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1인 출판사 이와타쇼인(岩田書院)

2014. 11. 30. 23:44

창업 21년째, 그동안 출간한 책은 825권이나 된다. 한 달에 4~5권, 연간 50~60권의 신간이 나온다. 연매출은 약 1억 2천만엔. 혼자서 달성한 숫자로서는 충격적이다.


일본의 출판사 '이와타쇼인(岩田書院)'은 도쿄 세타가야의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출판사다. 역사와 민속을 중심으로 지리, 종교, 언어 등 다양한 학술서를 출판하고 있다.
이와타쇼인의 대표 이와타 히로시가 1인 출판사를 차렸을 때는 1993년, 44세였다. 그때까지는 '메이초 출판(名著出版)'이라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20년 남짓 보냈다.


"연매출과 연수입을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외주로 맡기는 부분이 있고, 인쇄, 제본, 창고 관리비 등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연수입은 그냥 먹고사는 정도예요."



"특별히 출판사에 들어가려고 했던 건 아닌데, 대학교 교수님이 '메이초 출판에서 한 사람 필요하다고 하는데 갈래?'라고 해서 입사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입사 20년쯤 되었을 때, 창업하신 사장님이 돌아가시고 아드님이 그 자리에 올랐죠. 그보다 나이 많은 저 같은 잔소리꾼은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마흔이 넘은 나이로는 재취직이 힘들어서 독립을 선택했어요."


"출판사명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제 이름(이와타)으로 했어요. 그 뒤에 '서점(書店)', '책방(書房)', '출판(出版)', '서원(書院)' 중 하나를 붙이려고 했죠. '서점'으로 하면 책 파는 서점과 혼동하기 쉽고 '출판'은 너무 흔해서 '서원(書院 쇼인)'을 붙였습니다."


"출판 일은 20년 동안 해서 민속이나 역사 관련 전문서가 몇 년 동안 몇 권 팔리는지 알고 있었고, 혼자서 먹고는 살 수 있겠다고 예측할 수 있었어요.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면서 경리나 영업 일도 봤기 때문에 출판 일의 흐름을 알고 있었죠. 저는 사람을 잘 다루지 못해서 처음부터 직원을 데려올 생각은 없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범위의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 이상을 욕심내면 매출을 위해 책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이와타쇼인의 책은 민속과 역사 전문서가 대부분이다. 연구자가 연구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하고 잡지 연재나 논문이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면 자신의 연구를 체계화할 수 있다. 연구자는 책을 꼭 낼 필요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잘 팔리는 책이 아니라서 여유가 없는 연구자에게는 비용 부담이 크다.


"직원이 많은 출판사에서는 처음부터 100만 엔이 필요하다든가 저자가 100부 사는 조건이 아니면 책을 낼 수 없어요. 우리 출판사는 한 명이니까 손익분기점이 낮아요. 인세 대신 책을 저자에게 드리는 조건으로 논문을 책으로 만들어 드리죠. 400부 찍으면 20부를 드린다든가요."


"발행부수가 적으면 한 권의 단가가 비싸지죠. 그렇다고 너무 많이 찍으면 재고만 많아져서 창고 임대 비용이 늘어나요. 『산토끼의 민속지』라는 책을 낸 적이 있는데요. 산토끼를 연구하는 사람은 드물죠. 그런 종류의 책을 누가 사겠어요(웃음). 교재로 채택되어도 학생 수가 1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집단적 자비출판'이라는 말이 있지요.

전문서나 학술서는 많아야 1000~1500부 찍어요. 사는 사람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고 연구나 참고를 위해서 책을 사요. 독자가 다음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같은 학계 사람이 낸 책을 같은 학계 사람이 사서 회전되니까 '집단적 자비출판'이라고 할 수 있죠. 동업자들이 만든 말입니다만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1년에 6권 내서 600만 엔의 연이익을 내려면, 권당 100만 엔의 이익을 내야 해요. 이건 아주 어렵죠. 하지만 60권을 내서 권당 10만 엔의 이익을 내면 달성할 수 있어요."


"한 달에 4~5권 내는 건 혼자서는 한계가 있어서 제작이나 재고 관리를 외주로 돌렸어요. 그나마 전보다 업무시간이 줄어들었죠. 전에는 새벽 3시에 퇴근해서 아침 7시에 일어났지만 지금은 새벽 1시쯤에는 퇴근합니다. 집에서 20분 정도라서 걸어서 출근하죠. 가족여행은 갔던 기억이 없어요. 집중해서 일을 하다보니 휴가도 잘 쓰지 못해요.

그래도 혼자 일하면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없어서 즐거워요." 


"학회에 가면 책을 사려는 분들이 많이 모여요. 큰 학회에서는 이틀에 100만 엔어치가 팔리기도 해요. 기분이 좋죠. 하지만 안 팔리는 학회에서는 전혀 안 팔려요."


살 사람만 사는 전문서라도 가끔 뜻하지 않는 히트작이 나오기도 한다. 인간이 죽어서 뼈가 될 때까지 9단계를 그림으로 만든 구상도(九相図) 자료집성이라는 8900엔짜리 책은 3쇄까지 찍었다. 일본인의 사생관(死生観)에 관한 역사 연구서 사자의 행방도 신문 서평이 나온 뒤, 4쇄를 찍었다.



"잘 팔리는 책이 가끔 나오니까 책을 낼 수 있지만,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책들이 팔리는 책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출판문화를 지킨다거나 그런 거창한 것보다는 남에게 의뢰받아 책을 내서 기쁘게 하고, 저는 그걸로 먹고삽니다. 그래서 계속 할 수 있는 거죠. 지금 가장 무서운 건 제가 갑자기 쓰러지는 상황입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저만 알고 아무도 모르죠. 통장의 돈도 뺄 수 없어요. 혼자서 출판을 한다는 건 그런 거예요. 후계자가 없으면 그걸로 끝이죠. 제 아들은 저처럼 되고 싶지 않았는지 공무원이 되었어요. 

'그러고 보니 옛날에 이와타쇼인이라는 출판사가 있었지' 하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면 충분해요."

 


출처

http://wedge.ismedia.jp/articles/-/3698?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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