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시대에 살아남는 출판사, 사라지는 출판사

2012. 10. 25. 17:40

런던 전파 사정 2012년 10월 24일자 기사 요약 번역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Fifty Shades of Grey>는 2012년 10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5천만 부가 팔렸습니다. 이 히트는 앞으로 살아남는 출판사의 비즈니스 모델 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애초 이 작품은 트와일라잇의 동인 소설로서 판매된 전자책이었지만, 도중에 랜덤하우스와 베텔스만과 같은 대형 출판사가 판매를 맡아,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마케팅을 했습니다. 두 출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집자와 영업자의 강력한 푸시가 없었다면 단기간에 저만큼 폭발적으로 히트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의 히트로 인해 요즘은 대형 출판사가 동인 작품을 발굴해서 영업과 배본을 대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저자 스스로 동인지를 발행하거나 전자책을 팔아보면 알겠지만, 저자에게 영업과 마케팅은 경험이 없으면 몹시 어려운 일이고 노력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거래처 사람들을 대하는 영업도 힘들지만, 소셜미디어와 검색 엔진을 이용한 마케팅도 어렵습니다. 다양한 전자책 플랫폼에 배포하거나 판매를 관리하는 것도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편집자 타케쿠마 켄타로 씨가 '출판 책임의 대행자로서 출판사는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출판사가 변호사 같은 역할을 하고 저자가 출판사를 고용하는 형태가 된다'고 말했지만, 출판 책임과 변호사 등의 역할에 더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마케팅 기획이라는 역할이 있습니다. 전자책 시대에 살아남는 출판사는 출판사라기보다 디지털 매체에 강한 미디어랩(광고대행사)과 같은 회사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 http://wirelesswire.jp/london_wave/201210240525.html


GRIJOA 전자책

밀리언셀러 제조기 겐토샤 대표 겐죠 토오루(見城 徹)

2012. 10. 23. 18:40


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명편집자 출신인 그의 이름을 일본 출판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처음 입사한 출판사에서 처음 기획한 책이 38만 부를 기록했고 1975년에 출판사 카도카와 서점에 입사해서 나오키 상 수상 작품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냈습니다. 1993년 출판사 카도카와 서점 대표직을 그만두고 겐토샤(幻冬舎)를 차렸는데, 여기서도 <1리터의 눈물>, <영원의 아이>, <13세의 헬로워크> 등 밀리언셀러를 다수 냈습니다.



"'저런 수준 낮은 책이 잘 팔려봤자지'

일본 출판계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가 만든 책이 팔리지 않는 것에 대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아요. 히트한 책은 존중해야 합니다. 붐이 된 책은 모두 옳다고 생각해야 진정한 비즈니스에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 대중을 내려다봐서는 안 됩니다. 그런 오만한 자세를 버리지 않는 한, 히트작을 만들 수 없습니다. 히트한 책이 있으면 저는 나름대로 분석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 책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 책에는 내가 모르는 가치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그 책을 재미있다고 느낄지 말지는 단순한 주관입니다. 잘 팔린 것은 틀림없는 현실이죠. 현실은 주관에 항상 이깁니다. 무의미한 자기긍정은 버려야 합니다. 비즈니스맨은 '팔린다'는 사실을 늘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카도카와에 다닐 때는 1년 베스트 10에 들어가는 책 중 8권을 제가 만들었는데요. 이런 책들을 내서 제가 노린 게 뭐였느냐면 무명의 필자, 인기 없는 저자의 책을 만들어도 회사가 아무 소리 못 하게 하는 것이었어요. 안 될 것 같은 기획, 인기 없는 저자나 무명의 필자를 제가 프로듀스해서 성공시키고 언론과 세상의 주목을 받게 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그런 성공을 헌 신짝처럼 버리고 새로운 무명의 필자를 발굴하러 가는 것이 제 편집자로서의 미학입니다. 이걸 항상 하고 싶습니다."


"출판이라는 것은 마지막까지 남는다고 봐요. 저는 종이와 활자는 인간의 생리에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하니까요. 바뀌는 것은 유통과 정보뿐입니다.
100마리 양이 있다고 하면 100마리 양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것은 법률과 경제, 정치, 도덕이지만, 표현이라는 일은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양 한 마리의 내면을 비추는 것입니다."


"인맥을 만들려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단지 제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기획,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노력을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고생해도 괴롭지 않으니까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강연회, 교류회에는 가지 마세요.

내 인생은 나만의 것입니다. 내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똑같이 살 수 있을 리 만무하죠. 강연을 듣고 자기 인생을 바꾸려는 생각은 남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강한 것입니다. 인생이란 압도적인 노력을 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남의 이야기에서 무언가를 얻어 비즈니스에 쓰려는 생각 자체가 안일한 것입니다. 교류회도 똑같습니다. 사람과 사람은 필연성에 따라 만나는 것입니다. 교류회라는 이름 아래 모여서 명함을 교환한들, 거기서 무엇이 나올까요. 전혀 쓸데없는 짓입니다."


"창업하고 싶지만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구요? 그런 사람은 창업을 포기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회에서 일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봅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일은 있지요. 예를 들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분야에서 무언가를 세우면 될 것이고 화려한 세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연예계에 들어간다든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노력을 하면 됩니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노력할 수 있고, 계속할 수 있을 테니까요. 먼저 자신이 감동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세요. 감동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성공하는 비결 같은 건 원래 없고, 고생과 어려움이 없는 곳에 전진은 없습니다. 저는 옛날부터 '빈축은 돈을 내서라도 사라', '살얼음은 스스로 얇게 만들어서 밟아라', '척척 진행되는 일은 의심해라'고 말했는데 불가능한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그 일을 향해 노력하면 성공합니다. 그래서 정말로 성공하고 싶다면 불가능하다, 무모하다, 힘들다고 모두가 말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그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 일을 위해 압도적인 노력을 하는 것. 그것밖에 성공의 길은 없습니다."




겐죠 토오루의 말

"쾌락을 동반하지 않는 활자는 필요 없다."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자가 무모한 일을 하지 않으면 대체 뭐가 바뀌는가."


"기회는 '지금이 기회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그때가 기회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기회다."


"누구나 귀찮은 일은 피하고 싶어한다. 그 일을 해야 평범함을 벗어나는 길이 열린다. 가시 돋친 길을 한 발씩 나가지 않고서는 성공에 다가갈 수 없다."


"'운이 좋았다'는 말은 겸손한 당사자만이 써야 한다. 결코, 남을 이렇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은 사고를 정지시키고 노력을 하지 않고 성장을 멈추게 한다."


"정도(正道)를 걸어온 인간만이 정도를 넘어서는 일을 할 수 있다. 기본과 싸우지 않고 지름길을 가려는 녀석은 대부분 실패한다. 겉만 번지르하고 근본이 없으니까. 뛰어난 일을 하고 싶으면 기초를 철저하게 배워야 한다."


"망설여질 때는 그만두라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정반대다. '망설여질 때는 앞으로 나가라' 이것이 내 신조다."




출처

http://www.earth-words.net/human/kenjyou-tooru.html

http://www.henshusha.com/interview/010-01.html

http://case.dreamgate.gr.jp/mbl_t/id=415

http://bukupe.com/summary/5247

GRIJOA 편집자

전자책 유통사가 출판에 뛰어드는 걸 좋게만 볼 수 없는 까닭

2012. 10. 23. 11:03

전자책 유통사에서 출판을 직접 하는 건 예상된 일이지만, 다음과 같은 점이 우려된다.


1) 잘 안 된다 싶으면 접으면 그만이다. 출판이 잘 안 되어도 유통사는 원래 하던 거 하면 된다. 그거 망한다고 유통사가 망하진 않는다. 절실하지 않다.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 책 한 권 한 권에 온 힘을 쏟는 출판사와는 절실함이 다르다.


2) 다른 출판사의 전자책보다 유통사가 만든 전자책을 민다. 당연히 남의 책보다 자기 책이 중요하니 메인 페이지 좋은 위치에서 노출을 많이 한다. 그런 노출 강점을 이용해서 저자를 회유한다. 기획 능력이 부족한 전자책 출판사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책을 잘 팔아주는 도우미 역할에서 벗어나 출판사 몫까지 뺏어가려고 하니 충돌이 불가피하다. 마치 대형 마트와 영세 상인들 싸움과 닮아있다.


3) 유통사가 책을 보는 시각은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다. 그러려면 최대한 빨리 많은 종수를 확보하는 게 최우선 목적이다. 지금처럼 전자책 시장이 좁은 상황이라면 더 많은 종수가 필요하다. 그걸 빨리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책 한 권에 들이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완전히 제로부터 기획해서 원고를 다듬고 저자, 디자이너와 소통해서 책을 내는 느긋한(?) 일은 하기 어렵지 않을까. 


저자한테 받은 원고를 다듬지도 않고 소통도 안 하고 빨리 전자책으로 변환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저자 역시 그런 곳에 자기 원고를 맡기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유통사는 소설 분야처럼 별로 손을 안 대도 되는 원고를 찾아서 그 과정을 최대한 생략해서 빨리 내고 싶어할 텐데 소설이라도 최소한의 손길은 필요하다.


단순히 유통사가 편집자를 고용한다고 해서 유통사 마인드가 출판사 마인드로 바뀌진 않는다. 좋은 책을 만들기보다는 돈이 되는 방법, 출판사한테 콘텐츠 주십사 안 하고 어느 정도 독립할 방법을 찾은 게 직접 출판이니 고용된 편집자나 디자이너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다.


출판사 역시 비슷한 생각으로 출판하는 곳이 일부 있다. 매출 만들기 위해 무조건 책을 많이 내는 상황은 영업 논리가 앞선 출판사에서 편집자가 흔하게 겪는 상황 아닌가. 일반 단행본 기준으로 1년에 한 사람이 20권이고 30권이고 막 내는 책들이 정상적일 리 없다. 유통사에 고용된 편집자나 디자이너라면 그런 마인드 아래서 일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 그보다 더한 상황을 겪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좋은 책, 필요한 책을 기획할 수 있을까. 많이 계약해서 빨리 받고 많이 내는 시스템의 일부가 되기 쉽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독자가 그렇게 만들어진 책을 과연 좋아할까 하는 점이다.


슛을 남발하다가 겨우 한 골 넣는 식으로 어쩌다 전자책 한 권이 대박 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출판의 의미'가 빠진 유통사의 직접 출판 사업이 얼마나 오래갈지, 그것이 출판계와 독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GRIJOA 전자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