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정신의 1인 출판사 카메나쿠야

2020. 8. 3. 16:10

카메나쿠야(亀鳴屋)는 카츠이 타카노리 씨가 45세(2000년)에 창업해서 20여 년째 가나자와에서 운영해오고 있는 1인 출판사다. 올해로 65세(1955년생)인 그는 직접 인디자인으로 조판까지 하며 1년에 3~4권씩 단편소설, 시집, 에세이, 사진집을 출판하고 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가와 시인을 발굴해 펴내는 등, 지금까지 그가 만든 책은 50권 이상. "다른 출판사가 낼 것 같은 책을 내가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는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출판사에서 낼 것 같은 책은 만들 필요가 없고, 누가 이미 낸 내용의 책도 제가 낼 필요가 없어요.
갖고 싶지만, 서점에 없다든가 아무도 만들지 않는 책이라면 제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안 하면, 세상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채 묻히는 작품을 책의 형태로 남기고 싶습니다."

 

카메나쿠야 출판사의 책은 서점에서 팔지 않고, 메일과 팩스로만 주문을 받는다. 1권당 500부밖에 안 만드는 영세 출판이라고 겸손해하지만, 츠게 요시하루, 와다 마코토 등 유명 작가의 표지를 담당하는 등 책 만드는 실력을 인정받아 카메나쿠야가 만든 책이라면 내용도 안 보고 사는 고정 팬이 많다. 책이 나오면 전국에서 주문이 온다.

 

창업 이후 20년 동안 흑자를 내기 시작한 것은 최근 5년 정도라고 한다. 회사원인 아내의 수입이 그동안 생활을 받쳐줬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출판하고 10년이 지나도 다 안 팔리는 책이 많다.
그래도 카츠이 대표는 흔들리지 않는다.
"좋은 작품을 세상에 계속 알리고 싶습니다."

 

카츠이 대표의 철학은 처음 출판한 <후지사와 세이조 빈곤 소설집>에 담겨 있다.
"불우한 말년을 보낸 작가의 작품에 공감합니다. 가난에 관한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 츠게 요시하루의 그림을 표지에 썼어요. 책을 넣는 나무 케이스도 만들었는데, 오래된 느낌을 주려고 그을린 들깨를 섞은 도료를 칠했죠."

 

"읽기 쉬운 글자 간격, 글자 크기 등을 염두에 두고 책을 만들어요. 읽는 사람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쾌적하게 읽히겠죠."

카메나쿠야 출판사는 책 제목과 표지에 고급스러운 후가공을 넣어 소장 가치를 높인다.

 

무로 사이세이의 자택이 주제인 <마고메의 집>은 책 케이스에 그 집을 연상시키는 대나무를 붙였다.
정원사에게 의뢰해서 실제 대나무를 그 집의 울타리처럼 짜 넣었어요. 한 권 주문 오면 부부 둘이서 툴툴거리며 20일 정도 걸려 만들어요. "이제 하기 싫다. 주문 오는 게 귀찮다" 하면서요(웃음).

 

<센토 단편 일기>는 책에 9장의 그림 종이(扉絵)를 책 안에 직접 붙여서 만든다. 100권 주문 들어오면 둘이서 붙이는 데 이틀 걸린다고 한다.

 

카메나쿠야에서 책을 낸 그림 작가 무토 료코 씨는 말한다.
"책 안에 그림 종이를 직접 붙이자고 제안했더니 정말로 해주시겠다는 거예요. 꼭 내고 싶은 책, 재미있는 책을 위해서라면 어려운 일도 마다하시지 않는 점이 다른 출판사와 다른 점이죠."

 

카츠이 대표와 일해본 저자들은 그가 책 만드는 일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끼며 그 재미에 같이 빠진다고 한다.

 

 

출처

www.reallocal.jp/1042

www.nikkei.com/article/DGXMZO57902560Q0A410C2CR0000

 

GRIJOA 소출판시대

1인 출판사 뉴트럴 컬러스 대표의 이야기

2020. 8. 2. 19:23

출판사, 편집 프로덕션, 여행 잡지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2018년 11월 ‘뉴트럴 컬러스’라는 1인 출판사를 차린 카토 나오노리 대표. 그의 블로그에는 그가 책을 만드는 과정이 계속 올라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Q. 혼자 출판사를 차린 계기는?
출판사, 편집 프로덕션, 디자인 회사를 저니맨처럼 옮겨 다니다 혼자 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좇다 보면 혼자서 할 수밖에 없어요.
회사나 조직이 추구하는 건 매출 아니면 제 생각과는 동떨어진 누군가의 ‘의향’이에요. 이제 마흔이 넘다 보니 누군가의 의향으로 제 일이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싫었어요. 물론,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건투하는 조직은 부러운 부분도 있어요.

 

Q. 전부 자기 책임으로 일하신다는 얘기네요?
그렇습니다. 2018년에 디자인 사무소에 다닐 때, <ATLANTIS>라는 잡지의 편집을 담당하면서 영업도 직접 해봤어요. 6000부 정도 팔려서 혼자 할 자신이 생겼죠.

 

Q. 혼자 일하시면서 괴롭거나 기쁜 일이 있다면?
거래처에 결제해야 하는 월말이 무서워요. 아주 예민해지죠(웃음). 또, 혼자서 실수하면 안 되니까 술을 잘 안 마십니다. 건강을 잘 챙기려다 보니 건강식품도 잘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옛날부터 집단에 있으면 우울해졌어요. 인간관계가 서툴러서 직설적으로 말하다 나중에 곧잘 후회했죠. 그래서 혼자 일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불안한 마음은 있지만요.

Q. 책을 만드는 일은 혼자가 좋다고 생각하나요?
제 규모로는 혼자가 좋습니다. 동료가 있으면 분업할 수 있어서 효율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책은 편집장이나 컨셉을 생각한 사람 것이니까 쓸데없는 잡음으로 일이 멈추면 안 되잖아요.
팔릴지 안 팔릴지 하는 판단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 맡기면, 아무래도 안전하고 무난한 쪽을 선택하기 쉽습니다. 혼자서 하면 ‘몇 승 몇 패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논픽션, 잡지, 사진집, 그림책을 1권씩 만든다면, 논픽션과 잡지는 꼭 이익을 내고, 사진집과 그림책은 본전만 해도 좋다는 식으로 2승 2무를 생각하는 거죠. 제 책임으로요.

 

Q. 1인 출판사에서 외부 협력자와 일을 할 때랑 회사에서 동료와 일할 때 다른 점이 있을까요?
출판사 다닐 때는 친한 동료가 거의 없었어요. 고교 시절부터 혼자 밥 먹었거든요. 편집부 직원과 식사나 회식 자리를 갖는 게 부담스러워요. 사람마다 먹고 싶은 게 다 다르고 같이 밥 먹으면 꼭 다른 사람 뒷담화를 하게 되잖아요(웃음). 자리를 늘 피했더니 혼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 “그게 팔리겠어?” 하는 얘기밖에 안 나와요. 그럼 혼자 하겠다고 마음먹었죠.
회사 소속일 땐, “OO출판사의 XX입니다”라고 말하면, 사회적 신용도 덕에 유명 저자를 끌어들일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간판이 있든 없든 결과는 마찬가지예요.

Q. 역량만 있으면 간판은 상관없다는 말씀인가요?
혼자서 하니까 책임이 동반되잖아요. 무슨 일을 하든. 그 컨텐츠가 꼭 필요하면, 그 저자의 강연회에 가서 만난다든가 편지를 쓰거나 하면서 설득하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죠.
전부 혼자 하는 건 힘들지만, 대형 출판사가 아니라고 책을 못 내는 시대는 아니에요. 재고를 둘 공간과 ISBN만 확보하면 누구나 출판을 할 수 있습니다.

 

Q. 독립한 뒤,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시대의 요청이 없기도 하지만요(웃음). 조직의 중요 인물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은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조직 내부의 자리싸움에서 졌다고 인생 게임에서 진 건 아니에요.
출판사에 있을 때 생각했지만, 회사는 피라미드와 같아서 가장 윗자리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은 한 줌밖에 안 됩니다. 정점에 서기 위해 다른 사람 험담을 하고, 나이 먹으면 젊은 사람의 기획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물간 꼰대가 되기 쉬워요. 조직 안에서 혼자가 되는 것보다 진정한 의미로 혼자가 되는 게 편해요.
나쁜 사원의 전형이겠지만,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 가장 커요. 회사에 공헌하지 못한 날이 길어서 조직에 돌아가도 방해만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지금은 만족하시나요?
그렇습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의 제품을 스스로 만들어서 만족할 수량만큼 파는 식이니까요. 물론 잘 팔릴까 하는 공포는 늘 있습니다. 2~30대의 젊은 편집자는 만들고 싶은 책이 있어서 그걸 만들 수 있으면 최고예요. 그렇게 할 수 있는 편집자도 한 줌밖에 되지 않지만, 조직에서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일을 여러 번 하면, 점점 자기 이외의 외적 요소가 얽히게 됩니다. 혼자 할 수 있으면 정년도 없고, 만들고 싶다고 강렬히 느꼈을 때 바로 만들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금전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정신적으로 성장했다고 해야 하나. 혼자가 된다는 것은 ‘책임 있는 자유’를 얻는 것이고,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살게 된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금전 면 말고는 불안이 없어요.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일을 이어나갈 수 없다는 무서움으로부터 해방되었으니까요. 그러고 나니 정말로 만들고 싶은 것이 명확하게 보였어요. 혼자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출처

https://danro.asahi.com/article/12483285

GRIJOA 소출판시대

일본의 1인 출판사 이와타쇼인(岩田書院)

2014. 11. 30. 23:44

창업 21년째, 그동안 출간한 책은 825권이나 된다. 한 달에 4~5권, 연간 50~60권의 신간이 나온다. 연매출은 약 1억 2천만엔. 혼자서 달성한 숫자로서는 충격적이다.


일본의 출판사 '이와타쇼인(岩田書院)'은 도쿄 세타가야의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출판사다. 역사와 민속을 중심으로 지리, 종교, 언어 등 다양한 학술서를 출판하고 있다.
이와타쇼인의 대표 이와타 히로시가 1인 출판사를 차렸을 때는 1993년, 44세였다. 그때까지는 '메이초 출판(名著出版)'이라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20년 남짓 보냈다.


"연매출과 연수입을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외주로 맡기는 부분이 있고, 인쇄, 제본, 창고 관리비 등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연수입은 그냥 먹고사는 정도예요."



"특별히 출판사에 들어가려고 했던 건 아닌데, 대학교 교수님이 '메이초 출판에서 한 사람 필요하다고 하는데 갈래?'라고 해서 입사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입사 20년쯤 되었을 때, 창업하신 사장님이 돌아가시고 아드님이 그 자리에 올랐죠. 그보다 나이 많은 저 같은 잔소리꾼은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마흔이 넘은 나이로는 재취직이 힘들어서 독립을 선택했어요."


"출판사명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제 이름(이와타)으로 했어요. 그 뒤에 '서점(書店)', '책방(書房)', '출판(出版)', '서원(書院)' 중 하나를 붙이려고 했죠. '서점'으로 하면 책 파는 서점과 혼동하기 쉽고 '출판'은 너무 흔해서 '서원(書院 쇼인)'을 붙였습니다."


"출판 일은 20년 동안 해서 민속이나 역사 관련 전문서가 몇 년 동안 몇 권 팔리는지 알고 있었고, 혼자서 먹고는 살 수 있겠다고 예측할 수 있었어요.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면서 경리나 영업 일도 봤기 때문에 출판 일의 흐름을 알고 있었죠. 저는 사람을 잘 다루지 못해서 처음부터 직원을 데려올 생각은 없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범위의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 이상을 욕심내면 매출을 위해 책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이와타쇼인의 책은 민속과 역사 전문서가 대부분이다. 연구자가 연구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하고 잡지 연재나 논문이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면 자신의 연구를 체계화할 수 있다. 연구자는 책을 꼭 낼 필요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잘 팔리는 책이 아니라서 여유가 없는 연구자에게는 비용 부담이 크다.


"직원이 많은 출판사에서는 처음부터 100만 엔이 필요하다든가 저자가 100부 사는 조건이 아니면 책을 낼 수 없어요. 우리 출판사는 한 명이니까 손익분기점이 낮아요. 인세 대신 책을 저자에게 드리는 조건으로 논문을 책으로 만들어 드리죠. 400부 찍으면 20부를 드린다든가요."


"발행부수가 적으면 한 권의 단가가 비싸지죠. 그렇다고 너무 많이 찍으면 재고만 많아져서 창고 임대 비용이 늘어나요. 『산토끼의 민속지』라는 책을 낸 적이 있는데요. 산토끼를 연구하는 사람은 드물죠. 그런 종류의 책을 누가 사겠어요(웃음). 교재로 채택되어도 학생 수가 1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집단적 자비출판'이라는 말이 있지요.

전문서나 학술서는 많아야 1000~1500부 찍어요. 사는 사람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고 연구나 참고를 위해서 책을 사요. 독자가 다음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같은 학계 사람이 낸 책을 같은 학계 사람이 사서 회전되니까 '집단적 자비출판'이라고 할 수 있죠. 동업자들이 만든 말입니다만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1년에 6권 내서 600만 엔의 연이익을 내려면, 권당 100만 엔의 이익을 내야 해요. 이건 아주 어렵죠. 하지만 60권을 내서 권당 10만 엔의 이익을 내면 달성할 수 있어요."


"한 달에 4~5권 내는 건 혼자서는 한계가 있어서 제작이나 재고 관리를 외주로 돌렸어요. 그나마 전보다 업무시간이 줄어들었죠. 전에는 새벽 3시에 퇴근해서 아침 7시에 일어났지만 지금은 새벽 1시쯤에는 퇴근합니다. 집에서 20분 정도라서 걸어서 출근하죠. 가족여행은 갔던 기억이 없어요. 집중해서 일을 하다보니 휴가도 잘 쓰지 못해요.

그래도 혼자 일하면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없어서 즐거워요." 


"학회에 가면 책을 사려는 분들이 많이 모여요. 큰 학회에서는 이틀에 100만 엔어치가 팔리기도 해요. 기분이 좋죠. 하지만 안 팔리는 학회에서는 전혀 안 팔려요."


살 사람만 사는 전문서라도 가끔 뜻하지 않는 히트작이 나오기도 한다. 인간이 죽어서 뼈가 될 때까지 9단계를 그림으로 만든 구상도(九相図) 자료집성이라는 8900엔짜리 책은 3쇄까지 찍었다. 일본인의 사생관(死生観)에 관한 역사 연구서 사자의 행방도 신문 서평이 나온 뒤, 4쇄를 찍었다.



"잘 팔리는 책이 가끔 나오니까 책을 낼 수 있지만,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책들이 팔리는 책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출판문화를 지킨다거나 그런 거창한 것보다는 남에게 의뢰받아 책을 내서 기쁘게 하고, 저는 그걸로 먹고삽니다. 그래서 계속 할 수 있는 거죠. 지금 가장 무서운 건 제가 갑자기 쓰러지는 상황입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저만 알고 아무도 모르죠. 통장의 돈도 뺄 수 없어요. 혼자서 출판을 한다는 건 그런 거예요. 후계자가 없으면 그걸로 끝이죠. 제 아들은 저처럼 되고 싶지 않았는지 공무원이 되었어요. 

'그러고 보니 옛날에 이와타쇼인이라는 출판사가 있었지' 하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면 충분해요."

 


출처

http://wedge.ismedia.jp/articles/-/3698?page=1



GRIJOA 소출판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