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전자책 사업을 시작할 때 마음가짐

2012. 9. 27. 16:58

전자책의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출판사 대표가 주위의 달콤한 말만 듣고 전자책을 하겠다고 하면, 난 먼저 이만큼 투자하셔야 하는데, 순이익은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이익을 내려고 시작한다면 기존 출판사에서 전자책은 지속할 수가 없는 사업이 아닐까. 잘 만들려고 하면 예상보다 돈은 많이 드는데, 들어오는 돈은 그보다 못한... 이런 현실을 모르고 무작정 하라고 하는 대표분들에겐 처음부터 환상을 깨 드리는 게 낫다고 본다. 돈만을 보고 시작하면 얼마 안 지나 돈 못 번다고 압박이 들어오기 때문에 실무자가 괴로워진다.

길게 보시는 대표라면, 당장의 돈보다 미래 가치가 있고, 출판사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시장이 열렸을 때 뒤처질 수 있으니 미리 데이터를 전자책으로 변환하고 동시출간할 수 있는 제작공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자책 제작은 출판사 대표의 믿음과 모험심이 필요하다.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얼마나 성장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2~3년 내에 확 커질 수도 있고 5년 지나도 지금과 별 차이 없을 수도 있다.

커지면 지금 준비 잘하고 있는 출판사들이 한발 앞서나갈 수도 있다. 문제는 올지 말지 모르는 그 시기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대표냐 아니냐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처럼 생각해서 당장 올해 큰 이익을 내려고 한다면 권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잘 팔리는 종이책 만드시라구.

미래를 대비하는 일로 평가하고, 시장이 열릴 때까진 현실적인 매출 목표는 있되, 금전적인 이익은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GRIJOA 전자책

전자책이 편집자에게 주는 세 가지 영향

2012. 9. 27. 16:55

일본 소겐샤 출판사의 전자책 담당 편집자가 쓴 망상 글.

1) 공부해야 할 것이 늘어난다.
정보 수집 일에 쫓긴다. 전자책은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세계라서 최신 정보를 얻으려면 그만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쫓아가지 않으면 판단을 잘못 내리는 일이 잦다. 전자책은 출력 형태의 한 종류가 아니라 원고 작성, 내용의 구성까지 변화를 몰고 온다.

2) 돈을 못 벌기 때문에 사내에서 입지가 좁아진다.
회사에서는 실적을 올리는 개인이나 부서가 주위에 발언권과 영향력이 강하다. 전자책 시장은 분명 성장하고 있지만, 현재의 규모는 새 발의 피 수준. 담당자는 대개 슬프고 서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 바람을 일으킬 수 없는 자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된다.

3) 책을 잘 안 읽게 된다.
종이책을 읽는 권수가 줄어든다. 반면에 전자책을 볼 기회는 (일이니까) 많아진다. 하지만 그건 '읽는' 게 아니고 (일을 위해) '보는' 것뿐이다.
더구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편리하고 재미있는 게 많아서 점점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든다. 문득 '내가 이러니까 다른 독자들도 똑같지 않을까' 하며 출판산업의 앞날을 우려하기 시작한다

http://denshobato569.blog22.fc2.com/blog-entry-86.html

GRIJOA 전자책

전자책은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

2012. 9. 27. 05:47

일본 소겐샤 전자책 담당 편집자

전자책은 단지 '그릇'일 뿐...

이렇게 생각하게 된 까닭은 전자책 변환 작업을 하다 보니 정작 책의 내용을 기획하고 만드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욕구불만이 생긴 탓입니다.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변환하는 일은 조판된 책의 텍스트를 추출해서 전자책이라는 '그릇'에 옮기는 작업입니다. 손과 눈을 주로 쓰고 머리는 조금만 씁니다. 그러면서 피곤해집니다. 나름대로 요령과 노하우가 있고 그 안에서 새로 얻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창의적인 면이 적습니다.

2010년, 일본에 전자책 원년이란 말이 퍼져가기 시작할 무렵, "역시 전자책이어야 가능한 것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발언이 의미하는 것은 책에 동영상이나 음성이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그 방향으로는 조금 발전했지만 금새 주춤한 인상입니다. 왜냐하면, 채산이 안 맞으니까요. 전자책은 돈을 들여서 만들어도 무서울 정도로 안 팔립니다.


표현 방법이나 유통 경로 등 새로운 그릇을 찾아 만들어내는 작업은 재미있고 흥분됩니다만, 어차피 전자책은 '그릇'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릇보다 거기에 담기는 내용이 100배는 중요합니다. 그것은 저 같은 사람이 말할 것도 없이 모든 실무자가 전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는 '책의 내용을 만드는 일'을 하지 못하면 성에 차지 않는 인종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면의 무언가가 마모되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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