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들이 들려주는 일본의 대형 출판사 다이아몬드사 이야기

2015. 6. 23. 11:57

다이아몬드사에서 근무한 편집자들이 자사를 평가했다. 신입사원 모집을 위해서 한 거라 좋은 얘기만 나오지만, <미움받을 용기>,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 등등 베스트셀러를 다수 출간해온 대형 출판사답다는 인상이다.



"편집자가 1년에 책을 몇 권 내야 한다는 할당량이 없는 대신, 개인별 목표를 매출로 설정합니다. 매출로 설정하면 출판종수에 연연하지 않고, 잘 팔리는 양서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어요. 매출 목표만 달성하면 몇 권을 내든 상관 안 해요. 한 달에 책 한 권씩은 무조건 내야 한다고 정하면 편집자는 일정에 맞추기 위해 '이 정도 선에서 끝낼 수밖에 없겠다'고 적당히 끝내는 경우가 나올 수 있지요."


"편집부에 매달 개인별 매출 데이터가 배포됩니다. 여기엔 권당 수익, 반품부수 등도 들어가요. 신간뿐 아니라 구간의 매출도 평가대상이 됩니다.

옛날부터 이런 시스템이었던 게 아니라 조금씩 바뀌어 온 거죠. 편집자에도 여러 타입이 있어요. 종수는 적게 내지만 히트하는 비율이 높은 사람, 판매속도는 느리지만 길게 꾸준히 팔리는 책을 내는 사람... 그런 걸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종수나 신간 매출로만 평가하면 목표가 오히려 걸림돌이 됩니다. 지금은 각 구성원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서 좋은 편집자들이 모일 수 있었어요."



"회사가 관리하려고 들수록 의욕이 있는 편집자는 오히려 매출 최대치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의욕이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가만 놔둬도 잘해요(웃음). 하지만 그걸 허용해주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죠."


"다이아몬드사의 좋은 점은 10만 부 이상 팔린 책을 낸 경험자가 많다는 거죠. 어딜 봐도 모두 그쪽 전문가라서 조금만 물어봐도 참고할만한 답변이 잔뜩 나와요. 편집 마니아로서는 아주 즐거워요(웃음). 만일 일본 최고의 편집자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들어온다면 그 목표를 가장 달성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봅니다."



"다이아몬드사에 입사 후, 처음 참석한 편집회의에서 입사 3년 차의 막내 직원이 편집장이 낸 기획에 반대 의견을 내는 걸 봤어요. 전 그걸 보고 이 회사에 들어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의견도 말할 수 있고 나눌 수 있으니 제가 성장할 수 있겠다 싶었죠."


"중소형 출판사의 경우, 카리스마 있는 사장의 생각에 직원들이 따라가는 케이스가 많지만, 다이아몬드사는 그런 게 없어요. 다양한 모델이 존재해서 젊은 직원이 선택할 수 있어요. 제목은 길게 지으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6글자 이내로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책은 기획이 80%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저자의 매력에 이끌려서 만드는 사람도 있고... 각양각색이에요."



"다양성이 보장받는다는 점이 중요해요. 진중한 책을 만드는 사람은 가벼운 책이 잘 팔려도 인정하지 않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다이아몬드사의 경우, 세상엔 다양한 가치관이 있고 다양한 상품이 있으니 다 좋다는 문화예요. 다 인정하죠."


"보통 책을 처음 쓰는 저자는 표본으로 삼을 숫자가 없어서 잘 팔릴지 영업부가 판단하기 어려운데, 다이아몬드사의 영업부장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신인 저자를 찾아서 책을 팔자'고 공언해요. 그게 편집부엔 힘이 되죠."


"현시점에서 다이아몬드사의 영업은 일본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영업부는 '이 책은 팔린다, 5만 부 가자'처럼 의욕을 가지고 목표를 정해서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을 짜요. 물론 잘 팔릴 책과 안 팔릴 책은 확실히 분류하지만요. 보통 매주 목요일에 신간이 나오는데, 배본한 뒤, 토요일, 일요일 움직임을 보고 월요일에 재판할지 말지 확신을 가지고 결정해요."



"다이아몬드사는 출판을 비즈니스로서 성공시키겠다는 자세가 아주 강해요. 물론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려는 제약은 있지만, 그것도 장기적인 경제 합리성을 따진 것이고, 컨텐츠를 팔기 위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요."

"우리 회사엔 '연간 12권을 낸다. 그게 내 방식이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그것대로 대단한 스타일이에요. 우리 회사 시스템이면 꼭 베스트셀러를 노리지 않더라도, 길게 꾸준히 팔리는 책만 만들어도 매출 목표에 도달할 수 있어요. 베스트셀러 타입이 아닌 사람도 왔으면 좋겠고 그런 책도 우리 영업부가 잘 팔아줍니다."



"판매부수를 가장 큰 기준으로 삼는 편집자든 그렇지 않은 편집자든 다 좋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판매부수밖에 생각하지 않는 건 그다지 건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안 팔리는 책은 곤란하지만, 최소한의 매출 목표를 달성해서 자기만의 장르를 확립하고 그 장르로 일본 최고를 꿈꾸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출처 - http://diamond.jp/articles/-/73462

GRIJOA 편집자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가 보는 일본 작가의 수입

2015. 5. 28. 10:15

"20대에 출판했던 골드러시는 초판을 5만 부 찍었는데, 요즘은 초판 1만 부 전후예요. 이건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극소수의 초베스트셀러 작가 이외에는 모두 초판부수가 적어요. 전철에 탈 때마다 절망해요. 옛날에는 많은 일본인이 문고판 책이나 주간지를 읽었는데, 요즘은 스마트폰만 봐요. 그걸로 전자책을 읽는 것도 아니에요."



"글로 먹고사는 일본 작가는 30명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주 현실적인 숫자라고 생각해요. 같은 작가인 제 친구는 권당 판매부수가 줄어든 것에 대한 대처로 출판종수를 늘렸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많이 양산할 수 없어요. JR우에노 역 공원 출구를 쓰고 신작 가난의 신이 나오기까지 1년 걸렸어요.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작가 중에는 대학, 학원, 문화강좌에서 강의하거나 강연회나 토크쇼를 자주 열어서 원고료와 인세 이외의 부수입에 의존하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강연회를 거의 안 해요. 듣기론 강연회 개런티도 거품기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하더군요. 강연회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작가도 힘들어진 것 같아요.
강연을 안 하는 까닭은 제가 원래 사람들 앞에 서는 걸 힘들어해서 쓰는 일을 선택한 거예요. 다른 일로 돈을 버는 건 생각할 수 없어요. 다만, 한때 소설가를 그만두고 개 훈련사가 되려고 학원에 다닌 적은 있어요. 개를 상대하는 훈련사라면 사람과 얘기 안 해도 되니까요."


"제 연 수입이 많았을 때는 1억 엔 이상, 적을 때는 400~500만 엔이에요. 적을 때도 일본의 평균연봉 정도는 되었는데요. 1억 엔일 때 산 집의 대출금과 유지비가 많이 들어서 수도요금과 전기세도 못 낼 지경이 되기도 했어요. 그 집은 팔려고 내놨고, 4월에 이사할 집은 월세 6만 엔 정도라 앞으로 굶어 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출판사들 자체가 경영난이라서 작가에 대한 대우가 더 좋아지는 건 어렵다고 봐요. 옛날엔 논픽션일 경우, 집필 전에 취재비가 나왔는데, 지금은 작가가 부담합니다. 집필 중에는 수입이 없으니까 경제적인 기반이 없으면 논픽션을 쓸 수 없어요."


"강연회를 열거나 TV에 출연하는 작가를 보고 부러워한 적은 전혀 없어요. 제가 돈을 버는 수단은 쓰는 일밖에 없지만, 돈을 위해서 쓰는 건 아니에요. 작품을 쓸 때는 '그 작품에 대한 봉사'라는 마음밖에 없어요. 저에겐 10년, 20년 계속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출처

http://biz-journal.jp/2015/05/post_10102.html

GRIJOA 소출판시대

표지 디자이너 스즈키 세이이치(鈴木成一)

2014. 12. 4. 14:29

스즈키 세이이치(鈴木成一)는 30년 동안 10,000권의 표지를 작업한 일본의 북디자이너이다. 



책에서 표지 디자인은 얼굴인 동시에 서점에서 독자의 눈길을 끄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의 편집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표지의 비결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불필요한 요소를 떼어 내고 철저하게 책의 개성만 남기는 거죠. 어떤 책이든 그 내용은 새로울 거예요. 그럼 지금까지 나온 책과 뭐가 다른지 파악해서 그걸 남겨야 해요. 그 개성이야말로 사람의 눈길을 끄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스즈키 씨는 일본 출판업계에서 마감을 잘 지키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것도 상습범이다. 완성품에 만족하지 않는 한, 아무리 재촉해도 표지를 내주지 않는다. 일개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대형 출판사를 기다리게 하는, 괴이한 구도를 만든 것은 스즈키 씨의 강한 신념 때문이다.


"아무리 경영이 힘들어도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말이 있어요. 그건 '일 좀 주세요'라는 말이에요. 그걸 말해버리면 일에 아첨이 들어가서 상대에게 계속 휘둘리게 됩니다. 그래서 남에게 부탁받으니까 한다는 스타일을 바꾸고 싶지 않아요.

일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부탁받아서 하는' 게 원칙입니다. 부탁받으니까 하는 거예요. '하고 싶다'가 아니고 '해야 한다'는 감각이죠.

또 하나의 원칙은 본문 원고를 주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아요. 당연한 것 같지만 이 차이는 커요.

표지 디자인은 바로 칭찬받는 일이 드물어요. 설령 '디자인이 좋다'고 칭찬받아도 속으론 기뻐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그 표지의 근거는 어디까지나 책의 내용에 있는 것이고, 표지 자체는 내용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죠.

독자가 '표지 디자인이 좋아서 읽었더니 재미없었다. 표지에 속았다!'고 한다면, 그건 표지가 좋은 게 아니고 나쁜 거예요(웃음).

이상적인 것은 표지가 좋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 한 채 손이 가게 하는 거예요. 그 책이 이미 처음부터 그런 얼굴이었다는 느낌이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잘 팔린 책은 표지도 눈에 잘 들어와요. 그런데 100만 부나 팔리면 편집자 눈은 완전히 맛이 가버려요. 그 표지를 특별하게 보지요. 돈에 눈이 먼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하면 '저 표지처럼 만들어줘' 하고 의뢰해요. 따라 하고 싶은 편집자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표지에서 중요한 것은 뜻하지 않는 발견이에요. 전에 본 적이 없는 것과 만날 때의 놀라움 말이죠. 그런 걸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남의 것을 따라 할 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요."



출처

http://www.nhk.or.jp/professional/2007/0522

http://matogrosso.jp/soutei-47/soutei-47.html


GRIJOA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