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 뉴트럴 컬러스 대표의 이야기

2020. 8. 2. 19:23

출판사, 편집 프로덕션, 여행 잡지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2018년 11월 ‘뉴트럴 컬러스’라는 1인 출판사를 차린 카토 나오노리 대표. 그의 블로그에는 그가 책을 만드는 과정이 계속 올라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Q. 혼자 출판사를 차린 계기는?
출판사, 편집 프로덕션, 디자인 회사를 저니맨처럼 옮겨 다니다 혼자 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좇다 보면 혼자서 할 수밖에 없어요.
회사나 조직이 추구하는 건 매출 아니면 제 생각과는 동떨어진 누군가의 ‘의향’이에요. 이제 마흔이 넘다 보니 누군가의 의향으로 제 일이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싫었어요. 물론,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건투하는 조직은 부러운 부분도 있어요.

 

Q. 전부 자기 책임으로 일하신다는 얘기네요?
그렇습니다. 2018년에 디자인 사무소에 다닐 때, <ATLANTIS>라는 잡지의 편집을 담당하면서 영업도 직접 해봤어요. 6000부 정도 팔려서 혼자 할 자신이 생겼죠.

 

Q. 혼자 일하시면서 괴롭거나 기쁜 일이 있다면?
거래처에 결제해야 하는 월말이 무서워요. 아주 예민해지죠(웃음). 또, 혼자서 실수하면 안 되니까 술을 잘 안 마십니다. 건강을 잘 챙기려다 보니 건강식품도 잘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옛날부터 집단에 있으면 우울해졌어요. 인간관계가 서툴러서 직설적으로 말하다 나중에 곧잘 후회했죠. 그래서 혼자 일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불안한 마음은 있지만요.

Q. 책을 만드는 일은 혼자가 좋다고 생각하나요?
제 규모로는 혼자가 좋습니다. 동료가 있으면 분업할 수 있어서 효율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책은 편집장이나 컨셉을 생각한 사람 것이니까 쓸데없는 잡음으로 일이 멈추면 안 되잖아요.
팔릴지 안 팔릴지 하는 판단을 자신이 아닌 남에게 맡기면, 아무래도 안전하고 무난한 쪽을 선택하기 쉽습니다. 혼자서 하면 ‘몇 승 몇 패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논픽션, 잡지, 사진집, 그림책을 1권씩 만든다면, 논픽션과 잡지는 꼭 이익을 내고, 사진집과 그림책은 본전만 해도 좋다는 식으로 2승 2무를 생각하는 거죠. 제 책임으로요.

 

Q. 1인 출판사에서 외부 협력자와 일을 할 때랑 회사에서 동료와 일할 때 다른 점이 있을까요?
출판사 다닐 때는 친한 동료가 거의 없었어요. 고교 시절부터 혼자 밥 먹었거든요. 편집부 직원과 식사나 회식 자리를 갖는 게 부담스러워요. 사람마다 먹고 싶은 게 다 다르고 같이 밥 먹으면 꼭 다른 사람 뒷담화를 하게 되잖아요(웃음). 자리를 늘 피했더니 혼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 “그게 팔리겠어?” 하는 얘기밖에 안 나와요. 그럼 혼자 하겠다고 마음먹었죠.
회사 소속일 땐, “OO출판사의 XX입니다”라고 말하면, 사회적 신용도 덕에 유명 저자를 끌어들일 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간판이 있든 없든 결과는 마찬가지예요.

Q. 역량만 있으면 간판은 상관없다는 말씀인가요?
혼자서 하니까 책임이 동반되잖아요. 무슨 일을 하든. 그 컨텐츠가 꼭 필요하면, 그 저자의 강연회에 가서 만난다든가 편지를 쓰거나 하면서 설득하는 데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죠.
전부 혼자 하는 건 힘들지만, 대형 출판사가 아니라고 책을 못 내는 시대는 아니에요. 재고를 둘 공간과 ISBN만 확보하면 누구나 출판을 할 수 있습니다.

 

Q. 독립한 뒤,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시대의 요청이 없기도 하지만요(웃음). 조직의 중요 인물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은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조직 내부의 자리싸움에서 졌다고 인생 게임에서 진 건 아니에요.
출판사에 있을 때 생각했지만, 회사는 피라미드와 같아서 가장 윗자리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은 한 줌밖에 안 됩니다. 정점에 서기 위해 다른 사람 험담을 하고, 나이 먹으면 젊은 사람의 기획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물간 꼰대가 되기 쉬워요. 조직 안에서 혼자가 되는 것보다 진정한 의미로 혼자가 되는 게 편해요.
나쁜 사원의 전형이겠지만,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한 부분이 가장 커요. 회사에 공헌하지 못한 날이 길어서 조직에 돌아가도 방해만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지금은 만족하시나요?
그렇습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의 제품을 스스로 만들어서 만족할 수량만큼 파는 식이니까요. 물론 잘 팔릴까 하는 공포는 늘 있습니다. 2~30대의 젊은 편집자는 만들고 싶은 책이 있어서 그걸 만들 수 있으면 최고예요. 그렇게 할 수 있는 편집자도 한 줌밖에 되지 않지만, 조직에서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일을 여러 번 하면, 점점 자기 이외의 외적 요소가 얽히게 됩니다. 혼자 할 수 있으면 정년도 없고, 만들고 싶다고 강렬히 느꼈을 때 바로 만들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금전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정신적으로 성장했다고 해야 하나. 혼자가 된다는 것은 ‘책임 있는 자유’를 얻는 것이고,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살게 된다는 얘기지요. 그래서 금전 면 말고는 불안이 없어요.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일을 이어나갈 수 없다는 무서움으로부터 해방되었으니까요. 그러고 나니 정말로 만들고 싶은 것이 명확하게 보였어요. 혼자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출처

https://danro.asahi.com/article/12483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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