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저자가 말하는 출판사, 편집자의 존재 가치

2014. 12. 2. 12:13

일본에서 경력관리나 취업에 관련된 책을 다수 낸 저자 츠네미 요헤이(常見 陽平)의 글


"이건 사람에 따라 의견이 갈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중대형 출판사에서 상업출판으로 나오는 책과, 개인이 아마존 등에서 출판사의 편집자를 통하지 않고 낸 전자책, 블로그 글은 전혀 다른 물건, 전혀 다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같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출판사의 책에는 프로 편집자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책을 만들고 파는 행위에 큰 차이가 생긴다.


혼자서 쓴 것은 혼자만 좋아하는 내용이 되기 쉽다.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는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사고 싶어하는 내용인지는 저자 혼자서 알 수가 없다.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역할이 출판사와 편집자에 있다고 생각한다. 판다는 행위에서도 지명도가 높으면 모를까 개인이 책을 알리고 파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내가 편집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타겟 독자의 기대와 반응을 냉정하게 판단해주는 일이다. 물론 지금은 인터넷 시대이니까 저자가 덧글이나 책의 리뷰를 통해 반응을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한편으로 치우친 목소리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만 믿으면 안 된다. '실제 독자의 다수는 말을 하지 않는 시민'이다. 아마존이나 각종 리뷰 사이트에 서평을 올리는 사람은 팬 아니면 안티라서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저자에게는 편집자의 시야나 감각이 필요하다. 나는 '이거 재밌나요?' 하고 편집자에게 자주 묻는다. 특히 책을 쓸 때는 몸도 마음도 다 바쳐서 쓰기 때문에 자기가 쓴 것을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원고 마감 기한은 물론, 퀄리티 관리, 무엇보다 방향성에 관해 프로듀스해주는 것이 편집자에게 기대하는 일이다.

그래서 출판사, 편집자는 존재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단, 이것은 출판사, 편집자가 제대로 움직이는 경우이다. 그들이 책을 잘 팔아주거나 프로듀스를 잘해주지 못하면, 출판사, 편집자가 필요없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출판사와 편집자가 앞으로도 남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것은 자기 일을 잘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내가 만난 어떤 편집자는 지금까지 낸 나의 저서를 다 읽고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있었고, 써달라는 책의 내용이 매우 재미있었다.

'강한 기획, 재미있는 기획으로 설득하는 일'은 편집자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맨에게 적용된다고 본다. 당신 기획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기획이 약하고 재미없기 때문이다. 편집자의 의뢰 내용이 재미없으면 답이 없다. 이건 출판사의 지명도와 상관이 없다."


출처

http://agora-web.jp/archives/1594562.html


GRIJOA 편집자

출판사 미시마샤가 차린 서점 <미시마샤 책방>

2013. 2. 17. 13:28


미시마샤(ミシマ社)는 도쿄 지유가오카에 있는 7명 규모의 출판사다. 이 출판사가 인구 8만 명의 도시 교토 조요(城陽)시에도 지점을 냈다. 재미있게도 교토 사무실의 방 하나를 '미시마샤 책방 ミシマ社の本屋さん'이란 서점으로 꾸몄다.(2012년 1월 30일 오픈)


그냥 방이라 얼핏 봐선 '서점'이라기보다 출판사를 찾아온 손님들에게 자사 책을 소개하는 공간처럼 보이는데, 미시마샤 대표는 천연덕스럽게 "서점입니다" 하고 소개한다. 출판사가 차린 서점이니까 자사 책만 팔 것 같지만, 나나로크샤(ナナロク社), 나츠하샤(夏葉社), 플랑크톤, 140B, ROOTS BOOKS, IN/SECTS 등 작은 출판사의 책들도 진열하여 판매하고 있다.


잘 보면 100종 이상의 단행본이 손수 쓴 POP와 함께 진열되어 서점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벽에는 직원들이 손수 만든 포스터도 붙어 있다. 독자에게 책의 매력을 전하고 싶다는 의욕이 강하게 느껴진다.


파는 것뿐 아니라 빌려주기도 하는데, 대여료는 권당 100엔, 한 사람당 한 권만 2주간 빌릴 수 있다. 처음 서점을 시작할 때 미시마샤는 일본 전국에서 '남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기증받았고, 기증자에게는 보답으로 1회 무료 대여권을 선물했다. 기증한 사람은 '난 이 책의 이 부분이 좋았다!'라는 메시지를 책에 써서 독서의 즐거움을 다른 독자에게 전한다. 이렇게 하면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과 다른, 미시마샤 책방만의 독특함이 생긴다. 이 서점은 일반 서점처럼 영업일에는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되어 있다. 여기서 한 달에 한 번 하는 '공개편집회의'에는 수도권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팬도 있다고 한다. 주변에서 방문하는 손님도 다양해서 도시락집 주인, 수제인형 만드는 사람, 숲의 안내인 등등이 오신다고 한다.



미시먀샤 책방에 책을 기증한 기노쿠니야 우메다 본점의 서점인 도도 노리타카 "우리 같은 대형 서점에서는 손님에게 말을 걸어서 책을 추천하는 것은 어려워요. 하지만, 미시마샤 책방은 서점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지역 커뮤니티의 핵심 역할도 맡고 있어요."


미시마샤 대표 '서점은 미디어입니다. 모두에게 개방된 곳에서 사람들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됩니다. 책의 재미를 독자와 공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 순환의 폭이 넓어지면 책의 앞날도 밝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위 내용은 북스피어의 르 지라시 4호에도 요약해서 실렸습니다.



출처

http://www.mishimaga.com/gekkanjouyou/007.html

http://business.nikkeibp.co.jp/article/report/20121019/238308/?rt=nocnt

http://www.yomiuri.co.jp/book/news/20120821-OYT8T00923.htm

GRIJOA 소출판시대

출판사가 출판을 포기하면 저자 선인세는 돌려받을 수 있을까?

2013. 2. 16. 11:23

출판 계약을 하면 출판사는 저자에게 '선인세'를 원고 쓰기 전에 계약금처럼 미리 준다. 그런데 나중에 원고를 받아보니 기대와 달리 질이 떨어지면 이걸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 수정 요청해서 바뀔 수 있는 수준이면 다행이지만, 아예 새로 써야 하는 수준이 되면 골치가 아프다. 새로 쓴다고 나아질 가망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마저도 어려워 보이면 출판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온다.
그럼, 미리 지급한 선인세는 어찌 되느냐? 이걸 저자에게 대놓고 돌려달라고 하는 출판사도 있지만, 그런 저자에게 원고를 맡기고 컨셉을 잘못 잡아준 편집자의 책임이 있고,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하나 집필 중 들인 저자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돌려달라고 하기가 뭣하다. 출판계약서에도 '완전한 원고'를 언제까지 줘야 한다고 쓰여 있지 '출판하기에 질이 떨어지는 원고'를 주면 선인세를 돌려줘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런 경우, 전적으로 저자 책임이라기보단 편집자가 저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거나, 원고의 방향을 갈팡질팡 못 잡아준 탓이 더 크다고 본다.
그럼 결국 출판사는 선인세를 날리게 되는데, 큰 출판사의 경우는 많이 계약하다 보니 이런 일이 꽤 있다. 나중에 총무부나 경영지원부에서 '선인세가 지급되었는데, 출판기한이 지나도 책이 안 나오는 목록'을 내밀면 담당 편집자는 진땀을 뺀다.

GRIJOA 편집자

도서관과 출판사를 위한 전자책 비즈니스 모델

2012. 11. 21. 11:01

미국에서는 전자책이 잘 자리 잡고 있지만, 불거지고 있는 문제가 도서관의 전자책 대여 서비스입니다. 전자책은 세월이 지나도 훼손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몇 명이든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종이책 대여 방식과는 달라야 합니다. 여기서 도서관과 출판사의 대립이 시작되는데요. 이에 대해 미국도서관협회(ALA)의 디지털 콘텐츠&라이브러리즈 워킹그룹이 보고서를 만들어 업계에 제안했습니다. 이를 요약 소개합니다.



2012년 현재 미국 Big5 출판사의 전자책 도서관 정책

*맥밀런 / 사이먼&슈스터

도서관에 전자책 대여를 허용하지 않음. 2012년 9월 말, 도서관에 전자책 대여 시범 서비스를 했다고 하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불명.


*하퍼콜린스

전자책 한 권당 도서관이 대여할 수 있는 횟수를 26회로 제한. 26회를 넘으면 도서관은 해당 전자책을 다시 사야 함.


*펭귄 랜덤하우스

랜덤하우스 - 대여를 허용하고 있지만, 도서관에 제공하는 전자책 공급가를 대폭 올림.

펭귄 - 한때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다 빼버렸던 펭귄은 1년짜리 시범 프로그램을 만들어 뉴욕 공공 도서관과 브루클린 공공 도서관에 전자책 제공을 시작. 신간 전자책은 일정 기간이 지나야 대여 허용. 또, 대여 기간 1년이 지나면 도서관은 해당 전자책을 다시 사야 함.


*아셰트

시범적으로 특정 도서관에 제한된 전자책 대여만을 허용.



전자책 도서관들이 출판사에 요구하는 기본 조건

1.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모든 전자책은 도서관에서도 대여할 수 있어야 한다.

2. 도서관이 구입한 전자책은 도서관의 소유물이며 다른 도서관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해 기간 제한 없이 대여할 수 있어야 한다.

3. 출판사와 도매상은 도서관에 메타데이터를 제공해서 도서관이 전자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검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미국도서관협회(ALA)가 제안하는 도서관 비즈니스 모델

*싱글 유저 모델

전자책 한 권당 한 사람에게만 대여할 수 있게 제한한 모델. 두 사람 이상에게 대여하려면 도서관이 출판사에 할증요금을 내거나 이용횟수를 제한한다.


*이용횟수 제한 모델

정해진 대여 횟수를 넘으면 도서관이 해당 전자책을 다시 구입하는 모델.


*딜레이드 세일즈 모델

전자책 신간에 한해 출판사가 수 주에서 수개월 정도 도서관 대여를 늦추는 모델. 출판사가 늦게 제공하면 도서관은 그만큼 값을 깎고 인기 있는 신간을 빨리 주면 웃돈을 얹어주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인 라이브러리 체크아웃 모델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빌리고 싶은 사람은 직접 그 도서관에 가서 절차를 밟아 빌려야 하는 모델.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너무 쉽게 빌릴 수 있으면 전자책 판매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출판사에 유리한 모델. 이용자로서는 도서관에 직접 가야 하니 불편한 방식. 이걸 받아들일 도서관은 적을 걸로 예상.


*인터 라이브러리 제한 모델

실제로 그 전자책을 구입한 도서관 이외에는 이용을 제한하는 모델. 같은 조직에 속한 도서관이라도 실제로 구입하지 않으면 전자책 대여를 할 수 없다.



ALA가 출판사에 제안하는 아이디어

1. 도서관을 출판사의 전자책 리스트를 보여주는 쇼룸으로 활용

도서관 이용자가 출판사의 전자책 리스트를 볼 수 있게 해서 그 리스트를 본 사람이 도서관에 그 책을 서비스하라고 요청하거나 직접 그 전자책을 사게끔 한다.


2. 세일즈 채널

도서관의 인터넷 도서 목록에 구입 버튼을 넣어서 출판사의 책 판매에 도움을 준다. 판매될 때마다 도서관은 일정 비율의 수입을 얻는다.


3. 도서관이 독자에게 좋은 전자책을 추천

도서관 직원이 좋은 전자책을 이용자에게 추천해서 흥미를 끌게 한다.




출처

http://www.dotbook.jp/magazine-k/2012/11/21/ebook_business_models_for_public_libraries

GRIJOA 전자책

전자책 시대에 살아남는 출판사, 사라지는 출판사

2012. 10. 25. 17:40

런던 전파 사정 2012년 10월 24일자 기사 요약 번역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Fifty Shades of Grey>는 2012년 10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5천만 부가 팔렸습니다. 이 히트는 앞으로 살아남는 출판사의 비즈니스 모델 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애초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의 동인 소설로서 판매된 전자책이었지만, 도중에 랜덤하우스와 베텔스만과 같은 대형 출판사가 판매를 맡아,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을 했습니다. 두 출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집자와 영업자의 강력한 푸시가 없었다면 단기간에 저만큼 폭발적으로 히트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의 히트로 인해 요즘은 대형 출판사가 동인 작품을 발굴해서 영업과 배본을 대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저자 스스로 동인지를 발행하거나 전자책을 팔아보면 알겠지만, 저자에게 영업과 마케팅은 경험이 없으면 몹시 어려운 일이고 노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거래처 사람들을 대하는 영업도 힘들지만, 소셜미디어와 검색 엔진을 이용한 마케팅도 어렵습니다. 다양한 전자책 플랫폼에 배포하거나 판매를 관리하는 것도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편집자 타케쿠마 켄타로 씨가 '출판 책임의 대행자로서 출판사는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출판사가 변호사 같은 역할을 하고 저자가 출판사를 고용하는 형태가 된다'고 말했지만, 출판 책임과 변호사 등의 역할에 더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마케팅 기획이라는 역할이 있습니다. 전자책 시대에 살아남는 출판사는 출판사라기보다 디지털 매체에 강한 미디어랩(광고대행사)과 같은 회사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 http://wirelesswire.jp/london_wave/201210240525.html


GRIJOA 전자책

韓日 서점과 출판사 수 비교

2012. 10. 12. 12:30

韓日 오프라인 서점 수 비교

 

한국 (인구 약 5천만 명)

일본 (인구 약 1억 2천7백만 명)

1994년

5,683

26,224

2012년

1,752

14,696


일본의 인구는 우리나라보다 2.5배 많을 뿐인데 서점 수는 2012년 현재 8.3배나 많다. 우리나라 서점 수는 인구 2만 8000명당 한 개꼴이며 일본과 격차가 크다.


이는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일본의 완전도서정가제 덕도 있다. 일본은 신간이든 구간이든 출판사가 정한 가격을 온오프라인서점이 지켜야 하기 때문에 세계 최대의 온라인서점 아마존조차도 일본에서는 할인할 수 없다.(일본 아마존 사이트는 아예 도서 할인 자체가 없다) 일본의 경우, 오프라인서점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 우리나라 서점들보다는 나은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는 있으나 온라인서점은 신간 10%+9%, 구간과 실용코드 도서는 무차별 할인할 수 있어서, 잘해야 10% 할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서점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독자 처지에선 100원이라도 싼 쪽에서 사는 게 당연하다)


단, 완전도서정가제가 있는 일본조차 해마다 400개 가까운 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그래도 비율상 우리나라보다 느리게 사라진다) 이는 일본 출판 유통에 큰 축을 차지했던 잡지가 인터넷의 읽을거리에 밀려난 것이 크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등에 독서가 밀려나고 있는 원인도 한몫하고 있다.


韓日 출판사 수 비교

 

한국

일본

2007년

 29,977 (2,771) 

4,055

2008년

 31,739 (2,777) 

3,979

2009년

 35,191 (2,902) 

3,902

2010년

 35,626 (2,623) 

3,817

2011년

 ? 

3,734

괄호 안 숫자는 1년에 한 권이라도 낸 한국 출판사 수.
일본은 저 중에서 대형출판사 수가 446사.


서점 사정이 그러한데, 희한하게도 우리나라는 출판사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사정이 좀 나은 일본도 해마다 조금씩 출판사가 줄어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출판사가 계속 등록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가 아닐까 추측되는데,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견주어 신생출판사 꾸리는 데 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 두 번째는 돈이 덜 드는 전자책 출판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최근에 늘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출판사가 그렇게 많아도 1년에 한 권이라도 내는 출판사는 전체의 8%도 안 되고 5권 내는 출판사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 또한, 1년에 한 권이라도 내는 출판사 수(2,623사)보다 오프라인서점 수(1,762사)가 더 적다는 것은 출판사들이 얼마나 심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고 불균형이 심한지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서점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대로라면 출판 상황이 더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출판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이대로라면 전국의 오프라인서점들은 붕괴가 불가피하며, 독자들은 책을 만날 기회가 대폭 줄어들어 출판사도 하나둘씩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독일과 프랑스 출판이 꾸준히 성장하기 때문에 현재의 출판 위기는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한국엔 관심無)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으며, 도매상을 통하는 전통적인 유통방식을 버리고 직거래를 통해 서점도 살리고 자사도 살리는 출판사가 나타나고 있다.


출판이 사라질까 말까 하는 이런 시대에 앞으로 어떤 자세와 전략으로 대처할지 궁리가 필요하다.

GRIJOA 소출판시대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 "팔고 싶은 책과 잘 팔릴 책만 만드세요"

2012. 10. 11. 08:58
작가도 출판사도 서점도 책을 팔아서 먹고삽니다. 책은 작가와 출판사 사이에서는 작품이지만, 출판사와 서점 사이에서는 상품이라고 저는 자주 말합니다.
저는 엔터테인먼트 작가니까 제가 예술을 한다거나 문학을 한다든가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2~3시간 동안 책을 읽고 '아~ 재미있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버렸네~' 하고 느낄 수 있는 오락 상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걸 바라고 씁니다.
저는 몇 시간 동안 두근두근 벌렁벌렁하는 것을 상품으로 팔고 있는 것입니다. 그 두근두근함이 커지면 커질수록 독자는 돈 주고 산 보람을 느낍니다.

지금 출판사는 팔고 싶은 책 아니면 잘 팔릴 책, 둘 중 하나를 만들면 된다고 봅니다. 팔고 싶은 책이란 '이것은 팔릴지는 모르지만 좋은 책이다. 그러니까 많은 사람이 보게 하자'고 담당자가 생각하는 책입니다.
잘 팔릴 책이란 좋은 책인지 나쁜 책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출판사를 넉넉하게 해주는 책. 출판사와 서점을 돈 벌게 해주는 책이죠.
'팔릴지 어떨지 모르겠고 별로 잘 팔고 싶지도 않아요.' 이런 책을 만드는 것은 그만둬야 합니다.






오사와 아리마사(大沢在昌)

1990년 <신주쿠 상어>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1993년 <무간 인형 - 신주쿠 상어 4>로 제110회 나오키 상을 받은 하드보일드 소설가. 현재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츠히코와 '다이쿄쿠구'라는 사무실을 만들어 함께 활동 중.


GRIJOA 소출판시대

1인 출판사 나츠하샤 대표 시마다 준이치로 인터뷰

2012. 10. 2. 11:15


편집 경험도 없이 무작정 1인 출판사를 차린 뒤, <렘브란트의 모자(버나드 맬러머드)>, <지난날의 손님(세키구치 요시오)>을 내서 모두 재판에 성공한 일본 나츠하샤(夏葉社) 대표 시마다 준이치로.

그가 낸 <렘브란트의 모자>의 저자 버나드 맬러머드는 상당한 수준의 문학 애호가가 아니면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적지만, 70년대 일본에서는 그의 많은 작품이 번역되었다. 지금은 작품 대부분이 절판이다. <지난날의 손님>은 30여 년 전에 자비 출판으로 간행되었다. 이런 매니아 성향의 책이 나츠하샤에서 복간된 뒤, 여러 언론의 반향을 얻어 착실히 독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날의 손님>은 아사히 신문 서평란에서 크게 다뤄지고 일본의 개그맨 마타요시 나오키가 이 책을 애독한다는 것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츠하샤의 사무실은 JR 기치죠지 역 근처의 원룸 오피스텔에 있다. 책상, 책장, 소파만 있고 휑하다. 아무리 봐도 출판사로 보이지 않는다.


나츠하샤 대표 시마다 준이치로 인터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다 2008년 31살에 교과서와 참고서를 만드는 출판사에 채용되어 영업 일을 했습니다. 전국의 고등학교를 돌아다녔지요. 들어간 지 1년도 안 되어서 수십 명의 영업자 중 실적 톱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다 다른 출판사에 들어가려고 1년 만에 그만뒀는데요. 리먼쇼크 탓인지 50개의 출판사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다 떨어졌어요.

그 당시, 젊고 작은 출판사가 단지 존재만 하는 게 아니라 서점에서 존재감을 내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보게 되었습니다. 미시마샤를 비롯해서 아르테스, 나나로크샤, 프리스타일 같은 출판사죠. 내는 책도 훌륭하고 정중하게 영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을 얻었다고 할까 기뻤습니다. 저는 책을 한 권도 만들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런 출판사들의 활약을 보면서 왠지 저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출판사를 차렸습니다."



Q 경험도 부족한데 갑자기 출판사를 차리다니 대단하군요. 준비나 자본금은 어떤 상태였습니까?

"파견 사원으로 일해서 받은 월급이 22만 엔이고 그중에 18만 엔 정도를 매달 저금했습니다. 돈을 잘 안 쓰는 성격과 부모님 집에 사는 게 컸다고 생각합니다. 6개월 정도 일하면 100만 엔 정도 모였습니다. 출판사 시작할 때는 저금이 300만 엔 정도 있었죠. 

2009년에 3월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단행본 출판에 관해 아무것도 몰라서 출판사에 다니는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서점 영업을 도우면서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나츠하샤를 시작한 것이 2009년 9월입니다."



Q 나츠하샤의 출판 방향은 기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애서가의 세계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잘 팔리는 책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아요. 시마다 씨가 책을 내는 방향은 확실히 엄선해서 책을 갖추는 '보통의 서점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네. 그건 아주 기분 좋은 얘기네요. 독자가 출판 방향을 정해주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솔직히 칸바야시 아카츠키의 수필집을 이렇게나 사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반응이 '다음엔 이걸 낼까' 하고 저를 밀어줍니다."



"저는 타겟 독자가 이렇고 경쟁서는 몇 부 팔렸다는 식의 기획서를 아주 싫어합니다. 출판사 인원이 많으면 아무래도 그런 책을 만들어야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혼자라면 스스로 팔 수 있는 부수를 목표로 하면 되지요. 저는 초판이 2,500부이고 5,000부가 넘으면 히트작으로 봅니다.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대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든가 '유명해지고 싶다'든가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이기 때문에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결과적으로 히트작이 되면 그걸로 만족입니다."


"좋은 책이어도 서점에서 손에 넣을 수 없는 책이 많아요. 그런 상황에 저는 큰 불만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츠하샤에서는 우선 '좋은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좋은 책이 뭐냐는 건 어려운 얘기지만, 나츠하샤의 경우는 이 책과 같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없는지입니다.

제가 좋다고 생각한 책이라도 독자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해 안 팔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책, 이 책으로 회사가 망해도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정중히 만들어서 정중히 팔고 싶습니다."



"<렘브란트의 모자(맬러머드)>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단편입니다. 지금까지 읽은 단편 중에서 가장 좋아해요. 저는 이 책을 25살 때 만났습니다.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책방에서는 자주 보이지 않았어요. 맬러머드라는 작가가 눈에 띄는 사람도 아니고 출판된 것도 1975년이니까요. 맬러머드뿐 아니라 그 세대의 미국 소설가 작품은 일본에서 거의 절판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이 책이 독자의 눈에 들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까웠어요. 이 책을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마음 쓰는 점은 모든 독자가 펼쳐보는 책을 만들고 싶다는 겁니다. 일부 사람들을 위해 쓰인 책, 독자를 고르는 책도 있지만, 저는 책을 그런 것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맬러머드의 표제작은 보통 책을 안 보는 사람이 읽어도 쉽게 이야기에 빠질 수 있는 단편을 골랐습니다. 그런 생각이 겹쳐서 <렘브란트의 모자>를 냈습니다.


멜러머드 책의 원서를 보면 250쪽에 글자가 아주 빼곡합니다. 번역판에는 줄 간격을 널찍하게 줘서 읽기 편하게 고쳤더니 페이지 수가 400쪽을 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되면 종이값과 인쇄단가가 올라서 정가를 2,800엔으로 매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맬러머드를 좋아하는 사람은 몰라도 일반인에게는 연이 닿지 않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8편의 단편을 모두 넣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읽기 편함과 볼륨감을 기준으로 3편을 엄선했습니다."



Q 나츠하샤를 창업하고 2년 동안 3권은 너무 적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경영 면에서 괜찮은가요?

"여기까지 온 것이 기적입니다.(웃음) 하지만 한 해 3권 내는 게 한계예요. 지금은 2년에 3권이지만. 두 달 동안 책을 만들고 한 달 동안 영업하고 한 달 휴식 하지 않으면 숨이 멎을 거예요. 물론 한 달 동안 완벽히 쉬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지냅니다.(웃음) 제 머리에 자신이 없어서 바짝 움츠러든 상태로는 무슨 일을 결정하지 못해요. 늘 머리 한구석에 있던 것이 나왔을 때 좋은 것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저에게 책을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면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적은 있는데 무리죠.


하지만 1년에 3권 만들어서 그 책이 확실히 팔리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제가 회계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그것은 단언합니다. 결혼도 하고 싶고.(웃음) 작년(2011년)은 2권밖에 내지 않았으니 설득력이 없지만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남이 하지 않는 것, 세상에 부족한 것을 확실히 메우고 싶습니다.


유일한 자랑은 반품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직접 영업하러 가기 때문이죠. 게다가 배본도 많이 하지 않아요. 주문을 많이 받는 것이 무서워서 서점 직원이 '10권 주문할게요' 해도 '아뇨, 5권만 하세요! 별로 안 팔릴 거예요!' 하고 말해요.(웃음) 만일 팔리면 더 주문하시라고 해요. 이 방식에 익숙해져서 계속 이대로 가면 이상적이겠지요.


책을 내는 속도는 1년에 3권 정도 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두 달 만들어서 두 달 영업하는 식으로 넉 달에 책 한 권을 내는 겁니다. 단, 내고 싶은 책이 없으면 무리해서 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만고만한 책을 만들어봤자 누구한테도 좋을 게 없으니까요. 그럴 바에는 아르바이트를 할 겁니다. 그렇게 해도 회사는 유지됩니다. 이것은 1인 출판사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원래부터 돈을 벌려고 출판사를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지금도 아르바이트 수준의 돈밖에 벌지 못하니까요. 부모님 집에 살면서 돈을 잘 안 쓰는 성격 때문에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돈의 유혹이 전혀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이렇게 하면 좋은 돈벌이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적은 있습니다.


가령 <지난날의 손님>은 옛날 일본어 가나 표기를 현대 일본어 가나 표기로 바꿔서 복간했습니다. 그 부분을 고서 애호가분들에게서 몇 번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서 현대 일본어 가나 표기로 수정했지만, 돈벌이만을 생각한다면 고서 애호가만을 위한 한정판으로 만들어서 높은 가격을 매기는 편이 더 쉬웠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독자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책과 독자의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아요. 예상대로의 독자가 예상대로 책을 사서 그걸로 끝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같이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모든 사람에게 읽히고 싶습니다."


"나츠하샤 이념에도 있지만, 나츠하샤는 1만 명, 10만 명의 독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서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케팅이 아닌, 보이지 않는 독자가 아닌, 지금 살고 있는 한 사람의 독자가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것이 우리 회사의 목적입니다.

독자는 구체적인 독자였으면 합니다. 아무리 대상 독자를 늘어놓아도 추상적인 독자를 향해 책을 만들면 어긋난다고 봐요. 단지 마케팅이 제 성격에 맞지 않을 뿐인지도 모르겠지만요."



"문학은 '옛날엔 읽혔지만, 지금은 안 읽히는 책'이 아니라 '옛날부터 마이너리티이고, 이제부터 읽혀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사람을 구할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19살의 제가 <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와 <산시로(나츠메 소세끼)>를 읽고 책의 힘, 말의 힘, 활자의 힘을 느꼈습니다. 책에는 사람을 구하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이 가진 그 힘을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특정인에게 향하는 마음은, 역설적이지만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도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구체적인 독자를 보면서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출처

http://www.mishimaga.com/hon-watashi/057.html

http://synodos.livedoor.biz/archives/1890325.html

책의 잡지 2011년 4월호

GRIJOA 소출판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