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샤 대표 "출판 불황 따위는 없다!"

2012. 9. 27. 18:14

 


"데이터만으로 판단하면 '출판 불황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미시마 출판사를 시작했던 2006년은 도산한 출판사가 122사, 창업한 곳이 11사였습니다. 초등학생이라도 이 일은 힘들겠다고 생각할 겁니다. 사실 힘듭니다. 힘들지만 출판 불황이라고 해서 모든 출판사가 잘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이런 시대에도 잘 되는 곳은 있습니다. 설령 잘 되는 출판사가 단 한 곳도 없더라도 그것이 '출판사를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대에 어울리는 방식을 취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최강의 카테나치오 수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축구대표팀도 실점합니다. 사실 실점하지 않은 대회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실점률이 낮다고 포기하면 영원히 골을 넣을 수 없습니다. 세계 최강 수비라도 빈틈은 있습니다. 오히려 상대 수비가 최강이라는 상황은 공격수에게 피가 끓는 장면이 아닐까요.

지금 출판사를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일입니다. 출판업계에 오래 계신 분들은 '출판 불황, 출판 불황'. '책이 안 팔려' 하고 합창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출판 불황 따윈 없습니다. 저는 확신을 갖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책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 동안 해마다 제 능력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거북이걸음보다 못한 속도였지만 해마다 확실히 성장했습니다. 그게 출판 불황과 무슨 관계냐구요?

'출판 불황'이라고 말할 때 다음과 같은 원인을 듭니다.
'스마트폰과 PC에 독자를 빼앗겼다', '독자의 활자 이탈이 진행된다', '출판 종수가 10년 전보다 배로 늘어 유통이 힘들다' 등등... 모두 일리 있는 말이지만, 대전제에 커다란 구멍이 있습니다. 그 구멍은 '출판 불황이라는 큰 현상이 애초부터 존재했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겁니다.

출판 불황이 먼저 있었을 리 만무하죠. 출판업을 지탱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 개인의 능력과 기술의 축적입니다. 그것이 대전제입니다. 그런데 출판 불황은 '개인의 능력과 기술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바로 보지 않고 '책이 안 팔린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역시 커다란 구멍에 빠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술 저하, 능력의 저하가 '덩어리'가 되어서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판 불황을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출판 불황이 있는 게 아니다. 개인 불황이 있는 거다'

출판이라는 산업이 나쁠 리 없습니다. 출판을 하는 개인의 기술이 출판계 전체가 좋았을 때는 가려서 안 보였지만 실제로는 기술이 떨어지고 있던 것입니다. 새로 출판사를 시작한다면 이 사실을 바로 보는 일부터 시작합시다. 반대로 개인 불황이 원인이라면 개인의 노력 여하로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 그렇게 마음먹었습니다.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지 모릅니다. 실적이 떨어지는 일도 없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도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입니다. 본래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잘하게 되는 게 이 출판 일입니다. 그것을 결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경험을 '知'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나태했기 때문입니다.

사회, 산업, 회사, 남의 탓을 하는 것은 그만두자. 그렇게 정했습니다. 남의 탓을 계속하는 한,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니까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우리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행위에 힘을 쏟는 것만큼 비생산적인 일은 없습니다."


http://www.mishimaga.com/mishi-hana/001.html

GRIJOA 소출판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