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카이샤 신서 편집장 카키우치 요시후미(柿内 芳文)

2012. 12. 31. 16:58


*알기 쉬운 입문서를 만들려면

"첫 번째는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아무리 재미있거나 꼭 알아야 할 지식과 사고방식이 있어도 강 건너 불구경처럼 느껴지면 알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고 책 따위 안 읽어요. 가령 '회계학'은 강 건너에 있는 것 같지만, 이걸 <대나무 장대 장수는 왜 망하지 않는가>로 제목을 달면 단숨에 친숙한 느낌이 들죠.


두 번째는 '나 같은 사람도 알겠다'는 시점입니다. 아무리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책 같아도 전문용어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면 독자는 읽기를 멈춥니다.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이 읽어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 바보예요. 절대 똑똑하지 않지요.

저는 편집자인 저 자신을 '프로 초보자'라고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회계 책의 기획을 진행하다 보면 조금씩 그 분야를 알게 되어 전문지식이 쌓이는데요. 그렇게 되면 '나 같은 사람도 알겠다'는 기준이 모호해집니다. 일반 독자보다 저자의 생각에 점점 가까워지기 때문에, '재무제표가 뭐예요?' 같은 바보스러운 질문도 할 수 없게 됩니다. 편집자가 전문적이 되면 될수록 독자가 서 있는 언덕의 경치가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원고를 읽었을 때의 감상을 아주 바보 같은 질문도 포함해서 철저하게 써둡니다. 그렇게 해서 '바보 같은 초보자 시점'이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사실 옛날에 어떤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고치지 않고 출판했더니 제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독자가 똑같이 잘 모르겠다며 지적하더군요. 역시 '제가 모르는 것은 독자도 모른다'는 절대적인 시점을 가져야겠다고 통감했습니다."



*책 제목을 잘 짓는 요령

"제가 짓는 제목은 임팩트를 노린 게 아니냐고들 하는데, 처음부터 노린 게 아니고 뿌리와 가지부터 생각했더니 그 결과 임팩트한 제목이 나온 적이 많아요. 이 순서를 바꾸면 큰일 납니다. 먼저 내용의 본질과 핵심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제목을 지을 때 마음쓰는 것은 '대화로 이어지는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서점에 온 독자는 제목을 보고 저자와 대화할 것이 없으면 책을 집어들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철저하게 상업적인 입장에 섭니다. 독자는 '소비자'이고 제목은 '선전 카피'입니다. 생각한 끝에 결국 '이 책은 누구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은가?' 하는 질문으로 돌아가서 최종 판단을 내립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출판사로 와라

"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출판사에 와도 업계에 큰 변화가 없다고 봅니다. 요즘 사회적 기업가나 NPO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에게 출판업계를 권하고 싶습니다. 뛰어난 재능과 사상을 널리 알리는 일은 세상을 바꾸는 일에 이어지니까요. 재능과 사상을 세상에 발표하는 것이 출판입니다."




출처 - http://dilemmaplus.nhk-book.co.jp/think/3210

GRIJOA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