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인 출판사 대표 4명의 말

2020. 7. 31. 15:11

2015년 일본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는 3307사의 출판사가 있습니다. 상시근로자 4명 이하가 1496사이며, 그중 1인 출판사는 100사 정도입니다.

출판사가 출간한 책의 대부분은 도서유통회사를 통해 전국 서점에 유통됩니다. 책은 위탁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3개월 이내엔 안 팔린 책을 출판사에 반품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신간은 한 해 약 8만 종이 나오며 매일 200종 이상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2017년 이후 일본의 출판 시장은 1996년 매출의 절반까지 규모가 축소된 상황입니다.

 

1996년을 정점으로 매출이 감소하며 2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출판 불황 속에서 단 혼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책의 기획부터 편집, 영업, 배본까지 여러 가지 일을 혼자서 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힘든 일입니다.
현재 일본에 100사 정도 있다는 1인 출판사의 실정을 알아봤습니다.

 

왼쪽부터

스탠드북스(STAND! BOOKS) 모리야마 히로유키 / 치이사이쇼보(小さい書房) 야스나가 노리코

타바북스(タバブックス) 미야카와 마키 / 에코샤(恵光社) 다테 쥰

모리야마 - 요시모토 흥업의 출판 부서에서 일하다 마흔을 넘긴 시점에 남은 삶 동안 책을 몇 권 낼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제 힘을 다 쏟아 만들 수 있는 책을 1년에 5권이라고 보면, 환갑까지 100권밖에 못 만들잖아요. 그래서 남은 삶은 제 판단과 책임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출판사를 차렸어요.

야스나가 - 저자에게 지급하는 인세는 책 정가의 10%가 일반적입니다. 대형 출판사나 1인 출판사나 똑같죠. 작은 출판사가 인세마저 낮추면 원고를 받기 어렵습니다. 저는 작은 출판사이기 때문에 더욱더 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야카와 - 대형 출판사도 인세 10%를 넘기지 않아요. 요즘엔 초판 부수도 1인 출판사와 별 차이가 없죠.

미야카와 - 1인 출판사의 강점은 스피드죠. 혼자라서 회의가 없어요(웃음). 괜찮은 필자가 보이면, 바로 말을 걸 수 있습니다. 출판사 다닐 때는 저자의 출판물 성적을 자료로 만들어 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했지만, 지금은 실행으로 옮기는 게 빨라요.

모리야마 - 스탠드북스는 정치부터 음악까지 출판 장르의 폭이 넓은데요. 이른바 '1인 종합 출판사'죠. 특별한 컨셉은 없고, 제가 빠져든 저자의 책을 내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책의 장르가 제각각이라서 책마다 서점 담당자가 다르다며 영업 도와주시는 분이 힘들다고 해요.

 

모리야마 - 책은 1권 만드는 데 보통 200만 엔(한화 약 2270만 원) 정도 듭니다. 인세, 인쇄비, 종잇값, 디자인비 등등 포함해서요. 게다가 책값 중 저자 10%, 출판사 60%, 유통사 10%, 서점 20%로 배분이 됩니다.

미야카와 - 초판 2000부 찍으면 800부 정도는 팔려야 적자를 면하는 이미지입니다. 800부 팔릴지 예상은 데이터도 보긴 하지만, '예측'이 기본이에요.

야스나가 - 몇 권 내보면, 이 책이면 이 정도는 팔리지 않을까 대충 알게 됩니다. 대형 출판사와 견주면 마케팅에서 코끼리와 개미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에 똑같이 따라 하는 건 무리예요. 우리 출판사는 원화전을 연다든가 인터넷으로 소소하게 알리는 등, 돈을 많이 안 들이고 알리는 방법을 택합니다.

야스나가 - 출판사 창업 자금은 600만 엔(한화 약 6830만 원)이에요. 제가 번 돈으로 마련했습니다. 법인이 아니라서 제 급여는 계산에 넣지 않았지만, 빚은 지지 않겠다고 정했죠. 처음에는 창업 자금이 줄어들기만 하고 낸 책이 잘 나간다는 보장이 없어요. 가끔 1인 출판사 하겠다는 분과 상담하는데, 초반에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없으면 힘들다고 말하죠.

모리야마 - 600만 엔 있어도 3권 만들 수 있는 비용이죠. 저는 600만 엔의 자본금에 지자체에서 빌린 창업지원금 600만 엔을 더해 1200만 엔(한화 약 1억 3600만 원)으로 시작했어요. 다행히 차입금에는 손을 안 대고 조금씩 갚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금전적으로 힘든 시기가 오리라 생각해서 언제든 돈을 빌릴 수 있도록 공과금 이체 계좌를 가까운 신용금고로 옮겼습니다(웃음).

미야카와 - 재고도 자산으로 보기 때문에 세금이 나가죠. 창고보관비도 무시할 수 없고.

다테 - 저는 처음엔 거래처 창고와 별도로 다른 창고를 따로 빌려서 재고를 보관했어요. 이사한 뒤로는 춤 선생인 어머니가 쓰던 교실의 넓은 방을 창고로 쓰고 있습니다.

 

Q. 회사 그만두고 출판사 시작하신 뒤 수입이 줄었나요?

미야카와 - 그건 당연하죠(웃음).

야스나가 - 수입이 전혀 다르죠. 역시 회사원이 편합니다.

모리야마 - 저희는 아내가 음식점을 하고 있고, 아이가 3명 있어서 1년에 드는 생활비를 계산한 다음, 거기서 역산해서 제 급여를 결정해요. 돈을 얼마나 벌었으면 좋겠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있으면 살아갈 수 있는지로 계산하죠.

Q. 출판사 하면서 고생한 기억은?

다테 - 전에는 차가 없어서 자전거 타고 서점 영업을 다녔습니다. 마쓰에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이치바타 전차가 있어서 이웃 이즈모 시까지 자전거로 영업한 적도 있어요. 땀을 많이 흘려서 서점 직원이 이유를 묻기도 했죠.

 

모리야마 - 힘든 건 사실이지만, 고생이라고 느끼진 않아요. 회사 다니던 시절과 견주면 일을 농땡이 부릴 수가 없게 되었어요. 대낮 미팅 중 맥주를 마시던 것도 못 하게 되었죠(웃음). 비용 문제도 전보다 훨씬 의식합니다.

미야카와 - 모든 작업을 혼자 해요. 경리 일도 하고, 반품된 책의 커버와 띠지를 새로 싸는 일도 하죠. 메일로 아마존에서 들어온 주문을 보고, 팔림새를 확인하는 것이 아침에 제일 처음 하는 일이에요.
불안한 건 내가 죽으면 출판한 책들은 어찌 될까 하는 점이에요. 그 밖에도 혼자이기 때문에 내 안목과 감성이 시대에 뒤처져도 깨닫지 못할 수도 있어요. 1인 출판사의 리스크죠. 그래서 곧 제 작업 모두를 도와줄 직원을 뽑을 예정이에요.

야스나가 - 전 제가 사라지면, 저자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지 생각합니다. 지금 40대 중반이니까 앞으로 최대 30년 산다고 치면, 신간 내는 건 어려워도 기존 책들은 계속 살릴 방법을 찾고 싶어요. 다른 출판사가 물려받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테 - 에코샤(恵光社)라는 사명은 할머니 계명에서 따온 거예요. 그래서 저는 회사를 없앨 수 없어요. 낸 책은 절판하고 싶지 않아요. 아직 작지만, 언젠가 아들이 책에 흥미를 보여서, 함께 출판사를 운영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합니다.

모리야마 - 출판사를 시작하고 새삼 느끼는 것은 낸 책은 백년 후에도 남는다는 것. 책은 저 한 사람의 것이 아니고 사회의 것이라는 감각이죠.

 

 

출처

www.cataloghouse.co.jp/yomimono/0025 

www.cataloghouse.co.jp/yomimono/0025/index2.html

 

치이사이쇼보(小さい書房)의 야스나가 노리코 대표, 타바북스(タバブックス) 미야카와 마키 대표의 이야기는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에서 더 자세하게 다룹니다.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일본에서 나 홀로 출판사를 차린 대표 10명의 이야기를 편집자 출신의 저자가 취재하여 쓴 책. 어떻게 출판사를 차리게 되었는지,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 자기 출판사의 방향과 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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