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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12.09.28 --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가 말하는 편집자의 중요성
  7. 2012.09.28 -- 좋은 편집자란?
  8. 2012.09.28 -- 무라카미 류가 소개한 '편집자'라는 직업
  9. 2012.09.27 -- 미시마샤 대표 "출판 불황 따위는 없다!" 1
  10. 2012.09.27 -- 지유가오카의 원점회귀 출판사 미시마샤 대표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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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2012.09.27 -- <FREE> 일본판의 마케팅
  13. 2012.09.27 -- 출판사가 전자책 사업을 시작할 때 마음가짐
  14. 2012.09.27 -- 전자책이 편집자에게 주는 세 가지 영향
  15. 2012.09.27 -- 전자책은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
  16. 2012.09.24 -- 다람쥐 쳇바퀴 출판
  17. 2012.09.24 -- 전자책이 종이책을 이길 수 없는 다섯 가지 포인트 - John C Abell 3
  18. 2012.09.24 -- 1인 출판사 좌충우돌 분투기 - 책공장더불어 김보경 대표
  19. 2012.09.24 -- 부끄러움의 심리 - 수줍어하는 사람은 상처 받는 것이 두렵다. 2
  20. 2012.09.24 -- 마즈 (Mars) - 70년대 SF만화 5
  21. 2012.09.24 -- 리더의 처세술
  22. 2012.09.24 -- 회사 경영의 목적
  23. 2012.09.24 -- 외모 따위!
  24. 2012.09.24 -- 남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도 사랑하지 못한다.

고전 콘솔 게임 카탈로그 책자들

2012. 10. 1. 18:17

우리나라에는 시장 크기상 나오기 어려운 책들이지만, 역시 일본은 게임의 나라답게 이미 흘러간 게임들을 정리한 책자가 다수 나와 있다. 보고 있으면 '아! 이 게임!' 하고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책들이다.

패미・컴플리트 (산사이북스, 2003)



상하권 구성으로 패미콤으로 발매되었던 모든 게임이 오십음도순으로 정리된 책이다. 가격은 무려 4,381엔... 그러나 일본에서 발매되자 금세 절판이 되었고, 재판 예정도 없는 듯하다. 현재는 일본에서도 구하기 어려운데, 중고책 시장에선 값이 몇 배로 뛰었다고 한다.

1983년에 패미콤 롬팩 제1호로 발매된 동킹콩부터 1994년 고교명인의 모험도4까지 무려 1,249개의 패미콤 게임이 롬팩과 디스크드라이브판 모두 실려 있다.

 


페이지 대부분이 올컬러이며, 게임은 한 페이지에 4개씩, 종이 케이스 표지와 롬팩의 그림, 타이틀 화면, 게임 화면, 간단한 게임 소개로 구성되어 있다. 권말에는 패미콤 게임의 묘수와 주변기기들이 소개되었다. 패미콤 게임을 정리하는 최고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GB1236 타이틀 완전 카탈로그 (아스펙트무크, 2005)

 

게임보이만을 다룬 책자는 구하기 어려웠는데, 그나마 나와줘서 기뻤다. 게임보이로 발매된 1,236개의 게임타이틀이 발매연도별로 실려 있다. 패미・컴플리트와 견주면 판형과 글씨가 작아 읽기 힘들고, 게임의 케이스 사진이 실려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2008년에 판형을 키운 개정판이 나오기도 했다.



세가 컨슈머 히스토리 (엔터브레인, 2002)

세가가 만든 게임기의 역사와 주요 게임들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는 책이다. 8비트 게임기인 SG1000부터 세가마크3, 게임기어, 메가드라이브, 메가시디, 드림캐스트까지 게임기 사진과 주변기기, 주요 게임들이 실려 있다.

특히 하드웨어 사진들은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어 게임기 자체에 흥미가 있는 사람한테 좋다. 하지만 한 권에 세가 게임기의 게임 모두를 담기에는 지면이 모자랐는지 모든 게임이 다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개발자 인터뷰도 실려 있다.

 


ALL GAME CATALOG '93 (제우미디어, 1993)


게임챔프를 발간했던 제우미디어에서 나온 책. 90년 11월 21일부터 1993년 8월까지 나온 슈퍼패미콤용 게임 400여 종이 게임 사진과 함께 장르별로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게임 소개 글들이 일본어 번역 냄새가 풍긴다. 아마도 일본 것을 그대로 번역만 해서 낸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당시에는 일본 잡지사들의 허락도 안 받고 번역해서 기사나 책을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도 그런 쪽에 속한다.

각 게임에는 명인의 평가 점수가 매겨져 있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수도 있었다. 제본 상태가 좋지 않아 금방 너덜너덜해진다.



'93 슈퍼패미콤 게임연감 (미래시대, 게임월드 1993년 9월호 부록)



게임월드 9월호 별책부록. 부록이라 두께가 얇고 게임 수도 제우미디어 것보다 적다. 역시 일본 것 그대로 낸 것 같다.


슈퍼패미콤 1432 에뮬레이터 완전가이드 (마이웨이출판, 2005)


슈퍼패미콤 에뮬레이터가 CD로 제공된다. 책 표지에 '죽을 때까지 놀 수 있는 고문적 볼륨!!'라 쓰여 있다.

에뮬레이터 사용법이 실려 있으며, 슈퍼패미콤의 게임 1,432개가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다. 젤다의 전설, 파이날 판타지 같은 명작은 한 페이지를 다 할애해서 소개하고 있다. 권말에는 게임의 버그 모음과 슈퍼패미콤으로 나온 야한 해적판 게임들이 소개되어 있다.



超패미 1445 타이틀 완전망라 에뮬레이터북 (아스팩트무크, 2004)


위의 책과 비슷한 구성이다. 에뮬CD가 부록이고, 좀 더 많은 슈퍼패미콤 게임 1,445개가 소개되어 있다. 글씨가 작아서 읽기가 좀 피곤하다.



메가드라이브 大全 (오오타 출판, 2004)

 


메가드라이브의 모든 게임이 실려있다. 부록으로는 제네시스 게임기 모형인데 조잡하다. 책에서는 약간의 오탈자가 있는 것이 아쉽다. 하지만 메가드라이브 게임을 모두 소개한 카탈로그 책자는 이 책이 유일하다.



에뮤카탈로그 네오지오&원더스완편 (미디어웍스, 2006)


에뮤카탈로그는 네오지오와 원더스완의 게임이 소개되어 있는데, 흑백인 점이 아쉽다.


GRIJOA

일본 베스트셀러 편집자 인터뷰

2012. 10. 1. 17:10

토키와 아유꼬 (다이아몬드샤)

"제 도서 기획의 원칙은 '내가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는데, 그게 팔린다는 이유로 기획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요즘은 이런 주제가 통한다', '이 사람 책이 잘 팔린다'는 말을 들으면 아무래도 흔들리게 되지요. 하지만 자기 스스로 정말 좋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세상의 트랜드만을 좇아서 세운 기획은 결국 좋은 책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팔릴 것 같다'는 것만으로는 제 안에서 책을 만들고 싶은 동기가 생기지 않아요."


가토 사다아키 (Piece of Cake 대표, 전 다이아몬드샤)

"편집자에게 중요한 것은 '표현'에 마음 써야 한다는 겁니다. 알기 쉬워야 하고 독자에게 나쁜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책을 컴퓨터 전문가가 쓰면 아무래도 위에서 독자를 내려다 보는 듯한 글이 되기 쉽습니다. 그렇게 되면 독자는 지식을 얻더라도 기분은 나쁠 수 있지요.

신입 시절, 상사가 그런 부분을 매우 중요하게 보는 분이라 원고를 정말 많이 고쳤어요. 알기 쉬우냐 아니냐뿐 아니라 이렇게 하면 읽는 사람이 기분 나쁜 느낌을 받지 않을까 하는 시점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원고를 읽을 때 한 문장 한 문장 마음 쓰려고 해요. '이건 알기 어려워, 이건 기분이 나빠져, 더 밝은 표현은 없을까' 하고요."


요코타 노리히코 (PHP연구소)

"편집자가 되고 싶은 사람 중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요. 하지만 잘 팔리는 책을 만들어야 하는 관점에서 보면,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쩌면 편집자의 적성과는 관계가 없을 수도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사는 책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사는 책은 좀 다릅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만 읽는 사람이 베스트셀러를 만들 수 있냐 하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책을 사랑한다'는 정열을 가진 사람보다 냉정한 시점을 가진 사람 쪽이 잘 팔리는 책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시미즈 아츠시 (미카바쇼보)

"베테랑 교정자에게 '교정자의 능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대답은 '교정자의 능력은 빨간색 수와 정비례한다'였습니다. '같은 원고를 읽어도 우수한 교정자가 읽으면 빨간색이 많고, 그렇지 않은 교정자가 읽으면 빨간색이 적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하지만 완성도 높은 원고는 교정자의 우열에 상관없이 빨간색 수가 적지 않나요?' 하고 물었더니 '우수한 교정자는 고칠 곳을 찾아내고 만다'는 겁니다.


그다음에 '편집자의 능력은 어떻게 알까?'란 질문을 받았습니다. 답은 '편집자의 능력은 의견 수에 정비례한다'였습니다. '그렇구나!' 했죠. 기획에 대한 의견, 제목에 대한 의견, 저자에 대한 의견, 표지에 대한 의견 등등 의견의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 뒤로는 개선점을 하나라도 더 찾아서 의견을 많이 냈습니다.


저는 편집자의 의견이 '책을 만드는 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기점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정하는 것은 편집자만이 아닙니다. 이상적인 책 만들기는 저자, 상사, 동료, 디자이너 등등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담당 편집자가 가장 중심이 되고 장인의 고집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의견을 많이 내야 하죠."


"편집자에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내 의견을 관철할까'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독자를 기쁘게 할까'입니다. 그래서 반대 의견을 들으면 저는 제 의견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기도 합니다. 타당한 의견,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의견을 받아들였을 뿐이죠. '독자를 위해 반대 의견도 받아들이는 사람'이야말로 독자와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요츠모토 쿄코 (겐토샤)
"책에서 제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라고 보는데요. 100%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목만 눈에 띄고 내용은 없는 책은 논외지만, 그 이전에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제목이 별로면, 독자가 책을 잡지 않아요. 그렇게 되면 그 책도 존재의의가 없으니 슬프죠. 그래서 최근에는 제목이 100%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가능하면 제목을 기획 단계에서 정하려고 합니다. 원고를 쓰기 전에 정하는 편이 컨셉이 흔들리지 않고 메시지가 명확해지니까요. 물론 원고를 쓰기 전에 결정되지 않거나 책 인쇄 직전까지 계속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자와 제목을 함께 결정할 때는 저자가 이 제목 어떠냐고 했을 때, 속으로는 별로라고 생각해도 친하지 않으면 말하기 그렇게 어렵죠. 신뢰관계가 생기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좋은 제목이 나오는 일도 있습니다.


저자와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가능하면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합니다. 저는 의견을 서로 나누는 것이 좋아서 제목 정하는 일만을 위해 3번이나 저자를 만난 적도 있어요. 바쁜 분과는 물론 메일로 하지만 메일은 마음을 전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서요. 말로 하면 금방 끝날 걸 메일로 하면 복잡해지는 일이 많습니다."


"베스트셀러의 공통점이라면 새로운 시점과 타이밍이 아닐까요. 참신한 시점과 사고방식, 가치관을 제시하지 못하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타이밍도 매우 중요해요."


미야고 유코 (미술 출판사)
"제 기획의 출발점은 디자이너분들의 '고민'입니다. 취재를 해보면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일과 업무상의 고민을 듣게 됩니다. 그것을 해결하는 책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고 디자이너들에게 힌트를 얻습니다.
예를 들어, 디자이너가 독립하려면 알아야 할 것들이 많잖아요. 사무실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계산서를 어떻게 적는지, 어떻게 영업을 하는지 등이요. 그런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도 없고 동종업자에게 묻기도 어렵습니다. 이를 정리한 책이 '크리에이터를 위한 독립 가이드'입니다."

"최근 전자책의 레이아웃이 마음에 걸리는데요. 전자책에서는 아직 디자인 제약이 있어서 종이책 그대로 디지털화해서 모니터로 읽으면 읽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줄 간격을 좀 더 주는 편이 좋을 수도 있고, 기기마다 최적의 레이아웃이 바뀌지요.

가장 좋은 레이아웃은 독자가 레이아웃을 의식하지 않고 기분 좋게 술술 읽을 수 있는 레이아웃입니다. 그래서 독자분들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전자책을 만들 때 기술자, 디자이너, 편집자가 함께 논의해서 읽기 편한 레이아웃을 궁리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전자책으로 만들면 좋은 원고는 전자책으로 만들고, 종이책일 필요가 있는 원고는 종이책으로 만드는 식으로 양극화된다고 봅니다. 종이책은 줄어들지 모르지만, 반대로 '이 편집자, 디자이너, 인쇄소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종이책'이란 강점이 있으면 살아남을지도 모릅니다. 디자인 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팔리니까요. 부수는 적지만 그런 환경에서라도 인쇄와 출판업계가 돌아가면 된다고 봅니다."


다카하시 토모히로 인터뷰 (선마크 출판)

"Q 기획을 할 때 어떤 점에 주목하나요?
주변 사람을 관찰하거나 자신을 보면서 '고민'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체중이 늘었다', '남자친구가 없다', '말을 잘 못한다', '건강이 불안하다'처럼 사람은 누구나 고민이 있고 의외로 남들도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합니다. 즉, 넓고 깊은 '고민'을 주제로 책을 만들면 광범위한 독자를 구매층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책'이 적성에 맞아요. 그만큼 '고민이 많은 인간'이라는 거죠."

"Q 제목을 잘 짓는 비결이 있나요?
제 개인적인 의견이고 조금 매니악한 이야기인데요. 제목의 종류는 크게 2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가령 '체온을 올리면 건강해진다'는 제목은 '결론'을 잘라 말하고 있지요. 한 문장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전부 제목에 집약한 패턴입니다. 반면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이란 제목은 메시지의 결론이 아닌 메시지의 '출발점'을 나타내고 있어요. 이 두 가지를 구분해서 쓰고 있습니다.

이를 저자와 기획의 방향이 맞는 시점에서 결정합니다. 구체적으로 나온 제목을 이번에는 소리로 생각합니다. 걸어가면서 소리로 생각하고 좋은 게 떠오르면 메모합니다. 그걸 반복합니다.
좋은 타이틀을 발견하는 건 '운'에 달려있습니다. 아마 발견 못 하고 책을 내는 편집자도 꽤 많을 거예요. 참고로 '병 안 걸리고 사는 법'이란 제목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건 결국 뭐야?' 하는 사장님의 질문에 '병 안 걸리고 사는 법 아닐까요?' 하고 대답한 게 그대로 제목이 되었습니다."

"Q 히트작을 내는 법칙은 뭘까요?
그걸 알면 고생 안 하고, 반대로 재미도 없겠죠. 잘 팔리는 법칙은 아니지만 저는 '친숙한 주제이면서 극단적인 의견'을 본능적으로 찾습니다.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상식과 정론에 대해 '과연 그럴까?' 하는 의혹이 가끔 머리에 떠오릅니다. 그래서 비상식적인 이견이나 극단론을 가진 저자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어요. 그 비상식적인 주장 속에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칠만한 말이나 논리를 발견했을 때 무작정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 주장이 플러스 에너지를 줘야 한다는 게 전제가 되어야겠지만요."


"친숙한 주제... 예를 들어 다이어트, 건강, 영어 등의 장르는 많은 저자가 있지만 그만큼 비슷한 내용이 책이 넘쳐나고 경쟁이 심합니다. 그 시장에 다른 책과 비슷한 책을 내봤자 이길 수 없고, 만드는 저도 재미가 없어요. 책이란 어느 쪽이든 한쪽으로 치우쳐있어야 하고 '이렇게 말할 수 있고, 저렇게도 말할 수 있다'는 책은 안 된다고 봅니다."


"책이란 '저자의 생각이 정제된 결정'이며, 그 책이 가지는 메시지는 단 하나여야 합니다. 저희 사장님이 자주 하는 말씀이지만, 빨강인지 파랑인지 확실히 해야 합니다. 책의 색깔은 한 가지 색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책의 맛은 여러 개가 좋습니다. 단순히 달기만 해서는 안 되고 씹으면 씹을수록 여러 가지 맛이 나오는 거요. 읽을 때마다 다채롭고 복잡한 맛을 즐길 수가 있는.. 그런 책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이누마 카즈히로 (다이아몬드샤)

"많은 편집자가 착각하는 것은 '독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주로 서점에 가거나 신문, 잡지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바보인 저를 포함해서 이른바 '일반 대중'은 '서점' 따위 거의 안 가요. '서점'이란 곳은 아주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90%이고 저처럼 30대 바보나 일반 대중은 보통 편의점이나 가고 말아요. '서점'에는 목적이 있을 때만 어쩌다 가는 정도죠. 그러니까 진짜 일반 대중의 니즈를 파악하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전철 같은 곳이 좋아요.

전철 안은 남들의 대화를 엿들어도 혼나지 않지요. 어떨 때는 바로 옆에서 여고생이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거나 샐러리맨이 술 취해서 상사와 부하 험담을 하는데요. 아주 현장감 있는 대화를 마음껏 엿들을 수 있습니다. 이 대화 내용은 독자의 니즈를 아는 데 도움이 됩니다. 대화 내용을 그냥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관심을 두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 사람이 진실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자기 안에 축적합니다. 그러면 세상의 현상을 읽을 수 있고 이것이 잘 팔리는 책을 만드는 힌트가 됩니다. 독자는 편집자에게 이런 책 만들어달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이런 독자의 소리를 구체화할 때 베스트셀러가 나옵니다."


"제가 저자에게 원고를 의뢰하는 경우에는 일러스트레이이터로 60% 완성한 표지를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갑니다.

기획서보다 저자를 이해시키는 게 빠르기 때문입니다. 독자들도 서점에서 책을 살 때 책의 표지를 보고 살지 말지 정하잖아요. 저자도 표지를 보고 쓸지 말지 결정하는 게 이해도 빠르고 이미지를 잡기 쉬워요. 저자한테 표지를 보여주면서 "선생님, 이 표지로 된 책을 내고 싶으세요" 하고 말할 뿐입니다.
영업자들에게 설명할 때도 표지를 보여주는 편이 이해가 빠르죠.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표지를 먼저 만들어 보여줍니다. 물론 60% 완성도니까 나중에 시간을 들여서 100% 버전을 만듭니다."


사토 유카 (스바루샤)
"신입 때는 좀 건방져서 상사한테 "저는 ~라고 생각해요", "그건 이상합니다!" 하고 일방적인 주장을 했지요. 저자한테도 아무렇지 않게 제 생각을 강요해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어요.
그 자세가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요. 원고의 어떤 표현에 대해서 "이 표현은 ~한 느낌을 받습니다. 다른 표현으로 바꿔주실래요?" 하고 저자에게 말했는데, "당신 느낌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독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구!"하고 야단맞았습니다.

그래서 깨달았죠. 중요한 건 '제'가 아니라 '독자'라는 걸요. 저는 자신을 독자의 대표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제 생각을 관철하는 데만 급급해서 저자가 정말로 전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시대의 '병적인 것'이 무엇이냐, 그것을 바꿀 방법은 없는가' 하는 시점입니다. 가령. 일본은 다른 나라에 견주어 자살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자살한 사람뿐 아니라 그 가족들도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서 살게 됩니다. 때로는 아예 살아갈 기력을 잃어버리기도 하죠. 왜 이런 비참한 상태에 빠지는가, 어떻게 하면 그 현상을 바꿀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미래에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까. 편집 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작지만, 그 일익을 담당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이 무의식적이지만 여러 기획의 뼈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자기계발서를 만들 때는 자신 안에 있는 '병적인 것'을 가만히 관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어떤 특징이 있는 사람을 관찰해서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생각하면서 기획의 재료를 찾습니다.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강연과 세미나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많지만, 지금까지 성공했던 기획의 대부분은 보통 자신 안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라난 '병적인 것'을 언어로 표현했을 때입니다."


"독자가 원하는 것은 정리정돈이 아주 잘된 책이 아니라 내일부터 자신이 어떻게 변할지 '리얼한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책, 에너지를 주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호시바 유미코 (Discover 출판사 대표)
"편집자는 자기 재능을 끌어내서 책을 만들고 원하는 사람에게 전하는 것이 역할입니다. 튀고 싶어하는 사람은 편집자와 맞지 않습니다."

"편집자는 창의성보다 먼저 바른 우리말을 쓰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상적인 책 기획은 컨셉과 타이틀을 먼저 결정하고 저자를 찾는 것입니다."


카키우치 요시후미 (세카이샤 신서 편집장)

"독자에게 향하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거짓말이에요. 자신을 대상으로 하면 독자는 따라옵니다. 겐토샤 대표가 '위화감이 있는 곳에 오래 서있어라'고 하는데, 그게 맞아요. 불만이 있을 때가 기회입니다."


"저는 초보자의 프로로 있으려고 해요. 지금 법학 책을 만들고 있는데요. 저자하고 1년이나 얘기하다 보면 저도 다 안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는 상태에서 책을 만들어 버리니까 그 책이 필요한 독자에게는 통하지 않아요. 그래서 처음 원고를 읽을 때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나 궁금한 것은 메모해둡니다. 처음 읽었을 때 느낌은 아무래도 잊어버리니까요."

 

 

출처 - http://www.henshusha.jp/?cat=3

GRIJOA 편집자

어학서 편집자의 두 부류

2012. 10. 1. 16:33

어학서 편집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독학용 어학서 편집자와 강의용 어학서 편집자. 외국어를 잘하면 어떤 어학서든 편집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두 분야의 일하는 방식이나 발상은 아주 다르다.


강의용 어학서는 독자가 수강생들이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강생들이 자기가 공부할 책을 고르지 못한다. 채택 권한은 강사(또는 더 높은 사람)에게 있다. 그러니 '강사가 강의하기 편한 책, 선호하는 책'이 가장 큰 기준이 되고 영업도 강사, 학원장, 교수에게 집중된다. 이 '강사가 강의하기 편한 책'이란 곧 '익숙한 것'인지라 편집에선 가장 보편적인 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괜히 창의력 발휘한다고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것을 시도하면 익숙함에서 벗어나서 경력 있는 강사들에게 외면받기 쉽다.


좋은 점은 채택권한자와 얘기가 잘 되면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다는 거고, 나쁜 점(?)은 창의력이 충만한 편집자에게는 일이 다소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거다. 강의할 과목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획이 상자 안에 갇힌 느낌이라고 할까. 창의력보다는 정확함과 교정 능력이 더 우선되는 분야다.


반면, 독학용 어학서는 학습자에게 직접 선택받는 책이라 학습자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기존의 교수법에 연연하지 않고, '학습자가 보기 편하고 쉬워 보이는 것'이 우선시된다. 그래서 같은 원고라도 편집자와 디자이너에 따라 각양각색의 책이 나올 수 있다. 새로운 학습법을 결합하거나 아예 만화나 소설로 구성하는 등등, 창의력이 발휘해야 할 곳이 정말 다양하다. 다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서 잘 팔리는 건 아니다. 이미 어느 정도 채택 약속을 하고 들어가는 교재와는 달리 판매량을 가늠할 수 없어 전혀 안 팔릴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다.


모험심 있고 기획을 하기 좋아하는 편집자라면 독학용 어학서, 기획보다는 외국어의 교정과 안정적인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 편집자라면 강의용 어학서 쪽을 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건 어느 한쪽에 오래 머물면 나머지 한쪽에 감이 떨어진다는 거다. 비슷한 분야라도 그 안에서 선택해야 한다.

 

 

GRIJOA 편집자

기획하는 편집자

2012. 10. 1. 16:17

어느 정도 한 사람 몫을 하는 단행본 편집자라면 위에서 시키는 책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고 받기만 하는 건 좋지 않다. 책 편집자는 자기가 기획하고 만들어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편집자지, 남이 기획한 걸 받아먹기만 하면 그건 반쪽 짜리 편집자라고 생각한다.


남이 하라고 해서 진행한 책은 아무래도 애정이 덜하다. 게다가 해당 기획자가 자꾸 간섭하게 되면, 그게 작은 거라도 점점 그 책에서 멀어지게 만들고 편집의 공력이 달라진다. 책이 잘 되더라도 처음 기획을 했던 사람에게 더 많은 공이 가는 구조라면 더더욱 마지못해 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 자꾸 간섭을 받으면 '그럼 니가 하든지' 하고 말하고 싶어진다.


남의 기획을 받아서 만들면 책이 잘 안 팔렸을 때의 책임도 덜 수 있어서 부담이 크지 않다. 그렇지만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니 얻는 것도 딱 그만큼이다. 늘 이러면 더 도전하지 않고 기획력이 없는 편집자가 되기도 한다. 그 결과, 출판사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입지는 좁아진다.


아예 기획할 기회를 안 주는 출판사라면 마인드를 바꿔서 내 책이라고 암시를 거는 방법이 있다. 대신 시작하기 전에 아예 '이제부턴 제 일이니 간섭하지 말고 저를 믿고 맡기라'고 선을 긋는다. 그마저도 안 통하면 재미없는데 뭐하러 편집자 같은 걸 하고 있을까.

 

 

GRIJOA 편집자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가 말하는 전자책 시대

2012. 9. 28. 16:38

"언젠가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5대5가 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오겠지요.

전자책 단말기가 유행해서 모든 사람이 단말기를 갖게 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 정도 보급이 되어서 도시 인구의 20~30%가 갖게 되거나 주위 사람이 가지고 있는 때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출판사는 전자책을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출판사, 도매상, 서점이 지금처럼 벽을 쌓고 있다가 타업종에서 만드는 전자책이 점점 늘어나면 벽 너머에 있던 쪽은 무너지고 맙니다.

예를 들어 우수한 편집자가 작가와 손을 잡고 편집 프로덕션을 차려서 콘텐츠를 기존 종이책 출판사가 아닌 전자책 만드는 업체로 팔 수도 있습니다. 또는 출판사 내부를 판매 부문과 편집 부문으로 나눈다면, 편집 부문은 종이책과 전자책 양쪽에서 돈이 들어오니까 괜찮지만, 종이책 판매 부문은 갈수록 쇠퇴하게 되지요.

전자책 서점은 100만 타이틀이 있으면 1년에 종당 2권씩 팔려도 200만 타이틀은 팔리니까 충분히 돈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 저자와 출판사가 만든 책이 1년에 2권 팔린다면 먹고살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아주 큰 문제라서 생각해야 합니다.

전자책을 출판사가 하고 저자가 거기에 응해서 성공하게 하려면 지금까지 출판사가 해온 종이책 마케팅 방법으로는 절대 부족합니다. 플러스 알파가 필요합니다.
이 플러스 알파라는 것은 방대한 상품 중 하나를 손님의 눈에 들게 하고 파는 홍보 방법입니다.

전자책이 보급되면 될수록 안목이 있는 MD와 많은 팬을 가진 서평가들이 전자책 시장에 흡수될 겁니다. 그 사람들이 책을 추천하는 코너가 생기겠죠. 아마존에서 페이스북의 정보를 수집해서 책을 추천하는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면 골프 책을 추천하거나 친구가 어떤 책을 좋아하면 친구가 이런 책 좋아하는데 선물하면 어떨까요? 하는 시스템이지요. 

이것은 결국 수동적인 책 선택이고 개인정보 노출, 정보조작의 우려가 있으나 전자책에서는 손님을 끄는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합니다."

"출판 시장이 종이책과 전자책이 5대5가 되더라도 5+5가 10이 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종이책이 5이고 전자책이 8이라면 13이 되지요. 조금 자화자찬이지만, 인터넷의 <호보 닛칸 신문>에서 제 글을 읽고 종이책 독자가 늘어난 일이 있습니다. 

전자책에서는 유통사, 출판사, 작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훌륭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전자책 유통사가 나와서 작가와 직접 손을 잡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출판사가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패키지 판매도 나쁘지 않겠죠. 예를 들어 제 소설을 세트판매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 권에 500엔인데 시리즈 중 세 권을 자유롭게 고르게 하고 1,000엔을 받는 방법도 좋습니다. 독자를 확대하면 반드시 그 중 몇 퍼센트는 종이책으로 돌아온다고 봅니다. 사람에게는 소유욕이란 것이 있습니다. 전자책은 소유욕을 채우지 못합니다. 남에게 빌려줄 수도 없지요. 빌려서 읽으면 출판사나 저자가 곤란하겠지만 빌려서 읽고 싶은 독자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10년 전 어느 조사에 따르면 나오키 상 후보 책을 빌려서 읽었다는 사람이 전체 독자 중 52%였습니다. 빌려서 읽은 사람이 더 많지요. 하지만 다음 책부터는 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책을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서 얘기고, 책도 상품이니 팔아야 합니다."



오사와 아리마사(大沢在昌)
1990년 <신주쿠 상어>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1993년 <무간 인형 - 신주쿠 상어 4>로 제110회 나오키 상을 받은 하드보일드 소설가. 현재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츠히코와 '다이쿄쿠구'라는 사무실을 만들어 함께 활동 중.



2010
http://blog.livedoor.jp/hbk3253/archives/cat_10032060.html?p=3

GRIJOA 전자책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가 말하는 편집자의 중요성

2012. 9. 28. 13:38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大沢在昌)
1990년 <신주쿠 상어>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1993년 <무간 인형 - 신주쿠 상어 4>로 제110회 나오키 상을 받은 하드보일드 소설가. 현재 미야베 미유키, 교고쿠 나츠히코와 '다이쿄쿠구'라는 사무실을 만들어 함께 활동 중. 그가 제18회 도쿄 국제 북페어에서 강연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전자책에서 작가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만들어 팔 수 있는지 자주 질문을 받습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 사무실에서도 만들려고 하면 만들 수 있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절대로.

우리뿐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훌륭한 작가들은 누구 한 사람 자체 제작, 직접 판매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수한 편집자가 자기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 표지에는 제 이름만 쓰여 있으니 저 혼자 다 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취재하고 교정 교열하고 홍보해서 내보내는 일 모두 작가 혼자서 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작가는 소설을 쓰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작품의 질은 그런 일에 에너지를 쓰면 분명히 떨어집니다. 작가에게는 우수한 편집자가 필요합니다. 우수한 작가일수록 우수한 편집자의 필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판사와 관계를 끊고 자기만 돈 벌면 된다는 야랑자대(夜郞自大)한 생각으로 자가출판하는 일은 아마 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단 하나. 공부를 잘해서 일류 대학을 나와 대형 출판사의 편집자가 된 사람이 모두 우수한 편집자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숫자에 강해도 재미있는 소설이 뭔지 모르는 편집자라면 곤란합니다. 우리 작가들은 정말 책이 좋아서 근사한 이야기를 사랑하는 편집자와 손을 잡고 싶습니다. 이게 있는 한, 아무리 전자책이 보급되어도 그런 편집자가 있는 출판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훌륭한 편집자를 가진 출판사와 함께 가려는 훌륭한 작가들 역시 사라지지 않습니다.

작가는 지금 잘 나가는 사람과 앞으로 잘 나갈 사람이 있습니다. 출판업계에는 신진대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 이제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길입니다. 프로야구로 말하면 아무리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했어도 바로 1군에 들어가는 선수는 거의 없습니다. 그중에는 연습생으로 입단해서 2군에서 계속 실력을 쌓다가 비로소 1군에 오르는 선수도 있습니다. 1군에 올라가도 처음에는 대타나 대주자를 맡습니다. 그 기회를 살리면 6번이나 7번 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거기서 두각을 나타내면 주전이 됩니다.

그러나 누군가 주전이 된다는 것은 그때까지 주전이었던 사람이 내려간다는 얘기입니다. 그 자리를 뺏은 거지요. 작가도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아 그 자리에 섭니다. 야구 선수는 결국 쇠퇴기가 와서 타순이 내려갑니다. 1군과 2군을 드나들다가 감독, 코치, 해설자가 됩니다만, 안타깝게도 작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원로 작가라는 자리가 작가계에 없는 것은 그 때문이라 봅니다.

하지만 이른바 재생공장. 가령 실력과 재능이 조금 떨어져서 밀려난 작가를 부활시키는 방법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작가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감독이나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편집자입니다. 좋은 편집자를 만나면 작가는 주전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가진 편집자와는 절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사실 작가도 편집자에게 질투합니다. '저 녀석 요즘 히가시노 게이고하고만 붙어 다니는구나. 난 이제 필요 없다는 건가...' 하고요.
한편, 어떤 편집자가 누구를 담당하는지, 나 이외의 누구를 담당하는지 살펴보면 '아, 나도 그런대로 괜찮은 작가일지도. 이녀석이 담당하는 작가들은 잘 나가지는 않는데 다 좋은 작가들이구나. 그렇다면 혹시 나도 좋은 작가...'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편집자가 '이제 저 작가에게는 글을 맡기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면 일이 오지 않습니다. '만나서는 선생님 선생님 하지만 이 녀석이 나를 자르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좋은 편집자는 아부해도 선물을 보내도 일과 전혀 관련짓지 않습니다. 그런 편집자와는 언제까지나 함께하고 싶어요. 그들이 있는 한, 기존 출판계가 전자책에 쉽게 먹히는 일은 없다고 봅니다."



2011

http://blog.livedoor.jp/hbk3253/archives/513143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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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JOA 편집자

좋은 편집자란?

2012. 9. 28. 10:41


Q 이런 편집자는 우리 출판사에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조건을 알려주세요.
출판사 디스커버 대표 호시바 유미꼬
"먼저 명함으로 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일을 단지 한쪽으로 받고 한쪽으로 흘리는 식으로 일하는 사람. 그리고 스스로 새 저자를 발굴하려 하지 않는 사람. 또 하나, 저자와는 마주 보면서 독자와는 마주 보지 않는 사람이요."

Q 편집자는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일까요?
호시바 유미꼬
"적당한 건 없지 않을까요. 현실적으로 우선 출판사에 합격해야겠지요. 단, 어쩌다 출판사에 붙어서 어쩌다 편집자가 되었다... 이런 사람이 그대로 편집자를 계속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자신이 생각하는 '훌륭한 편집자'를 알려 주세요.
작가 나가에 아키라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관계없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하는 일에 열중할 수 있는 사람이요. 모든 편집자는 프리랜서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 편집자에게 작가가 모여들고 독자도 모여드는 식으로요. 이 분야라면 이 사람에게 맡기고 싶다든가. 그렇게 생각되는 편집자가 아니라면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다고 봅니다."


출판사 미시마샤 대표 미시마 쿠니히로
"하나의 거울이 되어서 필자도 깨닫지 못한 것을 비춰서 그 사람의 재미있는 부분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

출판사 디스커버 대표 호시바 유미꼬
"다른 시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 기존의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사람."

다이아몬드샤 제1편집장 이마이즈미 켄지
"재미있어하는 사람. 재미있어하면 저자도 빨려 들어가죠. 재미있어한다는 것은 훌륭한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다이아몬드샤 제3편집장 쓰치에 히데야키
"재미있는 저자와 만났을 때, 그 '소재'에 관해 망상하고 그 망상을 흔드는 폭이 넓은 사람. 예상할 수 없는 형태를 만드는 사람."



2010.6.15. 일본의 출판콘서트 <이 편집자가 대단하다!>
http://tcc.cocolog-nifty.com/blog/2010/06/vs-ipad10615-b9.html

GRIJOA 편집자

무라카미 류가 소개한 '편집자'라는 직업

2012. 9. 28. 10:02

"일반적으로 편집자란 출판사에서 책이나 잡지를 편집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편집 일은 먼저 ①이런 책 만들면 잘 팔리겠다 하는 기획을 세우고, ②그 기획을 실현하려면 누구에게 어떤 일을 의뢰하면 좋을지, 돈이 얼마나 들지를 생각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다음, ③책의 디자인을 구상하고 의뢰한 글과 사진 등을 교정 본 뒤 인쇄소에 전달한다. 그리고 책이 완성되면 ④광고 문구 아이디어와 책을 팔기 위한 전략도 생각해야 한다.

일의 내용은 만드는 책과 잡지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가령 문학 편집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작가에게서 원고를 받는 일이며, 패션 잡지 편집자라면 지금 어떤 스타일이 인기인지 분석해서 어떤 편집으로 지면을 꾸밀지 생각하는 일이 가장 중요해진다. 유명 작가나 연예인을 만날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과 일을 잘하려면 기획력과 문장력 말고도 특별한 감각이 필요하다고 한다."


출판사에 오래 있어도 ③번 일만 잘하는 편집자가 수두룩하고 이게 편집 일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다. 아무래도 직접 기획을 하게 되면 그 기획을 통과시키기 위해 결정권자를 설득시켜야 하고 가만히 편집만 하는 것보다 일이 늘어나니까 일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냥 팀장이 주는 원고나 맡는 게 속 편할지 모르겠다. 판매가 부진하면 그 책임도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있으니까.

출판사에 있으면서 자기가 원하는 책만 할 수는 없겠지만, 그 출판사의 출판 방향에 어긋나지 않는 책이라면 일을 벌여보는 게 편집자가 크는 데 꼭 필요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다른 누구의 기획도 아닌 자신의 기획을 현실화시켜 책을 만들 수 있어야 진짜 편집자가 아닐까. 기획부터 끝까지 해본 편집자와 일부만 해본 편집자의 차이는 아주 크다.



http://www.13hw.com/jobcontent/02_03_11.html

GRIJOA 편집자

미시마샤 대표 "출판 불황 따위는 없다!"

2012. 9. 27. 18:14

 


"데이터만으로 판단하면 '출판 불황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미시마 출판사를 시작했던 2006년은 도산한 출판사가 122사, 창업한 곳이 11사였습니다. 초등학생이라도 이 일은 힘들겠다고 생각할 겁니다. 사실 힘듭니다. 힘들지만 출판 불황이라고 해서 모든 출판사가 잘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이런 시대에도 잘 되는 곳은 있습니다. 설령 잘 되는 출판사가 단 한 곳도 없더라도 그것이 '출판사를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대에 어울리는 방식을 취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최강의 카테나치오 수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축구대표팀도 실점합니다. 사실 실점하지 않은 대회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실점률이 낮다고 포기하면 영원히 골을 넣을 수 없습니다. 세계 최강 수비라도 빈틈은 있습니다. 오히려 상대 수비가 최강이라는 상황은 공격수에게 피가 끓는 장면이 아닐까요.

지금 출판사를 시작한다는 것은 매우 재미있는 일입니다. 출판업계에 오래 계신 분들은 '출판 불황, 출판 불황'. '책이 안 팔려' 하고 합창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출판 불황 따윈 없습니다. 저는 확신을 갖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책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 동안 해마다 제 능력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거북이걸음보다 못한 속도였지만 해마다 확실히 성장했습니다. 그게 출판 불황과 무슨 관계냐구요?

'출판 불황'이라고 말할 때 다음과 같은 원인을 듭니다.
'스마트폰과 PC에 독자를 빼앗겼다', '독자의 활자 이탈이 진행된다', '출판 종수가 10년 전보다 배로 늘어 유통이 힘들다' 등등... 모두 일리 있는 말이지만, 대전제에 커다란 구멍이 있습니다. 그 구멍은 '출판 불황이라는 큰 현상이 애초부터 존재했다'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겁니다.

출판 불황이 먼저 있었을 리 만무하죠. 출판업을 지탱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 개인의 능력과 기술의 축적입니다. 그것이 대전제입니다. 그런데 출판 불황은 '개인의 능력과 기술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보려 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바로 보지 않고 '책이 안 팔린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역시 커다란 구멍에 빠졌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술 저하, 능력의 저하가 '덩어리'가 되어서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출판 불황을 다음과 같이 해석합니다.

'출판 불황이 있는 게 아니다. 개인 불황이 있는 거다'

출판이라는 산업이 나쁠 리 없습니다. 출판을 하는 개인의 기술이 출판계 전체가 좋았을 때는 가려서 안 보였지만 실제로는 기술이 떨어지고 있던 것입니다. 새로 출판사를 시작한다면 이 사실을 바로 보는 일부터 시작합시다. 반대로 개인 불황이 원인이라면 개인의 노력 여하로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 그렇게 마음먹었습니다.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지 모릅니다. 실적이 떨어지는 일도 없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도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입니다. 본래 경험을 쌓으면 쌓을수록 잘하게 되는 게 이 출판 일입니다. 그것을 결과로 만들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경험을 '知'로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나태했기 때문입니다.

사회, 산업, 회사, 남의 탓을 하는 것은 그만두자. 그렇게 정했습니다. 남의 탓을 계속하는 한,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니까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우리가 '만들어내지 못하는' 행위에 힘을 쏟는 것만큼 비생산적인 일은 없습니다."


http://www.mishimaga.com/mishi-hana/001.html

GRIJOA 소출판시대

지유가오카의 원점회귀 출판사 미시마샤 대표 인터뷰

2012. 9. 27. 18:03

일본의 출판사 <미시마샤 ミシマ社>


미시마샤는 대표 1명과 직원 7명의 작은 종합 출판사입니다. 히트작을 내기도 했지만, 기존 일본 출판사의 도매상을 거치는 유통 방식을 따르지 않고 서점들과 직거래를 한다는 점, 출판사가 모여있는 진보초가 아닌 지유가오카에 사무실을 두었다는 점 등 남다른 부분이 있어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 중 하나에 어린이 그림책 <빨리 빨리라고 말하지 마세요>가 있죠. 제가 바라는 출판사의 모습이라고 할까, 대표 미시마 쿠니히로의 마인드가 멋집니다.
이 분의 인터뷰들을 소개하겠습니다.


"2006년 4월, 출판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그다음에 어떻게 할까 고민했어요. 다른 출판사에 취직할까, 프리랜서 편집자가 될까 하고요. 하지만 어떤 선택도 위화감이 있었어요. '다른 출판사에서 일해도 결국 똑같지 않을까' 하고 있다가 어느 날 밤 문득 생각했어요.

'아,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가 없으면 내가 만들면 되겠다' 하고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시야가 확 넓어지고 앞이 밝아졌어요.

회사 그만두면 큰일 난다고 한 사람들은 누구 하나 독립하지 못했어요. 몸을 사리지 않고 개인으로 사는 분들은 모두 찬성했어요. 그때 제가 앞으로 같이 가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었지요. 낭떠러지에 서서 돌아갈 수 없는 선택을 한 제가 '독립하겠다'고 했을 때의 사람들 반응에서 그 사람의 인생관과 살아온 발자취가 모두 드러납니다.

하지만 창업해보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보통 '출판사를 하는 건 제정신이 아니다'는 게 업계의 상식이었으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출판은 사양 산업이죠.
하지만 제 안에는 '꼭 잘 될 거야'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재미있고 좋은 책을 계속 만들어낸다, 콘텐츠의 힘으로 승부한다'는 원칙이 있으면, 유통을 비롯한 여러 어려움도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생각했어요.

출판 비즈니스는 입금이 아주 느려요. 위탁판매라서 정산되는 게 책을 납품하고 7개월 후죠. 작년 12월에 낸 책의 정산이 올 7월이에요. 그동안에 인쇄비, 저자 인세, 사무실 임대료 등의 돈은 빠져나가죠.

'역시 안 되더군요'하고 꼬리를 내리는 일은 간단하죠. '여기에서 그만두면 정말 편하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그때 '많은 사람이 여기서 그만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그만두지 않으면 반드시 잘 될 거다'는 생각으로 어려움을 극복했어요."

"도쿄 중심부가 아닌 지유가오카에 출판사를 차린 것은 일본 출판계의 중심은 진보초를 비롯한 야마노테 선 안이기 때문입니다. 출판계의 중심에 있으면 모르는 사이에 그쪽의 상식에 말려들어 가게 됩니다. 지금도 도쿄는 중요한 도시이고 도쿄 없이는 출판계와 일본 경제가 성립되지 않지만, 너무 오랫 동안 한 곳에 집중된 감이 있습니다. 도쿄는 피폐해졌는데 이익을 탐하는 사람이 많으면 도쿄가 왠지 불쌍합니다. 조금 쉬게 하고 싶습니다.
여러 산업은 지금 전환기가 왔고, 이런 때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은 '원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점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토대를 만들려면 새 장소에 거처를 마련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출판이라는 일은 단순한 거예요. 재미있고 좋은 책을 만들어서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읽히자는 게 원점이죠. 모든 것을 거기서부터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요즘 출판사의 대부분은 우선 달성해야만 하는 연간목표를 숫자로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려면 편집자 한 사람이 책을 몇 권 만들어야 한다는 거꾸로 된 발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잘 팔리는 책이 한 권 나오면 그 책과 비슷한 책이 몇 권이나 만들어져요. 그렇게 되면 편집자는 점점 피폐해지고 로봇처럼 소비되어버려요. 순수하게 자기 안에서 '이거 재미있다'는 감각으로 책을 만들면 비록 실패해도 공부가 되고 그 도전 자체가 큰 역량이 된다고 봅니다.

모순된 얘기지만 예전부터 책의 판매 부수에도 신경 쓰고 있어요. 간혹 '좋은 책이면 안 팔려도 된다'는 편집자가 있는데, 그건 아니라고 봐요. 정말 재밌고 좋은 책이라면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과 그 재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팔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됩니다."

"저는 회사를 만들 때 '최소 100년은 버티는 출판사를 만들자'고 마음먹었어요. 몇 년 안에 무너지는 회사라면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소비재가 아니라고 봐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며 지혜와 감동과 즐거움을 느꼈듯이 미시마샤의 책도 10년, 20년 후에도 독자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습니다. 장정과 디자인에 힘을 기울이는 것도 단기간에 소비되는 책은 만들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혼자 출판을 시작했을 때부터 '크게 하지 않는 게 목표'라고 말해왔습니다. 출판업에서는 규모를 확대할 메리트가 적습니다. 한 권의 밀도를 높이는 것과 직원 수가 많은 것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출판의 원점은 회사의 규모를 크게 키우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일에 전력투구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 뿐이고, 개개인의 감각과 회사의 움직임이 항상 연동되면 됩니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넘어서면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고 회사를 돌아가게 하기 위해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납니다. 모체를 유지하기 위해 안 만들어도 되는 책을 만드는 것이 두려워지니까 마케팅에 의존하게 되지요. 마케팅은 확률론이고, 어떻게 하면 타율을 높일까 하는 방법론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보다 기존에 재미있었던 책과 베스트셀러의 축소생산이 되어 버립니다.
개개인의 감각이나 생각을 나타내지 않은 채, 타율 우선이 되면 회사는 단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타율이 떨어집니다. 개개인의 감각은 쓰지 않으면 둔화하고 실패해도 자기 생각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향상되지 않습니다."

"(출판으로) '먹고 살 수 있나요?' 하는 말을 자주 듣는데요. 모든 것을 내다보는 사람은 없어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고 거기에 정면으로 부딪쳐서 즐길 수밖에 없어요. 지금도 전혀 여유가 없고, 한 권 한 권이 승부입니다. 고교야구의 토너먼트 같아요. 출판불황과 활자이탈은 출판인이 본래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한 결과라고 봅니다. 적당한 책을 사게 하면 독자는 떠나갑니다. 거기에 자기반성을 하지 않고 시대와 구조를 탓하면 안 됩니다. 본질적으로 재미있는 책을 사랑과 경의로 온 힘을 다해 만들면 반드시 잘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출판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가지의 교육론>이 5만 부를 넘은 정도고 대단한 베스트셀러는 아직 없습니다. 베스트셀러는 출판의 큰 즐거움이니 장외 홈런은 물론 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삼진 아니면 홈런을 노리고 스윙하진 않아요. 잘 팔린다고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을 만나서 좋았다'고 생각되는 게 가치 있는 책이니까요. 홈런을 기준으로 하면 이상해져요. 맞추려고 하면 확률론과 마케팅이 되어 버리니까요. 그런 쪼잔한 짓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절판은 출판사만의 사정이고 독자를 생각한 결정은 아닙니다. 재고를 갖는다는 것은 물론 회사에 리스크입니다. 경제 합리성으로 얘기하면 신간을 자꾸자꾸 내서 계속 절판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수는 적어도 '읽고 싶다'는 독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겁니다. 배짱으로 절판은 안 합니다."


"Q 평론, 시집, 그림책, 만화에세이, 요리책, 건강서. 출판하시는 책 종류가 다양하네요?

다면적이고 풍부한 출판의 가능성을 추구하고 싶어서 '작은 종합 출판사'라는 간판을 달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을 하나하나 해온 결과, 다양한 책이 나왔습니다. 잘 팔리는 책만 만들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출판은 다수파에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출판사는 옛날부터 그 시대에 존재하는 다른 견해를 반골 정신이 있는 편집자가 책으로 만들고, 그것이 후세에 전해지는 겁니다. 기획한 시점에 모두가 이미 좋다고 한 것은 책이 되었을 때 아주 평범한 것이 되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지만 내고 난 후에 '야, 재미있다!' 하고 생각되어야 하죠."

"비즈니스맨이라면 돈을 버는 것이 최우선이 되는데요. 편집자는 시대와 마주해서 좋은 것을 최고의 형태로 완성하는 것이 일입니다. 거기에 비즈니스 센스가 있으면 5,000부 팔고 끝날 책을 1~2만 부 팔 수 있습니다."

"편집자는 재미있느냐 없느냐를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이거라면 팔릴 거다'라든가, '지금 이게 유행하니까'라는 이유로 기획을 세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것'. 남들이 '이게 뭐야!?' 하고 지적해도, 만들고 나면 재미있어질 거라는 감각을 믿으면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게 뭐냐는 것은 되도록 언어화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게 미시마샤가 생각하는 재미입니다' 하고 제시하면 그것이 모든 것이 되어 버립니다. 모르는 사이에 그 정의에 구속받아서 재탕 삼탕 하는 책을 만들게 됩니다. '재미'는 자유롭고 다양해야 합니다. 점점 변해가는 생물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정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편집 일은 거울 같은 거라 생각해요. 저자와 마주했을 때 저자가 볼 수 없는 부분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고 싶습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닌데, 저는 저자에게 거의 아무 말도 안 합니다. '같이 재밌는 일을 합시다'고만 말하고 그냥 앉아 있어요. 그러다 저자가 여러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거기에서 뭔가 나와요. 즉, 답은 글을 쓰는 사람 쪽에 있어요. 흔히 '저 책은 내가 만들었다'고 말하는 편집자가 있는데 그건 오만이에요. 그러나 저자도 생각하지 못한, 자기 안에 있는 엄청 재미있는 주제를 함께 갈고닦는 일은 할 수 있겠지요."

"저는 '출판불황' 따윈 없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에 매달린다면 그렇게 될지 모르겠지만, 예전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다양한 형태의 책을 많이 내게 되면 그것들이 쌓여서 재미있는 일이 생기리라 생각합니다."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돼요. 미시마샤에서는 회사에서도 직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익 추구를 첫 번째 목적으로 하지 않고 '즐거움'을 내세우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돈은 반드시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출판사가 돈을 잘 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무일푼이 되었을 때를 떠올리면 '그때보다는 내려가지 않는다'고 마음 먹습니다. 늘 '어떻게든 된다'고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x5EClE_W7CI&feature=youtube_gdata_player
http://www.freestyle-life.net/free-100-page-27.htm
http://doraku.asahi.com/hito/runner2/120918.html
http://allabout.co.jp/human/special/s1/120626/
http://synodos.livedoor.biz/archives/1872717.html
http://www.mishimaga.com/special/034.html

GRIJOA 소출판시대

미국 독립 출판사 Seven Stories Press 대표 "출판사는 작아져야 합니다"

2012. 9. 27. 17:30

연 매출 200만 달러, 그 중 전자책 매출이 2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독립 출판사 <세븐 스토리즈 프레스>의 대표 Dan Simon 인터뷰 요약

"인세는 보통 하드커버는 8~10%, 페이퍼백은 7%, 전자책은 25%를 저자에게 주고 있습니다."

"저는 전자책을 특별히 싼 가격으로 매기지 않습니다. 지금 전자책 가격은 하드커버판과 똑같습니다. 앞으로 바꿔야 하겠지만요. 지금은 25달러 정가의 책을 전자책과 하드커버 모두 같은 공급가에 내보내고 있어요. 이 책을 아마존이 9달러 99센트로 팔면 공급가보다 싼 가격으로 팔게 되는 거죠. 제 생각으로는 소매가를 법률로 지키게 해야 합니다. 미국도 일본처럼 재판매가격유지제도(도서정가제) 도입이나 할인율 제한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미국의 서점들은 혼란스럽습니다. 미국 제2의 서점 체인인 보더스는 파산했고, 아마존은 미친 거 아니냐 할 정도로 할인을 하죠. 다른 보통 서점들은 그런 할인이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서점업계가 무척 마음이 쓰입니다. 아마존이 최후의 승자가 되면 그들은 할인을 멈추고 정해진 종류의 책만 잔뜩 취급하려고 들지도 모릅니다. 책의 다양성이 없어져서 우리 같은 독립 출판사의 책은 판매 채널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서점업계가 건전했으면 합니다. 서점이 지적 호기심을 잃어버리는 것은 출판사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저는 아마존의 출판시장 점유율이 25% 이내라면 아마존은 출판업계에 공헌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존은 제가 보기엔 욕심이 지나칩니다. 아마존이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게 되는 상황은 아마존 말고는 아무도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전자책만의 출판은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의외의 히트작인 S.J 왓슨의 <내가 잠들기 전에 Before I Go To sleep>의 경우. 처음에는 전자책만으로 출판해서 화제를 모았지만, 인기가 오르자 2~3개월 후에 종이책으로 나와서 종이책 출판이 밀리언셀러가 되는 엔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전자책의 편리함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그러나 종이책에 대한 '신앙'은 강한 부분이 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출판 형태가 성공할까요?
"전자책과 종이책의 커플링이라고 할까 번들링(끼워팔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령 종이책을 사면 전자책도 같이 주는 형태요. 즉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는 출판 형태가 성공하지 않을까 합니다. 종이책에 붙어 있는 코드를 입력 시 전자책도 볼 수 있게 한다면, 같은 가격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서점도 존속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 종이책을 읽다가 그다음 부분을 카페에서 전자책으로 읽고 자기 전에 오디오북으로 읽는 등, 그 사람의 동선에 맞춰 자유롭게 읽거나 들을 수 있게 하고 종이책도 곁에 둘 수 있게 합니다. 저는 번들 형태가 성공할 거라 봅니다. 전자책만으로는 쉽게 판매 부수가 오르지 않고 종이책을 안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가장 큰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의 CEO와 얘기 나눈 적이 있는데요. 그가 가장 흥분한 일이 뭘 거 같아요? 유명 저자의 판권 확보도 아니고, 전자책 매출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좋은 서평이 난 것도 아닌, 그가 가장 기뻐한 일은 600여 명의 인원을 감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출판사로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봅니다. 그를 비정한 인간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출판사는 작아져야 합니다. 

출판업계가 작아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출판사는 항공모함이 아니라 전함으로 규모를 축소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화하는 업계에 재빨리 대응하려면 덩치를 줄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Q 앞으로의 출판계에 대해
"문제는 전자책 vs 종이책이 아닙니다. 여러 문제는 있지만, 출판 형태나 판매 방법 등은 우리 출판사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어떤 형태의 '책'이든 계속 읽을까 하는 점입니다. 어떤 신기술이 나와서 사람들은 '책'이라는 것을 읽지 않게 된다면 도서 출판이 최후를 맞는 날이 오겠지요."


http://binb-store.com/binbReader.html?cid=19495


GRIJOA 소출판시대

<FREE> 일본판의 마케팅

2012. 9. 27. 17:09

크리스 앤더슨의 저서 <FREE-무료에서 돈을 버는 신전략>(우리나라에선 랜덤하우스에서 출간)은 2009년 11월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었는데요. 공짜 가격이 돈을 버는 원동력이 된다는 책의 주장처럼 종이책 발매 전에 PDF 전자책을 무료로 배포하여 일본에서도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 책을 맡았던 NHK출판의 외서 편집자 마츠시마 마츠아키 인터뷰입니다.


Q 종이책 발매 전에 PDF로 1만 명에게 무료 배포한 건 놀랍더군요?
"처음엔 사내에서도 놀랐습니다. "발매 전에 무료로 배포하고 싶은데요" 하고 말해도 "뭣이?"라는 느낌이어서요. "그런 거 하면 종이책이 안 팔린다, 책을 팔아 주는 서점이나 사 주는 독자에게 실례"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그게 당연한 반응이죠.

하지만 무료 배포는 미국 본토에서도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이 했던 일입니다. 미국에서는 발매와 동시에 킨들판과 웹북 등을 무료로 공개해서 20~30만 명이 다운로드했어요. 그건 단순한 화제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책이 주장하는 바를 증명하자는 시도였지요. 즉, 무료로 뿌리면 관심을 받게 되고 지명도가 오르면서 유료 종이책을 사는 사람도 늘어서 최종적으로는 수지가 맞는다는 얘기죠.

언뜻 손해 보는 것 같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복사해서 유통하는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깝잖아요. 그래서 1만 부든 10만 부든 거의 무료로 뿌릴 수 있어요. 그러나 실제로 몇 부를 무료로 배포할지는 매우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2~3천 부 배포하자는 안도 있었지만, 이왕 하는 거 '우왓! 대단해!' 하고 생각될 정도로 하고 싶어서 출간 2주 전에 1만 부를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100명 정도 다운로드 받으면 창피하니까 없던 일로 하려고 했어요. 다행히 공개하고 나서 이틀 만에 1만 부 다운로드를 달성했지요. 그게 화제가 되어서 매출이 올라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어떻게 무료 배포를 알렸나요?
"<FREE>의 판매 프로모션은 기존에 우리가 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했습니다. 그때까지는 신간 발매와 동시에 신문에 광고를 냈습니다. 이번에는 그걸 안 하고 인포반이란 회사의 도움을 받아 출간 전 온라인 프로모션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우선은 <FREE> 전용 웹사이트를 만들고 거기에서 1만 명 무료 배포 이벤트와 동시에 실제로 <FREE>를 다운로드하거나 읽은 사람이 트위터나 블로그에 관련 글을 쓰면, 그게 실시간으로 사이트에 올라오도록 했습니다.
또, 무료 다운로드를 받을 때, 메일주소나 트위터 주소를 입력하게 해서 <FREE> 공식 계정(@freemiumjp)을 팔로우하게 했지요. 그렇게 하니 트위터에서 <FREE>를 얘기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것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미디어나 온라인 비즈니스 업계에서 영향력을 가진 분들을 불러서 블로그 미디어 주최의 프리미엄 이벤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팔로우 수가 많은 트위터리안이나 파워 블로거여서 이 분들을 통해 책의 정보가 단숨에 퍼졌습니다. 트위터를 주력으로 입소문 마케팅을 하고, 이것이 책의 주제와도 아주 잘 맞은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봅니다."



http://www.henshusha.jp/2010/05/17/michiaki_matsushima-04/

GRIJOA 전자책

출판사가 전자책 사업을 시작할 때 마음가짐

2012. 9. 27. 16:58

전자책의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출판사 대표가 주위의 달콤한 말만 듣고 전자책을 하겠다고 하면, 난 먼저 이만큼 투자하셔야 하는데, 순이익은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이익을 내려고 시작한다면 기존 출판사에서 전자책은 지속할 수가 없는 사업이 아닐까. 잘 만들려고 하면 예상보다 돈은 많이 드는데, 들어오는 돈은 그보다 못한... 이런 현실을 모르고 무작정 하라고 하는 대표분들에겐 처음부터 환상을 깨 드리는 게 낫다고 본다. 돈만을 보고 시작하면 얼마 안 지나 돈 못 번다고 압박이 들어오기 때문에 실무자가 괴로워진다.

길게 보시는 대표라면, 당장의 돈보다 미래 가치가 있고, 출판사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시장이 열렸을 때 뒤처질 수 있으니 미리 데이터를 전자책으로 변환하고 동시출간할 수 있는 제작공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자책 제작은 출판사 대표의 믿음과 모험심이 필요하다.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얼마나 성장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2~3년 내에 확 커질 수도 있고 5년 지나도 지금과 별 차이 없을 수도 있다.

커지면 지금 준비 잘하고 있는 출판사들이 한발 앞서나갈 수도 있다. 문제는 올지 말지 모르는 그 시기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대표냐 아니냐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처럼 생각해서 당장 올해 큰 이익을 내려고 한다면 권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잘 팔리는 종이책 만드시라구.

미래를 대비하는 일로 평가하고, 시장이 열릴 때까진 현실적인 매출 목표는 있되, 금전적인 이익은 너무 기대하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GRIJOA 전자책

전자책이 편집자에게 주는 세 가지 영향

2012. 9. 27. 16:55

일본 소겐샤 출판사의 전자책 담당 편집자가 쓴 망상 글.

1) 공부해야 할 것이 늘어난다.
정보 수집 일에 쫓긴다. 전자책은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세계라서 최신 정보를 얻으려면 그만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쫓아가지 않으면 판단을 잘못 내리는 일이 잦다. 전자책은 출력 형태의 한 종류가 아니라 원고 작성, 내용의 구성까지 변화를 몰고 온다.

2) 돈을 못 벌기 때문에 사내에서 입지가 좁아진다.
회사에서는 실적을 올리는 개인이나 부서가 주위에 발언권과 영향력이 강하다. 전자책 시장은 분명 성장하고 있지만, 현재의 규모는 새 발의 피 수준. 담당자는 대개 슬프고 서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 바람을 일으킬 수 없는 자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된다.

3) 책을 잘 안 읽게 된다.
종이책을 읽는 권수가 줄어든다. 반면에 전자책을 볼 기회는 (일이니까) 많아진다. 하지만 그건 '읽는' 게 아니고 (일을 위해) '보는' 것뿐이다.
더구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편리하고 재미있는 게 많아서 점점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든다. 문득 '내가 이러니까 다른 독자들도 똑같지 않을까' 하며 출판산업의 앞날을 우려하기 시작한다

http://denshobato569.blog22.fc2.com/blog-entry-86.html

GRIJOA 전자책

전자책은 그릇에 지나지 않는다.

2012. 9. 27. 05:47

일본 소겐샤 전자책 담당 편집자

전자책은 단지 '그릇'일 뿐...

이렇게 생각하게 된 까닭은 전자책 변환 작업을 하다 보니 정작 책의 내용을 기획하고 만드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욕구불만이 생긴 탓입니다.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변환하는 일은 조판된 책의 텍스트를 추출해서 전자책이라는 '그릇'에 옮기는 작업입니다. 손과 눈을 주로 쓰고 머리는 조금만 씁니다. 그러면서 피곤해집니다. 나름대로 요령과 노하우가 있고 그 안에서 새로 얻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창의적인 면이 적습니다.

2010년, 일본에 전자책 원년이란 말이 퍼져가기 시작할 무렵, "역시 전자책이어야 가능한 것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발언이 의미하는 것은 책에 동영상이나 음성이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그 방향으로는 조금 발전했지만 금새 주춤한 인상입니다. 왜냐하면, 채산이 안 맞으니까요. 전자책은 돈을 들여서 만들어도 무서울 정도로 안 팔립니다.


표현 방법이나 유통 경로 등 새로운 그릇을 찾아 만들어내는 작업은 재미있고 흥분됩니다만, 어차피 전자책은 '그릇'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릇보다 거기에 담기는 내용이 100배는 중요합니다. 그것은 저 같은 사람이 말할 것도 없이 모든 실무자가 전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는 '책의 내용을 만드는 일'을 하지 못하면 성에 차지 않는 인종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면의 무언가가 마모되어 갑니다.



GRIJOA 전자책

다람쥐 쳇바퀴 출판

2012. 9. 24. 17:30

일본 출판사 미시마샤의 영업자 와타나베 유이치
"일본 출판업계의 매출은 1996년을 절정으로 조금씩 떨어져 왔습니다. 1년에 출간되는 신간 종수는 1992년에 38,000종이었지만 현재는 약 80,000종으로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즉, 단순계산해도 신간의 권당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또 하나 번거로운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반품이죠. 원칙상 신간은 초도 배본에 대해 6개월간 위탁 상품으로 배본됩니다. 이게 뭐냐 하면 6개월의 위탁 기간 동안에는 언제든지 반품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렇게 하면 서점은 리스크를 줄이고, 동시에 출판사는 상품을 서점에 진열할 기회를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게 됩니다. 위탁판매가 아니라 '매절'이라면 팔리는 책만 선별적으로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출판사 처지에서는 '팔 기회'조차 없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 위탁 판매 제도는 양자에게 아주 좋은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쁜 점도 있습니다. 출판 종수가 대폭 증가한 현재로서는 반품률 상승은 출판사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반품률이 급기야 40%까지 높아졌습니다. 출판사에서 내는 책은 총판을 통해 전국의 서점에 배본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반품된 책의 약 절반이 결국 출판사 창고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 책들의 대부분은 두 번 다시 사람 눈에 띄는 일 없이 폐기 처분됩니다. 악순환이죠. 자원 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야말로 구조적 문제의 정체입니다.

구조적 문제...

이는 출판사가 '눈 앞의 이익'만을 우선해온 결과입니다. 즉, 업계 전체의 판매는 조금씩 떨어져 왔고 이를 채우기 위해 출판사는 신간 종수를 늘렸습니다. 출간 종수는 배 이상이 되었는데 전체 매출은 거의 그대로였으니 단순히 계산해도 권당 매출은 절반이 됩니다. 

서점의 진열 공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한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책의 권수가 배로 늘어나지는 않습니다.(이 점에서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을지도) 당연하게도 신간 종수의 증가에 비례해서 반품 부수도 대폭 증가하고, 그 반품으로 인한 손해를 메우기 위해서 출판사는 신간을 계속 출간합니다. 그리고 이게 반복되지요. 다람쥐 쳇바퀴처럼."

GRIJOA 소출판시대

전자책이 종이책을 이길 수 없는 다섯 가지 포인트 - John C Abell

2012. 9. 24. 17:23

전자책은 종이책을 이길 수 없는(적어도 쉽게는) 부분이 아직 몇 가지 있다. 반대로 아래 문제만 해결된다면 전자책은 무한대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1) 다 읽어야 한다는 압박이 없다. 
전자책은 종이책처럼 시야에 들어오는 물건이 아니다. 종이책이라면 집에 있는 책을 보고 '아 또 읽어야지.' 하겠지만, 전자책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읽었으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호소력이 부족하다. 1,000권을 넘는 전자책을 가지고 있어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으면 이어서 읽는 걸 잊어버린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지 17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47쪽째입니다" 같은 알람이 팝업으로 나오는 것이다. 

2) 구입한 책을 한 곳에 정리할 수 없다. 
종이책은 자신이 직접 책장을 정리해서 그중에서 책을 고른다. 그러나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은 앱마다 책장이 있어서 여러 서점에서 산 전자책을 한 곳에서 볼 수가 없다. 하나로 묶는 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작은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서점이 독자의 책장 크기와 모양을 정해서 당신 책장에는 우리 서점에서 산 책만 놓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3) 여백에 글을 쓸 수 없다. 
문장에 밑줄 긋는 기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주의 깊은 독자는 저자와 다른 생각을 전개하거나 읽고 생각난 것을 바로 책에 메모한다. 이 메모는 최대한 원문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 효과적인데, 이런 메모를 할 수 없는 것은 전자책의 약점이다.

4) 보고 버리는 일회용 느낌인데 가격은 비싼 편이다.
대여에 가까운 전자책에 13달러나 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전자책은 종이책 제작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데, 출판사가 정한 가격은 종이책보다 약간 쌀 뿐이다.
전자책은 빌려줄 수도, 도서관에 기증할 수도, 팔 수도 없다.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를 삭제할 때도 복잡한 감정이 생기기 어렵다.

5) 인테리어 디자인이 되지 않는다.
고리타분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책장이란 건 자신을 남들에게 말없이 소개할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닐까. 우리가 책장에 넣는 책, 넣지 않는 책, 배열 순서 등은 남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명함 같은 것이며,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전자책 리더 안으로 책장이 들어가 있으면 남들이 볼 수 없다.

과거의 미디어가 완전히 없어지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인터넷 이전부터 있었던 라디오, TV, 영화는 지금도 존재한다. 그래서 종이책이 금방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자책과 종이책의 양립을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2011.6
원문 : http://www.wired.com/epicenter/2011/06/ebooks-not-there-yet/all/1

GRIJOA 전자책

1인 출판사 좌충우돌 분투기 - 책공장더불어 김보경 대표

2012. 9. 24. 14:23

2012. 7. 27 Red Books 세미나


"예전에는 주변 분이 출판사 창업하겠다고 하면 하고 싶은 일 하시라고 응원하고 도와드렸는데, 제가 불황을 겪다 보니 무작정 해보시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 해서 신중해졌어요. 출판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하고자 하신다면 출판에 관해 공부하는 시간이 먼저 필요합니다. 저는 잡지기자를 그만두고 1년은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배우는 데 들어갔어요."


"공부 못하는 애가 시험이 어려운지 모른다고 출판불황이라도 해도 매출이 얼마 없어 별로 못 느꼈는데 요즘은 재판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보다 늦어져서 느끼고 있어요. 지난해 대비 매출이 20% 빠졌어요. 출판불황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책 안 나오는 공백 기간이 너무 길었던 탓이 큽니다."

"옛날에는 도매상에서 1,000부 넣으라는 거 반품이 무서워서 줄여도 800부였는데, 요즘에는 300부밖에 못 넣고 있어요."

"초판은 보통 2,000부를 찍고 손익분기도 2,000부에 맞추고 있어요. 안전재고가 200부 이상이라고 하는데 저는 150부까지 버텨요. 출판사는 반품관리를 확실히 해야 해요"

"인디자인을 배우면 조판비를 줄일 수 있어 유리해요. 하지만 저는 그런 거 잘 못해요. 손이 아니라 곰 발바닥이라 다 맡겨서 하고 있어요."

"책 만드는 사람은 책 만들 때마다 나무를 잘라야 한다는 짐을 지고 있어서 책공장더불어에서는 재생지를 써요. 질이 떨어진다는 분, 재생지인데 왜 가격은 똑같으냐(재생지는 싸지 않음)고 항의하시는 독자분들이 있었는데 제가 나무를 위해서라고 설명해서 설득되신 분도 많아요. 재생지를 쓸 때는 독자의 이해가 선결되어야 합니다."

"블로그를 마케팅을 위해 시작했던 건 아니지만 책공장더불어는 블로그가 마케팅의 핵심이에요. 블로그 글이 네이버 메인에 떠서 2주 동안 2,000부가 나간 적도 있지요. 북스피어도 블로그가 아주 잘 운영되고 있는데 충성독자들이 많아서 놀라고 있습니다."

"어떤 대형출판사의 편집자 1인당 매출목표가 10억이 넘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매출목표가 크면 책 한 권에 들어가는 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1인 출판사는 책 한 권이 소중하고 한 권 한 권에 모든 힘을 다 써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1인 출판사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독자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제 책을 책공장더불어가 아닌 다른 출판사에서 냈어요.(열아홉 살 찡이, 먼저 나이 들어 버린 내 동생) 하지만 책이 많은 출판사다 보니 예상보다 마케팅에 신경을 못 써주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직접 낼 걸 하고 후회하고 있어요."

"Q 일간지 광고 등은 하시는지 또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A 일간지 광고는 효과가 없어서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어요."

"Q 전 사람에 대한 관심도 버거운데 반려동물 출판이라니 너무 사치스러운 거 아닐까요.
A 사람과 동물, 어느 권리가 앞서는 게 아니라 같이 가야 한다고 봐요. 동물의 권리를 고민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인권도 생각하지 않을까요. 저는 개를 예쁘게 꾸미는 미용 책 등은 내지 않아요. 그런 책이 불필요하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제가 하는 출판과는 방향이 달라요."

"처음에는 1인 출판을 하다가 키워서 큰 출판사를 만들겠다는 분도 계신데 저는 1인 출판 자체가 목표예요. 크게 키울 생각 없이 혼자서 1인 출판을 유지하고 싶어요. 책을 만들면서 성장했고 그걸 나누고 싶어서 출판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출판을 계속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해요."

GRIJOA 소출판시대

부끄러움의 심리 - 수줍어하는 사람은 상처 받는 것이 두렵다.

2012. 9. 24. 13:26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는 여러 가지 심리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부끄럼을 타는 사람은 크게 4가지를 두려워한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강박적으로 명예를 얻으려 하는 사람이다. 보통 이상으로 부끄럼을 타는 사람은 심리적 건강의 조건인「자기존중」이 부족한 사람이다. 

부끄럼을 타는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서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심리학자 Zimbardo는 말한다. 어떤 사람이 거절을 두려워하느냐 하면 한없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길 원하는 사람이 그렇다. 이런 사람은 우울병적인 경향이 강한 사람이기도 하다. 

거절을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에는 허영심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신경증적 자존심」이다. 거절당해서 상처받는 것은 그 사람의 허영심이다. 자신의 허영심이 상처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남한테 부탁을 하거나 설득을 할 수 없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에게 생각만 해도 울적해지고 마음에 걸리는 약점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거의 문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내가 저걸 못하니까 저 사람이 나를 가벼이 여긴다」고 생각해도 상대방은 거의 잊고 있다.

부끄럼을 잘 타는 사람은 쉽게 상처받는다. 보통 사람은 체험에서 상처를 받지만, 이러한 사람은 잘못된 생각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 『부끄러움의 심리』(가토 다이조, 미카바쇼보)

GRIJOA

마즈 (Mars) - 70년대 SF만화

2012. 9. 24. 13:02

어린 시절 만화가게에서 봤던 만화 중에 아주 재미있게 본 작품이 '바벨 2세'였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만화인 줄 알았고, 왜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는 사람 작품이 '보물섬'이나 '소년중앙' 같은 당시의 인기만화잡지에는 연재되지 않는 것일까 의문을 품기도 했다. 훗날 요코야마 미츠테루가 그린 일본만화라는 것을 알고 나서 마치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요코야마 미츠테루는 우리나라에는 '삼국지'나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역사만화로도 많이 알려져는데, 올드팬이라면 아마도 이 작가의 작품 중에 '바벨 2세'를 가장 많이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그 '바벨 2세'보다도 더 재미있게 본 작품이 바로 '마즈'다. 어린 시절 해적판으로 본 기억을 잊지 못해, 최근에 원본을 구했다. 시원시원하게 큰 판형을 원했지만, 내가 구한 것은 작은 판형이라 좀 아쉽다. 어린 시절 본 해적판은 이보다는 더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용은 이렇다. 화산 폭발로 '마즈'란 소년이 긴 잠에서 깨어난다. 마즈는 수백만 년 전 외계인들이 지구에 남겨놓은 인조인간으로 지구인들의 문명이 우주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면, 거대로봇 가이아에 내장된 폭탄을 터뜨려 지구를 멸망시키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었다.

그러나 예정보다 일찍 깨어난 탓인지 마즈는 기억을 모두 잃고 있었고, 인간의 가정에서 따뜻함을 느낀 마즈는 인간은 위험한 생명체가 아니라고 판단하게 된다. 하지만 마즈 말고도 지구멸망 임무를 부여받은 자들이 또 있었으니 그것이 '육신'이다. 인간이 위험한 생물이라고 생각하는 이 여섯 인조인간과 마즈는 인류 멸망이 아닌 보호를 위해 싸우게 되는데, 나중에 육신의 로봇들이 다 파괴되어도 가이아의 폭탄이 작동된다는 사실 때문에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끝은 예상치 못한 결과로 치닫는데, 어린 시절 그 갑작스러운 결말 때문에 충격을 받고 일주일 내내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로봇들이나 메카닉의 디자인도 아주 괴이한데, 당시에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는지 참 놀랍고, 그것이 신비감을 더해주는 것 같다. 마즈의 첫 번째 부하로봇 타이탄이 허무하게 파괴되는 장면에서도 주인공 로봇이면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는 어린이 로봇 만화영화들과는 다른,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옛날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전쟁과 살인을 일삼는 인류에 대한 경고'라는 철학적인 메세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즈가 발표되었던 70년대가 일촉즉발의 냉전시대였던 점이 작품의 메시지에 영향을 미쳤고, 작가는 당시 소년소녀들에게 전쟁에 대한 경고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작품이 발표된 지 30년이 넘은 오늘날에도 인류의 전쟁과 환경파괴는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야말로 무서운 괴물이다"는 육신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마즈가 처음 등장할 때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 어린 시절에는 괴이하게 느꼈음.

*1권 초반부 5쪽 분량에서만 마즈 머리색깔이 엷다. 작가가 검게 칠하는 걸 잊은 건지?

*육신들이 모여서 지구멸망을 기다리는 최후의 만찬 장면. 시간이 되어도 멸망을 안 하니까 표정들이 싹 바뀌면서 마즈를 없애러 간다.

*육신 중에서는 스핑크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뜨거운 온도의 발을 물에 담궈서 마즈를 삶아버리려는 장면이 제일 인상적.

*마즈의 부하로봇 가이아가 두 발로 걸어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발은 장식용?

*등장인물 중에 여자라고는 초반에 나오는 의사 외동딸 하루미뿐이다. 마즈하고 연애할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론 마즈가 하루미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는데, 가장 중요한 마지막 부분을 고쳐버려서 작품을 완전 말아먹었다.

GRIJOA

리더의 처세술

2012. 9. 24. 12:55

"대장이란 존경을 받는 것 같으나 실은 부하들이 계속 약점을 찾아내려 하고 있는 게야. 두려워하는 것 같으나 사실은 깔보고, 친밀한 체하지만, 사실은 경원을 당하고 있다. 또 사랑을 받는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미움을 받고 있다. 그러므로 부하를 녹봉으로 붙들려 해도 안 되고 비위를 맞추어도 안 된다. 멀리하거나 너무 가까이해도 안돼. 또 화를 내도 안 되고 방심해서도 안돼. 부하는 반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야."

— 『만화 도쿠가와 이에야스』(요코야마 미쯔데루, AK커뮤니케이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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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경영의 목적

2012. 9. 24. 12:52

"매출이나 이익은 회사를 존속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 결코 회사를 경영하는 목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회사를 경영하는 목적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인터넷의 즐거움, 편리함, 감동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회사 경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결코 매출이나 이익이 아니라 경영자의 꿈과 감동을 사원들과 고객, 거래처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경영자가 자신의 감동이나 꿈을 다른 사람과 나누려 하지 않고 매출 수치만 보고 사업을 전개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사원들은 일하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월급만 바라보고 일하는 셈이므로 조금이라도 임금조건이 좋은 회사로 옮기기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이다."

— 『꿈을 이루어주는 한 권의 수첩』(구마가이 마사토시 글, 신현호 옮김,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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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따위!

2012. 9. 24. 12:47

"인형처럼 속눈썹이 긴 커다란 눈, 오뚝한 콧날, 달걀형의 얼굴이 예쁘다는 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나는 이 모습 이대로의 나로 살아가는데 아무런 불편도 느끼지 않을 뿐더러 이 정도의 내가 제일 편하다. 나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 바깥에서 살고 싶다.

어떤 한 가지에 지나치게 열중하다 보면 다른 일들은 모두 조금씩 사소해진다. 이를테면 밥 한 끼 거르는 일은 대수롭지도 않고 남의 비난 따위도 우스워진다는 얘기다.

옷이나 사면서 행복해하는 여자. 비싼 옷을 사려고 심장을 팔아먹는 그런 여자는 더더구나 되고 싶지 않다."

— 『백수생활백서』(박주영,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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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도 사랑하지 못한다.

2012. 9. 24. 12:40

"저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원망하며 살아가는 데 지쳤습니다.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채로 살아가는 데 지쳤습니다. 
저에게는 친구가 한 명도 없습니다. 단 한 명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조차 사랑할 수 없습니다.

왜 저 자신을 사랑할 수 없을까요. 그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받은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없습니다."


— 『1Q84』(무라카미 하루키, 신쵸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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