 실시로 할인이 10%로 제한).
5.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과는 직거래. 중소형 서점은 도매 업체를 통해 거래.
6. 책값이 싸다. 한미일 중 최저.
7. 서점 수가 적지만, 온라인 서점에 주문하면 늦어도 이틀 안에 받을 수 있다.


ⓒTF-urban

GRIJOA 소출판시대

기획자와 편집자는 하나다.

2013. 12. 12. 16:13

자기 기획으로 책을 낼 배짱이 없는 편집자, 새로운 저자를 발굴하지 않는 편집자는 반쪽짜리다. 반대로 교정 교열 등의 기본 편집 일에 손 안 대고 기획만 하려는 편집자도 반쪽짜리다. 


아무리 기획이 좋고 원고가 좋아도 교정 교열을 비롯한 기획 이외의 것들을 소홀히 하면 책은 제대로 꼴을 갖추지 못한다. 기획이 교정 교열 위에 있으며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도 시건방이다. 편집의 모든 과정이 기획과 연결되어 있다. 


저자한테서 원고 받아온 것만으로 내가 만든 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태권V 머리만 만들어놓고 내가 다 만들었다고 하는 것과 같다.

GRIJOA 편집자

BRUTUS가 진부해지지 않은 까닭

2013. 7. 27. 19:04

BRUTUS 편집장 니시다 젠타 <B&B 도쿄 편집 큐레이터즈 토크> 강연에서 (2013. 2. 5)



"잡지 BRUTUS는 1980년 창간했습니다. 발매일은 매달 1일과 15일이고 주 독자는 33~34세이며 전체 독자의 70%가 남성, 30%가 여성입니다. BRUTUS의 독자층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BRUTUS라면 무조건 사는 사람'과 '특집이 마음에 들면 사는 사람'입니다. 특집에 따라 사는 사람만 노리고 만들면 비중이 높은 일반 독자층을 놓칩니다. 수효가 많다고 해서 모든 독자를 만족시키려는 특집을 기획하면 이번엔 특정 팬들을 놓칩니다. 

잡지가 '문화를 만든다'는 것은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자가 재미있게 봐주면 고른 사람에게 문화를 만들 힘이 생기는 것이죠."



"BRUTUS의 기획은 세 종류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잘 팔리기 위한 BRUTUS'. 고양이 특집처럼 잘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 기획이죠. 두 번째는 '광고를 따기 위한 BRUTUS'. 세 번째는 '색깔을 내기 위한 BRUTUS'입니다. 저는 신입 때부터 '색깔을 내기 위한 기획만 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특집을 만들다 보면 이 세 가지가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이 세 요소가 그라디에이션처럼 겹치지만, 실험호처럼 지금까지 없던 내용을 낼 때는 이 세 요소로 정리하는 것이 도움됩니다."


"저는 마케팅 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두 함께 결정한 것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재미가 없어서요. 가령, 대단히 반응이 좋았던 '최고의 아침식사' 특집을 예로 들자면, 담당 부편집장이 '표지를 일러스트로 가고 싶다'고 했지만, 저는 사진으로 가자며 계속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까지 부편집장이 일러스트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 그게 좋다면 할 수 없지' 하고 OK 했더니 결국 그 호는 매진되었어요. 그 부편집장은 현재 POPEYE의 편집장으로 옮겨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편집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그 자리에 있고 싶다',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누구든 상관없이 이야기하고 싶다', '좋은 반응을 얻고 싶다' 이 네 가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의 '좋은 반응을 얻고 싶다'가 편집자한테 가장 중요하고,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BRUTUS를 만들 수 없습니다. 잡지에는 편집장과 편집자의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만드는 사람이 남보다 많이 웃고, 울고, 화내고, 슬퍼하며 계속 달리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기획을 하거나 특집을 만드는 일은 '시대를 읽는다'처럼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어렴풋한 감각이 있을 때 그것을 하나로 묶는 말을 찾아내서 막연한 감각을 한 마디로 나타냅니다. 그렇게 하면 걸릴 사람은 걸립니다. 늘 생각대로 되지는 않지만 여기서 배우는 일이 많습니다.

좋은 잡지도 나온 지 2년이 지나면 대부분 시들하고 진부해집니다. BRUTUS가 진부해지지 않은 것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길을 걸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위험한 다리를 건너서 아무도 손대지 않은 산딸기를 따 먹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부서지지 않게 다리를 건너는 기술은 무의식 안에 있습니다."



출처

http://tokyo-edit.net/archives/23093754.html

GRIJOA 편집자

BRUTUS 편집장 "매체가 바뀌어도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힘은 바뀌지 않는다"

2013. 7. 27. 16:23

일본 잡지 BRUTUS 편집장 니시다 젠타 인터뷰 발췌 (2013. 7. 26)



Q 업계에서는 '잡지가 안 팔린다'고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BRUTUS라는 잡지는 계속 잘 팔리고 있습니다. 잡지를 사는 독자가 줄어드는 요즘, BRUTUS를 만들 때 의식하는 점이 있나요?

"BRUTUS 자체는 최근 몇 년 동안 판매부수가 변하지 않았어요. 아주 많이 팔린 호도 있고 특정 독자에게만 팔린 호도 있지요. 청개구리 같지만 '반응이 좋았던 특집은 반복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업무 회의에선 항상 과거 수치를 참고 자료로 내놓고 확실하게 팔릴 것만 하자고 하지만, 같은 기획을 단기간에 되풀이하면 독자는 냉정해서 금방 지겨워합니다. 무엇보다 만드는 쪽이 피폐해지죠.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은 편집부를 망칩니다. 그래서 전에 냈던 기획과 다른 면을 발견하기 전까진 계속 참습니다. 'BRUTUS는 커피 특집을 자주 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큰 착각이에요. 커피 특집을 다시 내는 데 5년이나 기다렸어요. 새롭게 기획할 가치가 있는 테마가 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잡지 전체의 앞날에 대해서는 제 힘이 닿지 않는 부분이라서 별로 생각하지 않거나 생각해봤자 소용없다고 봅니다. 편집부 모두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종이 잡지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1권이라도 많이 종이로 세상에 내자는 겁니다. 무조건 종이를 고집하진 않아요. 언제라도 디지털로 옮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순수하게 편집에 몰두하는 데는 종이 잡지라는 형태가 현재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매체가 바뀌더라도 재미있는 것을 만드는 힘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기획과 편집 능력을 누구한테도 따라잡히지 않는 수준까지 올리자고 해요."



Q BRUTUS를 디지털로 만든다면, 전자 잡지를 그대로 기존 플랫폼에 올리는 것 이외에 종이 잡지로 나왔던 특집의 속편을 웹콘텐츠로 계속 제공하는 모델을 전에 얘기하셨는데요. BRUTUS 1월 특집 '몸에 좋은 것'의 속편이 DESCENTE 독점 웹콘텐츠로 9월에 나오네요?

"종이 잡지에 맞게 만든 BRUTUS의 기사를 웹에 그대로 올리는 건 맞지 않아요. 웹콘텐츠의 특징은 유동성과 갱신 관리죠. 날마다 새로운 게 나오고 내용도 바뀌어야 합니다. 갱신하는 일이 중요하죠. 하지만 웹페이지를 만들어 매일 갱신한다는 것은 현재 BRUTUS의 편집 사이클 안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종이 잡지로 기사의 후속편을 또 내진 않지만, 웹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가령, 특집이었던 '고양이다', '몸에 좋은 것', '아름다운 말'의 속편을 웹에 맞게 만드는 것이지요. 이 특집에 관심을 보이는 스폰서에게 광고를 싣는 조건으로 돈을 받고 이 돈으로 속편을 웹으로 만듭니다. 이렇게 하면 많은 사람이 일할 수 있게 되지요."




출처

http://dotplace.jp/archives/3293

GRIJOA 편집자

일본에서 한국문학 시장을 키우는 출판사 CUON

2013. 6. 21. 14:20

해마다 일본 책은 900여 종 이상 한국에 번역 출판되는 데 비해, 일본에서 출판되는 한국 책은 한 해 평균 80여 종(한국 문학서는 20여 종)도 안 된다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판권이 10억을 넘겼다고 하는데, 한국 책이 일본에 그 정도 대우를 받고 나간 사례는 없다. 출판계에서는 일류(日流)가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축구 한일전처럼 비등한다면 라이벌 의식이라도 가질 텐데, 아예 맞서는 것이 무모해 보일 정도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일본 책에 열광하는 것처럼 일본인에게 두루 읽힐 한국 책은 없을까.


바꿀 수 없어 보이는 이 대세의 반대편에 있는 출판사가 있다. 일본에서 한국문학을 전문으로 내고 있는 출판사 CUON이 그렇다.


일본에서 한국문학을 출판한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지만,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일이며 험난한 길이다. 일본에서는 한국문학의 인지도가 낮고 한국어를 이해하는 일본인 편집자도 무척 적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본다면 비즈니스로 성립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CUON의 김승복 대표는 과감하게 이 험난한 길을 선택했고 일본에서 한국문학의 전도사로서 꾸준히 한국문예서를 내고 있다. 단순히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에서 한국 책 시장을 키우고자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시장이 작다고 실망하지 않고 시장을 키우는 것이다.


그 일환의 하나로 CUON은 ‘K-문학진흥위원회’을 만들어 2013년 6월 4일 도쿄에서 출판사와 번역가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 콘텐츠 보급을 위한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의 책’ 50권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문예 작품만 아니라 그림책, 수필, 실용서, 만화 등 2000년 이후 한국에서 발간된 다양한 책들이 포함돼있다.



K-문학진흥위원회는 2011년, 작가이자 호세이(法政)대학교 교수인 나카자와 게이 씨를 위원장으로 번역가, 출판사 대표, 자유기고가 등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로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다. 이들은 양국 문화의 상호이해 심화를 위해 한국 책의 일본어 번역을 늘리는데 한몫하자는 것이다. 



설명회에는 한국 문화를 일본에 적극 알리고 있는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 씨도 발표자로 나왔다.

구로다 후쿠미 "일본과 한국은 비슷하면서도 좀 다릅니다. 그 차이가 서로를 끌어당기리라 생각합니다"


설명회와 함께 가이드북 <일본어로 읽고 싶은 한국의 책 - 추천 50선>도 배포했다. K-문학진흥위원회에서는 이 가이드북을 일본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무상으로 보내 한국 책이 더 많이 번역 출판될 기회를 만들고 있다. 덕분에 배포 한 달도 안 되어서 가이드북에 실린 한국 책 중 4권이 이미 계약되었다고 한다.



김승복 대표에게 질문

Q 한국 책 선정은 어떤 식으로 하나요?

'K-문학진흥위원회'에서 추천한 책 또는 한국 출판사들에 연락해서 책을 받거나 직접 사서 읽어본 뒤 선정해요. '일본에서 될 것 같은 한국 책'이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 책은 계약될 것 같다'고 생각한 책이 실제로 계약이 되면 희열을 느껴요. 일본 출판 관계자들이 선호하는 한국 책을 조사했는데, 1 일본에 없는 콘텐츠, 2 학습만화 시리즈물, 3 한일 공동기획/제작/동시발매였어요."


Q 일본에 없는 콘텐츠라... 일본은 별의별 책들이 다 나와 있는데, 그런 독특한 콘텐츠가 한국에 있을까요?

"예를 들면 한국 고유의 것들. 뭐 떡볶이에 관한 책이라든가... 이런 것은 일본에 없는 콘텐츠예요."


Q 이러한 설명회와 가이드북 출간으로 출판사 CUON이 얻는 메리트는 무엇인가요? 에이전시 역할을 하시나요?

"일본 출판사가 에이전시 역할을 해주길 원한다면 마다하진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우리가 전문 에이전시도 아니고 일이 번거로워서 에이전시 일을 주력으로 삼고 싶진 않아요. 일본 출판사가 다른 에이전시를 통해 계약을 진행해도 상관없어요. 이러한 활동의 목적은 에이전시 수수료가 아니라 일본에서 한국 책 시장을 키우는 것이니까요. 한국 책이 일본에 더 많이 나와야 CUON의 한국 책도 더 많은 일본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Q 가이드북에 상당한 공을 들이신 것 같습니다.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한국 책들을 CUON에서도 내나요?

"우리는 한국문예서 전문 출판사라 조건에 맞으면 하겠지만, 형편상 우리가 모든 책을 다 낼 수는 없어요. 꼭 우리 출판사에서 내지 않더라도 일본 출판사들이 한국 책을 많이 내주었으면 합니다. 가이드북은 앞으로 6개월에 한 번씩 내고 한국 책 시장이 만족할 만큼 커졌다고 생각되는 순간, 출간을 멈출 생각이에요."



Q CUON에서 펴낸 '새로운 한국문학 시리즈'의 표지가 근사하네요? 디자이너는 어떤 분인가요?

"일본 서점에서도 표지에 대한 평이 좋아요. 디자이너는 유명한 일본 분인데 CUON의 뜻을 잘 이해해줘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해주셨어요. 뜻을 같이하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었죠."


Q 한국문학을 읽는 일본 독자는 어떤 분들인가요? 

"지한파, 재일한국인, 한국문학 마니아가 주독자층이에요. 한국문학독서감상문 대회도 열어봤는데, 의외로 참가자의 80% 이상이 직장인이었어요. 그 중 반이 남성이구요. 주부나 학생이 많을 거라 예상했는데, 여기서 가능성을 봤어요."


Q 일본에서 한국문학을 출판한다는 것...?

"한국 작품은 안 팔린다는 이유로 번역 출판이 많이 되지 않아요. 책장에 책이 없는데 어떻게 팔리겠어요. 상품 진열장에 상품이 없고 썰렁하면 손님들이 그 가게를 찾지 않듯이 서점의 진열장에 한국문학 코너를 만들고 다양한 작품들이 진열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 모범을 스스로 보이겠다고 마음먹었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과감하게 개척해나가는 출판사 CUON의 김승복 대표. CUON의 노력에 힘입어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책이 일본에 나오기를 바란다.

GRIJOA 소출판시대

오직 그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 - 일본의 개성파 서점들

2013. 6. 7. 11:23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요즘 어떻게 책을 손에 넣을까? 오프라인 서점에서 산다, 온라인 서점에서 산다, 도서관에서 빌린다. 이 셋 중 하나일 것이다.


어렸을 때는 동네에 서점 하나쯤은 있어서 책을 고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IMF가 터진 백수 시절 때도 서점은 내가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고마운 장소였다. 하지만 요즘은 동네에 서점이 없다.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 대형 서점 하나 있을까. 그래서 책을 직접 보고 사고 싶어도, 싸고 집까지 보내주는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게 된다.


1994년에 5,683개였던 우리나라 서점은 2013년 현재 1,700개 정도만 남았고 그마저도 없어지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출판 강국 일본도 비슷해서 1994년에 26,224개였던 서점이 14,000개 정도가 남았고, 현재도 하루에 하나꼴로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한국은 약 28,000명당 서점 하나, 일본은 약 8,640명당 서점 하나꼴로 인구대비로는 역시 일본이 훨씬 많다)


특히 주로 사라지는 것은 동네 서점이며, 온라인 서점과 비슷한 종수와 베스트셀러 확보로 경쟁할 수 있는 대형 서점만이 책이 아닌 상품을 같이 판매하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수도권의 경우, 아직 '내가 사는 동네에 서점이 아예 없다'는 수준까진 아니어서 우리나라에 온 일본인은 왜 한국에는 서점이 적은지 의아해하기도 한다. 두 나라 모두 독서 인구가 줄고 있다고는 하나 온라인 서점과 할인 경쟁에서 패한 우리나라의 오프라인 서점들이 사라지는 상황은 원래 서점 수가 많았던 일본보다 타격이 크다.


이런 상황을 알면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서점을 창업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신규창업은 없고 사라지기만 하니 가까운 앞날에는 온라인 서점만 남을지 모른다. 이런 날이 오면 책을 실제로 만져보지 못한 채, 인터넷에 자주 보이는 정보만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오프라인 서점의 암울한 앞날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에는 이대로 사라지지 않겠다며 남다른 기획으로 독자를 끌어모으는 서점들이 있다. 과연 어떻게 하고 있는지 옆 나라 서점들을 살펴보자.


오라이도 서점 

往来堂書店


1996년에 '카리스마 서점인'으로 일본 서점업계에 널리 알려진 안도 데쓰야(安藤哲也)가 도쿄에 세운 서점이다. 겨우 20평 정도밖에 안 되는 이 작은 서점이 유명해진 것은 '맥락이 있는 책장(맥락장)'을 처음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게 뭐냐면 보통의 서점들이 진열하는 방식, 즉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를 장르별로 쭉 늘어놓는 방식이 아니라 작품의 내용과 관련 있는 책을 주변에 두는 것이다. 가령, 만화 『원피스』가 화제가 되면 원피스를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놓고 그 주변에 『해적의 역사』를 놓는다거나 자전거 부품 책 옆에 자전거를 소재로 한 소설을 놓는 등, 장르와 상관없이 내용과 관련 있는 책을 차례로 배치하는 것이다. 독자는 이 '맥락'을 따라가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책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배치한 책장을 '맥락장'이라 부르는데, 이 책장에는 서점직원이 직접 책장 제목을 짓고 그에 맞는 책을 배치해 독자의 흥미를 끈다. 예를 들어 '꿈이 있는 책'이라는 제목의 책장에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프터 다크』, 나쓰메 소세키의 『몽십야(夢十夜)』 등 장르에 상관없이 제목(꿈)과 관련 있는 책들을 배치한다. 오히려 이런 개성 있는 진열 방식이 호응을 얻어 마쓰마루 홈포(松丸本舗)을 비롯한 서점들도 맥락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방식을 따르는 서점들이 아주 많지는 않은데, 그 까닭은 서점직원에게 유행을 민감하게 파악하는 능력과 책에 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속하려면 수없이 맥락장 아이템을 생각해내야 한다.


오라이도 점장은 "책을 잘 선정해서 연관 있는 책끼리 배치하면 고객이 애당초 읽을 생각이 없었던 책에도 손이 갈 수 있다. 읽는 사람과 시기에 따라 책의 가치는 바뀐다. 이런 진열 방식은 책을 찾기엔 불편할지 모르지만, 인연이 없던 책과 우연히 마주칠 수 있다."고 말한다.



B&B


유명 북코디네이터 우치누마 신타로가 만든 서점으로 B&B는 Book&Beer의 약자다. 이름 그대로 맥주를 들고 마시면서 책을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다. 카페 같은 분위기가 특징인데 재미있는 것은 서점 인테리어 소품인 책장, 테이블, 의자, 조명, 스피커 등 전시된 모든 것을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땡스북스가 똑같이 하고 있음) 주인장이 개업할 때 가구 살 돈이 부족해서 전시 판매하는 방향으로 했다고.


B&B에서는 저녁 8시부터 2시간가량 토크 이벤트를 날마다 한다. 작가, 평론가, 연구가, 편집자, 블로거 등의 강연이나 대담에 30~50명 정도의 독자가 참여한다. 이 이벤트는 무료가 아니라 참가비로 1,500엔을 받고 있는데, 보통 서점에서 책 판매촉진을 위해 하는 작가 사인회나 대담과 달리, B&B에서는 처음부터 이벤트 자체를 수입원으로 계획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책 이외의 사업을 넓히면 정작 책이 안 팔리는 것 아닌가 할 수 있지만, 이런 책 이외의 사업이 모두 책을 살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날마다 이벤트를 함으로써 서점이 미디어가 되는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한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代官山 蔦屋書店


이 서점은 만화책, 참고서 등 학생을 위한 책은 없고 어느 코너나 성인 독자를 의식한 책이 중심이다. 그런 개성이 결과적으로 폭넓은 연령층에 지지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각 분야의 책에 정통한 코너 담당자가 30여 명이 있고, 이들이 담당 코너의 책 진열을 기획하고 손님에게 맞는 책을 추천한다.

이 코너 담당자를 ‘콩셰르주(concierge)’라고 하는데, 여행 분야라면 세계 100개국 이상을 다녀온 필자, 요리 분야라면 전문지 전 편집자 등 각 분야의 프로가 있다.


콩셰르주의 말 "책은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도 합니다. 베스트셀러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재미있는 책도 있다는 걸 전하고 싶어요. 서점에 오는 손님의 70%는 살 책을 정하지 않고 사는 사람, 뭐가 읽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 어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오는 사람입니다. 베테랑 서점직원은 책 제목을 말하지 않아도 ‘파란 표지에 이런 글자가 있어요, 등장인물에 이런 사람이 나와요’ 하는 말만 듣고 책을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독서의 권유

読書のすすめ


점장 ‘책의 소믈리에’가 손님의 얘기를 먼저 듣고 딱 맞는 책을 골라 준다. 대형 서점에 견주어 히트작을 배본 받기 어려운 상황을 타파하고자 점장이 읽고 재미있다고 느낀 책을 소개하는 ‘소믈리에 스타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점장이 책을 찾는 손님에게 어떤 책을 찾는지 물어보고 그 손님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을 소개하게 되어 있다. 일본 가게에서는 구경하는 손님에게 말 거는 일이 좀처럼 없는데, 이걸 정착시킨 것이 특이하다. 점장인 시미즈 카쓰요시는 일본 언론에 자주 소개된 유명인이며, 이분이 서점에서 추천해준 책을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사람도 있다.



키노쿠니야 서점의 <혼노 마쿠라 ほんのまくら> 북페어
(2012년 7월 26일~9월 16일 / 2013년 1월 21일~2월 20일)


"반년 전부터 현관에서 자고 있다.", "남의 어머니를 훔쳐라.", "지구에 착륙한 최초의 외계인은 72초 동안만 존재했다." 만일 위와 같은 책의 첫 번째 문장만 보여주고 책을 고르라고 한다면? 실제로 이런 이벤트를 키노쿠니야 서점이 했다. 


책에 커버를 씌어서 제목, 저자명, 내용을 안 보이게 한 다음, 커버에 그 책의 첫 번째 문장만 써서 독자는 그것만 보고 책을 사게 했다. 일본 문학이 중심인 문고판 100종이며, 인기작부터 마이너 작품까지 섞여 있지만 모두 서점직원들이 읽고 추천하는 작품이다. 담당자가 2년 전부터 생각했던 기획이며 네티즌들 화제 속에 책들이 매진되었다고 한다. 지난해 이벤트 당시 일본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페이스북에서 8,600개의 좋아요를 받고 트위터에서 9,700명이 리트윗하는 등 화제를 불러 모았다.



쉐 무아

Chez moi


패션, 미용, 요리 등 여성을 위한 책을 구두, 가방, 액세서리와 함께 진열하고 있다. 진보쵸의 도쿄도 서점을 리뉴얼한 매장이며, 여성이 좋아하는, 편안하고 밝은 분위기를 꾸미기 위해 여성 디자이너가 인테리어를 맡았다. 서점의 1/3이 잡화, 1/3은 다소 특이한 요리책을 진열한다. 리뉴얼 오픈 후 여성 손님이 10% 이상 늘었다고 한다.



COW BOOKS



잡지 『생활의 수첩(暮らしの手帖)』의 유명 편집자 마쓰우라 야타로가 직접 고른 책을 진열한다는 작은 서점. 책을 고르는 기준은 신구간 구별 없이 ‘귀중한 책보다 직접 읽어보고 재미있거나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한다.

주로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에 발행된 수필, 소설, 현대시, 미술, 요리, 기행, 아동서, 잡지가 많고, ‘여행하는 서점’ 콘셉트으로 전 세계에서 모은 책을 트럭에 싣고 돌아다니며 팔기도 한다.



*그 밖의 서점들


나카지마 서점

中島書店



치바 현에 있는 이 서점은 특이하게도 그날 수확한 채소를 서점에서 판다. 채소 판매대 주변에는 음식과 요리에 관한 책을 진열하고 아동서도 함께 판다.



COOKCOOP



음식에 관한 책을 신구간 구분 없이 진열한 서점. 책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모은 스페셜 커피와 잼 등 식품도 판다. 아울러 여러 음식 관련 이벤트도 하고 있다.



농업서 센터

農業書センター


일본에서 유일한 농업 관련서 전문 서점. 서점 옆에는 맛있는 쌀로 만든 오니기리 가게도 있다.



BOOK246


여행을 주제로 한 책과 여행용품을 파는 전문 서점. 여행 가이드북, 지도, 소설, 그림책 등을 판다.



여행 서점의 창

旅の本屋のまど


여행서 전문 서점. 신구간 구분 없이 나라와 지역별로 책을 진열하고 있다.



DARWIN ROOM



교양서와 함께 동물 박제와 곤충 표본을 함께 전시해서 팔고 있다.



SHIBUYA PUBLISHING BOOK SELLERS


1940년대~2000년대까지 책을 연대별로 진열한 서점. 책장을 보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문화, 사건, 사상 등을 알 수 있다. 수준급의 인테리어로 평가가 높다.



타코 체

TACO ché


자비출판물, 한정부수 출판물, 절판본 등 일반적으로 유통되지 않는 책이나 잡지만 골라 1만 권 보유한 서점이다. 대체로 기괴한 책이 많다. 책뿐 아니라 음반, 비디오, 각종 잡화도 다루고 있다. 그림작가나 아티스트의 작품도 전시한다.



J STYLE BOOKS


'생활을 즐겁게 만드는 책을 모아놓은 서점'이 테마이다. 건축, 인테리어, 패션, 예술, 잡화, 요리, 그림책 등의 신간, 잡지를 판다.



이시다 쇼보

石田書房


학생 시절부터 영화 제작 프로덕션에서 일하던 분이 차린 서점이다. 영화와 연극 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다룬다.



ONLY FREE PAPER


여러 분야의 무료 잡지나 출판물을 모아서 진열한 곳이다. 보고 가지고 갈 수도 있다. 서점이라기보다 전시장의 느낌이 강하다. 개인 아티스트들과 기업들의 홍보 미디어로 활용되고 있다.



*위 내용은 북스피어의 르 지라시 4호에도 실렸습니다.



GRIJOA 소출판시대

일본 출판 불황의 원인은 중고책 탓?

2013. 5. 28. 12:19

일본의 출판 시장은 완전도서정가제인 대신에 중고책 구매가 간단하고 활발하다. 출판 불황의 원인 중 하나로 중고책을 꼽는 사람도 있다.

신간이라도 한 달이 지나면 중고책이 유통된다. 유통되는 순간, 신간의 중고책 구입율은 40%, 구간은 70~80%에 이른다. 일본 아마존에서 유통되는 책의 60%는 중고라는 얘기도 있다.


출판사는 '전자책 가격을 싸게 하면 종이책이 안 팔린다'고 하지만, 차라리 중고책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까지 내리면 어떨까. 신간이 나오고 2개월은 종이책만 팔다가 중고책이 유통되는 타이밍에 중고책 가격과 경쟁할 수 있는 가격으로 전자책을 낸다. 빨리 읽고 싶은 사람은 종이책을 살 테고, 출간 2개월 후는 어차피 종이책이 중고책에 먹히기 시작하니까 가격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전자책을 내면 중고책은 메리트를 잃는다.



출처 - http://d.hatena.ne.jp/yasudeyasu/20121129/1354150131

GRIJOA 전자책

일본 출판사가 문고판 내는 타이밍

2013. 5. 28. 03:44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같은 책을 미국의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처럼 일반판과 문고판으로 나누어 낸다. 문고판이 훨씬 싸기 때문에 일본 독자들은 문고판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는 사람도 있어 문고판 출간 시기를 궁금해 한다. 이에 대해 신쵸샤(新潮社)의 편집자가 인터뷰했다.

*기준은 없지만, 가장 많은 패턴은 일반판이 나오고 2년 반에서 3년 후 문고판 출간이다.
*영화화 등의 이슈가 있으면 문고판이 빨리 나오기도 한다.
*안 팔리는 책은 문고판이 나오기 어렵고, 반대로 잘 팔리고 있는 책은 굳이 문고판을 낼 필요가 없다.
*저자가 문고판은 절대로 내지 말라고 해서 못 낼 때도 있다.
*보통, 일반판보다 문고판이 더 많이 팔린다.
*아예 처음부터 일반판 안 내고 문고판으로 나오는 경우가 최근 많다. 젊은 독자가 대상일 경우는 특히 그렇다.
*문고판을 내는 타이밍은 책마다 다르다. 문고판이 나오는 시기를 미리 공표하면 일반판이 안 팔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문고판이 자리 잡지 못했는데 값이 싼 전자책이 문고판 역할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일본의 문고판 출간 시기는 전자책 출간 시기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출처 - http://biz-journal.jp/2013/04/post_1991.html


GRIJOA 전자책

6.8인치 e-ink 단말기 Kobo aura HD

2013. 5. 5. 14:32

<스펙>

6.8인치 WXGA+ Pearl e-ink 화면 (터치 패널)

265dpi, 1440x1080 해상도

1Ghz CPU

프론트라이트 탑재

내장 메모리 4GB / 외장 Micro SD 카드 지원

WiFi 802.11 b/g/n

Micro USB

크기 - 세로 175.7mm 가로 128.3mm 두께 7~11.7mm 

무게 - 240g

색상 - 에스프레소 (커피색), 아이보리(흰색), 오닉스(검은색)


Kobo aura HD는 6인치 e-ink 단말기 Kobo glo의 액정을 고해상도 6.8인치로 키운 전자책 전용 단말기입니다. Kobo는 2013년 4월 25일에 이 제품을 일단 한정판으로 발매했고, 반응이 좋으면 정식으로 양산할 계획입니다.


*제 것은 에스프레소 색상입니다. e-ink 단말기에서는 생소한 색상이라 어떨까 궁금했는데, 은은하니 좋습니다.



*6.8인치 (1080x1440) 액정이라 지금까지 다뤄본 e-ink 단말기 중 화면이 가장 또렷합니다. 1440x1080 해상도는 2013년 5월 현재까지 나온 e-ink 단말기 중 가장 고해상도입니다. aura의 dpi는 265dpi이며, 이는 아이패드 레티나(264dpi)와 같은 수준입니다. 텍스트 위주의 전자책에선 전 제품인 Kobo glo와 확연한 해상도 차이를 느끼긴 어렵지만, 만화와 그림에선 고해상도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화면이 커지니 시원시원하군요.



*크기가 커져서 무거워졌습니다.(240g) 그래도 태블릿보단 가볍습니다. 뒷면은 굴곡이 있는데 이게 있어서 잡기가 좀 더 편합니다.



*두께는 1.1cm가 조금 넘는 수준. 커서 묵직한 편이고요. 넓어졌지만 한 손으로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건 가능합니다.


*USB로 PC와 연결해서 루트에 fonts 폴더 만들어서 원하는 한글 글꼴을 넣으면 한글 ePub 책도 잘 보입니다. 단지 USB 전송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습니다. USB2.0 속도보다 떨어집니다.


*고해상도 액정 이외에는 전 기종인 kobo glo와 차이가 없습니다. CPU가 같아서 속도도 같고 리눅스 기반의 자체 OS도 같습니다. e-ink 단말기 중엔 빠른 편이지만, 태블릿의 빠른 속도와 비할 바는 아닙니다.



*프론트라이트를 켜면 어두운 곳에서도 책을 볼 수 있습니다. 태블릿 액정은 불빛이 눈으로 향하는 반면, aura는 화면을 비추기 때문에 눈의 피로가 덜합니다. 단순히 어두운 곳에서 보는 역할뿐 아니라 평소에도 켜두면 배경색이 흰색으로 바뀌어 가독성이 높아집니다. 물론 그만큼 배터리를 먹겠지만, e-ink 단말기의 배터리는 며칠 갑니다.



*책을 읽으면 독서량과 속도를 분석해서 배지를 줍니다. 재미있는 기능이네요. 일반 책과 만화가 분류되어 분석되면 더 좋겠네요. 상으로 받은 배지나 읽다가 마음에 든 글귀를 페이스북에 공유할 수 있습니다.



*사전은 영어,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네덜란드어, 포르투갈어 사전을 지원합니다. 책 보다가 찾고 싶은 단어를 터치하면 영영 사전이 대화상자로 나옵니다. 하지만 영영 사전 이외의 영일, 일영, 영독, 독영... 등의 사전들은 바로 대화상자에 나오지 않고 아래 메뉴에서 번역 사전을 선택해야 나오니 불편하군요. 한글 사전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펌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했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comic4portable로 변환한 cbz 만화책 파일을 넣었는데 잘 인식됩니다. (루트에 ebook 폴더 만들어 넣음)




*일본 문고판 만화와 크기를 비교해본 결과 만화가 보이는 면적이 조금 작거나 거의 비슷합니다. 6인치 e-ink 단말기로 만화 보는 것보다 크기가 커서 말풍선 글씨 읽기가 편합니다. 페이지 넘김 속도도 이 정도면 쾌적한 편입니다. 다만 잔상이 조금씩 남는데 이는 설정에서 잔상 주기를 조절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e-ink 단말기의 특성상 잔상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려우나 전 세대의 e-ink 단말기들보다는 거슬림이 크게 줄었습니다.



*6.8인치지만 책 판형과 비슷한 화면비라 7인치 HD 화면비 태블릿보다 화면에 보이는 양이 많습니다. 사진은 7인치 태블릿 HTC플라이어와 비교입니다.


*PDF 파일 보기에는 화면이 작고 느려서 추천하지 않습니다. 조금 흐릿하게 나오는데다가 흑백이니까요. PDF를 굳이 보려면 가공한 뒤 cbz로 변환해서 보는 게 좋습니다.


*Adobe DRM 지원해서 구글 플레이북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PC를 거쳐야 하는 불편이 있습니다. 다른 우리나라 전자책 서점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메뉴 언어를 일본어, 영어, 프랑스어(프랑스식, 캐나다식), 독일어, 네덜란드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포르투갈식, 브라질식) 지원합니다. 국내에서 파는 제품이 아니라 한글은 지원하지 않습니다.




 

*aura용으로 준비한 HAKUS 아이패드 미니 파우치입니다. 아이패드 미니보다 두꺼워서 안 들어가면 어쩌나 했는데 쏙 들어갑니다. aura가 glo보다 무겁고 부피가 조금 있는 편이라 일반 다이어리 케이스는 더 무거워질 것 같아서 파우치를 선택했습니다. 지퍼로 된 것은 액정을 긁을 염려가 있어서 찍찍이로 된 걸 골랐습니다.

 

*총평하자면, glo에서 액정만 업그레이드된 느낌입니다. 그게 크죠. 만화 보실 분들은 aura가 좋고, 텍스트 위주의 epub 전자책 보실 분은 휴대성 좋은 6인치 e-ink 단말기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외산 e-ink 단말기라 국내 전자책 서점을 이용 못 한다는 단점이 두드러집니다. 우리나라에도 다음 세대 e-ink 단말기에서는 이 정도급의 기기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GRIJOA 전자책

바르셀로나 여행기

2013. 3. 8. 07:15

2013년 2월 28일 (목)

아내가 바르셀로나에 오는 날이다. 공항으로 마중 나가기 위해 구엘민박에서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 했다. 구엘민박 8인실(도미토리)에서 3박 했는데, 투숙객이 많지 않아 하루는 혼자 쓰고 나머지 이틀은 1~2명하고만 썼다. 아침식사로 맛있는 한식도 주고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셔서 말이 통해 좋았다.


어제까지는 바람이 쌀쌀하긴 했어도 화창했는데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희한하게도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웬만한 비는 그냥 맞고 다닌다. 그래서 나도 맞고 다녔다.(사실은 우산이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바르셀로나 공항 T2로 간 뒤, 셔틀버스를 타고 T1으로 가서 아내를 마중했다. 아내도 터키항공을 타고 왔는데 연착 되는 일 없이 제시간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자판기에서 지하철과 버스를 열 번 탈 수 있는 T-10 표를 사게 하고 지하철을 탔다. 바르셀로나에는 소매치기가 많아 경계하면서 왔는데 산츠 역에서 여자 소매치기가 잡히는 광경을 봤다. 어떤 남자의 물건을 소매치기하다가 역무원에게 손을 잡힌 것이다. 동유럽 사람으로 보이는 여자 2명 1조였는데, 잡혀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재수가 없었네 하는 얼굴이었다.


람블라스 거리의 새로운 한인민박집 디자인 공간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주인과 얘기를 나눈 뒤, 청사와 시청 건물을 둘러보고 레알 광장 근처의 레스 낀쎄 닛(Les Quinze Nit)이라는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식사를 했다. 중국인 종업원에게 점심코스요리를 시켰는데, 선택할 것이 많아 주문하는 데 좀 헤맸다. 요리는 느글느글한 것이 많아서 입에 맞지는 않았으나 다 먹었다. 옆 테이블에는 다른 영어권 나라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입에 맞지 않았는지 많이 남겼다.

람블라스 거리를 거닐면서 서점과 상점들을 둘러보고 보께리아 시장으로 들어갔다. 볼만한 것이 많았다. 해물 종류의 음식도 파는데, 여기서 먹을 걸 하고 후회했다.




보께리아 시장에서는 코코넛을 비롯한 각종 생과일 주스를 단돈 1유로(1,500원 정도)에 판다. 아내는 이걸 마시고 흡족해했다. 싸고 맛있어서 추천.

숙소로 돌아가서 쉬다가 밤에 나와서 거리를 구경하다가 저녁식사를 하러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해물 파에야를 맥주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민박집으로 돌아가서 잠을 잤다. 아내의 바르셀로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스페인의 근사한 건물들을 보고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2013년 3월 1일 (금)

비는 안 오지만 날씨는 여전히 우중충하다. 우리는 포트벨 항구부터 바르셀로네타 해변까지 걸으며 콜롬버스 동상을 시작으로 항구 경치를 즐겼다.




포트벨에서는 몬주익까지 케이블카가 운행 중이어서 타고 싶었지만 오늘 밤에 야경투어로 갈 예정이라 참았다. 포트벨 다리에서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스페인 소녀들이 학교숙제로 설문조사한다며 다가왔다.

영어로 바르셀로나에 관해 무엇을 아느냐, 다른 사람에게 이곳을 관광지로 추천하겠느냐, 카탈루냐의 문제에 관해 아느냐... 등등을 물었다. 마드리드와 카탈루냐가 앙숙이라는 거, 불경기라 실업률이 높다는 거, 아주 아름다운 도시라는 거 등등 몸짓을 섞어 콩글리쉬로 얘기해줬다. 어린 소녀들인데, 카탈루냐어, 스페인어, 영어... 3개국어를 한다.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면서 인터넷(45분 무료) 좀 하다가 바르셀로네타에 있다는 유명 해물 요리 레스토랑 El Rey de la Gamba(새우의 왕)으로 갔다. 어딘지 잘 몰라서 헤매다 어떤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친절하게 같이 가서 안내해주셨다. 1호점과 2호점이 있는데 1호점이 더 좋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어서 1호점으로 갔다.


원래는 19유로 정도 되는 모듬해물요리를 먹을 예정이었지만, 웨이터가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요리를 추천하길래 그걸 2인분 시켰다. 먼저 화이트 와인을 주문했는데 웨이터가 가져오더니 바로 마셔보라고 권했다. 마시고 아주 맛있다고 했더니 웨이터가 고맙다며 웃었다. 이런 해물 요리 파는 집은 이 주변에 많고 원조 집은 따로 있는데, 이곳이 다른 곳보다 값이 싸고 우리나라 블로그에 소개되는 바람에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그래서 메뉴판도 한글이 있고 웨이터가 "가재, 새우, 조개" 등 간단한 우리말도 알고 있었다.



홍합, 조개 요리가 순서대로 나오고 마지막은 새우와 랍스터가 함께 담긴 요리가 나왔다. 랍스터도 맛있지만, 새우가 특히 맛있었다. 살이 포동포동하고 신선하다. 우리는 맥주와 함께 처묵처묵했다.


그 다음 해변에 가서 바닷바람을 쐬었다. 조깅하는 사람들과 개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바르셀로나에는 개가 정말 많다. 300미터에 한 마리꼴로 본 것 같다. 빵집에 개를 데려가도 될 정도로 개에 대해 관대하다.









민박집으로 돌아가서 짐을 들고 나왔다. 보께리아 시장에서 생과일 주스를 사먹은 뒤, 고딕 지구의 옛날 건물들을 구경하면서 기념품을 사고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다음 숙소인 카탈루냐 플라자 호텔로 갔다. 에스파냐 광장 역 바로 앞에 있는 4성급 호텔인데, 인테리어도 좋고 방도 널찍해서 마음에 들었다.


호텔 안에서 쉬다가 투우장을 개조한 쇼핑몰 아레나로 갔다. 원래 투우장이었는데,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투우는 카탈루냐 문화가 아니라 거부하고 동물보호단체의 반대도 있어서 바르셀로나에서 투우장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레나 옥상으로 올라가 적당한 바에 들어가서 모리츠 생맥주를 안주와 함께 마셨다. 여기 맥주는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맛있다. 그리고 밤 8시 반에 예약한 야경투어를 받기 위해 호텔 앞으로 갔다. 스페인 여성과 결혼해서 사시는 한국 가이드 분이 차를 몰고 왔다. 티비타보→사그라다 파밀리아→몬주익 순으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돌았다. 밤의 몬주익은 깜깜하고 인적도 드물어서 혼자 오면 강도를 만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차가 한적한 곳에 드문드문 주차되어 있는데, 심야 데이트족이라 한다. 


야경투어 자체보다는 가이드 분한테 스페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재미있었다. 스페인 사람은 자기 의견을 내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더니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 의견을 내는 게 남을 위한 배려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자기 의견을 안 내고 가만있으면 그것이 남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란다. 또, 한국처럼 남성우월주의가 없어서 남녀차별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고소당하니 아주 조심해야 한단다. 어떤 직업이든 여성이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스페인은 복지가 잘 되어 있어서 다들 돈은 먹고 살만큼 벌면 된다고 생각하고 남과 비교를 하지 않는단다. 한국처럼 젊어서 바짝 벌어서 노후 대비한다는 개념이 없어서 돈을 많이 벌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살기 피곤하다고 한다.

야경투어를 마치고 11시 넘어서 호텔로 돌아오니 발바닥이 아프다. 참 많이 걸었다. 바로 퍼져서 잤다.


2013년 3월 2일 (토)


아침 9시쯤 나가서 Universitat 역 주변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 어제 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다시 봤다. 밤과는 느낌이 또 다르다. 겉모습이 괴기스러워서 마치 외계인이 만든 것 같다. 조각과 장식 하나하나가 정교하다. 이걸 정녕 인간이 만들었단 말인가! 아침부터 관광객들이 길게 줄서 있어서 내부를 보는 것은 넘길까 하다가 아내가 꼭 보고 싶다고 해서 줄을 섰다. 한 30분 가까이 기다려서 표를 사서 들어갔다. 이 성당은 140년 동안 짓고 있는 가우디의 미완성 작품인데 입장료는 공사비로 쓰인다고 한다. 완성은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내부를 들어가 보니 오길 잘했다. 장엄하고 훌룡한 예술 작품이라 경건한 마음이 들게 했다. 둘러본 뒤 가우디 기념품 가게를 들러 쇼핑을 했다. 기념품 가게도 줄이 늘어서 있어서 들어가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맞은편에는 모리츠 맥주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여기서 맥주만 마시고 가려고 했는데, 아내가 옆에서 굽고 있는 파와 소세지 안주들을 무척 탐내서 줄을 선 끝에 사왔다. 구운 파는 먹을 줄 몰랐는데, 친절히도 옆의 스페인 아저씨가 파 알맹이를 쭉 잡아 빼서 먹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특유의 소스에 찍어 먹으니 맛있었다. 스페인 사람들 틈에 앉아서 스페인식 안주와 맥주를 먹었으니 색다른 경험이었다.


우리는 술기운이 있는 상태로 가우디 길을 지나 산파우 병원까지 걸었다. 이 근처에서 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들어가니 손님들이 모두 마드리드에서 하는 엘클라시코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앗, 오늘이 리그 경기날이었나. 여기서 점심을 먹으며 스페인 사람들과 축구 경기를 보았다. 맥주도 또 마셨다. 레알은 맨유와 챔스 경기 때문에 주전을 몇 명 빼고 나왔는데도 바르셀로나에 2대1 승리를 거뒀다.




식당에서 나와서 92번 버스를 타고 구엘 공원으로 갔다. 구엘 공원은 공기가 맑고 가우디 양식을 볼 수 있는 산책로였다. 우리는 술기운이 돈 채로 걸어 다녔다. 여기서도 주인과 산책 나온 개들이 참 많다. 구엘 공원을 보고 나온 뒤 버스를 타고 그라시아 거리에서 내려서 구경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무척 많다. 어떤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보니, 말을 타고 행진하는 병사들을 볼 수 있었다. 무슨 행사냐고 스페인 아줌마한테 물었는데 스페인 말로 얘기를 해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눈치로 봐선 우리가 무슨 데모가 아닐까 걱정하는 것처럼 보여서 아무 일 아니라고 안심시키려는 것 같았다.

Diagonal 역으로 가서 디자인샵 빈손으로 갔다. 여긴 정말 근사한 제품들을 멋지게 전시하고 있었다. 아내는 눈이 호강한다며 이것저것 사고 싶어 했다. 하지만 점원이 곧 문을 닫는다고 해서 서둘러 몇 가지 물건을 골라 사서 나왔다. 이 주변에는 샤넬 등 명품 가게가 많았다. 쇼핑 좋아하는 여성이면 눈이 돌아갈 만한 곳이다. 






까사밀라를 보고 ZARA에서 옷을 구경한 뒤, 뭘 먹을까 식당을 찾다가 어떤 여자 점원이 들어오라고 하면서 한국 사람이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하니 "오! 강남스타일!" 했다. 그래서 여길 들어갔다. TapaTapa란 바인데, 주로 안주 위주였고 일본인 손님이 많은지 일본어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었다. 가격은 다소 비싸서 우리는 음료수와 하몽만 먹고 나왔다. 하몽은 베이컨과 육포 중간 맛이었는데 난 그럭저럭 잘 먹었지만 아내는 입에 안 맞는다고 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뻗었다.


2013년 3월 3일 (일)

오늘 오후 5시 반에 바르셀로나를 뜬다. 그때까지 뭘 할까 생각하다가 피카소 미술관이 일요일 무료인 것을 보고 마지막 여행지를 피카소 미술관으로 잡았다. 지하철을 타고 Jaume I 역으로 나와 피카소 미술관으로 갔다. 아침부터 관광객들 줄이 장난 아니다.



우선 아침식사를 하려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너무 이른 아침이라 식당들이 열지 않았다. 찾다가 피카소 미술관 옆 빵집으로 들어가서 빵과 오렌지 주스로 아침식사를 했다. 오렌지 주스가 신선하고 맛있어서 둘이 넉 잔을 마셨다.


줄을 서서 20분 정도 기다린 끝에 피카소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피카소가 스페인 사람인 줄은 여기 와서 알았다. 피카소의 그림들이 잘 전시되어 있었다. 다 보고 마지막에 피카소 기념품 매장에서 몇 가지 물건을 산 뒤, 미술관을 뒤로 했다. 나오니 식당들이 열려서 스테이크와 생선 요리로 바르셀로나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GRIJOA 자유

바르셀로나 여행을 앞두고 산 책들

2013. 2. 21. 16:12

바르셀로나의 흔한 관광정보들은 인터넷 검색하면 더 최신정보로 나오기 때문에 일반 여행서는 살 필요가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이라는 나라 뒤에 있는 것들을 알고 싶어서 고른 책들이다.



이원복 교수의 세상만사 유럽만사

다른 나라는 대충 보고 '스페인''유럽연합'편만 집중해서 봤다. 만화인데다 한 나라의 분량이 짧다 보니 스페인의 역사에 관해 수박 겉 핥기 정도로만 알 수 있다. <먼나라 이웃나라>만큼의 재미나 깊이는 없다. <먼나라 이웃나라 스페인편>은 시리즈 마지막작으로 저자가 집필중이라고 한다. 그게 더 기대된다.

 

스페인 디자인 여행

안그라픽스가 만든 책답게 만듦새가 좋다. 근사한 디자인과 사진, 두께에 견주어 가벼운 종이... 이런 나라별 디자인 책을 꾸준히 내주는 것 자체가 고맙다.

책 내용은 디자인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그리 친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잡지처럼 읽고 싶은 부분만 읽었다. 제목에 '스페인'이 들어가지만, 거의 바르셀로나의 디자인 얘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소개한 디자인 호텔 카사 캠퍼(Casa Camper)에서 묵어볼까 하고 알아봤는데, 비싸기도 하고 방이 없어서 포기.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건축가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오영욱 씨가 바르셀로나에서 살았던 이야기를 만화와 사진으로 담았다. 여행 에세이가 아닌 바르셀로나 일상을 저자의 독특한 시선으로 그린 체류기이다. 고독하고 담담한 느낌의 그림이 대부분이라 부담없이 술술 읽으면서 피식 웃을 수 있는 책이다. 갈만한 곳들을 조금 소개했는데, 일반 여행서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곳은 거의 나오지 않고 저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이 주로 나온다.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

FC바르셀로나의 부사장을 역임했던 페란 소리아노가 쓴 축구 구단 경영학 책.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좋은 책이다. 축구와 구단 매니지먼트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일반 기업들에도 적용할만한 것들이 많다. FC바르셀로나가 위기에서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는지 경영의 관점으로 보여준다. 제목처럼 그냥 운으로 치부할 수 있는 부분도 모두 노력에 따른 결과라는 관점이 멋지다.

 

바람의 그림자

바르셀로나 출신의 작가가 옛날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쓴 장편소설. 스페인 소설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단다. 바르셀로나가 배경이라는 점, 한 권의 책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만으로 무작정 골랐다. 아마도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거나 갔다와서 읽을 것 같다.

GRIJOA

출판사 미시마샤가 차린 서점 <미시마샤 책방>

2013. 2. 17. 13:28


미시마샤(ミシマ社)는 도쿄 지유가오카에 있는 7명 규모의 출판사다. 이 출판사가 인구 8만 명의 도시 교토 조요(城陽)시에도 지점을 냈다. 재미있게도 교토 사무실의 방 하나를 '미시마샤 책방 ミシマ社の本屋さん'이란 서점으로 꾸몄다.(2012년 1월 30일 오픈)


그냥 방이라 얼핏 봐선 '서점'이라기보다 출판사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자사 책을 소개하는 공간처럼 보이는데, 미시마샤 대표는 천연덕스럽게 "서점입니다" 하고 소개한다. 출판사가 차린 서점이니까 자사 책만 팔 것 같지만, 나나로크샤(ナナロク社), 나츠하샤(夏葉社), 플랑크톤, 140B, ROOTS BOOKS, IN/SECTS 등 작은 출판사의 책들도 진열하여 판매하고 있다.


잘 보면 100종 이상의 단행본이 손수 쓴 POP와 함께 진열되어 서점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벽에는 직원들이 손수 만든 포스터도 붙어 있다. 독자에게 책의 매력을 전하고 싶다는 의욕이 강하게 느껴진다.


파는 것뿐 아니라 빌려주기도 하는데, 대여료는 권당 100엔, 한 사람당 한 권만 2주간 빌릴 수 있다. 처음 서점을 시작할 때 미시마샤는 일본 전국에서 '남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기증받았고, 기증자에게는 보답으로 1회 무료 대여권을 선물했다. 기증한 사람은 '난 이 책의 이 부분이 좋았다!'라는 메시지를 책에 써서 독서의 즐거움을 다른 독자에게 전한다. 이렇게 하면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과 다른, 미시마샤 책방만의 독특함이 생긴다. 이 서점은 일반 서점처럼 영업일에는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되어 있다. 여기서 한 달에 한 번 하는 '공개편집회의'에는 수도권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팬도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 방문하는 손님도 다양해서 도시락집 주인, 수제인형 만드는 사람, 숲의 안내인 등등이 오신다고 한다.



미시먀샤 책방에 책을 기증한 기노쿠니야 우메다 본점의 서점인 도도 노리타카 "우리 같은 대형 서점에서는 손님에게 말을 걸어서 책을 추천하는 것은 어려워요. 하지만, 미시마샤 책방은 서점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지역 커뮤니티의 핵심 역할도 맡고 있어요."


미시마샤 대표 '서점은 미디어입니다. 모두에게 개방된 곳에서 사람들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됩니다. 책의 재미를 독자와 공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 순환의 폭이 넓어지면 책의 앞날도 밝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위 내용은 북스피어의 르 지라시 4호에도 요약해서 실렸습니다.



출처

http://www.mishimaga.com/gekkanjouyou/007.html

http://business.nikkeibp.co.jp/article/report/20121019/238308/?rt=nocnt

http://www.yomiuri.co.jp/book/news/20120821-OYT8T00923.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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