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디자이너 스즈키 세이이치(鈴木成一)

2014. 12. 4. 14:29

스즈키 세이이치(鈴木成一)는 30년 동안 10,000권의 표지를 작업한 일본의 북디자이너이다. 



책에서 표지 디자인은 얼굴인 동시에 서점에서 독자의 눈길을 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의 편집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표지의 비결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불필요한 요소를 떼어 내고 철저하게 책의 개성만 남기는 거죠. 어떤 책이든 그 내용은 새로울 거예요. 그럼 지금까지 나온 책과 뭐가 다른지 파악해서 그걸 남겨야 해요. 그 개성이야말로 사람의 눈길을 끄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스즈키 씨는 일본 출판업계에서 마감을 잘 지키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것도 상습범이다. 완성품에 만족하지 않는 한, 아무리 재촉해도 표지를 내주지 않는다. 일개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대형 출판사를 기다리게 하는, 괴이한 구도를 만든 것은 스즈키 씨의 강한 신념 때문이다.


"아무리 경영이 힘들어도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이 있어요. 그건 '일 좀 주세요'라는 말이에요. 그걸 말해버리면 일에 아첨이 들어가서 상대에게 계속 휘둘리게 됩니다. 그래서 남에게 부탁받으니까 한다는 스타일을 바꾸고 싶지 않아요.

일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부탁받아서 하는' 게 원칙입니다. 부탁받으니까 하는 거예요. '하고 싶다'가 아니고 '해야 한다'는 감각이죠.

또 하나의 원칙은 본문 원고를 주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아요. 당연한 것 같지만 이 차이는 커요.

표지 디자인은 바로 칭찬받는 일이 드물어요. 설령 '디자인이 좋다'고 칭찬받아도 속으론 기뻐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 표지의 근거는 어디까지나 책의 내용에 있는 것이고, 표지 자체는 내용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죠.

독자가 '표지 디자인이 좋아서 읽었더니 재미없었다. 표지에 속았다!'고 한다면, 그건 표지가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거예요(웃음).

이상적인 것은 표지가 좋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 한 채 손이 가게 하는 거예요. 그 책이 이미 처음부터 그런 얼굴이었다는 느낌이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잘 팔린 책은 표지도 눈에 잘 들어와요. 그런데 100만 부나 팔리면 편집자 눈은 완전히 맛이 가버려요. 그 표지를 특별하게 보지요. 돈에 눈이 먼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하면 '저 표지처럼 만들어줘' 하고 의뢰해요. 따라 하고 싶은 편집자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표지에서 중요한 것은 뜻하지 않는 발견이에요. 전에 본 적이 없는 것과 만날 때의 놀라움 말이죠. 그런 걸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남의 것을 따라 할 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출처

http://www.nhk.or.jp/professional/2007/0522

http://matogrosso.jp/soutei-47/soutei-47.html


GRIJOA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