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은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

2012. 9. 27. 05:47

일본 소겐샤 전자책 담당 편집자

전자책은 단지 '그릇'일 뿐...

이렇게 생각하게 된 까닭은 전자책 변환 작업을 하다 보니 정작 책의 내용을 기획하고 만드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욕구불만이 생긴 탓입니다.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변환하는 일은 조판된 책의 텍스트를 추출해서 전자책이라는 '그릇'에 옮기는 작업입니다. 손과 눈을 주로 쓰고 머리는 조금만 씁니다. 그러면서 피곤해집니다. 나름대로 요령과 노하우가 있고 그 안에서 새로 얻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창의적인 면이 적습니다.

2010년, 일본에 전자책 원년이란 말이 퍼져가기 시작할 무렵, "역시 전자책이어야 가능한 것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발언이 의미하는 것은 책에 동영상이나 음성이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그 방향으로는 조금 발전했지만 금새 주춤한 인상입니다. 왜냐하면, 채산이 안 맞으니까요. 전자책은 돈을 들여서 만들어도 무서울 정도로 안 팔립니다.


표현 방법이나 유통 경로 등 새로운 그릇을 찾아 만들어내는 작업은 재미있고 흥분됩니다만, 어차피 전자책은 '그릇'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릇보다 거기에 담기는 내용이 100배는 중요합니다. 그것은 저 같은 사람이 말할 것도 없이 모든 실무자가 전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는 '책의 내용을 만드는 일'을 하지 못하면 성에 차지 않는 인종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면의 무언가가 마모되어 갑니다.



GRIJOA 전자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