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출판

2012. 9. 24. 17:30

일본 출판사 미시마샤의 영업자 와타나베 유이치
"일본 출판업계의 매출은 1996년을 절정으로 조금씩 떨어져 왔습니다. 1년에 출간되는 신간 종수는 1992년에 38,000종이었지만 현재는 약 80,000종으로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즉, 단순계산해도 신간의 권당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또 하나 번거로운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반품이죠. 원칙상 신간은 초도 배본에 대해 6개월간 위탁 상품으로 배본됩니다. 이게 뭐냐 하면 6개월의 위탁 기간 동안에는 언제든지 반품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렇게 하면 서점은 리스크를 줄이고, 동시에 출판사는 상품을 서점에 진열할 기회를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게 됩니다. 위탁판매가 아니라 '매절'이라면 팔리는 책만 선별적으로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출판사 처지에서는 '팔 기회'조차 없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 위탁 판매 제도는 양자에게 아주 좋은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쁜 점도 있습니다. 출판 종수가 대폭 증가한 현재로서는 반품률 상승은 출판사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반품률이 급기야 40%까지 높아졌습니다. 출판사에서 내는 책은 총판을 통해 전국의 서점에 배본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반품된 책의 약 절반이 결국 출판사 창고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책들의 대부분은 두 번 다시 사람 눈에 띄는 일 없이 폐기 처분됩니다. 악순환이죠. 자원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야말로 구조적 문제의 정체입니다.

구조적 문제...

이는 출판사가 '눈 앞의 이익'만을 우선해온 결과입니다. 즉, 업계 전체의 판매는 조금씩 떨어져 왔고 이를 채우기 위해 출판사는 신간 종수를 늘렸습니다. 출간 종수는 배 이상이 되었는데 전체 매출은 거의 그대로였으니 단순히 계산해도 권당 매출은 절반이 됩니다. 

서점의 진열 공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한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책의 권수가 배로 늘어나지는 않습니다.(이 점에서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을지도) 당연하게도 신간 종수의 증가에 비례해서 반품 부수도 대폭 증가하고, 그 반품으로 인한 손해를 메우기 위해서 출판사는 신간을 계속 출간합니다. 그리고 이게 반복되지요. 다람쥐 쳇바퀴처럼."

GRIJOA 소출판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