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가 말하는 편집자의 중요성

2012. 9. 28. 13:38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大沢在昌)
1990년 <신주쿠 상어>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1993년 <무간 인형 - 신주쿠 상어 4>로 제110회 나오키 상을 받은 하드보일드 소설가. 현재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츠히코와 '다이쿄쿠구'라는 사무실을 만들어 함께 활동 중. 그가 제18회 도쿄 국제 북페어에서 강연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전자책에서 작가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 팔 수 있는지 자주 질문을 받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 사무실에서도 만들려고 하면 만들 수 있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절대로.

우리뿐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훌륭한 작가들은 누구 한 사람 자체 제작, 직접 판매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수한 편집자가 자기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표지에는 제 이름만 쓰여 있으니 저 혼자 다 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취재하고 교정 교열하고 홍보해서 내보내는 일 모두 작가 혼자서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작가는 소설을 쓰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작품의 질은 그런 일에 에너지를 쓰면 분명히 떨어집니다. 작가에게는 우수한 편집자가 필요합니다. 우수한 작가일수록 우수한 편집자의 필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판사와 관계를 끊고 자기만 돈 벌면 된다는 야랑자대(夜郞自大)한 생각으로 자가출판하는 일은 아마 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단 하나. 공부를 잘해서 일류 대학을 나와 대형 출판사의 편집자가 된 사람이 모두 우수한 편집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숫자에 강해도 재미있는 소설이 뭔지 모르는 편집자라면 곤란합니다. 우리 작가들은 정말 책이 좋아서 근사한 이야기를 사랑하는 편집자와 손을 잡고 싶습니다. 이게 있는 한, 아무리 전자책이 보급되어도 그런 편집자가 있는 출판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훌륭한 편집자를 가진 출판사와 함께 가려는 훌륭한 작가들 역시 사라지지 않습니다.

작가는 지금 잘 나가는 사람과 앞으로 잘 나갈 사람이 있습니다. 출판업계에는 신진대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 이제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길입니다. 프로야구로 말하면 아무리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했어도 바로 1군에 들어가는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그중에는 연습생으로 입단해서 2군에서 계속 실력을 쌓다가 비로소 1군에 오르는 선수도 있습니다. 1군에 올라가도 처음에는 대타나 대주자를 맡습니다. 그 기회를 살리면 6번이나 7번 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거기서 두각을 나타내면 주전이 됩니다.

그러나 누군가 주전이 된다는 것은 그때까지 주전이었던 사람이 내려간다는 얘기입니다. 그 자리를 뺏은 거지요. 작가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아 그 자리에 섭니다. 야구 선수는 결국 쇠퇴기가 와서 타순이 내려갑니다. 1군과 2군을 드나들다가 감독, 코치, 해설자가 됩니다만, 안타깝게도 작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원로 작가라는 자리가 작가계에 없는 것은 그 때문이라 봅니다.

하지만 이른바 재생공장. 가령 실력과 재능이 조금 떨어져서 밀려난 작가를 부활시키는 방법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작가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감독이나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편집자입니다. 좋은 편집자를 만나면 작가는 주전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가진 편집자와는 절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작가도 편집자에게 질투합니다. '저 녀석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하고만 붙어 다니는구나. 난 이제 필요 없다는 건가...' 하고요.
한편, 어떤 편집자가 누구를 담당하는지, 나 이외의 누구를 담당하는지 살펴보면 '아, 나도 그런대로 괜찮은 작가일지도. 이녀석이 담당하는 작가들은 잘 나가지는 않는데 다 좋은 작가들이구나. 그렇다면 혹시 나도 좋은 작가...'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편집자가 '이제 저 작가에게는 글을 맡기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면 일이 오지 않습니다. '만나서는 선생님 선생님 하지만 이 녀석이 나를 자르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좋은 편집자는 아부해도 선물을 보내도 일과 전혀 관련짓지 않습니다. 그런 편집자와는 언제까지나 함께하고 싶어요. 그들이 있는 한, 기존 출판계가 전자책에 쉽게 먹히는 일은 없다고 봅니다."



2011

http://blog.livedoor.jp/hbk3253/archives/513143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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