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로 10년을 살아온 나츠하샤 대표 시마다 준이치로 인터뷰

2019. 6. 21. 12:56

일본의 1인 출판사 나츠하샤(夏葉社) 대표 시마다 준이치로(島田潤一郎)의 2018년 9월 인터뷰 요약

"애가 태어난 뒤론 ‘내 일을 오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제 결론은 ‘다른 회사가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거예요. 다른 회사가 귀찮다거나 안 팔린다는 이유로 안 하는 일이요. 그런 일을 과감하게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안 팔려서 실패하기도 합니다(웃음). 

하지만,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면,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나타나요."


"일엔 경험이 오히려 방해되기도 합니다. 이 시기까지 이 정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회사 차원에서 목표를 세운 뒤, 책을 짧은 기간에 만들어 확실히 매출을 올린 경험 말이죠. 돈은 벌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책은 ‘좋은 것’과는 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해선 제 일을 오래 할 수 없다고 봤어요.

 

제 출판사처럼 작은 곳에 원고를 주는 저자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선 오래오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인 회사의 이점이라고 하면, 작업자와 이야기 나눈 뒤, “회사로 돌아가서 검토해보겠습니다” 하는 식이 없고, 즉석에서 전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디자이너들도 그래서 편하다고 해요. 저자나 독자에게도 마찬가지예요. 독자가 다음엔 이런 책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면, 할지 말지 바로 답할 수도 있죠.

 

회사에 가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일 처리 방식은 회사가 두 사람 이상인 시점부터 생깁니다. 혼자냐 두 사람이냐는 큰 차이라고 생각해요. 10년간 29권을 냈지만, 두 사람이었다면 내지 못했을 책이 많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혼자가 좋아요.

 

잘 얘기해놓고 회사로 돌아가서 다수가 검토하면, 표지 등 전혀 다른 안이 여럿 나오거나 가장 높은 사람이 진부한 걸로 결정해버려서 당초 의도와 다른 게 나오는 일이 곧잘 있지 않나요?"


"나츠하샤는 보통 초판 2500부를 찍기 때문에 2500명을 보고 책을 만듭니다. 10명이 기뻐해 주면 시작하는 사업도 있으니 거기에 견주면 많다고 생각해요.

 

그 2500명은 새롭고 특별한 걸 원합니다. 2500명의 독자 중 1년에 500명 정도가 바뀐다고 보면, 새로운 500명의 독자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업은 서점만이 아니고 독자를 향해 합니다. 서점과도 독자와도 되도록 대등하게 지내고 싶어요. 영업과 편집을 나눠서 생각하는 게 아니고,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관계로 이어지는 편집이기에 ‘전에 저 사람이 이걸 사줬지, 저 사람은 저걸 사줬지’ 하고 떠올리다가 새로운 책을 기획하게 됩니다."

 

 

"출판편집자는 책을 읽어야 해요. 전 사놓고 안 읽은 책이 1000권이나 있습니다. 아마 평생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산 걸 후회하진 않아요.

 

저보다 몇천배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몇 년에 걸쳐 쓴 걸작이 세상에는 가득합니다. 이제 반평생이 지난 42세이니 그 책들을 못 읽고 죽을 순 없습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저는 스마트폰 보는 걸 1년 반 전부터 그만뒀어요. 스마트폰을 좋아하지만, 한 번 보면 멈추지 못하고 계속 봐버려요. 50세쯤 되면 다시 스마트폰을 보려고 해요. 8년 후 스마트폰 세계가 어떨지 무척 기대됩니다. 8년 안 하다 하면, 계속 보는 습관을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못 하면 또 그만둘 거예요.


지금은 40대니까 아이와 지내는 시간과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려면, 스마트폰은 없는 편이 나아요. 편집자는 역시 책을 읽어야 하니까요."


"2016년에 둘째가 태어났는데, ‘넌 애 둘 좀 봐줘. 난 일 할게’라는 식으론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둘째가 좀 클 때까지 일은 1일 5시간만 하기로 했습니다. 2017년 1월부터 점심시간 포함한 근무시간은 오전 10시~오후 4시입니다. 일이 많을 때는 조금 일찍 출근하구요. 보통은 9시 반에 나와서 10시부터 일을 하다 12시에 식사하며 한 시간 쉬고 오후 4시까지 일해요. 일하는 시간은 절반이 되었지만, 책을 만드는 일의 양은 변함이 없습니다.

 

4시에 사무실을 나오면 5시에 집에 도착하는데요. 그때부터 저녁을 만들고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면, 밤 10시쯤 됩니다. 1시간 정도 아내와 얘기하거나 책과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죠. 그리고 다음 날 신선한 기분으로 사무실로 갑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책을 산다는 건 시간을 산다는 것이다. 미래의 자신을 사는 것이다”고 했어요.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돈을 주고 책을 산다는 건, 미래의 시간을 사는 것이죠. SNS를 보면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시간인데, 그걸 끊고 책을 보는 시간에 돈을 들인다는 건 호사스럽게 느껴집니다.

 

모든 것이 더 빠르고 편리한 것으로 바뀌는 시대이지만, 책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부모가 재밌게 읽는 걸 보고 아이도 흥미를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이 후대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헌책방을 오래 운영해온 분에게 오래 해온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오래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하더군요. 편했던 적은 한 번도 없대요.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마찬가지로 얼마나 지나야 안정이 될까 하고 생각하면서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60세까진 바둥바둥 허둥지둥 하면서 지내지 않을까요."

 

 

출처

https://kurashicom.jp/4208

https://kurashicom.jp/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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