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가오카의 원점회귀 출판사 미시마샤 대표 인터뷰

2012. 9. 27. 18:03

일본의 출판사 <미시마샤 ミシマ社>


미시마샤는 대표 1명과 직원 7명의 작은 종합 출판사입니다. 히트작을 내기도 했지만, 기존 일본 출판사의 도매상을 거치는 유통 방식을 따르지 않고 서점들과 직거래를 한다는 점, 출판사가 모여있는 진보초가 아닌 지유가오카에 사무실을 두었다는 점 등 남다른 부분이 있어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 중 하나에 어린이 그림책 <빨리 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가 있죠. 제가 바라는 출판사의 모습이라고 할까, 대표 미시마 쿠니히로의 마인드가 멋집니다.
이 분의 인터뷰들을 소개하겠습니다.


"2006년 4월, 출판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그다음에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요. 다른 출판사에 취직할까, 프리랜서 편집자가 될까 하고요. 하지만 어떤 선택도 위화감이 있었어요. '다른 출판사에서 일해도 결국 똑같지 않을까' 하고 있다가 어느 날 밤 문득 생각했어요.

'아,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가 없으면 내가 만들면 되겠다' 하고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시야가 확 넓어지고 앞이 밝아졌어요.

회사 그만두면 큰일 난다고 한 사람들은 누구 하나 독립하지 못했어요. 몸을 사리지 않고 개인으로 사는 분들은 모두 찬성했어요. 그때 제가 앞으로 같이 가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었지요. 낭떠러지에 서서 돌아갈 수 없는 선택을 한 제가 '독립하겠다'고 했을 때의 사람들 반응에서 그 사람의 인생관과 살아온 발자취가 모두 드러납니다.

하지만 창업해보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보통 '출판사를 하는 건 제정신이 아니다'는 게 업계의 상식이었으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출판은 사양 산업이죠.
하지만 제 안에는 '꼭 잘 될 거야'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재미있고 좋은 책을 계속 만들어낸다, 콘텐츠의 힘으로 승부한다'는 원칙이 있으면, 유통을 비롯한 여러 어려움도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생각했어요.

출판 비즈니스는 입금이 아주 느려요. 위탁판매라서 정산되는 게 책을 납품하고 7개월 후죠. 작년 12월에 낸 책의 정산이 올 7월이에요. 그동안에 인쇄비, 저자 인세, 사무실 임대료 등의 돈은 빠져나가죠.

'역시 안 되더군요'하고 꼬리를 내리는 일은 간단하죠. '여기에서 그만두면 정말 편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그때 '많은 사람이 여기서 그만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그만두지 않으면 반드시 잘 될 거다'는 생각으로 어려움을 극복했어요."

"도쿄 중심부가 아닌 지유가오카에 출판사를 차린 것은 일본 출판계의 중심은 진보초를 비롯한 야마노테 선 안이기 때문입니다. 출판계의 중심에 있으면 모르는 사이에 그쪽의 상식에 말려들어 가게 됩니다. 지금도 도쿄는 중요한 도시이고 도쿄 없이는 출판계와 일본 경제가 성립되지 않지만, 너무 오랫 동안 한 곳에 집중된 감이 있습니다. 도쿄는 피폐해졌는데 이익을 탐하는 사람이 많으면 도쿄가 왠지 불쌍합니다. 조금 쉬게 하고 싶습니다.
여러 산업은 지금 전환기가 왔고, 이런 때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은 '원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토대를 만들려면 새 장소에 거처를 마련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출판이라는 일은 단순한 거예요. 재미있고 좋은 책을 만들어서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자는 게 원점이죠. 모든 것을 거기서부터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요즘 출판사의 대부분은 우선 달성해야만 하는 연간목표를 숫자로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려면 편집자 한 사람이 책을 몇 권 만들어야 한다는 거꾸로 된 발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잘 팔리는 책이 한 권 나오면 그 책과 비슷한 책이 몇 권이나 만들어져요. 그렇게 되면 편집자는 점점 피폐해지고 로봇처럼 소비되어버려요. 순수하게 자기 안에서 '이거 재미있다'는 감각으로 책을 만들면 비록 실패해도 공부가 되고 그 도전 자체가 큰 역량이 된다고 봅니다.

모순된 얘기지만 예전부터 책의 판매 부수에도 신경 쓰고 있어요. 간혹 '좋은 책이면 안 팔려도 된다'는 편집자가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봐요. 정말 재밌고 좋은 책이라면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과 그 재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팔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저는 회사를 만들 때 '최소 100년은 버티는 출판사를 만들자'고 마음먹었어요. 몇 년 안에 무너지는 회사라면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소비재가 아니라고 봐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며 지혜와 감동과 즐거움을 느꼈듯이 미시마샤의 책도 10년, 20년 후에도 독자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습니다. 장정과 디자인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단기간에 소비되는 책은 만들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혼자 출판을 시작했을 때부터 '크게 하지 않는 게 목표'라고 말해왔습니다. 출판업에서는 규모를 확대할 메리트가 적습니다. 한 권의 밀도를 높이는 것과 직원 수가 많은 것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출판의 원점은 회사의 규모를 크게 키우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일에 전력투구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 뿐이고, 개개인의 감각과 회사의 움직임이 항상 연동되면 됩니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넘어서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회사를 돌아가게 하기 위해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납니다. 모체를 유지하기 위해 안 만들어도 되는 책을 만드는 것이 두려워지니까 마케팅에 의존하게 되지요. 마케팅은 확률론이고, 어떻게 하면 타율을 높일까 하는 방법론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보다 기존에 재미있었던 책과 베스트셀러의 축소생산이 되어 버립니다.
개개인의 감각이나 생각을 나타내지 않은 채, 타율 우선이 되면 회사는 단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타율이 떨어집니다. 개개인의 감각은 쓰지 않으면 둔화하고 실패해도 자기 생각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향상되지 않습니다."

"(출판으로) '먹고 살 수 있나요?' 하는 말을 자주 듣는데요. 모든 것을 내다보는 사람은 없어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고 거기에 정면으로 부딪쳐서 즐길 수밖에 없어요. 지금도 전혀 여유가 없고, 한 권 한 권이 승부입니다. 고교야구의 토너먼트 같아요. 출판불황과 활자이탈은 출판인이 본래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한 결과라고 봅니다. 적당한 책을 사게 하면 독자는 떠나갑니다. 거기에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시대와 구조를 탓하면 안 됩니다. 본질적으로 재미있는 책을 사랑과 경의로 온 힘을 다해 만들면 반드시 잘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출판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가지의 교육론>이 5만 부를 넘은 정도고 대단한 베스트셀러는 아직 없습니다. 베스트셀러는 출판의 큰 즐거움이니 장외 홈런은 물론 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삼진 아니면 홈런을 노리고 스윙하진 않아요. 잘 팔린다고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을 만나서 좋았다'고 생각되는 게 가치 있는 책이니까요. 홈런을 기준으로 하면 이상해져요. 맞추려고 하면 확률론과 마케팅이 되어 버리니까요. 그런 쪼잔한 짓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절판은 출판사만의 사정이고 독자를 생각한 결정은 아닙니다. 재고를 갖는다는 것은 물론 회사에 리스크입니다. 경제 합리성으로 얘기하면 신간을 자꾸자꾸 내서 계속 절판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수는 적어도 '읽고 싶다'는 독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겁니다. 배짱으로 절판은 안 합니다."


"Q 평론, 시집, 그림책, 만화에세이, 요리책, 건강서. 출판하시는 책 종류가 다양하네요?

다면적이고 풍부한 출판의 가능성을 추구하고 싶어서 '작은 종합 출판사'라는 간판을 달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을 하나하나 해온 결과, 다양한 책이 나왔습니다. 잘 팔리는 책만 만들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출판은 다수파에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출판사는 옛날부터 그 시대에 존재하는 다른 견해를 반골 정신이 있는 편집자가 책으로 만들고, 그것이 후세에 전해지는 겁니다. 기획한 시점에 모두가 이미 좋다고 한 것은 책이 되었을 때 아주 평범한 것이 되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지만 내고 난 후에 '야, 재미있다!' 하고 생각되어야 하죠."

"비즈니스맨이라면 돈을 버는 것이 최우선이 되는데요. 편집자는 시대와 마주해서 좋은 것을 최고의 형태로 완성하는 것이 일입니다. 거기에 비즈니스 센스가 있으면 5,000부 팔고 끝날 책을 1~2만 부 팔 수 있습니다."

"편집자는 재미있느냐 없느냐를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이거라면 팔릴 거다'라든가, '지금 이게 유행하니까'라는 이유로 기획을 세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것'. 남들이 '이게 뭐야!?' 하고 지적해도, 만들고 나면 재미있어질 거라는 감각을 믿으면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게 뭐냐는 것은 되도록 언어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게 미시마샤가 생각하는 재미입니다' 하고 제시하면 그것이 모든 것이 되어 버립니다. 모르는 사이에 그 정의에 구속받아서 재탕 삼탕 하는 책을 만들게 됩니다. '재미'는 자유롭고 다양해야 합니다. 점점 변해가는 생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정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편집 일은 거울 같은 거라 생각해요. 저자와 마주했을 때 저자가 볼 수 없는 부분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싶습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닌데, 저는 저자에게 거의 아무 말도 안 합니다. '같이 재밌는 일을 합시다'고만 말하고 그냥 앉아 있어요. 그러다 저자가 여러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거기에서 뭔가 나와요. 즉, 답은 글을 쓰는 사람 쪽에 있어요. 흔히 '저 책은 내가 만들었다'고 말하는 편집자가 있는데 그건 오만이에요. 그러나 저자도 생각하지 못한, 자기 안에 있는 엄청 재미있는 주제를 함께 갈고닦는 일은 할 수 있겠지요."

"저는 '출판불황' 따윈 없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에 매달린다면 그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예전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다양한 형태의 책을 많이 내게 되면 그것들이 쌓여서 재미있는 일이 생기리라 생각합니다."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돼요. 미시마샤에서는 회사에서도 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익 추구를 첫 번째 목적으로 하지 않고 '즐거움'을 내세우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돈은 반드시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출판사가 돈을 잘 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무일푼이 되었을 때를 떠올리면 '그때보다는 내려가지 않는다'고 마음 먹습니다. 늘 '어떻게든 된다'고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x5EClE_W7CI&feature=youtube_gdata_player
http://www.freestyle-life.net/free-100-page-27.htm
http://doraku.asahi.com/hito/runner2/120918.html
http://allabout.co.jp/human/special/s1/120626/
http://synodos.livedoor.biz/archives/1872717.html
http://www.mishimaga.com/special/0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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