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길

2012. 11. 18. 13:08

"일을 크게 나누면 두 가지다. 직장인이 되거나 자영업을 꿈꾸거나 둘 중 하나다.

학교에 들어가는 이유의 태반은 직장인이 되기 위함이다. 조금이라도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직하기 위함이다. 취업을 위해 공부했으니 실용적인 학문이 아니라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단순히 사회적인 위치를 얻기 위한 학력을, 고용하는 쪽이 그렇게까지 중시하는 이유는 단 하나. 얼마나 순종적인지 가늠하는 척도로 보기 때문이다. 세상의 가치관에 어디까지 순종하는지를 바보 같기 그지없는 입시 전쟁에 얼마나 애써온 인간인지로 판단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왜 처음부터 직장인이 되려고 결정했을까. 넓은 세상에는 온갖 직종이 있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넘쳐난다. 그런 세상에 태어났으면서 왜 어렸을 때부터 직장인으로 과녁을 좁혀서 살아온 걸까.

아예 다른 길이 없다는 듯이 망설이지도 않고, 마치 다른 직종을 보면 안 되는 것처럼 하나같이 직장인의 길을 가려고 결정한 근거는 무엇인가.


물려받을 재산도 없는 가정에 태어난 자는 모두 그러니까 자신도 거기에 편승하면 그만인가.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세상에서도 혹은 친구 사이에서도 직장인이 되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니까 주저 없이 그 길을 선택하면 그만인가. 직업의 선택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왜 그렇게 생각 없이 하는가.


세상을 알기 위해 직장인이 되어 보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직장인이 되면 몰라도 처음부터 인생 모두를 바칠 각오로, 남들이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한다는 식으로 직장인이 되어 버리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라고밖에 할 수 없다. 


직장인의 처지가 노예 그 자체라는 것을 알고나 있는 것일까.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법률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왜 자진해서 노예의 길을 선택하는가. 제정신인가.

직장인의 세계를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인가. 편하고 안정적이고 먹고사는 데 지장 없는 것이 직장생활이라고 정말로 믿고 있는 것인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왜 그렇게 편한 인생에 매료되는가.

자기 안에 여러 능력과 가능성을 감추고 있으면서 왜 처음부터 그런 게을러빠진 삶을 원하는가. 정말로 이 세상을 살고 싶은 건가. 실은 죽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판 남에게 고용된다는 처지의 선택은 자유의 90%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똑같다. 그리고 인생 전체를 빼앗긴다. 월급, 보너스, 퇴직금 때문에 복종만 하는 신세가 되어, 정년 후 제2의 인생이라는 무지갯빛 꿈을 꾸는 사이에 인간으로서 존엄을 빼앗기고 나이 들어 직장을 떠날 때는 이미 체력도 기력도 완전히 쇠퇴하고, 좌절감과 소외감에 빠진 노후에 던져져 남은 생은 죽음만 기다리기만 하는 비참한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 『인생 따위 엿 먹어라 人生なんてくそくらえ』(마루야마 켄지, 아사히 신문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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