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저자가 말하는 출판사, 편집자의 존재 가치

2014. 12. 2. 12:13

일본에서 경력관리나 취업에 관련된 책을 다수 낸 저자 츠네미 요헤이(常見 陽平)의 글


"이건 사람에 따라 의견이 갈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중대형 출판사에서 상업출판으로 나오는 책과, 개인이 아마존 등에서 출판사의 편집자를 통하지 않고 낸 전자책, 블로그 글은 전혀 다른 물건, 전혀 다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같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출판사의 책에는 프로 편집자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책을 만들고 파는 행위에 큰 차이가 생긴다.


혼자서 쓴 것은 혼자만 좋아하는 내용이 되기 쉽다.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는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사고 싶어하는 내용인지는 저자 혼자서 알 수가 없다.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역할이 출판사와 편집자에 있다고 생각한다. 판다는 행위에서도 지명도가 높으면 모를까 개인이 책을 알리고 파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내가 편집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타겟 독자의 기대와 반응을 냉정하게 판단해주는 일이다. 물론 지금은 인터넷 시대이니까 저자가 덧글이나 책의 리뷰를 통해 반응을 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한편으로 치우친 목소리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만 믿으면 안 된다. '실제 독자의 다수는 말을 하지 않는 시민'이다. 아마존이나 각종 리뷰 사이트에 서평을 올리는 사람은 팬 아니면 안티라서 극단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저자에게는 편집자의 시야나 감각이 필요하다. 나는 '이거 재밌나요?' 하고 편집자에게 자주 묻는다. 특히 책을 쓸 때는 몸도 마음도 다 바쳐서 쓰기 때문에 자기가 쓴 것을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원고 마감 기한은 물론, 퀄리티 관리, 무엇보다 방향성에 관해 프로듀스해주는 것이 편집자에게 기대하는 일이다.

그래서 출판사, 편집자는 존재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단, 이것은 출판사, 편집자가 제대로 움직이는 경우이다. 그들이 책을 잘 팔아주거나 프로듀스를 잘해주지 못하면, 출판사, 편집자가 필요없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출판사와 편집자가 앞으로도 남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것은 자기 일을 잘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내가 만난 어떤 편집자는 지금까지 낸 나의 저서를 다 읽고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있었고, 써달라는 책의 내용이 매우 재미있었다.

'강한 기획, 재미있는 기획으로 설득하는 일'은 편집자뿐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맨에게 적용된다고 본다. 당신 기획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기획이 약하고 재미없기 때문이다. 편집자의 의뢰 내용이 재미없으면 답이 없다. 이건 출판사의 지명도와 상관이 없다."


출처

http://agora-web.jp/archives/1594562.html


GRIJOA 편집자

일본의 1인 출판사 이와타쇼인(岩田書院)

2014. 11. 30. 23:44

창업 21년째, 그동안 출간한 책은 825권이나 된다. 한 달에 4~5권, 연간 50~60권의 신간이 나온다. 연매출은 약 1억 2천만엔. 혼자서 달성한 숫자로서는 충격적이다.


일본의 출판사 '이와타쇼인(岩田書院)'은 도쿄 세타가야의 조용한 주택가에 있는 출판사다. 역사와 민속을 중심으로 지리, 종교, 언어 등 다양한 학술서를 출판하고 있다.
이와타쇼인의 대표 이와타 히로시가 1인 출판사를 차렸을 때는 1993년, 44세였다. 그때까지는 '메이초 출판(名著出版)'이라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20년 남짓 보냈다.


"연매출과 연수입을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외주로 맡기는 부분이 있고, 인쇄, 제본, 창고 관리비 등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연수입은 그냥 먹고사는 정도예요."



"특별히 출판사에 들어가려고 했던 건 아닌데, 대학교 교수님이 '메이초 출판에서 한 사람 필요하다고 하는데 갈래?'라고 해서 입사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입사 20년쯤 되었을 때, 창업하신 사장님이 돌아가시고 아드님이 그 자리에 올랐죠. 그보다 나이 많은 저 같은 잔소리꾼은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마흔이 넘은 나이로는 재취직이 힘들어서 독립을 선택했어요."


"출판사명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제 이름(이와타)으로 했어요. 그 뒤에 '서점(書店)', '책방(書房)', '출판(出版)', '서원(書院)' 중 하나를 붙이려고 했죠. '서점'으로 하면 책 파는 서점과 혼동하기 쉽고 '출판'은 너무 흔해서 '서원(書院 쇼인)'을 붙였습니다."


"출판 일은 20년 동안 해서 민속이나 역사 관련 전문서가 몇 년 동안 몇 권 팔리는지 알고 있었고, 혼자서 먹고는 살 수 있겠다고 예측할 수 있었어요.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하면서 경리나 영업 일도 봤기 때문에 출판 일의 흐름을 알고 있었죠. 저는 사람을 잘 다루지 못해서 처음부터 직원을 데려올 생각은 없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범위의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 이상을 욕심내면 매출을 위해 책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이와타쇼인의 책은 민속과 역사 전문서가 대부분이다. 연구자가 연구결과를 학회에서 발표하고 잡지 연재나 논문이 모여서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면 자신의 연구를 체계화할 수 있다. 연구자는 책을 꼭 낼 필요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잘 팔리는 책이 아니라서 여유가 없는 연구자에게는 비용 부담이 크다.


"직원이 많은 출판사에서는 처음부터 100만 엔이 필요하다든가 저자가 100부 사는 조건이 아니면 책을 낼 수 없어요. 우리 출판사는 한 명이니까 손익분기점이 낮아요. 인세 대신 책을 저자에게 드리는 조건으로 논문을 책으로 만들어 드리죠. 400부 찍으면 20부를 드린다든가요."


"발행부수가 적으면 한 권의 단가가 비싸지죠. 그렇다고 너무 많이 찍으면 재고만 많아져서 창고 임대 비용이 늘어나요. 『산토끼의 민속지』라는 책을 낸 적이 있는데요. 산토끼를 연구하는 사람은 드물죠. 그런 종류의 책을 누가 사겠어요(웃음). 교재로 채택되어도 학생 수가 10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집단적 자비출판'이라는 말이 있지요.

전문서나 학술서는 많아야 1000~1500부 찍어요. 사는 사람은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고 연구나 참고를 위해서 책을 사요. 독자가 다음 책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같은 학계 사람이 낸 책을 같은 학계 사람이 사서 회전되니까 '집단적 자비출판'이라고 할 수 있죠. 동업자들이 만든 말입니다만 핵심을 찌르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1년에 6권 내서 600만 엔의 연이익을 내려면, 권당 100만 엔의 이익을 내야 해요. 이건 아주 어렵죠. 하지만 60권을 내서 권당 10만 엔의 이익을 내면 달성할 수 있어요."


"한 달에 4~5권 내는 건 혼자서는 한계가 있어서 제작이나 재고 관리를 외주로 돌렸어요. 그나마 전보다 업무시간이 줄어들었죠. 전에는 새벽 3시에 퇴근해서 아침 7시에 일어났지만 지금은 새벽 1시쯤에는 퇴근합니다. 집에서 20분 정도라서 걸어서 출근하죠. 가족여행은 갔던 기억이 없어요. 집중해서 일을 하다보니 휴가도 잘 쓰지 못해요.

그래도 혼자 일하면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없어서 즐거워요." 


"학회에 가면 책을 사려는 분들이 많이 모여요. 큰 학회에서는 이틀에 100만 엔어치가 팔리기도 해요. 기분이 좋죠. 하지만 안 팔리는 학회에서는 전혀 안 팔려요."


살 사람만 사는 전문서라도 가끔 뜻하지 않는 히트작이 나오기도 한다. 인간이 죽어서 뼈가 될 때까지 9단계를 그림으로 만든 구상도(九相図) 자료집성이라는 8900엔짜리 책은 3쇄까지 찍었다. 일본인의 사생관(死生観)에 관한 역사 연구서 사자의 행방도 신문 서평이 나온 뒤, 4쇄를 찍었다.



"잘 팔리는 책이 가끔 나오니까 책을 낼 수 있지만, 욕심을 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책들이 팔리는 책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요."



"출판문화를 지킨다거나 그런 거창한 것보다는 남에게 의뢰받아 책을 내서 기쁘게 하고, 저는 그걸로 먹고삽니다. 그래서 계속 할 수 있는 거죠. 지금 가장 무서운 건 제가 갑자기 쓰러지는 상황입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저만 알고 아무도 모르죠. 통장의 돈도 뺄 수 없어요. 혼자서 출판을 한다는 건 그런 거예요. 후계자가 없으면 그걸로 끝이죠. 제 아들은 저처럼 되고 싶지 않았는지 공무원이 되었어요. 

'그러고 보니 옛날에 이와타쇼인이라는 출판사가 있었지' 하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면 충분해요."

 


출처

http://wedge.ismedia.jp/articles/-/3698?page=1



GRIJOA 소출판시대

출판사 창업자에게 출판사 대표들이 했던 조언들

2014. 11. 17. 13:14

책 크기는 판형보다 비례에 집중하라

디자인을 배워야 디자이너들의 엄살을 간파할 수 있다

인디자인은 두 달이면 배울 수 있다. 명함은 자기 손으로 만들어봐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똑같이 만들어보면서 배워라

확신이 없으면 디자인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라

안에 있는 내용이 표지에 반영된 표지가 좋은 표지

표지는 나보다 잘하고 감각있는 사람에게만 보여줘라

후가공이 많으면 돈도 많이 들고 재생이 힘들다 가급적 기본으로 해라

마케팅책은 쉬지 말고 챙겨봐라

-비용은 한번 늘어나면 줄이기 힘들지만, 한번 오른 매출은 유지되지 않는 것이 출판이다.

서점으로 나간 책의 30%는 반품이 들어올 수 있음을 전제로 손익 계산을 해야 한다.

국내서는 원고청탁 뒤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2년을 넘기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국내 기획도서를 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획원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번역서를 전진배치해야 한다.

■'출산율 저하 고령화 사회이므로 간병과 복지에 관한 책은 분명히 잘된다'는 식의 시장성에 기반한 생각을 출판에 옮기는 것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라든지 '나이 드신 분을 위해서'처럼 뜻한 바를 향한 집념이 필요하다.

■당장의 시장과 독자의 잠재적인 갈증은 일치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시장의 요구가 아니라 독자의 잠재적인 갈증에 마음을 열어라. 시장이란 독자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차선의 결과이다.


GRIJOA 소출판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