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편집자가 알면 좋은 것들

2013. 1. 31. 10:51

"뭔가 배우는 실용서나 학습서에서는 편집자가 해당 분야에 관해서 대상 독자와 같은 지식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을 때가 많다. 아예 모르면 더 좋을 때도 있고.

너무 잘 알면 그 책을 볼 독자가 뭘 어려워하는지 알지 못해서 원고의 어려운 부분을 고치지 못한다. 많이 알면 알수록 소중한 초보자 시점이 사라지는 것이다.

저자에게 필요한 사람은 자신보다 자기 분야를 더 많이 아는 편집자가 아니라 첫 번째 독자로 초보자 시점에서 봐 주고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는 편집자다."



"자기 기획으로 책을 낼 배짱이 없는 편집자, 새로운 저자를 발굴하지 않는 편집자는 반쪽짜리다. 반대로 교정 교열 등의 기본 편집 일에 손 안 대고 기획만 하려는 편집자도 반쪽짜리다. 아무리 기획이 좋고 원고가 좋아도 교정 교열을 비롯한 기획 이외의 것들을 소홀히 하면 책은 제대로 꼴을 갖추지 못한다.
기획이 교정 교열 위에 있으며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도 시건방이다. 편집의 모든 과정이 기획과 연결되어 있다. 저자한테서 원고 받아온 것만으로 내가 만든 책이라고 말하는 것은 태권V 머리만 만들어놓고 내가 다 만들었다고 하는 것과 같다."



"초보 편집자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라면 불안해도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아주 이상한 쪽으로 갈 것 같으면 편집장이나 선배가 적당한 선에서 제지하거나 도와줄 것이다.(안 해주면 때려쳤...)

결정을 못 내리고 앞으로 전혀 안 나가는 것보단 미숙해도 결정해서 앞으로 나가는 게 백번 낫다. 설령 경험부족으로 실패해도 성공했을 때보다 배우는 것이 훨씬 많다.

그렇게 멋진 편집자가 되어 간다."

GRIJOA 편집자

편집자는 인디자인을 배워야 하는가

2013. 1. 31. 10:49

"편집자가 인디자인을 잘 다룰 필요는 없지만, 워드 수준 정도는 배워두면 교정 일을 빨리 끝내는 데 도움이 된다.

보통 디자이너가 인디자인으로 얹힌 출판 파일을 종이로 뽑아주면, 편집자가 그걸로 교정교열을 보면서 표시한 교정지를 다시 디자이너에게 건네서 고쳐달라고 하는데, 편집자 의도를 제대로 이해 못 하거나 인간의 실수로 반드시 잘못 고치는 부분이 나온다.

디자인을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텍스트 교정이라면 편집자가 직접 인디자인으로 열어서 텍스트를 수정하는 것이 빠를 때가 많다.

다만, 디자인 개념이 없는 편집자가 디자인 영역까지 손대면 경우에 따라 디자이너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으니 텍스트만 손댈 것."



"인디자인 작업용 모니터는 24인치나 27인치는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화면이 작으면 작을수록 마우스를 움직여야 하는 횟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펼침면으로 한 화면에 책의 글자를 읽을 수 있을 만한 크기가 되려면 와이드로 최소 22인치는 되어야 하는데, 만일 그보다 작은 화면이면 글자가 잘 안 보여서 마우스를 움직여 확대해서 보는 일이 잦아진다. 그만큼 시간이 걸리고 시간은 곧 돈이다. 

뭐, 깨알 같은 글씨도 잘 읽는 작업자라면 상관없겠지만, 옛날에 15~19인치 모니터로 작업하던 때와 견주면 작업효율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걸 사장이 이해해야 큰 걸로 바꿔 준다."

GRIJOA 편집자

편집자는 왜 종이로 교정을 보는가

2013. 1. 30. 09:13

교정지는 종이로 프린트해서 교정교열(최소 3교)하는 게 편집자들 사이의 정석이다. 처음 편집을 배울 때는 모니터 화면으로 보는 건 상사가 1교로 치지도 않았다. 화면으로 교정 보는 건 최종교정 다 끝내고 출력소로 넘길 때 마지막으로 쓱 훑어볼 때나 하는 거지, 오탈자 찾아내는 것은 종이로 보는 게 더 잘 보인다는 것이었다.

난 '종이 아깝게 뭐하러 몇 번이나 뽑나, 그냥 모니터로 보고 말지' 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종이 쪽이 집중하기 더 낫지 않나 싶다. 이게 종이책과 전자책의 가독성 차이이기도 해서, 화면으로 눈에 안 띄던 것이 종이로 봤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또, 화면으로만 교정교열을 보면, 파일 안에 디자이너에게 전달할 수정사항을 적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텍스트 수정이면 직접 고치거나 PDF의 메모 기능을 이용하면 되지만, 복잡하거나 큰 폭의 수정은 종이 교정지에 펜으로 표시하는 게 자유롭고 편하다.

디지털로만 교정교열 작업을 하려면 종이만큼 눈이 덜 피곤하고 가독성이 좋은 LCD 패널이 나오고, 파일에 바로 수정요청사항을 그려넣는 액정태블릿이 따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GRIJOA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